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2/11 21:40:38
Name 비염
Subject [일반] 지옥철 일기 (수정됨)
요 며칠간 지옥철행 열차를 타면서 일기 형식으로 끄적였던 글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글 수준은 많이 낮을 겁니다


1일 차


이제 몇 개월간 인천에서 서울까지 이동해야 한다. 2500원짜리 광역버스보단 그래도 좀 더 저렴한 지하철을 타야겠다가 생각했고,

지옥철이라 불리긴 하지만 좁게 가서 불편할 뿐이지 그리 험난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앉아서 갈 거란 기대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기에 무난히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간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핫플레이스 역에서 밀고 들어오는 러시를 버티지 못하고 자세가 뒤틀린 체로 환승역까지 도달했다

내린 뒤에는 관절이 살짝 뒤틀린 체로 걷는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갈아탄 곳은 신도림 2호선역, 기다리고 있다가 열차가 도착하면 알아서

뒤에서 줄 서시던 분들이 타시라고 친절히 밀어주어 탑승하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했다.


2일 차


오늘은 편하게 가겠노라며 탑승 후 무사히 서서 갈 자리를 선점했다.

역시나 밀고 들어오는 러쉬, 하지만 예상한 나는 그분들이 밀 때,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하며 나도 같이 밀어버려 내 공간을 확보했다.

역시 불편하긴 하지만 그나마 편히 갈 수 있었다.

2일 차에 벌써 노하우가 생겼다는 것에 뿌듯했다.


3일 차


역시나 친절히 뒤에서 밀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2호선에 자동 탑승하게 됐으나,

어찌 잘못 끼여 들어가셨는지 한 분이 나랑 눈이 마주치는 포지션이 되어버리셨다

이미 끼어서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 나와 그분은 수줍게 서로 딴 곳을 쳐다보려 애썼다.

사람이 좀 빠져나간 뒤 그 역시 고개를 획 돌리며 다시 자리를 잡고 가셨다.


4일 차


분명히 약속된 대기선이 있는데 특정한 분들은 그런 게 없나보다

어찌 그리 뻔뻔하게 새치기를 하지

두 줄로 서 있는데 열차가 도착하니까 가운데로 끼어들어서 3명이 힘겹게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고

안에 타고 있던 분의 어깨를 부득이하게 쳐버렸다. 한 사람 때문에 내가 괜시리 미안해진다.


5일차


우연히 좁디좁은 지옥철 상황에 내 주위가 모두 여성분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너무 당황했고 불필요한 터치로 오해받기 싫어 잽싸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팔짱 낀 체로 몇 정거장을 갔다.

힐끔 그녀들의 스마트폰을 처다본다. 어찌 저리 카톡으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6일 차


커플들은 제발 내 옆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7일 차


내가 그동안 버티기 스킬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물량에는 장사가 없다.

평소보다 더 많은 분이 밀어 들어와 주시니 정말 먼저 탄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길이였다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8일 차


아…. 집으로 간다
.
.
.
.
.
.
아…. 인천행이 아니라 서동탄행을 타 버렸다는걸 군포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됬다.






