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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7 21:13:31
Name aurelius
File #1 대동합방론.JPG (137.2 KB), Download : 82
Subject [일반] [역사] 19세기 말 조선과 중국의 지식인들을 매료시킨 책


대동합방론 (1893년)


일본의 극우 아시아주의자 다루이 도키치가 1893년에 쓴 책으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조선인과 중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책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 책을 상단 사진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http://contents.history.go.kr/front/tg/view.do?treeId=0203&levelId=tg_004_0250&ganada=&pageUnit=10


그런데 이 책의 전문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왜 조선인들이 여기에 매료되었고, 왜 일진회는 대동합방론을 근거로 한일합방을 청원했는지, 

왜 중국인들도 여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심지어 중국 지식인 량치차오(양계초)도 이에 깊은 감명을 받아 중국판 서문을 썼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얼마 전에 대동합방론 일본 현대어 번역판을 구했는데, 이제 조금 알 거 같더군요. 


사실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의 흐름을 가진 책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앞의 첫 7장을 번역해서 소개합니다. 


한 번 본인이 19세기 조선인 혹은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다음과 같은 요소에 있습니다. 


1. 먼저 대동합방론은 한일합방의 정당성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열강의 간략한 역사, 현대사회가 움직이는 원리,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제도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힘있는 자는 생존하며 약한자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2. 한편 사회진보의 원리를 "희망"과 "탐험"이라고 논하는 바가 인상깊습니다. 희망이 존재하는 사회는 진보하며, 그 희망의 궁극적 표현이 탐험이라고 말한다. 과학자의 발명, 예술가의 발명 등 모두 그러한 희망을 추구하는 탐험의 부산물이라고 말입니다. 그는 에도막부가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희망이 없었던 사회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그가 근대사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또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무역규모나 인구, 상비군의 규모와 해군의 규모 그리고 조세수입의 규모에 관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서구열강과 동양 삼국 간의 격차를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치화된 지표를 활용하면서 자신과 타자를 비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특히 무역규모를 인구로 나누어 일인당 무역액을 보여주는 부분은 마치 오늘날 일인당 GDP를 연상케합니다.

4. 아울러 동시에 러시아와 청국, 일본과 조선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을 설명하면서, 왜 러시아가 가장 위협적인지, 그리고 왜 청국은 개혁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그리고 왜 조선과 일본이 힘을 합쳐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장황하게 논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맥킨더나 브레진스키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5. 따라서 이 책이 어떻게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에 이용되었는지를 논하기에 앞서, 왜 이 책이 조선과 중국의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왜 지금까지도 한글로 번역되지 않았는지... 그것이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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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합방론


1. 서문


지구는 동서양면으로 나누어져, 그 서반구는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두 대륙으로 구성되어 있고 동반구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3대륙으로 구성되어 있다. 합해서 5대주라고 부른다. 아시아는 유럽, 아프리카의 동방으로 일본과 조선은 그 중에서도 최동단에 위치해 있다. 


우리 일한양국은 그 지리적 역사적, 물심양면으로 관계가 오래되어 본질적으로 땔래야 떌 수 없는 형제관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친하지 않고 항상 대립항쟁의 상태에 있다. 


어쨌든 반드시 양국 간에 진짜로 있어야할 모습은 아니다. 잘하면 일가일족(一家一族)의 정을 발하고 굳은 결속-제휴하여 세계의 동향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중략)


합방의 형태는 그리스로부터 시작하여 현재 유럽 여러 국가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형태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일반인들의 귀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나 실제로는 이미 아시아에서도 그런 기운이 들어오고 있으며, 그 그 기운을 통찰하고 그것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합방을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목전족하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의 견해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의 견해가 아니다. 


일한합방이 오늘날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어느날은 반드시 성취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왜냐하면 세계인류의 대세로부터 보자면 일한양국이 항상 대치하면서 사는 것은 양국민족 천년의 장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일한합방이 합당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형태는 독일과 같은 연맹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거나 혹은 영국과 같이 동군연합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혹은 아메리카처럼 합중국의 형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 점을 먼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질문이고 본인 자신도 일종의 사안(私案)이 있으나 지금은 밝힐 수 없을 양해하기 바란다. 이렇게 말하는 거은 시기가 적절할 때 일한양국의 여론이 크게 고조되는 날이 올 때 뜻이 있는 선비들이 이를 처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 이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 일로 인해 분규가 생길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세계의 대세와, 일한양국의 오랜 교섭경위, 그리고 양국합방의 이익과 청국의 관계등에 대해 서술할 것이며 그 다음은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2. 국호의 정의


천하의 사물은 이름을 붙이고 후에야 실제로 생기는 경우와 실제로 생긴 후에야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유형의 물건은 그 존재하는 형로 이름을 붙이고, 무형의 이치(理)는 이름을 붙이고나서 실제로 나타나는 것이다. 본론은 무형의 이상을 근거로 하는 것이기에 먼저 제1의 과제로 이름을 정하는 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본론의 주장은 일한양국을 하나로 합방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의제를 "일한합방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양국 합동의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자세한 사항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가간의 일은 명칭의 전후 또는 위치에 의해 양자간의 감정문제로 비화되는 일이 적지 않다. 래전 아드리아인이 로마인과 동맹을 맺어 출정에 나갔을 때 한 시인이 이를 축복하는 시를 썼는데 아드리아인에 대한 문구를 로마인보다 윗쪽에 써서 이로 인해 양국 감정이 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항상 싸우는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새로이 건국할 때에 국가의 명칭을 정하는 것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간의 일에서 쌍방의 동등함을 명시하는 것은 국교의 원칙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국토의 크고 작음이나 인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 


지금, 일한합방을 논하면서 양국의 옛국호에 의거하지 아니하고 새 국호 [대동大東]으로 통칭하고자 한다. 유럽 또한 연방국을 이룰 때 각 주가 고유의 명칭을 간직한 채 상위에 다른 국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일한합방의 경우에도 각각 일본국, 한국이라는 국호를 유지한 채 이 모두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대동大東]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다면 양국 간 국민감정이 상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호를 정할 때 지형에 의한 이름, 특산물을 따른 이름, 외국인이 붙여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지명이나 건국자 또는 발견자의 이름을 딴 경우 등 다양하다. 


오늘날 일한합방의 통칭을 [대동大東]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양국장래의 융성, 실로 동방의 해가 따오르는 것처럼 축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동"이라는 글자는 일한양국에 있어서 그 유래가 깊다. 원래 일본의 국호는 동방의 뜻을 갖고 있으며 오래 동의 글자를 사용해 나라의 별칭으로 사용해왔다. 조선 또한 동이라는 글자를 사용해 나라의 별명으로 삼았고, 조선은 상고시대 당시의 칭호지만 이는 "태양동출太陽東出, 조기선명朝氣鮮明"의 뜻을 갖고 있다. 그리고 조선의 역사서에도 "동국통감", "동국사략" 등 스스로를 동국으로 칭한 적이 많다. 일한양국이 나라의 별칭으로 "동"이라는 글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를 합방국의 칭호로 삼는 것은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일한합방의 통칭을 [대동大東]으로 정하는 것은 실로 하늘의 뜻이며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3. 세상사의 대세 (상)


사회란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구하고 같은 종에 의존하며 이에 따라 서로 협력하고 분업하기 마련이다. 같은 기상과 같은 인종을 갈구하는 것은 서로 친하기 쉽고 성질이 같기 때문이다. 그 친밀감과 성질은 만물공통의 것으로 천하의 도리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사회진화는 생존경쟁, 우월한 것이 이기고 열등한 것이 패배한다. 자연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중략)


우리 일본은 약 3백년 전 처음으로 에조치를 개척하고 류큐를 병합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 이후 홋카이도, 오키나와 현을 설치했다. 북미합중국은 독립했을 때 13개 주에 부과했으나 오늘날에는 44개 주로 이루어져있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연방국도 원래 소국합방의 형태를 취했었다. 그 외 유럽의 국가들은 속령을 넓히고 계속 변천의 상태에 있다. 한편 화친을 하면서도 동시에 경쟁을 하고, 경쟁을 하면서도 화친을 한다. 그렇게 하여 상대방과 서로 교류하면서 병진하는 것이다. 


