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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22 22:43:06
Name 웃어른공격
Link #1 내머리속...
Subject [일반] 나의 청량리 답사기??(1)


때는 1998년 대학생이라는 이름의 자유를 획득한 나는 공부따위는 관심없고,


공강시간마다 운동장을 차지하며 축구 농구등으로 뛰어놀기 일쑤였고, 강의가 끝나면 당구장으로, PC방으로,


지금은 한잔도 입에 대지 않는 술을 마셔보겠다고 그노무 호프집들을 악착같이 따라다니며,


공부와는 담쌓고 놀기에 바쁜 잉여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고 들었지만....당시 대학교 1,2학년은 노는게 당연하다 시피한 분위기였고...


F하나 없는 학생은 우리 학과 1학년 통틀어 3명도 안됐을것이다...그렇게 하는둥 마는둥 시간은 흘러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되었고...


방학이 되어서는 뒹굴거리기 스킬이 극에 당하여 방바닥과 거의 일체화 되어가고 있을무렵..


그꼬라지가 영 못마땅하게 보시던 아버지는 저눔시키 나 안보이는데로 치워려야겠다고 결심하셨는지,


아버지의 지인분에게 나를 팔아 넘기셨고...


그렇게 백화점 추석 특별 할인행사인력으로 팔려가게 되어 내생에 첫 생산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명절 특별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식품 코너의 굴비 매장으로 첫출근을 하게 되었다.


먹어보기만 했지 조기가 뭔지 굴비가 뭔지....누군가 나에게 꽁치를 가져다 주며 이게 굴비라고 했다면 그렇구나...하고 팔러갔을


생선에 대해선 개뿔도 모르는 쌩 초짜 알바 지원생이 된 나는 나름 면접이라는 큰 행사를 위해


사놓고 대학교 입학식과, 막내 삼촌 결혼식때 딱 두번 입어본 정장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롯데 백화점 청량리점을 향했다.


그전까지 백화점은 나에게 지루할뿐인 공간일뿐인지라, 부모님이 백화점에가면 찾으러 올때까지 난 서점 코너에서 걍 책만 보고 있기 일쑤였으니까...


이미 우리 아버지와 사장님이랑 이야기 다됀 형식뿐이었을 면접을 끝내고 지하 식품코너에서 기존에 일하던 선배들과 인사를하고,


나외에 또하나의 투입 인력이었던 한친구와 추석 전후 약 3주간 특별 행사를 지원해주고, 1달 급여정도를 받기로 했다...


멋도 모르고 개꿀 알바자리를 받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겨울에 스키 여행이라도 가야하나? 하는 즐거운 고민도 했던것 같다.


그렇게 첫출근을 했고, 일을 시작한지 3시간 즈음부터 여기서 나가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지금처럼 대형마트가 동네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다보니, 명절때 즈음의 백화점은 전쟁터를 방불할 정도로 바빳고,


항상 운동화에 청바지 정도로 헐렁하게 다녔던 나에게 정장+구두 조합은 갑갑하고 불편했으며,


무엇보다도 앉아서 쉬는게 허락되지 않는게 가장 힘들었다.


업무시간 내내 서있으면서, 손님들의 문의에 답하고, 물건을 포장하고, 떨어진 물건을 다시 채우러 냉동창고로 가서 물건 가져와서 진열하고,


그러면서도 힘들다는 티라도 내면, 같으매장 선배에게 쪼인트도 까였었다.....(기존 선배들은 이일을 최소 3년 이상씩은 해온듯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카운터에 앉아있다고 본사에 신고 햇다는 따위의 글을 본적이 있다....


앵간하면 자상하게 넘어가주자...난 지금도 서서 일하기 싫다.....


그렇게 전쟁같은 일주일을 보내면서 내발은 매일 퇴근때마다 팅팅부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댔고,


다음날 아침이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발을 신발에 구겨 넣으며 백화점을 향했다.


아마 아버지 아시는분이 아니었다면, 3일즈음에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고등학교때까지 씨름을 하셨다고 한다....성격도 무쟈게 급하시다...요즘도 라이온스 클럽인가뭔가하고, 향우회 등등에서 항상 누군가와 싸우시계시다.


예전에 한번 대들었다가 우리아버지가 한쪽 창틀을뜯어서(창문이 아니다.창틀이다.시멘트랑 붙어있는 그거)..날 줘패신이후로 아버지가 가라고 하면 가는거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날즈음....안그래도 잘팔려서 짜증나는데, 특가 행사랍시고, 선물세트에 안들어가는 자잘한 굴비들을 싸게 팔기 시작했다.


그전까지가 그냥 커피였다면, 이 특판행사는 TOP다.....


바쁘긴 했지만...그래도 약간의 여유가 있었던 고가의 선물세트가 아닌, 돋대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지옥이 펼쳐졌고....그렇게 아침에 떼어온 물건이 동나가고 있을즈음


사장님은 나와 선배 하나를 불러서 백화점 창고에 물건이 다 떨어져가니, 회사 창고에서 물건을 더가져오라고, 특명을 내렸다.


