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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9 15:15:39
Name azrock
File #1 emile_jump.jpg (16.5 KB), Download : 74
Link #1 https://www.nytimes.com/2020/11/02/opinion/emile-bruneau-dead.html
Subject [일반] 친구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며 (수정됨)


2019년 1월 4일 첫번째 뇌수술을 받고 나와서 컴퓨터에 남겨둔 아내를 위한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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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했던 생각이 있는데. 물리학에서 말하길, 우리의 물리적인 mass는 절대 실제로 닿는게 아니라, 외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면서 그게 닿는다는 감각을 주는거래. 내가 신경과학자로서 배운거 또 하나는, 우리의 뇌는 사실 세상을 실제로 보는게 아니라 보이는 현상을 해석하는 것 뿐이라는거야. 그래서 내 신체가 사라진다는건 결국 아무 일도 아닌거야. 당신에게 있어서 나라는건 결국 내 마음이 당신에게 어떻게 비쳐있는지가 전부니까. 나는 당신안에 항상 있어왔고 항상 있을거야.


"I just had a thought: I learned in physics that our physical mass never actually touches another – the outer electrons of each repel, giving us the illusion of touch. As a neuroscientist, I learned that our brains don’t really see the world, they just interpret it. So losing my body is not really a loss after all! What I am to you is really a reflection of your own mind. I am, and always was, there, 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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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브루노 (1973-2020)


사실 제 친구는 아닙니다.

나이 차이도 한참 나고, 제 아내의 대학원생 때 친구로 여럿이 만나서 두어번 놀고 운동 몇 번 같이 한게 전부

사실 제 아내의 친구도 아닙니다. 

아내가 대학원생 2년차 들어가서 한참 임포스터 신드롬 겪고 있을 때, postdoc 으로 같은 학교에 있던 사람


아내가 에밀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이랬습니다.

"박사 오래하고 자리 특별히 못 잡고 postdoc 와 있는 사람이 이렇게 긍정적이어도 되고 이렇게 자신만만해도 되는건가? 이 사람은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서 도저히 친해지고 싶지 않다"


제가 에밀을 두번째 만났을 때 인상은 이랬습니다.

"두번재 만난 사람이 나한테 어깨동무 해도 되는건가? 이게 바로 아메리칸 스타일? (그 이후로 나한테 어깨동무한 미국사람 없음), 금융위기 터지고 잡마켓 망해서 죽고 싶은데 얘는 금융 쪽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근거로 다 잘될거라고 말하는걸까?"


그런데 내가 내 고민을 말했을 때 이 정도로 진심으로 들어주고 진심으로 긍정적이면서 그게 실제로 위안으로 작용했던건, 에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서로 더 이상 겹치지 않아, 제가 따로 연락한 적은 없습니다.


결국 에밀은 좋은 교수 잡을 찾을만큼 학계에서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절대로 그만큼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그는 너무나도 세상에 바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연구만을 하고 싶어했고, 학계에서는 종종 그러한 열정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네요.


몇년 전 와이프가 미국 서부쪽에 자리잡고 얼마 안되어서, 에밀이 샌프란시스코 방문할 일이 있어 한 번 만났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4~50분 거리에 있는 학교 근처에서 만나는데 에밀이 한시간 가까이 늦었습니다. 왜 늦었는고 하니, 샌프란시스코는 자전거 타고 다녀보고 싶어서 자기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어서 가져왔는데, (3시간 거리를) 타고 오다가 체인이 나갔다고 하네요. 그냥 와서 빌려 타면 되지 왜 굳이 오래된 자전거를 여기까지 들고와서 타나 했더니, 15년 전에 자전거로 유럽 일주 여행을 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그 다음날 새 자전거를 사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날아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자전거가 슬퍼할까봐 다른 자전거는 탈 수가 없었다고... (어차피 모든 부품들이 한번 이상씩 다 교체된건 비밀)



지난 9월 30일

뇌종양인지 뇌암인지 잘 모르겠지만 2018년 말에 발견된 Brain Cancer 와 2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년전 Brain Cancer 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뭘 어떻게 해야하나 5분간 고민하다가 100불짜리 Wholefoods 쿠폰과 완쾌 기원 메세지를 보냈던 기억이 문득 났습니다.