(중략)


서양인 중에서는 세계인류가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것이 꼭 망상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5백년 전에는 지구에 800 개 이상의 국가가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70여개밖에 남아있지 않다. 전기와 증기의 힘으로 지구는 엄청 축소되어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만국통일, 세계연합은 지금으로부터 5백년 후에는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일한 또는 대동의 선비들은 이에 대해 심각하고 진중하게 생각해야할 것이다. 


만국통일은 세계의 대세이다. 만국재판소가 설치되고, 만국민법, 만국형법이 제정되고, 만국도량법이 제정되고, 만국통화가 주조되고 만국력(曆)이 탄생하고, 만국공통의 언어, 만국공통의 문자가 사용될지도 모른다. 


4. 세상사의 대세 (하)


사회진보의 원천은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유럽국가들이 개명하고 진보한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서양국가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실현을 위해 매진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막부시대 당시 외국과의 접촉을 못하게 막았고, 대형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안으로는 인재를 천거하지 않았고, 문벌귀족들만 존경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으로 하여금 희망을 품지 못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이었다. 개명의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진보는 역사를 보면 탐험에 의해 실현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탐험이란 절대적인 희망의 표현이다. 따라서 탐혐을 하고자 하는 자는 지력과 재능을 추구하게 된다. 문명의 진보는 종교가의 탐험, 의사의 탐험, 교육자의 탐험, 발명가의 탐험, 군인의 탐험, 상인의 탐험, 서민의 탐험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탐험은 진보의 시작이며 교제는 개명의 어머니이다. 탐험은 경쟁에 속하지만 교제는 화친에 속한다. 개명을 희망으로 하는 것은 협력과 조화로서 그 나라를 크게 하는 것이다. 희망이 있는 자에게는 장래가 있다. 장래(미래)야 말로 희망을 대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5. 세상사의 변천 (상) 


전세계의 인종은 크게 5개로 나뉜다. 그 중에서 사회구성을 최초로 형성한 것은 우리 아시아의 황색인종이다. 그 대표적 존재가 동방에 있는 지나이며, 또 서방에 있는 인도이다. 


그 사회창조의 형태는 두 개의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한개 종족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이며, 다른 하나는 여러 종족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이다. 그 원인은 지리적조건에 의한 것이 크지만 시나의 사회는 한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도는 여러 종족의 혼합으로 되어 있다. 하나의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는 서로 애정이 많고 윤리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조화롭게 지낸다. 하지만 반대로 경쟁심을 상실하고, 수구적이며, 진보를 회피하고 패배적이게 된다. 지나가 인구 4억만을 자랑하는 황인종의 대국이지만 백인소국에 의해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여러 종족으로 구성된 사회는 애정이 부족하고 윤리적 수준이 낮고 조화도 잘 안되지만 생존경쟁에 열심이다. 그것은 진보와 승리를 가능케 한다. 반면 그런 사회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현재 유럽열강들의 역사는 불과 천오백년 밖에 경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의 고대국가들보다 훨씬 진보해있다. 진실로 그들이 경쟁에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치체제도 이처럼 다양하다. 전제군주제, 귀족정치체, 입헌정치체, 공화정치제, 연방정치체 등이 있다. 그들끼리 서로 전쟁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종교 때문이기도 하고, 인권자유 때문이기도 하고, 이종족을 격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무역통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경쟁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경험도 많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견문이 넓다. 그리고 견문이 넓기 때문에 재능과 지식이 풍부하다. 


(중략) 


천하의 만물은 일장일단이 있다.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 오늘날 유럽은 문화적으로 비상할 정도로 고도화되어 있지만 사회는 세분화되어 대립하고 있다. 단결하지 않고 서로 경쟁만을 일삼고 있다. 유럽 전체로 말하자면 토지는 지나(중국) 일국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인구 또한 이와 엇비슷하다. 게다가 무려 24개국으로 나뉘어져있다. 혹시 유럽 전체가 하나의 연방을 이룬다면, 그리고 협력하여 동방으로 진출한다면 전 아시아를 제압하고 전 세계를 통일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 동아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 동아가 힘을 합쳐 그들의 분열을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전진하는 계책을 세운다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경쟁이 극심하여 승패도 빠르게 갈린다.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리 동양의 장점은 조화와 단결에 있으며 저들 서양의 장점은 독립과 불굴의 기상에 있다. 저들은 백가지 재능을 꾸준히 연마하여 승리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날 계획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장점을 살려 뿌리를 단단히 하고 앞으로 전진하여 경쟁하고, 그렇게 해서 공수가 뒤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나라가 나뉜다면 세력도 나뉘게 된다. 세력이 나뉘게 된다면 다중 또한 소수가 되고 강대한 이도 약소하게 되고 말아버린다. 약한자는 강한자에 대적할 수 없고, 소수는 다수를 이길 수 없다. 오늘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가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서방이 동방을 멸망시키지 않더라도 동방이 스스로 망하게 할 것이 틀림 없다. 


6. 세상사의 변천 (하) 


경쟁의 장에는 4개의 요소가 있다. 체력, 지력, 재력, 그리고 세력이다. 4가지 요소 중 체력과 지력은 원유의 것이고, 재력과 세력은 특유의 것이다. 원유라고 함은 몸에 원래 있는 천부적인 것을 의미하고, 특유라고 함은 원유로부터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체력과 지력이 없다면 재력과 세력을 얻기 힘들다. 미개한 나라에서는 소수가 정권을 잡고, 개명한 나라에서는 여론이 정권을 잡는다. 오늘날 세계에서 공화정치를 하는 나라가 25개에 이르고, 입헌정치를 하는 나라가 21개, 전제군주제를 하는 나라가 23개이다. 현대인은 국가가 군주의 사적 소유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중략)


과거 영국은 인도를 취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재력을 빼앗았고, 그 후에 그들의 정권을 뺴앗았다. 오늘날에는 아편을 이용해 지나인들의 몸을 병들게 하였다. 백인들이 재력을 이용해 타국을 취하는 것은 하나의 사례이다. 그만큼 백인들의 재력의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황인과 백인들 간의 빈부격차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읽고 있는 독자들은 반드시 통한의 감정을 갖고 읽기를 바란다. 


영국의 인구는 3500만 정도이다. 그들의 무역수출액은 약 14억 9573만원 정도이다. 이를 일인당으로 나누면 42원 60전 정도이다. 프랑스의 인구는 3800만 정도이다. 무역액은 14억 9680만원, 일인당 37원 50전이다. 지나의 인구는 4억만으로 무역액은 1억 1848만원, 일인당으로 나누면 30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과 프랑스인과 비교하면 10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이다. 일본의 인구는 4천만으로 무역액은 7천만원, 일인당으로 하면 1원 75전이다. 영국과 프랑스인에 비하면 30분에 1밖에 되지 않는다.