내일도 시작입니다. 지옥철 이용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12/11 21:49
수정 아이콘
저는 매일 9호선 급행탑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비명을 듣는게 당연해져버렸네요. 크크
제랄드
16/12/11 21:52
수정 아이콘
주욱 읽다가 6일차에서 터졌습니다
이혜리
16/12/11 21:52
수정 아이콘
다양한 지옥구간을 경험했지만 최고의 지옥은 퇴근길 여의도 9호선 급행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번에 타이밍 미스로 어떤 아저씨와 아름답게 껴안고 서로 귀에 바람을 불어주면서 가는데
옆에 180이 넘는 장정들 사이에 파 뭍혀 입만 뻐금거리는 한 150대 중반의 처자를 목격하기도 했지요.
ArcanumToss
16/12/11 21:55
수정 아이콘
저는 첫회사에 지옥철 타고 가다가 인생에 회의감을 느꼈고 곧 일을 그만뒀습니다.
16/12/11 21:56
수정 아이콘
오전에 신도림 2호선 이용하시면 신도림 출발열차 이용하세요.
보통 한 두번만 보내면 무려 앉아서 갈 수 있어요.
16/12/11 22:03
수정 아이콘
아 전 얼마 안가서 내리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오마이러블리즈걸
16/12/11 21:58
수정 아이콘
눈마주친 분이 여자였다면...흐
16/12/11 22:01
수정 아이콘
아쉽지만...... 남자분이 였습니다...
아점화한틱
16/12/11 22:03
수정 아이콘
저는 서울에 양도 불가능한 큰 아파트를 준다고해도 서울 안살껍니다... 으으 정말 서울은 갈때마다 스트레스받아요. 어딜가나 인구밀도가 정말...
유자차마시쪙
16/12/11 22:15
수정 아이콘
신도림... 종로3가... 등등
몇군데 정말 헬입니다.
방과후티타임
16/12/11 22:18
수정 아이콘
군포역...크크크
RedDragon
16/12/11 22:20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9호선 급행 이용자입니다. ㅜㅜ
내년에 자취 구해서 들어가려고요. 4년째 다니는데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루키즈
16/12/11 22:33
수정 아이콘
춘천역에서 출발해서 남춘천역에 사람 많이 탈때 짜증났다가도
서울에서 1,2호선 타고 볼일본 후에 상봉에서 경춘선타고 집에올때 그래도 경춘선이 낫구나 생각하면서 끝칸 바닥에 앉아갑니다...흐흐..
지나가다...
16/12/11 22:40
수정 아이콘
대학 1학년 때 수원에서 모 학교까지 지하철로 다니다가 그 뒤로는 돈 벌어서 버스 타고 다녔습니다. 몇 번을 갈아타야 했는데도 버스 타고 다녔습니다.
호리 미오나
16/12/11 22:51
수정 아이콘
전 1시간반 거리의 직장에 3년 가까이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 가는 다양한 루트가 있으나 좀돌더라도 최대한 사람이 적은 루트로 다니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이 압도적으로 이른 것(직장도착시간이 7시반)도 도움이 됐네요 흐.
Arya Stark
16/12/11 23:03
수정 아이콘
진짜 새치기 하는 사람 겁나게 많죠. 그리고 내리기 전에 타려는 사람도 겁나 많습니다.
16/12/12 00:47
수정 아이콘
그것도 너무 뻔뻔하게 하죠ㅜ
톨기스
16/12/11 23:48
수정 아이콘
군포까지 오셨습니까??????? 고생하십니다.ㅜㅜ
16/12/12 00:45
수정 아이콘
노래들으면서 가다보니 방송을 못들어버렸네요 ㅜㅜ
16/12/11 23:59
수정 아이콘
역세권에서 대해서 이해를 못하다 몇 번 고생하고 나니 그 프리미엄이 대단하구나라는걸 느끼게 되었네요.
곧미남
16/12/12 01:34
수정 아이콘
그나마 6호선이라 행복합니다. 조금 덜 하죠..
미사모쯔
16/12/12 01:43
수정 아이콘
1호선은 매일경험하고 있는데.. 경춘선 구리에서 회기까지도 슬퍼요..
16/12/12 02:46
수정 아이콘
광역버스도 서가면 지옥이지만 앉아서 간다면 돈값합니다
카푸치노
16/12/12 09:32
수정 아이콘
인천급행+9호선 급행으로 출퇴근하면 진심 지옥이지요.
인천에서 서울가는 버스 좀 더 늘려주면 좋겠어요.. 특히 강남방향 버스..
우주인
16/12/12 10:48
수정 아이콘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북구간 이용하시는 분 안계시나요?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 이사갑니다.ㅠ
솔로몬의악몽
16/12/12 16:17
수정 아이콘
집은 인천, 회사는 역삼역이어서 출근길에 네 번 갈아타고 갑니다 (버스, 공항철도, 9호선, 3호선, 2호선)
9호선 급행도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괴로웠는데 나중에는 꽉 끼어서 넘어질 걱정이 없으니 서서 잘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역시 진화한다니까요 (뿌듯)
16/12/12 17:13
수정 아이콘
5호선 타고다니는 저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9433 [일반] 수도권 겨울 데이트 코스를 공유해봅시다! [55] 예루리13849 16/12/15 13849 8
69358 [일반] 지옥철 일기 [27] 비염7274 16/12/11 7274 9
69108 [일반] 돌아왔습니다. 감사스터디. 함께해요! [19] 스테비아4788 16/12/01 4788 3
69070 [일반] 취준생이 직접 느끼는 낮아지는 취업의 질 이야기 [49] 달토끼16918 16/11/30 16918 2
68596 [일반] 올 해 두 명의 96년생 [16] swear8020 16/11/12 8020 28
68482 [일반] 후쿠오카 하카타역 앞에 큰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24] 어리버리11440 16/11/08 11440 1
68272 [일반] 청계광장에서 이재명시장의 연설입니다. 진짜 쥑이네요. [83] 서울우유15575 16/10/29 15575 29
67953 [일반] 예비군과 담배 [9] CoMbI COLa6098 16/10/13 6098 0
67921 [일반] 84년산 서울촌놈의 첫 제주 홀로 여행기 (1) [5] 시즈플레어3876 16/10/11 3876 3
67906 [일반] 일본에서 이번엔 지하철 승무원이 외국인 차별발언? [44] 군디츠마라12246 16/10/10 12246 0
67821 [일반] 나의 첫 원룸 구하기 [27] 비싼치킨9624 16/10/05 9624 4
67765 [일반] [잡담] 쓰레기란 소리를 들었다. [5] 언뜻 유재석4805 16/09/30 4805 6
67753 [일반] '불편해도 괜찬아' 점점 달라지고 있는 대한민국 [17] 키토18858 16/09/29 18858 14
67697 [일반] 북한에 대한 제 생각. [121] 호풍자9881 16/09/25 9881 3
67664 [일반] [교통] 종로에서 집회 및 행진합니다. [7] 물범4337 16/09/22 4337 4
67629 [일반] 흔한 헬조선의 지하철 진상열전 [42] 달토끼12795 16/09/20 12795 18
67518 [일반] 세번째 퇴사를 앞두고...그냥 주절주절.. [21] 강북스타일9878 16/09/10 9878 11
67460 [일반] 경기침체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시 경전철 사업 [19] 군디츠마라6048 16/09/07 6048 0
67414 [일반] 어느 역무원의 하루 ㅡ 땜빵맨 [15] 부끄러운줄알아야지4925 16/09/04 4925 8
67287 [일반] 쳐다봐도 되는 자유? [147] 성동구15093 16/08/28 15093 4
67248 [일반] 사소하지만 제게는 신기했던 일 경험담입니다(괴담 아니에요) [14] 귀여운호랑이5108 16/08/26 5108 1
67232 [일반] [프로듀스101] 주요 탈락자 근황 정리 [19] pioren6172 16/08/26 6172 5
67221 [일반] 인디음악 소개 [18] *alchemist*3796 16/08/25 3796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