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1/19 02:13:08
Name 及時雨
File #1 9d8e8da94054e7ca2e46591b3a171093949fe62f486f27f1c8ecc934fb9423aa1a8d63fbdff9602bffab24c46d611b8ca975613838b6d624c995ed57e0d2833b6ce80e5f7180df384c9d0f5f3d3ce27967f13adecb8ff14db18481af53003c2c_(1).jpg (104.9 KB), Download : 63
Subject [일반] 나도 따라 동네 한 바퀴 - 노량진 사육신공원


요새 KBS 1TV에서 토요일 오후 7시마다 배우 김영철씨가 출연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늘상 유튜브에서 궁예나 김두한으로만 만나오던 중견배우 김영철씨가 메인 MC로 나오는 프로그램입니다.
소탈하게 걸어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 동네마다 쌓인 역사를 돌아보는 게 전부인데, 그게 참 여러모로 요즘 시대에 느끼기 힘든 따뜻함을 전해주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파일럿 방영할 때부터 매 회차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어느덧 최불암씨의 한국인의 밥상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버렸네요.
엊그제, 문득 날씨가 간만에 괜찮길래, 저도 김영철씨처럼 걸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A2PlPW.jpg

그래서 와봤습니다, 노량진 사육신공원.
집이 용산이긴 한데, 종종 자전거 타고 노량진까지 놀러나오곤 합니다.
지나치면서 곁눈질로 보기는 많이 봤는데, 정작 공원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을 한 건 이 날이 처음이었어요.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맞아주는 큰 홍살문이 보여서 찰칵.
나뭇가지에 누군가 날리던 연이 걸려 있는게 인상 깊었습니다.



HfS3HQS.jpg

이 곳이 사육신공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조선시대부터 사육신을 기리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카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세조 즉위 후에도, 단종에 대한 충성을 잊지 않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단종 복위를 위한 거사를 모의했지만 다들 익히 아시듯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이들 중 대표격인 6명을 사육신이라 부르는데, 그 선정을 두고 유응부와 김문기 중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성삼문, 유응부,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김문기까지 7분 모두를 사육신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성삼문, 유응부, 하위지, 이개, 김문기 5명은 거열형으로 사형당했고, 박팽년은 고문 끝에 옥사, 유성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후 새남터에 버려져 있던 이들의 시신을 매월당 김시습이 수습하여 노량진에 안장했고, 이게 지금 사육신공원의 시초라고 합니다.
7분의 무덤이 이곳에 모여 있는데, 그 중 성삼문, 유응부, 박팽년, 이개의 묘는 진짜 묘이고, 하위지, 유성원, 김문기의 묘는 가묘입니다.



xbicTEk.jpg

사육신 개개인의 약력입니다.
충신불사이군의 정신을 스스로 몸소 실천하신 분들답게, 시호에 모두 충성 충(忠)자가 들어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5O3fn7c.jpg
oxDpU0l.jpg

불이문과 의절사의 전경입니다.
두 군주를 섬기지 않는 뜻과, 의와 절개를 지켰다는 뜻을 각각 담고 있는 것 같네요.
의절사 안에는 7분의 위패를 모셔두고 있습니다.



D5qyt3F.jpg

그리고 앞에는 이렇게 향을 올릴 수 있도록 향로가 놓여져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저도 성냥을 켜서 조상님들에게 향 한 개피 피워 올렸습니다.



z4G5kMQ.jpg

의절사 뒤편으로 돌아가면 사육신묘가 있습니다.
이건 성삼문, 유응부, 박팽년, 이개 네 신하의 무덤입니다.
무덤 앞에는 작은 비석 하나만이 세워져 있는데, 그나마도 성씨의 묘, 유씨의 묘처럼 이름도 다 적혀있지 않아서 처연하게 느껴졌습니다.