(중략)


각국무역액을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위는 영국, 2위는 프랑스, 3위는 독일, 4위는 미국, 5위는 벨기에, 6위는 네덜란드, 7위는 러시아, 8위는 오스트리아, 9위는 이탈리아, 10위는 스페인, 11위는 스위스, 12위는 지나, 13위는 브라질, 14위는 포르투갈, 15위는 아르헨티나 등이다. 우리 일본은 18위에 불과하다. 그리고 조선의 경우 세계 60개 나라 중에서 47위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략) 


7. 만국의 정황 


화친도 경쟁도, 문명의 진보도 대외적 영향 또는 자극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울 일본의 고대문화, 근세의 진전, 막부의 쇠망, 메이지 유신, 병제개혁, 폐번치현, 법률제정, 지조개정, 헌법발포, 국회개설, 그 외 학문, 공예, 풍속, 민정의 변혁 등 모두 외국과의 교류와 자극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장래의 시련도 모두 외국과의 교류에서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조선은 개항이래 아직 여전히 변동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항 이전과 비교한다면 전혀 같지 않다. 우편, 전신, 병제 등 이미 많은 외국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이미 수백가지의 것들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회피한다고 해도 세계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고 추이에 맞게 계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시운에 역행하는 것은 반드시 멸망을 초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조선국은 개혁의 모든 모범을 이웃나라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배우는 것이 만리해역 멀리 떨어진 유럽에서 배우는 것보다 값이 싸고 효용이 높기 때문이다. 동아의 새로운 기운이 조선에 이로운 점은 다대하다. 


지나의 경우 옛날부터 자존심이 지나쳐 항상 타국을 이적 취급하고 금수 취급했다. 부국강병이나 문화를 혁신하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이르면 병제, 병기 등을 그들이 금수 취급했던 자들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것 또한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한 것으로, 수백년이 지나면 중국도 크게 열려 동아의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지금과 같은 쇄국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멸망하고 말 것이다


현재 전유럽의 상비군은 약 4백만 정도이다. 러시아가 1위로 그 수는 약 66만명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는 프랑스이며 그 수는 51만명 정도이다. 그 다음이 독일이며 그 수는 49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다음이 오스트리아로 그 수는 30만 정도이다. 그 다음은 이탈리아로 그 수는 25만에 이른다. 그 다음이 영국이며 그 수는 22만명 정도이다. 이들이 유럽의 6대 강국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전시가 되면 무려 3배에서 10배까지 증가한다. 


그리고 전유럽의 군함은 모두 2400만 척이다. 그 중에서 영국이 700척, 프랑스가 380척, 러시아가 360척, 이탈리아가 170척이다. 대략 이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국가들 또한 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군사비 지출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논자 중에는 유럽 각국이 군사지출 증강에 그렇게 노력하는 것은 자기들끼리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며, 입지조건이 전혀 다른 동양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나는 이것이 가당치도 않은 인식부족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중략)


이상의 표를 보면 백인국가들의 식민지가 모두 유럽 이외의 땅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아의 황인종은 지금 아시아주 이외에 속국을 단 한개도 갖고 있지 않다. 유럽인들의 군사비 증강은 결코 자국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다. 


후쿠자와 유키치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만국공법 백권보다 대포 1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는 그가 이미 유럽 백인들의 심정을 잘 간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구이다. 영국이 조선의 거문도를 불법점령한 것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거문도는 일본으로 치면 쓰시마와 같은 항만과 비교할 수 있다. 영국이 쓰시마를 점령하지 않고 거문도를 점령한 것은 일본의 강함을 알고 조선의 약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아. 유럽인의 신의는 오직 대포의 힘만을 알 뿐이다. 조약의 문서는 단지 종잇장에 불과한 것이다. 


유럽인들의 침략적 야망은 실로 그칠줄 모른다. 그들이 동양의 다른 땅을 점거하는 것은 진실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동양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모두 성취하지 못한 것 뿐이다. 따라서 저들은 먼저 거점을 획득하고 그것을 기지로 삼아 그 야망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프랑스가 안남을 점령하고, 영국이 홍콩을 점거하고 포르투갈이 아모이를 점거하고, 러시아가 몽골북부를 점거한 것은 모두 이러한 수법이다. 이처럼 동양의 위기는 중대하고 절실한 것이다. 


이하 목차는 아래와 같은데, 시간과 노력이 모자라 모두 번역하지는 못했습니다. 


8. 러시아의 정황

9. 지나의 정황

10. 조선의 정황

11. 일본의 정황

12. 일한고금의 역사

13. 국정의 본원

14. 합동의 이익

15. 연합의 방법

16. 중국은 대동국과 연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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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21/03/07 21: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대동아주의라는 건 참 매력적인 얘기죠. 안중근 의사도 동양평화론이라는 이름으로 대동아주의를 펼친 바 있고

지금이야 실상을 알고 있지만,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서양이라는 대항마로 동양끼리 뭉친다, 라는 것이 그렇게 그른 인식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비극이라면 한중일 삼국은 결코 서로 동등한 국체가 아니었고 이에 따라 본문에서도 지적하는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집어삼키는 형태로 귀결되었다는 점일까요.

본문의 저자는 [조약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라면서 국제정세의 냉혹함을 제대로 짚었습니다만, 동시에 [우리 일본과 동아시아 삼국의 합방조약]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점에서 곱게 보이지는 않네요. 이 글에 매료되었다면, 역시 여전히 순진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시대상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순진함이었겠지만.
하심군
21/03/07 21:32
수정 아이콘
일본인 본인의 포지션 때문에 유리한 걸 독식하고 싶었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안중근 의사와 조선의 다른 지식인들이 지적하다시피 제국주의는 그 당시에도 한 물 간 사상이라는 게 가장 치명적이었죠. 그 뒤로 일본의 대본영은 1차대전에서나 쓸 법 한 전략이나 계속 쓰고 있었고...저는 파면 팔 수록 대본영이라는 체제가 생각보다 무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의 약하고 어지러운 나라들을 쓸어먹긴 했는데 거기까지였다는 거. 오히려 일본의 과학자나 개인 사상가가 더 나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걸 한 데 섞어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 때 유능했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Davi4ever
21/03/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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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말은 좋죠,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요?

결국 [유럽의 침략적 야망]에 맞서 동양끼리 뭉친다는 말로 [일본의 침략적 야망]을 합리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건 이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죠.

19세기 일본의 역동성을 흥미롭게 바라보시는 시각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 시대를 살았기에 미래를 볼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 이후에 벌어진 참상을 명백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익하게 바라보시는 건, 저는 솔직히 말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느타리버섯
21/03/0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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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라도 그럴 법하면 인정하겠는데 내용도 자유주의, 민족주의, 연방주의를 짬뽕한 잡서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러한 사상들이 조선에 들어올 기회 자체가 없었으니 당대에 어느 정도 반향이 있었겠죠.
Davi4ever
21/03/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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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타리버섯님에 비해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잡서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럴 법하다고 했어도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 때문에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느타리버섯
21/03/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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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뭐 지식이 있는 건 아니고 글쓴분이 열심히 번역해주신 걸 읽어보니 제 나름대로 잡서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올해는다르다
21/03/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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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을 하여 안전과 발전을 이루자는거는 좋은 말이고 당연히 각국의 우국지사들도 솔깃할만 하지만
저 글이 쓰여지기 전부터 시작해서 저 글에서 적어놓은 제국주의의 방향 그대로 일본이 행하는데도
이악물고 현실을 부정하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개탄스럽네요.
시나브로
21/03/0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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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접해서 잘 보고 갑니다.

