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3/01 14:42:15
Name 발이시려워
Subject [일반] (영화 리뷰) 클로저 - 스포주의 (수정됨)
클로저(Closer)

  나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한다. 나 대신 발가벗겨진 남자 주인공들의 비겁함과 유치함을 보면 잠시나마 내 치부가 사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양반전’을 보는 양반들의 마음이 이랬으려나.
  
  클로저(Closer)에도 똑같이 찌질한 남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홍상수의 남자들과는 다르다. 슬프고, 불쌍하다. 결코 수학적이지 않은 사랑을 두고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찌질하다. 내 과거이자 현재다. 미래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겠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힘들다.

장면#1,2
1. 래리(클라이브 오웬)는 바람 핀 여자친구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나보다 그 사람(댄/주드로)이 잘하냐?’고 묻고, ‘창녀’라고 쏘아 붙인다.
2. 래리는 안나에게 ‘나와 이혼하고 싶으면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하자’고 는 제안한다.
> 래리가 처절하게 슬퍼 보인다. 자신의 헌신과 진심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탓에 오히려 그 간의 사랑을 육체적인 관계로 ‘격하’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런 찌질한 방어기제는 일종의 ‘정신 승리’에 지나지 않고, 사실은 너무 절망적인 감정의 발로이다. 나도 경험이 있다.

장면#3
댄은 다시 만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가 래리와 정말로 잠자리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한다. 진실을 말해 달라며 투정을 부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엘리베이터 거울로 보고는 스스로 한심해 하며 곧바로 앨리스에게 돌아간다. 정작 그런 댄은 앨리스를 버리고 안나와 긴 외도 기간을 보냈다.
> 댄의 성숙하지 못한 이기심이 왜 그렇게 앨리스의 사랑(그리고 타협)과 비교가 될까. 그런데 댄에게는 ‘그 질문’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댄은 타협을 모르고 완전한 진실만을 좇는 본인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아니까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곧바로 앨리스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본인의 과거(진실)에는 너그러운 안타까운 댄. 댄은 또 언젠가 누군가를 그렇게 떠나보낼 것이다.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연민이 든다.
# 그런데 아마 래리와 앨리스는 잠자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래리도 거짓말, 앨리스도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본 영화여서인지 더욱 찝찝하다.

앨리스의 대사 하나로 감상을 마무리 합니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자기한테도 분명 선택의 순간이 있었어’
– 댄이 앨리스에게 안나와의 바람사실을 알렸을 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3/01 15:05
수정 아이콘
참 좋은 영화입니다. 세네 번은 본 것 같아요.
Janzisuka
21/03/01 15:41
수정 아이콘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도 좋았죵
리니시아
21/03/01 17:40
수정 아이콘
[나 대신 발가벗겨진 남자 주인공들의 비겁함과 유치함을 보면 잠시나마 내 치부가 사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영화는 이런것에서 바뀐지 한참 되었죠
발이시려워
21/03/01 18:18
수정 아이콘
김민희 사귀면서 바뀌었더라구요.
음란파괴왕
21/03/01 23:37
수정 아이콘
이걸로 연극을 한적이 있어서 더 반갑네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990 6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999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6122 8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9045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365 3
101355 [정치] [단독] '이전 추진' 홍범도 흉상…'육사 존치' 적극 검토 [10] 주말1163 24/04/27 1163 0
101354 [일반] [후방주의] 삼성 갤럭시 S팬의 소소한 기능 [21] 겨울삼각형2452 24/04/27 2452 0
101353 [일반] (락/메탈) Killswitch Engage - My Last Serenade (보컬 커버) Neuromancer642 24/04/27 642 1
101352 [일반] 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 얘야, 원래 인생이란 [6] Kaestro1270 24/04/27 1270 2
101351 [일반] 키타큐슈-시모노세키-후쿠오카 포켓몬 맨홀 투어 [5] 及時雨2411 24/04/26 2411 9
101349 [일반] 인텔 13,14세대에서 일어난 강제종료, 수명 문제와 MSI의 대응 [57] SAS Tony Parker 7205 24/04/26 7205 9
101348 [일반] [개발]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完) [2] Kaestro3186 24/04/26 3186 3
101347 [일반]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5] 간옹손건미축4256 24/04/26 4256 12
101346 [일반] 민희진씨 기자회견 내용만 보고 생각해본 본인 입장 [325] 수지짜응17748 24/04/25 17748 10
101345 [일반] 나이 40살.. 무시무시한 공포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 [50] 허스키8487 24/04/25 8487 10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40] 라이언 덕후6439 24/04/25 6439 1
101295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18492 24/04/17 18492 5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5125 24/04/24 5125 12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19] 사람되고싶다2798 24/04/24 2798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62] 사부작4229 24/04/24 4229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9574 24/04/24 9574 4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5172 24/04/24 5172 13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6] 네오짱7157 24/04/24 7157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