서서 일하는것도 아니고, 아주머니들에게 깔려죽을것만 같은 전쟁터도 아닌 진정한 힐링 타임이란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백화점 주차장을 향했다.



선배 - 많이 힘들지?

나   - 네 죽것습니다....

선배 - 말이라도 괜찮다고 해야지 임마..

나   - 아뇨 도망가고 싶어요...


이런 시덥잖은 소리를 하면서 백화점을 나섰다....


선배 - XX야

나   - 네?

선배 - 여기가 어딘지 아냐?

나   - 백화점이죠.....

선배 - 아니 그거말고...여기....

나   - 아......


순간 무슨 이야기인지 깨닳았다...앞에서 언급한대로 서점에서 책보기등의 텍스트(?)를 좋아 했던


문학소년인 나는....소라 뭐시기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TEXT 라던지....썬데이서울(?)같은 요상한 잡지에서 가끔 언급되던


양대산맥인 텍사스와 588에 관한 이야기라는것을 대번에 눈치챘다....


사실 처음 청량리 백화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부터 살짝 궁금하긴했다....청량리 빨간 조명 가게들은 어떻게 생겼었는지....


하지만 그게 어디인지 누구에게 물어볼수도 없었는데...이 선배가 갑자기 잘생기고 세상을 통달한 현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선배 - 지금 나가는 이길이 588이다....(음흉한 미소를 시전했다)

나   - 네? (두리번 두리번)

선배 - 이시키 조낸 좋아하네.....

나   - (두리번 두리번)

선배 - ........야.....

나   - (두리번 두리번)

선배 - 야.....이시간에 열었겠냐?.....



그렇다...2시즈음이었던거 같은데 그시간엔 죄다 문을 닫고 있는게 당연한 거였다.


1주일 내내 일하러 다녔건만....백화점 뒤쪽으로 나가볼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으니, 이곳에 신세계가 있을꺼라곤 상상도 못했다...


선배라는 사람의 말이 없었다면 난 아마 아직도 청량리588은 전설속에 내려오는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선배 - 여자친구는 있냐?

나   - 아뇨...

선배 - 그거 해본적없어?

나   - .........

선배 - 이거 오늘 퇴근하면 바로 달려갈 기세네....크크크


당시난 이성의 손 조차도 잡아본적도 없었다. 이래서 남고-공대 테크트리가 문제다. 나에게 다른 문제따윈 있을리가 없었으니......


물건을 가져와서 다시 전쟁터로 돌아왔고, 같이온 선배는 다른선배들과 나를 놀려댔었던거 같지만


나는 오늘 돌아가게될 퇴근길이 더 기대(?) 됐기에 그들의 놀림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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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야근중에 생각나서 끄적여 봤는데...시간이 꽤 걸리네요....쿨럭...

퇴근해야지....이게 뭔 뻘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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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2 22:47
수정 아이콘
크크 옛 생각나네요.
전 청량고등학교 나와서 자주 지나만 갔는데요. 찾아보면 낮에도 문연데가있었지요
순규성소민아쑥
17/12/22 22:54
수정 아이콘
왜 짤라요! 왜 짤라요! 왜 짤라요!
17/12/22 23:02
수정 아이콘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다음편 가즈아-
점박이멍멍이
17/12/22 23:04
수정 아이콘
실제로는 전농동 588번지...
이제는 재개발되어 없어지네요
PROPOSITION
17/12/22 23:11
수정 아이콘
웃어른공격님께서 일한곳이 그 대로건너면 있는 현대백화점 맞으신지?크크 저는 청량리를 두번 가봤는데 한번은 추석때 친척형이랑 현백 구경, 그 다음은 우체국에 등기찾으러 갔었을때 그 588 입구를 낮에 지나갔는데 입구에 마대걸레자루같은 엄청 굵은 타레가 매달려있고 경고장이 붙어있어서 뭔가 들어가면 안될 분위기 +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처럼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eternity..
17/12/23 02:41
수정 아이콘
저의 예지력 상승 글이네요. 흐흐 저도 군대가기 전에 그 부근 + 미아리 부근에서 술 많이 먹었습.... 읍읍....(판사님 위의 문장은 저희 집 미어캣이 썼습니다...)

다음편 빨리 업로드되길 기원합니다...
Janzisuka
17/12/23 11:15
수정 아이콘
어릴적에는 부천역 근처에서 자주 지나갔었고...(버스정류장에서 전철역가려면...)
평택에서 길 잘못들어 들어갔다가 당화했었고..
영등포에서는 백화점 갔다가 담배피러 뒤로 나갔다가...또 당황...

개인적으로 상당히 꺼려하던 거리들입니다.
불빛에 유리창에 호객행위까지 하는...진짜 어디서 들었던 성을 파는 정육점 같은 분위기여서
구역질 났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몸을 마음을 주고 얻는게 아니라 돈을 내밀며 산다는 것에 충격이 있네요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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