인상 깊고 쓰고 싶은 건 모든 이치는 하나로 통한다고 사회진보의 원천 희망론인데 메이지 유신이었나요 신분 상관없이 공부 잘하고 능력 있으면 출세 문 열어 주는. 옳을 뿐더러 사회 발전의 엄청난 동력이었죠.

회사 탁아소, 노인정 복지시설 확충으로 달동네 부부라도 맞벌이로 수년 만에 서울 아파트 사서 이사 가는 희망 보여 주자는 이건희 육성이나

아무리 수재 학생이어도 진학, 기회 절대 불허하는 북한의 적대계층이었나 최하위 계층 신분제 생각이 나기도 했네요.
느타리버섯
21/03/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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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상이 꽃피던 19세기에 연방주의에 대하여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는 사상은 훨씬 많이 있었고요. 대동아주의가 감명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연방주의의 탈이라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니, 굳이 이걸 볼 것이 아니라 왜곡되지 않은 몽테스키외 같은 원전을 보는 것이 맞겠죠. 그리고 차라리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조명한다면 모를까 19세기 조선과 중국의 입장까지 고려하면서 독해를 한다면 대동아주의는 "일본이 조선을 합방해도 되는 10가지 이유" 수준의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한 합리화 밖에 안됩니다.

지젝이 레닌을 찬양할 때 레닌의 역사적 과오가 아니라 레닌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마르크스를 독해했는지 그 독해에 대한 태도를 배워서 다시 레닌을 독해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레닌이나 마르크스는 그렇게 고차원적으로 비판적 독해를 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대동아주의를 그런 식으로 비판적 독해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느니 그 시간에 귀멸의 칼날을 보는 게 낫겠다고 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남들에게 이야기할 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태클이 걸려올 때가 있죠. 그럴 때 가끔 걸려서 넘어져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너무 달리지 마시고 상식에 걸려 넘어져서 좀 쉬시지요.
아루에
21/03/0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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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나 마르크스야말로 비판적 독해를 하느니 귀멸의 칼날을 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수일 것 같은데요. 레닌은 비판적 독해의 가치가 있고 대동아주의는 비판적 독해의 가치가 없다는 섣부른 판단은 개인의 주관적 취향일 뿐이라고 봅니다.
만물에 도가 깃들여 있고 먼지에도 도가 깃들여 있죠. 어떤 독일인들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도 비판적으로 독해하더라구요. 열심히 분석해서 같은 과를 반복하지 말자구요.
열심히 글을 쓰는 분께 [상식에 걸려 넘어져서 쉬라]니, [글이 비상식적]이니 [차라리 글을 쓰지 마라]라는 무례한 주문을 이렇게 얄밉게 하시는 경우는 또 간만에 봅니다.
느타리버섯
21/03/0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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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판적 독해"라는 것은 열심히 읽고 부정적으로 받아 들인다는 뜻이 아니라 개략적으로 말하면 전후의 맥락을 고려하여 탐구적으로 독해한다는 뜻입니다. 마르크스에 비판적 독해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회학자는 거의 대다수일 것이고 그것은 마르크스에 대하여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가 영향을 준 분야와 사상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레닌에 대해서는 그것보다는 더 적은 사람이 동의할텐데 그건 레닌의 학문적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겠죠. 대동아주의의 학문적 가치는 마르크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레닌보다도 떨어진다는 것까지는 애매하다고 쳐도, 최소한 일본의 제국주의와 침략이라는 맥락을 떼어놓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상입니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주관적 취향이 아니고, 일반적인 견해에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태도는 대동아주의를 열심히 분석해서 과를 반복하지 말라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 대동아주의를 지식인에게 영향을 준 일종의 당대 계몽주의 사상으로 인정하고 공부하자는 것인데, 사상적으로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인정해도 된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잘 읽어보시고 생각해보시죠.
아루에
21/03/0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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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비판적 독해 말하는 건데요.

그리고 대다수의 사회학자들이 그렇다고 하시는데 세상에 학자가 어디 사회학자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하신 설명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하시는데 레퍼런스 좀 달아주시죠. 저는 레닌마르크스주의에는 학문적 가치가 있고 대동아주의에는 학문적 가치라는 게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서요. 개인적으로는 둘 다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한 자세로 탐구해 무엇이건 길어내기만 한다면요.

느타리버섯 님께서도 잘 읽어보시고 생각해보시죠. "대동아주의를 하나의 사상으로서 주목하고 탐구해보자"는 이 글의 태도는 반드시 "일본의 식민 지배를 인정해도 된다"로 귀결되지 않아요. 그런 귀결이 가능하려면 "적의 사상을 분석하려 드는 자는 적의 사상에 동조하고 적의 사상을 설파하려는 수상한 자다"라는 편협한 이분법을 대전제로 삼아야만 할 것 같은데요.
느타리버섯
21/03/0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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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자 그런 태도가 아니라 대동아주의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려고 만든 사상이라는 점을 빼놓고 보자는 건데, 그게 왜 비상식적인지 설명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 자체가 다분히 감정적인 것 같네요. 뭐...
21/03/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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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포장은 열심히 했지만 결과물이 대동아공영권 아닌가요? -_-;
전자수도승
21/03/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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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이 외교는 흑백뿐이라는 결론은 도대체.......
그 서슬 퍼런 냉전시대에 소련에 잠수함 스크류 만들어주고 CNC 팔아먹던 애들은 지금쯤 과연 소련이 됐을까요 중국이 됐을까요?
진짜로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던 것은 이승만이 독단으로 포로 풀어주던 때나 스네이크박이 미국에 로비하다 걸리고 핵폭탄 만든다고 하다가 암살 당하던 때가 최고죠였죠
폴란드 드립 치는 사람도 그렇고 참....... 알면서 그런런지 모르면서 그런건지
학자가 자신이 옳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흑화되는건 많이 봐왔긴 합니다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신거 같아서 안타깝네요
배고픈유학생
21/03/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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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해주신 걸로만 봐서는 일본이 한국, 나아가 중국까지 꿀꺽하겠다는 논리 같은데요.
하심군
21/03/0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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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서양에 맞서서 동양이 힘을 합쳐야한다는 논리에 감화된 한국,중국 지식인들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특히 아편전쟁으로 이런 위기감이 더 늘어나기도 했고요. 안중근 의사도 넓게 보면 그 중 하나긴 하지만 안중근 의사는 '주접떨지 말고 진짜 서양에 맞서고 싶으면 나라대 나라로 정정당당하게 연합해서 맞서자고'라고 한거라고 저는 들었고요.
21/03/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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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대한제국 지식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였다고만 되어 있고 어떤 부류의 지식인들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안봐도 훤하네요.
21/03/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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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시가 일진회.. 흐흐;;
21/03/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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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찾아보니 글쓴이께서 본문 서두에 인용하신, '대동합방론'에 대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소개글은 전문이 아니고 일부분인데, 절묘하게 잘린 뒷부분의 첫 문장부터 웃음벨이네요.

'대한제국 친일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 책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이부키
21/03/0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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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친일지식인 베스트셀러라는 거군요.
21/03/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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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리플로 친일얘기가 나오니까 한이라도 맺힌듯 아주 공격적으로 리플을 다셨던데
이쪽 방면에도 그렇게 관심이 많고 생각도 많으신분이 퍼올때 해당 얘기가 나오는문단하나를 누락하고, 본문에서는 그 주제에대해서는 입도 벙긋안하고 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하니 니들이 친일을 알아? 이러고 앉았고...