한번쯤 찾아가보지 못한게 미안한 마음에 어디 따로 추모할 곳이 없어 이 글을 씁니다



다음은 에밀이 Brain Cancer 를 처음 발견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일기 형식의 메세지보드를 읽다가 

공유하고 싶은 글이 있어 원문과 번역을 남깁니다.

(https://www.caringbridge.org/visit/emilebruneau/journal)



2019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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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주변사람들로부터 내가 앞으로 다가올 싸움을 이겨내려는 야심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걱정을 듣곤 한다. 이전에 썼던 글들에서 내 암에 대한 현실적인 면과 생존율 곡선을 얘기했지만, 내가 이 병을 싸워서 꼭 이기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도 물론 마음이 가진 힘,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오늘은, 내 야심이 어떤건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두고 싶다.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났을때부터 조현병 환자셨다. 어머니는 너무나도 간절히 아이를 원했는데, 임신 때의 호르몬 변화가 그 병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어 그토록 원했던 아이와 많이 함께하지 못했다는건 잔혹한 아이러니였다. 나는 내 어린시절 내내 그 질병이 가져오는 공포를 맨 앞좌석에서 보았다. 망상, 편집증, 그리고 내 어머니는 경우에는 끈임없는 환청과 같이 보통 사람들에게서 없는게 나타나는 "양성증상" 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결여된 "음성증상" 이 있다. -내 어머니의 경우에는 그러한 환청이 진짜가 아닐것이다 라고 사고할 수 있게끔 해주는 뇌 기능의 붕괴처럼- 

그녀 자신의 마음에 의한 고통 말고도, 젊고 아름답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여성으로서 때로는 홈리스처럼 길거리에서, 때로는 무력하게 보호시설 안에서 어떤걸 견뎌내야 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끔 나도 그녀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힐끗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조금 컸을때 어머니와 함께 고스트버스터즈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악마로 변한 시고니 위버를 Thorazine(정신분열 안정제) 300cc 를 투여해서 잠재워뒀다라는 빌 머레이의 대사가 떠오른다. 그 때 어머니가 무심코 말했다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은데?"

8년전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장례를 치르며 어머니 머리 위쪽에 았던 원형의 흉터를 보게 되었다 - 짐작컨데 70년대의 정신질환 치료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기념비같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있는 어머니의 팔목에 있던 밴드를 보며 이게 사고로 생긴게 아닐꺼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고통이란게 뭔지 알고 싶나? 이런게 고통이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그냥 순순히 고통을 감내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서  그 질병과 싸웠다. 이를 악물고 울부짖으며 싸웠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로 놀라운 점이 뭐고, 이게 단순히 처참한 비극이 아닌 승리의 이야기가 되게 만드는건지 아는가? 어머니는 그 악몽과 싸우면서 단 한번도 내게 험한 말, 표정, 생각을 내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그녀의 아들을 그 모든 싸움에서 지켜주었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아들이 자기보호에 집중하거나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그 대신 그녀의 마음을 생각하고 헤아려보게끔 해주었다. - 그녀의 현실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언젠가 내게 올 수도 있는 나만의 전투에 내가 최대한 대비할 수 있도록 - 그리고 아마도 그녀의 가장 큰 선물은 내가 사랑이란게 어떤건지 진정으로 알게 해준 것일 것이다.


그녀는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골짜기로 걸어들어갔다. 싸우고 울부짖고 고통받으며... 하지만 그녀의 뒤에는 혼돈과 파괴가 아니라 생명과 창조와 빛이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지만 나에게 준 것은 오직 밝음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야심에 대해서 말해줄께. 나는 빌어먹을 발키리의 아들이라고! 난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게 싸워나갈 생각이다. 내 싸움이 생존율 곡선에 있어 얼마나 오래 살아남냐가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빛을 내느냐로 매겨지길 바란다. 내가 흘리는 피가 아니라 세상에 줄 수 있는 빛으로 내 성공이 가늠되길 바란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을 붙여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이 전장을 떠나고 싶다.


