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두자면 저는 <듄>을 잘 모릅니다. 원작도 읽어본 적 없고 영화판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데이비드 린치 판은 이야기는 들었지만 스토리나 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듄>의 이번 영화 감독은 드니 빌뇌브 감독입니다. 이미 다양한 영화를 통해서 본인의 시각적 표현을 맘껏 보여줬던 감독으로서 이번 작품 <듄>에 대한 시각적 기대치도 굉장히 높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맥스 관에서 봤기에 그런가 시각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한스 짐머가 맡은 음악도 굉장히 좋구요. 시청각적인 부분에서는 따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서사는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것 같습니다. 감독 특유의 느린 전개와 더불어 영화 자체가 그닥 서사에 욕심이 별로 없어보여요. 아마 많은 분들이 타이틀이 나올때의 파트 원에서 눈치를 채셨을 텐데,(혹은 눈치를 채셔야 했었는데) 영화는 서사로 따지자면 굉장히 짧습니다.

이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게 주 무대가 사막 행성이다보니까 분명 독특한 비주얼은 꽤 강렬합니다만, 그 뒤를 이어서 영화를 이끌어 가야할 서사의 힘이 부족해보여요. 시청각적 충격은 강렬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힘이 빠질 수 밖에 없거든요. 비슷한 지점에서 캐릭터의 발전에서도 물음표가 붙습니다. 저는 영화가 불친절하다는 말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영화 자체는 고유명사가 꽤 등장하지만 캐릭터와 세계를 둘러싼 암투 자체는 꽤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감독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요. 다만, 영화 외적으로 불친절하다면 동의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작과 서장이라는 측면에서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예지와 그것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있어서 불친절한 부분이 있어요. 잠깐 살펴보니 원작에서는 가능한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소설이 아닌 영상화에서는 조금 더 고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땠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2% 부족하거나 혹은, 아예 평가를 보류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서장이라는 컨셉에 아주 충실한 작품이고, 이제 시작하는 세계관이라고 감독이 못박아 놓고 이야기를 하는 영화거든요. 결국 이러한 쌓아올림이 제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두번째 작품까지를 봐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도 아쉬움이 조금 남는게, 서장이긴 합니다만 그런걸 이해하더라도, 서사가 너무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시청각적 경험인 동시에, 영화적 경험으로는 평가 불능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p.s. 만약 드니 빌뇌브 감독의 후속작이 이번 <듄>의 속편이 아니라 다른 작품이라면 찾아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듄>의 속편이고 평가가 (혹시라도) 안좋다면, 저는 챙겨 볼 것 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