솔직히 진짜 웃음벨 맞습니다. 그렇게 똑똑한분이 본인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생각하는건 머리만 풀숲에 감추는 꿩을 보는거 같네요
及時雨
21/03/0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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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능력이 부럽네요
21/03/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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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사망전이니까 시기적으로는 저런 주장도 나올법하겠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21/03/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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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이라는 동질성이 있는이상 저런 주장에 혹하는거 자체는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긴 한데
시기가 1890년대라면 이미 일본도 나을게 없는 놈들이라는 면은 충분히 보아왔을 텐데요.
저 시기라면 저 책이 친일함에 있어 본인에게 면죄부가 되는 용도로 사용되기 딱 좋은시기죠.

개인은 인지부조화걸려서 나는 이런 방향이 진실로 옳다고 여겼을지 모르나 후세에 보면 그냥 친일을 위한 도구아니었을가 하는게 딱히 편견은 아닐겁니다. 뭐 누구나 본인이 매국노라서 친일한다고 생각하기보단 아시아인의 번영을 위해서 친일한다고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겠죠
21/03/0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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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글쓴분이 쓰는 글들은 대체로 재밌게 보고 있긴 한데
이번에 쓴글은 당최 무슨 의도인지... 아시아주의에 관한 글이라면 꼭 왜곡을 안 하더라도 충분히 그런 얘기를 할 사료는 있지 않나요? 마이너하게 나온 얘기도 아니고.

그저 홍대병에 가까운거면 다행인거고, 아예 그쪽이라고 해도 그랬구나 싶을 정도로 이번글은 참 실망스럽네요.
21/03/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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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럽이 EU를 결성해서 미국, 중국에 대항해야한다!... 라고 얘기하며
그 논거로 [레벤스라움]을 근거로 가져온 느낌이죠 흐흐;
핫자바
21/03/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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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벤스라움!!!
Davi4ever
21/03/0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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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BTS님의 댓글을 보고 구글을 통해 위의 캡처된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뒤에 한 단락이 빠져 있네요.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0494255

[대한제국 친일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 책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1909년 12월 일진회가 전개한 ‘합방’ 청원 운동에 동조하고 나선 유학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근거로 ‘합방’이 춘추대의(春秋大義)라는 궤변을 하기도 했다. 1910년 강제 병합 이후 일본에서 다시 출간되었고,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을 선전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이 책은 20세기 일본의 침략주의적 팽창의 경로를 선취한 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청일 전쟁 이후 등장한 아시아주의의 의미와 영향력을 고찰하는 데 중요한 책이기도 했다.]

음... 인용하려면 내용을 모두 인용하셔야 하지 않았을까요.
aurelius
21/03/0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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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 일부러 누락하지 않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아울러 조선에 대동합방론이 소개된 것은 1898년 청일전쟁 이후였음에고 불구하고 1000부 이상 팔리고 필사가 될만큼 인기있었다는 건 사실이며 심지어 양계초가 서문을 쓰고 중국에서 팔기 시작한 것도 청일전쟁 이후의 일입니다. 전쟁까지 한 상대의 나라의 저자의 글을 중국인 애국자가 이를 중국인들에게 소개한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친일이니 하는 것도 사후적으로 우리가 붙이는 이름이지, 당시에는 모든 게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독립운동가 손병희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부를 위해 헌금을 하고 자발적으로 정찰활동을 한 사실은 아시는지요? 그리고 일진회의 상당수가 동학 출신이었다는 사실도 아시는지요? 역사를 흑백논리로 보면 우리는 여기서 배울 게 아무것도 없어집니다.
Davi4ever
21/03/07 22:55
수정 아이콘
일단 저는 아우렐리우스님의 일부러 누락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믿겠습니다.
저 역시도 작년에 큰 실수로,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의도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니까요.
다만,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러 뺐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시대가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대한제국 시기에 일본에 우호적인 면이 일부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모두 친일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손병희와 이완용을 구분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논리를 펴는 건 아니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 책이 그 시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해도, 우리는 많은 일들이 지나간 이후의 2021년을 살고 있고,
2021년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저 책은 본문에 적혀 있는 것처럼 빛나는 부분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흑백논리로 보면 안됩니다. 맞습니다. 배울 건 배워야 하고, 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
저는 흑백을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우렐리우스님의 이 글에서는 백만 보이고, 흑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흑백논리 아닐까요?
의도하시지는 않았다고 해도 흑을 일부러 뺀 듯한 느낌마저 있습니다.
이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s "아시는지요?"를 반복하신 것에서 "모르면 나서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유감입니다.
21/03/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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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래놓고, 왜 아직까지 한글로 번역이 안됐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저는 왜 지금까지 번역을 안 했는지 알 것 같거든요.
aurelius
21/03/0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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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왜 무엇이 개화파 조선인을 매료시켰고, 일진회가 왜 탄생하게 되었고, 양계초는 왜 자국과 전쟁까지 치른 일본의 저서를 탐독했는지... 이런 배경도 이해못하면서 죽창론으로 일본을 이기겠다, 세상을 이해하겠다 하는 것이 우스울 뿐입니다. 일본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나라라면 당시와 오늘날 일본에서 출판된 모든 저서와 외교사료를 번역해서 연구해도 모자를 판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임진왜란 전의 사신단처럼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죠.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에서 국사학 한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족주의적 편견과 아집에 빠져 한국학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한국학 교수를 맡고 있는 문유미 교수가 지적한 부분으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21/03/0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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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얘기들을 왜 본문에는 쓰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친일이라는 단어 자체를 회피하듯이 쓰셨을까요?
바로 밑에 한문단만 더 들고오면 되는걸 누락하고,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이런글이 친일과도 연결된다는걸 모르시진 않을텐데

그 당시 사회상이 친일,매국으로 무자르듯 자를수만은 없다는건 여기 계시는분들도 어느정도는 알것입니다.
지금 문제는 님이 일부러 본문에서는 그런 주제자체를 거세시켰다는거에요. 그저 순수한 지식인들의 학문적 관심으로 일부러 둔갑시켜놓았죠.

짤로 가져오는거에서 한번, 아예 본문에서 그쪽관련 주제는 모른다는듯이 의뭉떠는게 한번, 그러고 얘기나오니까 리플로 친일이라는 단순한 말로 끝낼게 아니다 블라블라..뭐가 문제인지 아직도 모르시다면 그냥 평생 일본에 PTSD 걸린 한국인들 또 멋도 모르고 지식인 핍박하네 이러고 생각하고 사세요 그냥..
이부키
21/03/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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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죽창론이?!
21/03/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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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느타리버섯
21/03/0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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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학 한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족주의적 편견과 아집에 빠져 한국학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문유미 교수님이라는 분이 진짜 그런 맥락에서 말한 건지도 의심스럽네요. 그리고 아주 깔끔한 방법이 있는데, 문유미 교수님한테 대동아주의에 어떤 가치가 있냐고 메일 보내서 물어보세요. 글쓴분이 쓰신 견해와 어떻게 다른지 직접 석학한테 확인해보시면 좋겠네요.
21/03/0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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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이건 뭐 뻘댓글입니다.
물론 미국의 한국학 연구자들이 한국 사학계에 객관적인 시각과 해석을 상당히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데,
외국 논저들 읽어 보면 가끔 객관성에 잡아먹힌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사학계에서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제3세계에 대해 연구하는 것 보면,
당사자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철저하게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
"우리는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경찰국가니까 주변부에 대한 연구도 철저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아주 가ㅏㅏ끔씩 한국근현대사, 혹은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에서
너무 객관성을 외치다 보니 +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다 보니
일본 제국주의를 (본의 아니게?) 옹호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게 민족주의에 매몰된 시각인 거 아니냐, 라고 할 테죠.
여기서부터는 상호논쟁 하에 개선-보완해야 할 부분이겠구요.
느타리버섯
21/03/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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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사자가 당사자로서의 감수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자신의 태도의 반영하느냐는 당사자의 과제일 수 밖에 없죠. 기본적으로 물량에서 이길 수가 없으니 그걸 또 살려야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요.
antidote
21/03/0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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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얘기 나오니 무슨 대단한 꼬투리를 잡은 것처럼 글쓴분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는데요.
일진회가 나중에 완전히 타락하기 전에는 의외로 대중영합주의적인 성격이 짙던 단체였습니다.
사실 일진회라고 마냥 매도하기에는 조선에 제대로 된 대안세력이라고 할만한 집단 자체가 빈약했습니다. 그 증거 중의 하나가 손병희가 일진회와 손을 잡은 것이고요. 그리고 일본이 이 이용해먹기 쉬워보였던 일진회를 친일세력으로 만들어서 병합에 이용한 것이고요.
이미 다른 열강들이 한반도의 이권을 놓고 싸우다가 패배했거나(러시아) 아니면 일본에게 잠정적으로 이권을 양도하고(영국) 손을 뗀 상태였는데 그쪽에서 조선에 굳이 대안세력을 형성할 이유도 여력도 없었고요. 가난하기 짝이 없었던 조선에서 그나마 근대화가 되어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대상이 일본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일진회의 일부 인사들이 저런 지금 보면 전혀 터무니 없는 주장에 매료가 됐던겁니다. 당시 사람들도 저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는 했겠지만 대안이 전혀 없었으니까 희망회로를 태운거라고 봐야죠.