83YF4q3.jpg

이쪽은 하위지, 유성원, 김문기 세 분의 묘역.
이 무덤들은 가묘라서 따로 위치를 둔 것 같더라고요.



u3OEQus.jpg

묘역을 한바퀴 빙 돌 수 있어서 무덤 뒤쪽으로도 가보았는데, 묘하게도 무덤 석물로 자주 보이는 문인석이 땅에 반쯤 묻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무덤 옆이 아니라 저런 곳에 묻혀 있는지 궁금한데 어디 물어볼데가 없네요...



vzKcSKn.jpg

의절사를 나와 조금 더 올라가보니 사육신 역사관이 보입니다.
여기를 또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죠.



QTGbV6D.jpg
nV1RaMM.jpg

작은 전시관이지만 당시 상황과 사육신의 충의, 그리고 이들의 복권 과정까지 상세하게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역사에 관심도 많고 박물관 돌아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상당히 충실하게 잘 만들어 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육신공원에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이곳 역사관도 꼭 들러보셨으면 좋겠네요.



dMHulDi.jpg

이렇게 칼과 차꼬를 직접 차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존도 있습니다.
저는 혼자 갔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따흐흑...
여러분은 꼭 누구 한명 데리고 가세요 ㅠㅠ



gWaf88Q.jpg

사육신 역사관을 나와 왼켠으로 약간 더 올라가면 조망명소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새 휴대폰을 산 김에 탑재된 기능인 파노라마로 찍어봤습니다.
왼편에는 63 빌딩이, 오른편 강 너머에는 서울타워가 보이는 탁 트인 멋진 뷰에요.
앞에 군 부대가 있어서 철조망이 있는건 살짝 아쉽지만, 한강철교를 따라 전철이 달리는 걸 보면 왠지 즐거워집니다.



KZaF2ft.jpg
g55MwmB.jpg
mATaimg.jpg

돌아오는 길, 꽃봉오리를 맺은 목련과, 밑둥이 텅 비었음에도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는 고목을 마주했습니다.
새삼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늘 추운 겨울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덧 봄은 다가오고 있네요.



hBTlQdr.jpg

집에 오면서는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넜습니다.
따릉이 완전 좋아요 서울시의 자랑입니다 히히



xcf3gUD.jpg

강을 넘어오면서, 이 날의 여정은 마무리했습니다.
평소 가봐야겠다 가봐야겠다 생각만 하던 사육신공원을 돌아볼 수 있었고, 간만에 날도 좀 맑았던 터라 마음도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나도 따라 동네 한 바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날이 맑은 날, 주변 동네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네요.




