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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1/19 02:10:00
Name Promise.all
Subject [일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인생일대기
링크는 회생의 사당에서 젤다의 외침을 듣고 깨어납니다. 마치 양수(羊水)에서 갓 벗어난 태아처럼, 아무런 기억 없이 맨몸으로 세상을 접합니다. 링크는 옷을 입고 앞으로의 길을 인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커스톤을 받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품과 같은 회생의 사당을 떠나 모험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이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아이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래를 위해 세상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숭고한 희생적인 사랑이기도 합니다.
 
회생의 사당에서 나온 링크는 이내 수수께끼의 노인을 만납니다. 수수께끼의 노인은 세상에 나온 링크에게 '시련'을 만나고 해결하는 첫 번째 과업을 부여합니다. 노인은 아버지와 같이 우리가 삶의 시련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시련을 통과하는 법을 배운 후 노인은 링크에게 패러세일과 함께 메인 퀘스트를 - 가논 토벌, 하테노 마을 찾아가기 - 쥐어주고 떠납니다.
마치 성인이 되어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각자의 목표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네들과 같이, 링크는 노인의 유언과 명령을 쥐고 세상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어머니는 어린아이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이 어린아이가 태어난 특별한 사회가 던져주는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어린아이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 어머니는 삶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나친 걱정을 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생애 일부를 어린아이가 독립해서 마침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소망에 바쳐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원칙과 기대로 인도되어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위협적이고 권위적이기보다는 참을성이 있고 관대해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성장하는 어린아이에게 능력에 대한 확신을 증대해야 하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권위를 갖고 아버지의 권위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70-71p

링크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앞에 놓인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 나갑니다.
시련들은 인생의 경험을 쌓듯이, 시련의 징표는 우리의 능력이 됩니다. 탑을 정복하면 우리는 성취감을 얻고 넓은 시야를 얻고, 지도가 밝아집니다. 사당과 탑을 정복할 때 마다 -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배우는 것들 혹은 인생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더 나아가 인생의 초석들을 밟아나가는 것: 학문, 예절, 화술같은 다양한 것들을 익히는 것도) -  우리의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맞닥드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테크닉들이 늘어납니다. 누군가는 바로 큰 목표로 달려가지만, 누군가는 작은 목표 하나하나를 향해 달려가기도 합니다. 젤다의 전설 속에서 각자의 플레이가 다양한 것처럼, 우리는 다들 다양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들은 누대에 걸쳐 쌓인 선조들의 유산, 조상들의 유산, 할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이고 이정표이며 우리가 올라서서 바라보게 될 '거인의 어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유산 위에 서서 더 먼 곳들을 내다보고 더 많은 것을 만나기 위해 탐험하며 살아갑니다.
모험하면서 기억의 파편을 모으는 링크처럼,  삶을 살아가는 얻는 추억들 그리고 그 희노애락의 감정, 기억의 파편은 영원히 기록할 보물이 되어 우리에게 남습니다.
        
다만 우리의 삶에는 '재앙 가논 토벌'과 같이 명석하고 판명한 목표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 목적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인생에 주어진 목적이란게 존재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죠. 이렇듯 모호함으로 점철된 순간들의 집합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인생은 더욱 더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아나가며 받는 고통과 영광의 숭고함, 모호의 안개 속에서 자신이 서있는 길에 확신을 가지고 걸어나가는 비장함은 누구나의 인생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인생을 다른 게임 속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냈는지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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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스
21/11/19 07:55
수정 아이콘
야숨2 마렵네요
21/11/19 08:03
수정 아이콘
글 보고 생각해보니 야숨할때 가장 큰 희열은 탑에 올라가서 맵을 밝힌 다음에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거였어요. 탑 위치도 안알려줘서 일단 높은 산 보이면 올라가서 빙 둘러보고 맵에 마커 찍고 무작정 달렸는데.. 마치 야생에 와서 생존하는 것 같은 과정이 제일 재밌었던것 같습니다.
Promise.all
21/11/19 14:32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오브젝트들이 하나같이 정복욕과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맵이 참 짜임새있게 잘 되어있었습니다.
21/11/19 08:19
수정 아이콘
교회 목사님이 이야기 하시는줄 알았어요...
21/11/19 10:45
수정 아이콘
이런 목사님만 계시면 기독교 미래가 밝죠
Promise.all
21/11/19 14:34
수정 아이콘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20대 중반입니다.
21/11/19 09:44
수정 아이콘
무쥬라의 가면 마렵네요
及時雨
21/11/19 10:18
수정 아이콘
야숨무쌍 넘모 재밋서요
21/11/19 13:17
수정 아이콘
야숨은 정말 마스터피스입니다.
보로미어
21/11/19 17:49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한 백시간가까이하다가 그만둔 젤다가 다시 생각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romise.all
21/11/19 18: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11/20 18:42
수정 아이콘
이정도면 딴짓 마니 하고 머리 리셋도 된거 같은데..
3회차 가논 잡으러 가볼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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