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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2 09:43:08
Name Its_all_light
Subject [일반] [도서]다섯째 아이 - 사회적으로 다름을 규정해줘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해방촌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해왔었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잠정 중단하였습니다.
이 기회에 그동안 모임에서 진행했었던 책 내용을 요약하거나 읽고나서 들었던 생각들을 올려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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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태어날때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크고 근육질인 아이. 처음으로 한 말이 ‘엄마’나 ‘아빠’가 아니라 “난 케이크를 원해”인 아이. 어려서부터 개와 고양이의 목을 졸라 죽인 아이. 생김새도 행동도 말투도 다른 아이. 벤. 벤은 주변을 파괴시켰다. 해리엇의 다른 네 아이들은 벤의 눈치를 봐야했고, 가족의 평화도 깨졌다. 

병원에서는 벤은 남들과 다른 것이 아니라 그저 활달할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벤을 낳은 해리엇은 그 아이를 다른 종족이라 믿었다. 아니 믿어야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요양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요양소에서 벤은 벌거벗은 채 구속복에 갇혀 강한 마취제를 맞고 실신해있었다. 힘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항상 싸우고,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한 주사를 맞아야 했다. 해리엇은 죄의식때문에 결국 그를 다시 데려왔고 가족들과 멀어졌다.

해리엇은 남들과 다른 아이를 낳았다는 것에 자신이 책임이 있지는 않을까 죄책감에 살아야 했고, 사회는 책임을 해리엇에게 전가시켰다. 요양소로 보내는 것도 해리엇의 결정이어야만 했고, 열약한 요양소 생활은 벤을 짐승 혹은 악으로 규정했기에 행해진 처사였다. 요양소에서 벤을 데려온 책임도 해리엇이 져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그녀의 삶, 더 나아가 가족들의 삶 역시 무너졌다.

사회가 책임져주지 않은 벤 역시 행복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어주는 것은 오직 난폭한 패거리들 뿐이었고, 사회의 그림자인 지하세계의 일원이 된다. 나중에는 갱단의 우두머리가 되고 며칠씩 집을 나가 도둑질과 강간과 강도질을 해 가며 지하세계의 한 일원이 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회로부터 악이라 규정되어지고 사회로부터 처벌받게 될 것이다.

차이를 규정받지 못한 다름.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다름.
차이를 인정하면 죄책감을 갖게하는 사회.
그 사이에서 파괴된 개인들의 삶.

-
다운증후군은 선천적 다름을 사회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교육으로도 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려운 사람들을 규정하고 격리(?)시켰다. 그들은 그저 유전자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돌연변이들이지 사회의 악이나 개인이 책임져야할 대상이 아니다. 해리엇이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다른 종으로라도 규정하는 것이 그녀와 벤, 그리고 사회 모두를 위한 일이었지 않을까.


책갈피가 있던 자리 | 

????'난 벤이 태어난 이후 줄곧 벤 때문에 비난을 받아온 것 같아요. 난 죄인처럼 느껴요. 사람들이 내가 죄인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중략)  하지만 벤에 대해서는 –전 그저 죄인이죠!’ -p.140 

????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은 여자, 그녀는 입 밖에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격렬하게 자신을 옹호했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신봉하고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판단해 볼 때 그녀는 벤을 그 장소에서 데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으로부터 그 애를 구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의 가족을 파괴했다. 그녀 자신의 인생에 해를 끼쳤다…. 데이비드의 인생…. 루크와 헬렌과 제인, 그리고 폴의 인생에도. 특히 폴의 경우가 가장 나빴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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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30년
20/12/02 09:54
수정 아이콘
기억이 오래되었지만 책은 인상깊게 읽었는데 민음사꺼 번역이...어후 못봐줄 수준이었던거 같습니다.
Its_all_light
20/12/02 10:17
수정 아이콘
제가 번역에 민감한 편은 아니라서 그 부분은 기억이 잘안나네요.. 그래도 다행히 책이 얇아서 금방 읽었네요!
slo starer
20/12/02 10:30
수정 아이콘
읽은지 오래되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네요. 가족이지만 가족을 파괴하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책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Its_all_light
20/12/02 17:14
수정 아이콘
가족을 파괴하는 존재에게조자 죄책감을 느끼는 모성애가 안타까웠죠
도르래
20/12/02 13:14
수정 아이콘
오래 전 이 책 읽을 때 내용이 워낙 우울해서 나중에 결혼해도 다섯째 아이는 낳으면 안되겠다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Its_all_light
20/12/02 17:15
수정 아이콘
양육비때문이라도 다섯째는 힘들겠는데요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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