가난하고 못난 나라의 못난 짓이 일진회였는데 왜 당시 어떤 엘리트나 지식인들 중 일부는 일진회를 선택했는가를 면밀하게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일진회에서 저런 얘기에 왜 넘어갔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하고요.
조선은 너무 못나서 자력으로 근대화를 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엘리트나 지식인은 저런 주장에라도 빠졌던 겁니다.
"개네는 쓰레기니까 걔들이 보고 쓴건 다 불쏘시개지"라고 생각하면 그냥 영원히 그 어둠의 정체를 볼 수가 없다고 봅니다.
Davi4ever
21/03/0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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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일진회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하셔서 좀 난감하네요;;
다른 분들의 의중까지 제가 설명하는 건 주제넘은 것 같고, 제가 이 글에 대해 지적한 부분은 말씀하신 내용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제가 위에 쓴 댓글까지 보시면 어떤 말인지 이해하실 것 같이 더 길게 적진 않겠습니다.
Davi4ever
21/03/0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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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댓글을 받을 정도로 과하게 쓴 부분이 있는지 다시 돌아봤는데,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에게 남기실 댓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비아빠
21/03/0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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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일단 제국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덩치를 키워야 하는 것은 시대 불문의 진리인거고
그걸 위해서 하나로 합치자는게 좀 이상론이긴 하지만 그렇게 이상한 주장은 아닙니다.
합방이 아니라 연맹, 또는 우방 정도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구요.
한국이 일본에게 그렇게 쉽게 잡아먹힐 정도로 약한 상대가 아니었다면 가능한
미래였을지도 모르는거지요. 서로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와는 친하게 지내야지요.
다만 당시의 중국도 한국도 일본에겐 너무 약한 상대였다는게...
대등한 입장에서 합방하는 것보다 그냥 잡아먹는게 쉬우면 당연히 잡아먹죠.
일본이 폭주하게 되는게 러일전쟁에서 이기면서 자기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기 시작해서일텐데
러일전쟁 이전인 저 시절에는 아직 저런 평화로운 주장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21/03/0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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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이 93년 작성인데, 94년에 경복궁 쳐들어가고, 95년에는 밤에 침입해서 왕비를 죽이죠. -_-;
차라리 강화도 조약 이전이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긴한데, 한창 이권 털어가던 시기라..
단비아빠
21/03/07 23: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일본도 결국 커다란 나라니까 나라 안에서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의견이 갈리는 다양한 계파가 있는건 사실 이상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제가 알기론 일본이란 나라에서 군부가 크게 득세하면서 평화론이
완전히 죽는 계기가 되는게 러일전쟁이라고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 청일전쟁도 이기긴 했지만 어차피 청나라야 이빨빠진 노인네였고
그래도 제국중에선 가장 약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유럽강국인 러시아를
이긴게 일본 군부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줬다고...
그래서 러일전쟁 이전이라면 그래도 사정을 아는 지식인이라면 평화론이
다시 득세해서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완전히 접진 못했던 것 아닐까요.
antidote
21/03/0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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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빠르게 개혁에 성공했고 청, 조선은 느렸고 개혁도 실패해서 결국 박자에 못맞춘데다가 체급도 작았던 조선은 일본에 먹힌건데 조선이 좀 빠르게 개혁에 성공했으면 동군연합이나 연방제 형태의 결합이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이 체급이 더 크기는 해도 비슷한 테크레벨이라면 한반도가 그냥 식민지로 삼키기에는 좀 큰 사이즈라서요.
만약 중국이 개혁에 성공했다면 중국이 상대적으로 너무 체급이 크기 때문에 일본이나 조선이 끌려들어가는 형태의 새로운 중화제국이 탄생했을 가능성도 있고요. 뭐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청 황실이 리더쉽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에서 군벌들이 난립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봅니다만...
당시 조선의 역량이 자체적으로 근대화/개혁을 할 수 있었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만 문제는 그런식으로 합쳐도 결국 당시의 국제정세는 제국주의를 안하면 태국이나 스위스같은 극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면 다른 열강에게 먹히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식으로 흘러갈 경우 설사 대동아연방의 형태로 한일이 결합에 성공했더라도 나중에 미국에 도전하는 폭주를 안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시나브로
21/03/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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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자력, 전략 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태국은 알기 전에는 막연히 숙이고 협조하는 외교로 살아남은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국토 엄청 떼어 주고 꼭두각시 노릇까지 해서 겨우 살아남은 거더군요. (출처는 자유 게시판 아리쑤리랑 님의 '국제정세와 역사를 볼 때 유의해야할점 몇가지' 글. 본격 세계사를 피지알로 배웠어요)

