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대한민국 개신교계가 대한민국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겨가면서 여러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모여서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여러 번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약 42만 명의 신도가 있는 -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5140 -  대한민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서는 비대면 예배를 성경적이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 http://reformedjr.com/?mid=board01_01&iframe=true&width=100%25&height=100%25&page=2&document_srl=119314 - 고신 교단 소속으로 대면예배를 강행하다 여러 차례 교회 폐쇄를 불러온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를 지원했으며,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37575 - 종교정당 국민혁명당과 군소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복원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는 자가진단키트에 의존하면서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불러왔음에도 ‘8·15 광복절 집회 때문에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교묘한 변명을 일삼으며(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집단감염은 8·15 광복절 집회가 아니라 그 전에 이미 발생했으니까) 손현보 목사와 마찬가지로 정부 방역지침에 저항하면서 대면예배를 강행하다가 교회 폐쇄를 겪었다.

개신교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온라인 예배가 대면예배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약간 앞서는데, 온라인 예배가 어색해 대면예배를 더 중시하는 노년층에서조차 온라인 예배가 대면예배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응답이 연령대 평균보다 약간 적고 50%를 살짝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 장형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행된 비대면 예배에 대한 한국 개신교인들의 태도와 인식 그리고 온라인 예배의 가능성, Asian Journal of Religion and Society, 9, 2, 49-79 (2021) - 즉 대면예배를 강행하기를 원하는 신도들이 개신교 내부에서 다수를 점하지는 못한다. 종교집회에 대한 정부의 자제 권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를 종교의 자유 침해로 보는 개신교인은 35.5%로, 아니라고 여기는 개신교인 57.2%에 비해 소수였다. - https://www.yna.co.kr/view/AKR20200826166700005?section=news -

이렇게 개신교 내부에서 다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대면예배 강행 세력이 교회 내에서 왜 배척되지 않고 있을까? 개인 의견으로는 대면예배 강행에 놓여 있는 종교적, 정치적 동기를 한국교회가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먼저 종교적 동기부터 살펴보자.

한국 개신교와 복음주의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 교파는 19세기 말 미국 개신교의 선교활동으로 인해 세워졌고 따라서 한국 개신교에서 미국의 영향을 떼어놓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개신교가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만큼 많으나,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미국의 복음주의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 교회의 주류를 점했다는 것이다.
복음주의란 무엇인가 정의하기는 꽤나 난해한 문제이나, 전광훈 등 한국의 개신교 부흥회를 이끄는 부흥사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있었던 미국 대각성 부흥 운동을 주로 언급하며 복음주의를 주장한다. 대각성 운동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지도자들은 지식보다 열정적 신앙심과 영성을 내세웠고,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움직이는 것을 중시했다. 그래서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에서는 복음주의를 ‘보수 개신교인들의 체화된 종교성의 수행적 양상을 말하는실천적 용어’로 정의했다. 한국 개신교는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아 이런 복음주의적 요소를 그대로 수입해왔다.

전통적이지는 않지만 의례적인

이런 미국식 복음주의를 내세우는 개신교에서는 개인의 회심과 영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예배 등의 예식들도 전통적인 예식에 집착하지 않고 시대에 맞춰, 대중들에 맞춰 그들의 종교적인 감정적 욕구를 채워주는 데 주력한다. 새벽에 모여서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는 새벽기도, 특정한 찬양을 반복하면서 정신적 고양을 불러일으키는 부흥회나 찬양 집회, 한데 모여서 모두 큰 소리로 기도하는 통성기도 등 원래 개신교 예배에 없던 예식들도 사람들의 종교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면 복음주의 개신교에서는 도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이제는 한국 개신교의 전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자리잡았다.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밴드 음악이나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동원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한국 개신교의 전통에는 없었기 때문에 도입되는 데에 많은 난항을 겪었으나, 애초에 한국 개신교는 사람에게 종교적인 회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제일로 여기는 복음주의를 중시하니 결국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회심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은 예식으로 따지면 끊임없이 변화하며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기를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런 변화 중에도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복음주의적 전통(?)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개신교는 의례에 집착한다. 종교적 감정을 자극하는 기능은 의례로밖에 할 수 없으니까. (사실 이건 어느 종교든지 마찬가지긴 한데, 여기에선 대면예배에 집착하는 풍조가 개신교에만 있으므로 개신교만 놓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다른 종교에서 의례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완화되는지는 모르겠다.)

예배가 없어지면 신앙도 없어질 수밖에

복음주의 개신교에서는 신앙의 실천을 예배에 집중시켰다. 비록 가르칠 때에는 현실의 삶을 예수를 닮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교회와 세상의 삶을 분리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예배에서 종교적 고양감을 일으키는 데에 집중했고 그것을 예배의 가장 주요한 기능으로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앙의 실천을 예배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고양감으로 상당 부분 대체했다. 그리고, 온라인 예배에서는 설교는 온전히 받아들여질지언정 사람들과의 만남, 찬양, 기도를 통한 종교적 고양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의례에 집착하는 정도가 심한 개신교도에겐 대면예배는 곧 신앙이요, 생명이다.

대한민국 교회의 복음주의적 전통에선, 이런 의례에 대한 갈망은 곧 실천하는 신앙, 살아 있는 신앙, 신이 친히 임하는 신앙으로 높이 받들어져 왔다. 신앙의 내면화와 실천을 종교적 고양감으로 대체해 온 대한민국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선 이런 사람들을 섣불리 내칠 수가 없다. 개인의 회심과 영적 뜨거움, 그것이 느껴지지 않을 때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쓴 복음주의 한국 기독교는 결국 그 회심과 영적 뜨거움을 위한 모임 그 자체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