내 야심 어때? :-)


 My mother became schizophrenic when I was born. She wanted so badly to have a child, and in cruel irony, the hormonal shifts from childbirth likely triggered the very illness that would so often keep her from him. I had a front row seat, my entire life, to the horror that this disease brings. There are the ‘positive symptoms’ of delusions, paranoia, and, in her case, continual auditory hallucinations -- devils haunting her waking (and dreaming) moments. And there are the ‘negative symptoms’, most notably a disorganization of the very brain regions that would allow you to at least conceptualize that some of it might not be ‘real’. Aside from the self-assault by her own mind, you can imagine what else she forebore as a beautiful, young, compromised woman, homeless on the streets or helpless in the institutions. Sometimes I get glimpses of what her life must have been. Watching Ghost Busters with her in my adulthood, Bill Murray’s character says the dosage of Thorazine used on the human turned beast to knock it out -- “That’s a lot” she says casually. Upon her death (to painful cancer 8 years ago), I find a circular scar on her head - another potential monument to all the anti-psychotic treatments of the 70s. I don’t know when I thought back to realize that the bandages on her wrists that time I saw her at the hospital were probably not caused by ‘an accident’. You want to see suffering? That is suffering. And she did not just take it. She went into battle with that disease with everything she had. She fought with tooth and nail and wild wail.


 But you know what is truly remarkable about this story? What makes this a story of triumph rather than pure tragedy? Never once, through the entire nightmare, did she ever give me a harsh word, look or thought. She somehow managed to spare her child every bit of the battle. And in so doing, she allowed his mind (my mind) to focus not on self-preservation or self-loathing, but allowed it and coaxed it to think about her mind -- to cultivate my empathy to try to understand my mother’s reality -- and to work from as early as I can remember to consider and strengthen my own for any internal battle that I may one day face. And perhaps the greatest gift- her actions allowed me to really see understand what Love is. 


 My mother walked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fighting and wailing and suffering, and in her wake she left not havoc and destruction, but life and creation and illumination! She walked through the dark, and gave me only light. 


 So let me tell you about my ambition. I am the son of a f-cking Valkyrie! And I plan on fighting in a way that does her honor. I want my battle to be measured not by a favorable position on a survival curve, but by the generative light that comes pouring down during the battle. I want my success to be measured not by how much blood I spill, but by how much light I give! I want to leave the battle field below resplendent with plasma that kindles the same in others and makes the world a better place.


How’s that for f-cking amb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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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
20/12/09 15:29
수정 아이콘
그의 빛을 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09 15:42
수정 아이콘
울 뻔... 강한 분이 가셨군요.
겟타쯔
20/12/09 15:47
수정 아이콘
정말 엄청난 글이군요.

에밀 브루노라는 사람의 긍정 에너지도 엄청나긴 하지만

그분의 메세지(문장과 내용), 그리고 그걸 옮긴 이 글도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크리슈나
20/12/09 15:48
수정 아이콘
글은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는데.
우연히 글을 클릭했더니 연결된 캐링브리지 채널에 남겨진 글들을 보니...참 슬프네요.
20/12/09 15:49
수정 아이콘
제가 캐링브리지 링크를 따로 남기려고 했는데 뭔가 실패해서 본문을 클릭하기만 해도 그리로 가게 만들었네요
정말 볼만한 글과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베르테르
20/12/09 15:54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짬뽕순두부
20/12/09 15:59
수정 아이콘
가까이 있던 사람이 하나 둘 씩 떠날 때면 우리가 얼마나 질병과 죽음 앞에 무력한가, 의학은 그렇게도 발달했다는데 왜 체감할 수 없는가에 대한 뼈저린 아픔을 느끼곤 합니다.
떠난 이와의 기억을 하나 씩 되뇌일 때면 전쟁이나 역병이 가지는 무시무시한 슬픔의 무게는 인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사망자 수치가 +n 일 뿐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억만큼의 무게겠지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명복을 빕니다.
수원역롯데몰
20/12/09 16:32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먹먹하네요..
모지후
20/12/09 16:47
수정 아이콘
울컥할 것 같은 글이네요. 좋은 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리어드
20/12/09 17:07
수정 아이콘
순간 눈물이 나왔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팅
20/12/09 19:01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멋진 분께서 일찍 가셨군요..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되는 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차인남자
20/12/09 20:13
수정 아이콘
너무나 멋진 글 감사합니다
PT del Sol
20/12/10 09:38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계에서의 큰 성공까지는 이루지 못하셨더라도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떠나셨을 거 같습니다. 이 정도의 마음으로 그 분을 기억하신다면 azrock님도 (떠난 분의 친구의 친구가 아니라) 그냥 좋은 친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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