uBTAAk1.jpg
Kop65ZM.jpg

이건 덤 같은 느낌으로, 이 날 본 낮달과 마주친 고양이입니다 흐흐.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이렇게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 있어서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날이 맑은 날, 동네 한 바퀴 돌아보시는 여유를 가지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저녁 7시에 방영될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도 감상하시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칼라미티
19/01/19 02:47
수정 아이콘
저도 여기 근처 산지가 십여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가본건 두 번밖에 없네요... 시설이 깔끔하게 잘 되어있죠. 나름 불꽃 축제 관람 명소기도 하구요.
19/01/19 03:02
수정 아이콘
앗 우리부대다...
사육신공원하면 11년전에 저기서 근무할때 야간에 뒷산에서 보초서면서 많이 봣던 애정행각 벌이던 커플들만 생각나네요
DraGoon_play
19/01/19 03:58
수정 아이콘
보기좋네요
세인트루이스
19/01/19 07:04
수정 아이콘
오 유퀴즈 온더 블럭 재밌게 봤던 시청자로 딱 끌리는 프로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19/01/19 08:52
수정 아이콘
노량진 공부할때 밥먹고 산책 많이 갔었죠 고양이 겁나 많았었는데
19/01/19 09:36
수정 아이콘
이 프로 정말 좋습니다.
외력과내력
19/01/19 09:4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평양냉면
19/01/19 12:05
수정 아이콘
노량진에서 공부했었는데...역사관 내부는 처음 보네요
이성이랑 사육신공원 3번 올라가면 떨어진다는 노량진 전설(?)이 있었죠 크크
우와왕
19/01/19 13:32
수정 아이콘
저도 노량진 공부할 당시 고시식당 저녁 먹고 한바퀴 걷는 코스였습니다 흐흐
쭈구리
19/01/19 18:17
수정 아이콘
20년전부터 다녔고 저도 많이 좋아하던 곳인데...불꽃축제때 가보고 나만 아는 곳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었었죠
elegantcat
19/01/19 19:33
수정 아이콘
동작구민이라 국사 수행평가는 무조건 저기였던...
19/01/19 22:02
수정 아이콘
덕분에 좋은 프로 알아갑니다.
19/01/19 23:20
수정 아이콘
와 사진까지.. 정성 가득한 글이네요 다음탄은 제가 준비해볼까....
19/01/21 11:28
수정 아이콘
저도 이 프로 좋아하는데 동네에 있는 식당 들리는 게 빠졌네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547 [일반] 정보와 혐오 [12] UMC7187 20/06/04 7187 2
86336 [일반] 새상품을 구매했는데, 중고상품이 배달이 왔습니다 [29] 퐌느11655 20/05/20 11655 4
85374 [일반] CGV, 메가박스 직영점 40여개 영업중단 [45] 빨간당근14970 20/03/26 14970 0
84645 [일반] 영화 1917이 별로였던 이유(스포일러 있음) [31] Volha8229 20/02/24 8229 2
84604 [일반] 빵지순례 (사진 많음) [36] 모모스201312382 20/02/23 12382 13
83131 [일반] 리얼포스 구매 후기(지출에 도움을 주신 피지알러 두분) [36] 분당선11941 19/10/15 11941 2
82923 [일반] [기계식키보드] 오늘 용산에서 있었던 일 [53] 분당선11366 19/09/30 11366 1
82310 [일반] 맛집을 찾는 방법 [30] 치열하게14308 19/08/21 14308 11
81865 [일반] 노스포) 라이온 킹 용산 아이맥스 관람 후기 [27] 녹차김밥8037 19/07/18 8037 2
81539 [일반] 토이스토리4 보고왔습니다 (내용없음) [23] wannabein9405 19/06/20 9405 1
80960 [일반] '패스트트랙' 공수처法 '수사대상' 7245명..대통령도 포함 [187] 쿠즈마노프19315 19/04/27 19315 41
80846 [일반] 야밤에 잡설 [3] ljchoi5718 19/04/20 5718 1
80657 [일반] 日산케이 “韓 초등교과서 강제징용 피해자 사진은 허위” [19] 잰지흔10259 19/04/04 10259 5
80494 [일반] [소소한 일상이야기] 남편, 비상금, 그리고 100만원. [67] Hammuzzi11467 19/03/20 11467 62
80331 [일반] 고양이와 마우스 그리고 AS. [12] 김티모7709 19/03/06 7709 2
80267 [일반] 나도 따라 동네 한 바퀴 - 삼일절 전날 근본투어 [5] 及時雨7718 19/03/01 7718 9
79994 [일반] 알리타 배틀앤젤 후기(노스포) [38] 이부키10734 19/02/05 10734 1
79849 [일반]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 암초를 만났습니다. [79] 아유13737 19/01/24 13737 3
79835 [일반] 용산의 추억(2) - 진짜 본편은 지금부터. [16] Croove6224 19/01/23 6224 14
79829 [일반] 용산의 추억(1) - 재고와 매입의 정의 [18] Croove8119 19/01/22 8119 18
79818 [일반] 용산의 추억 티저 - 이른바 용팔이가 되는 원인 간단히 재방 [15] Croove9988 19/01/21 9988 47
79808 [일반] 이제는 수강신청에서도 남성들이 차별받네요 + (추가) 담당 직원 실수 해명 [94] 2035820138 19/01/20 20138 22
79798 [일반] 나도 따라 동네 한 바퀴 - 노량진 사육신공원 [14] 及時雨7486 19/01/19 7486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