더 분명히 할 겸, 저처럼 모르던 분들에게 알릴 겸 써 봅니다.
antidote
21/03/0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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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에 중국조차도 나라가 갈갈이 쪼개져서 살육으로 점철된 군벌 난립시대 수십년을 보낸걸 생각하면 국토를 떼어주고라도 국체를 보전한건 테크레벨이 딸리는 나라에서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악 이상은 됩니다. 최악은 조선처럼 식민지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고요.
그 글에서 나오는 태국의 중립외교를 잘했다는 관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유럽 외의 지역에서 식민지가 안되거나 일본처럼 제국주의 말석이라도 차지하지 않고 살아남은 국가는 태국 정도 외에는 없다는 관점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은 설사 동군연합이나 연방제로 일본과 합친다고 하더라도 태국같이 가능성이 낮은 케이스가 아니면 제국주의의 말석이라도 잡거나 먹히는 수밖에 없는데 결국 제국주의로 귀결됐을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폭주 후 미국에 도전한다는 오판을 낳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별로 결말이 안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요.
시나브로
21/03/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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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신 댓글일 수도 있는데 뭔가 오해로 불쾌해 하는 느낌이 있어서요. 저도 님 지적이나 딴지가 아니라 그냥 '그렇더라' 하고 쓴 댓글입니다. 평소에 님의 정치, 시사 댓글도 잘 보고 있는 사람이고요.
아리쑤리랑
21/03/0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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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도 사실 근대 이후의 얘기고 그마저도 나치독일에 사실 협조 할거 다 하면서 지킨거라... 19세기초엔 아예 나폴레옹 프랑스의 속국이었죠.
번개맞은씨앗
21/03/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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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설령 악이라 해도, 악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책에는 악도 있고, 배울 점도 있겠지요. 그동안은 일본에 대해서는 사실상 환자인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제 세월도 꽤 지났고, 우리 국력도 강해졌으니. 일본에 대해 진실하게 더 많이 아는 것, 우리나라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점이 있는 듯합니다. 이런 책의 경우에는 일종의 복어 같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독이 함께 들어있는 책이란 거죠. 이럴 때에는 독을 그대로 보여주고, 독자에게 독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주고, 직접 식별하고 발라내시도록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복어집 주인에 대한 신뢰에 문제를 갖는 분들이 충분히 생길 수 있으니까요. 저라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리했을 듯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저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력이 어느 정도 맞아아 하는 것이며, 그리고 일본이 큰 위협을 당하고 있어야 가능한 얘기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1/03/0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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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 댓글처럼 만약 '적을 알고 나를 알자' 라는 의미에서 책을 소개하는 거면 그럴만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어서 쓴 거라면 최악의 책 선정이 되겠죠.
구한말 일부 지식인들이 혹할 수 있겠지만 21세기 우린 이 책의 결과물인 '대동아 공영권'에 대해 아니까요.
(사실 러일 전쟁 이후 일본이 하는 걸 보고도 이걸 믿는 사람은 바보거나, 뻔뻔하거나 둘중 하나겠지만)
핫자바
21/03/0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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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퍼온 분이 한국 국적이 아니거나 이중국적을 가졌거나 등의 이유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에...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라는 의미로 퍼온 것 같습니다.
핫자바
21/03/0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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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제국의 솔직한 시각에서 여러 글들 소개해 주어서 잘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일진회에서도 한일 합방 후 속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이 책 또한 한국 병합을 위한 빌드업 선전 도구로 잘 먹혀들어간 것 같습니다.
속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지요.
세계의 사건들을 소개해주는 글을 마냥 믿으면 속게 된다는 것이 교훈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각으로 재편집된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도 지역학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고 현지 전문가들을 직접 양성해 외교관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 외교관들이 지나치게 구 제국들의 시각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21/03/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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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여러 댓글로 반박이 많이 달려서 굳이 댓글을 쓰지 않아도 될 듯 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글쓴이의 윗 댓글 가운데 하나를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겠다 싶어서 짧은 댓글을 덧붙입니다.

대동합방론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음에도,
(글쓴이의 주장에 의하면) 의미가 깊고 현대 한국의 사학자들이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소개되지 않고 전문이 번역되지 않은 이유는,
딱 잘라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이유는, 대동합방론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연구가 나와 있고,
그런 연구들에서 지적된 바 그리고 이 글의 여러 댓글에서 지적되는 바와 같이 대동아공영론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와서 굳이 이 책을 전문번역이나 할 정도로 노력을 들여서 재조명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국회도서관이나 공문서관에 소장된 비공개 문서라서 구하는 데 막 국비를 지원한다거나 해서 특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대동합방론의 목차상으로나, 이 글에 길게 언급된 내용상으로나 사실 지금 와서 이렇게 特記할 만한 저서가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서,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에서 국사학 한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족주의적 편견과 아집에 빠져 한국학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이거 자체가 상당히 철 지난 편견과 아집입니다.
스스로 타겟을 "죽창론으로 일본을 이기겠다, 세상을 이해하겠다"는 우스운 사람들로 잡고 있으신데
어차피 그런 사람들이 우스운 거 세상 다 아는데
왜 굳이 그 [우스운 사람들] 이겨보겠다고 철지난 대동합방론을 고평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대 일본의 선구성이 대동합방론-대동아공영권이 아니면 재조명될 수 없을 정도로 얄팍한가요?
(덧붙여, 근대성을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두운 뒷면 또한 드러난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으시겠지요.)

평소에 아우렐리우스님 책소개글이나 여러 식견 즐겨서 잘 읽는 편인데,
솔직히 이 글과 댓글의 내용, 그리고 내용에서 드러나는 인식과 의도에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21/03/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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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이 댓글을 보시는 분들께 대동합방론 및 대동아공영권 관련 논문 하나 언급해 둡니다.
채수도, 「초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구상에 관한 일고찰」, 『일본문화연구』35, 동아시아일본학회, 2010.
이선화
21/03/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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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댓글에 많이 실망스럽네요.
21/03/0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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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의가 뭔가요...? 모르고 이러실 리는 없고 참...
21/03/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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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번역본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선물해드리겠습니다.
주해도 달아드리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0375475
느타리버섯
21/03/07 23:59
수정 아이콘
고도의 책 뒷광고였다고 생각하면 모든 의문이 말끔하게 풀리는...
2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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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사흘 전에 보도된 내용이니 없었던 걸로 하죠 (...)
aurelius
21/03/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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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번역되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 드립니다.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비아빠
21/03/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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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음.. 많은 분들이 1893년이면 일본이 충분히 나쁜 짓 많이 하던 때인데
어떻게 저런 책의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갈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트럼프가 대통령 되서 온갖 깽판을 부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란 나라가
앞으로 계속 저대로일거라고 생각하신 분들 있으실까요?
미국처럼 주기적으로 투표로 정권 교체하는건 아니지만 이미 근대국가였던
일본에서 정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거고 그럼 상황도 바뀔 수 있는겁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만약 러일전쟁에서 재수 없이 졌다고 생각해볼까요?
그럼 일본은 겁이 나겠죠. 감히 혼자 힘으로 제국들과 겨룰 용기가 안날겁니다.
그럼 당연히 평화론이 고개를 들면서 대세가 됩니다.
그 상황에서 조선을 러시아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선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조선한테 힘을 몰아줘서 러시아를 상대로
조선과 함께 싸워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겠죠?
아마 당시의 지식인들은 그런 가능성에 올인하고 싶었을겁니다.
그게 조선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을거구요.
그러니까 저 책은 예를 들면 트럼프한테 져서 여당을 빼앗긴 미국 민주당의
공약집 같은 느낌인거죠. 일본 평화파들이 우리 정권 잡으면 이렇게 할거다라고
미래 비젼을 쓴겁니다. 다만 아쉬운건 정권을 결국 못잡았다는거죠.
21/03/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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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역시나 딱 잘라서 말하면 너무 좋게 낙관적으로 혹은 정반대로 해석하신 겁니다.
제가 대동합방론 원문을 확인하지 못해서 원문을 제시하지는 못하겠는데,

기존 연구 내용에 따르면
- "다루이는 대동합방론을 통해서 일본이 한반도를 통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대륙과의 통상을 편리하게 실현할 수 있으며,
[주요자원을 일본의 통제 하에 둘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 대동합방론 곳곳에 조선에 대한 일본의 우월과 시혜를 주장하는 구절이 등장하고, (이하 재인용)
"필자가 한인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평가해 보아도 일한합방은 조선에게 커다란 이익일 뿐 이롭지 못한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조선의 문화는 ‘미개’하고 기후는 ‘불순’하며 국민은 ‘독립심이 결여’되어 도저히 독립국으로서 나아갈 수 없으며 이러한 조선의 풍속은 야만국인 아프리카와 같다"

- 조선을 방패막이 삼겠다는 구절도 있다고 하네요. (이하 재인용)
"한인(韓人)들은 일본인에 비해 몸이 강대하고 완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그들을 일본식 군사 제도로 훈련을 시키고, 우리의 병기를 쓰게 한다면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이익이다."

그리고 대동합방론 저자 다루이 도키치라는 인물 자체가
[조선을 정복하는 책략의 근거지로서] 조선 근해의 무인도를 수 차례 탐험한 전력이 있다고 하네요.

관련 연구를 보니 아우렐리우스님께서
시간을 좀 더 들여서 대동합방론 전문을 쭉 읽으셨다든지, 아니면 관련 선행연구를 조금만 찾아보셨어도
이 글을 쓰지 않으셨을 듯 합니다.
21/03/08 00:38
수정 아이콘
책은 90년도에 쓰였지만, 본문에 언급된 지식인 그룹(?) 일진회는 러일 전쟁 이후 활동합니다.
90년대 일본이 나쁜 놈이라면 러일 전쟁 이후로는 그레이트 나쁜 놈이었죠.
일진회는 일본이 그짓거리를 하는 걸 보고도 저 사탕 발림에 넘어간 겁니다.

그리고 예시의 주어를 시진핑과 중국으로 바꿔보죠.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 않나요?
유료도로당
21/03/08 00:3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복귀하자마자 글을 다섯개나 쓰셨네요. 덜덜...
퀀텀리프
21/03/08 00:37
수정 아이콘
대동아공영권.. 언제가 되기는 해야 할겁니다..
EU & NATO 처럼 되어야 할텐데. 미중 관계가 관건이죠.
현재는 많이 불안정합니다.
21/03/08 00: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리고
조선 지식인들이 매료되었고, 중국인들도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심지어는 양계초가 중국판 서문을 썼을 정도로 대단한 책이라며 점층적으로 강조하셨는데 사실, 순서를 바로잡으면 이렇게 주렁주렁 병렬로 놓일 독립된 성취들이 아닙니다.

천하의 양계초도 완벽한 인간은 아닌지라, 일본이 쌍삼에 착수했다는 것을 통찰하지 못한 채 본인의 초식을 발전시키려고, 본인의 생각과 몇몇 키워드가 비슷하다는 것만을 근거로 이 책을 빨아주면서, 편역학당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시무보라는 하드웨어를 사용해 번역본을 왕창 출간한 겁니다.
유력 정치인이자 지식인이 의욕적으로 출간한 책인데다가 시대적 배경까지 맞물려 책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고, 그 중 일부가 조선에까지 전해져 눈밝은 친일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된...

아니, 그저 제 소설일 뿐입니다 흐흣
피요히코
21/03/08 00:55
수정 아이콘
스탠포드 문유미 교수님의 "사건사와 일국사를 넘어서" 서론 일부를 인용합니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개항기와 식민지시기에 대한 국내사학계의 연구는 일본의 침략과 조선의 저항을 강조하는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 시각과 일본을 통한 자본주의적 제도의 도입에 초점을 두는 근대화론이 두개의 경쟁적 패러다임으로 굳어져 있다.
예를 들어 주류 국사학계는 갑신정변 및 갑오개혁으로 이어지는 개화 세력의 일본 의존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고종의 자강(自强)운동과 광무(光武)연간의 개혁성과를 과대평가하는 역사 서술의 경향을 보여왔다.
반면 일부 경제 사학계에서는 근대화의 개념을 단순화하고 경제에 미치는 식민지적 혹은 제국적 권력 관계의 영향을 피상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조선에서 자본주의의 발달과 일제 정책간의 우호적 상관 관계를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의 담론을 성립시킨 바 있다.
그간 민족주의 사학과 식민지 근대화론은 상호 경쟁 속에 많은 훌륭한 연구를 생산했으나 현재 논쟁의 교착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두 연구 진영 모두 자체의 협애한 논쟁 구도에 매몰됨으로써 서구 학계의 개항기 조선과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 과정에 대한 주요 논점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주류 국사학계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서구에서 한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하는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이 연구자들을 완전히 설득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일본 제국사의 분야를 중심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제공하는 수치와 논점의 영향력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상황에서 영미권의 이러한 연구 경향은 장기적으로 개항기부터 식민지 시기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제국사의 하위 분야로 왜소화시키는 학문적 정체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한국사와 제국사의 통합 경향이 그 자체로 위기를 가져온다기보다는 이 속에서 조선인들의 경험과 조선사회의 내적인 맥락이 희석되고 제국의 논리가 서사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항기 조선의 변화를 통시적으로는 18세기 조선 유교 사회의 구조적 성격 및 변동과 더욱 깊게 연결시켜 해석하고 공시적으로는 19세기 동아시아의 지역적 변화, 더 나아가 지구 전체적인 역사 전환과 연관시키는 의미 있는 분석 고리를 찾아내어 이를 새롭게 이론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제국을 중심으로 보는 역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역사 연구의 보편적 주제를 한국사를 통해 제기할 수 있으며 개항기의 역사 혹은 한국사를 제국주의의 길을 가지 않은 인류의 보편사이자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수사로 재정립해 나가는 연구사적 도약을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긴 하루의 끝에서
21/03/08 01:17
수정 아이콘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 가야계의 미래를 둘러싼 김유신 일파와 복야회의 갈등이 나오는데 보고 있자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조선인들이 떠오르더군요. 뭔가 많이 미묘했습니다.
21/03/0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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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통찰력을 통한 일갈.
이게 참 달콤하고 빠져나가기 힘든 함정이죠. 책은 참 좋은 소스지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아주 놀라운 재주가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댓글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임진왜란 전의 사신단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글쓴이의 미중관계에 대한 태도를 누가 병자호란 전의 서인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하면 발끈하겠죠?
탄광노동자십장
21/03/08 04:12
수정 아이콘
19세기 지식인은 매료됐을지 몰라도 21세기의 저는 참 좆같네요.

예전부터 올려주시는 글 항상 재미있게 읽었고 특유의 시각에 대해서 온전히 동의는 못하더라도 많이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복귀하시고 나서의 글의 흐름과 내용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요근래 계속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을 이야기하시는데 이야기의 줄기가 미국 내지는 일본의 입장에서 쓴 내용인지, 한국의 입장에서 쓴 내용인지, 아니면 서구 열강을 내면화한 어느 식민지 지식인의 입장에서 쓴 내용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소인배라 군자의 큰 뜻을 이해 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몸에 좋은 약이라 입이 쓴 것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이 불편~합니다.

글 전반에 내재된 계몽주의적 성격과 더불어 민족을 위한,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자꾸 되뇌는 것이 19세기 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지식인 이광수가 떠오르게 합니다.
댄디팬
21/03/08 06:32
수정 아이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결과물이 참담했지만 그때 어떤 사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걸 논리적으로 기술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이러한 사상의 결과물이 삐뚤어지거니 돌이켜보아 참담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 사상의 전개나 배경을 살피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쿠카카
21/03/08 07:47
수정 아이콘
이렇게 따지면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도 처음 나왔을 때
완전 뜨거웠는데요 크크
이라세오날
21/03/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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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귀양간 누군가가 열심히 글을 쓰며 나는 틀리지 않았음을 후대가 알길 바란다고 한 게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아무튼 그 일화가 떠오르는데 돌아오시기까지 많은 글을 준비하셨던 것 같네요
그런데 방향이 다르면 아무리 열심히 길을 걷더라도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짧은 제 의견으로는 다른 방향을 보는 것 같습니다
metaljet
21/03/08 11:03
수정 아이콘
당시에도 지금처럼 환빠들이 적지않게 있었을테니 저런 소리에 혹해 쉽게 넘어갔던 거죠. 뭐 다들 알다시피 결과는 합방이 아니라 병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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