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2/22 21:50:2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602200643
Subject [일반] <매트릭스: 리저렉션> - 걱정과 기대 사이.(스포) (수정됨)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매트릭스 세대는 아닙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매트릭스의 그림자 아래에 있는 세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매트릭스 1, 2, 3편을 직접 보며 시각적 충격을 느꼈다기 보단, 아 그런 영화가 있지 하고 찾아보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매체들을 더 많이 보고 자란 세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걱정과 기대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영화기도 했습니다.


자 그럼, 영화는 어떨까요?

오락 영화입니다. 나가시는 문은 저쪽입니다.

더 듣고 싶으시다고요? 음....


<매트릭스> 1편의 이야기는 매트릭스라는 가상공간을 뚫고 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말하자면 상자를 뚫고 나오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점에서 4편 초반부의 제 4의 벽을 뚫고 들어오는 이야기는 꽤 신선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 비디오 게임 등등 이야기 바깥과 안쪽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1편의 오마주도 가득합니다. 뭐 대놓고 영상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던져주는 떡밥과 이야기들도 있었구요.


다만 이러한 서사가 중간 이후부터는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시점부터 이것이 현실인지 가상현실, '매트릭스' 속인지에 대한 서사부터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부분에서 교묘하게 어느 쪽인지 가릴 생각이 별로 없어보여요. 그렇다고 인물의 고뇌가 잘 다뤄지는 느낌도 아니구요. 결국 서사가 상당히 얕아 졌습니다. 캐릭터의 고뇌도, 인상적인 서사도, 주제의식도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나이의 문제인지, 혹은 상상력의 문제인지, 액션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2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후반부 (프로이트 닮은) 아키텍트와의 대면 장면도 있지만, 스미스와의 난투, 고속도로 추격전 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후반부 클라이맥스가 나쁘진 않았지만, 좀비 영화에서 봤고, <분노의 질주: ???>(기억 안남) 에서도 봤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이거다!' 싶은 킬러 씬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문제점은 이 두 가지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쩔어주던 액션씬과 쩔어주던 주제가 퇴색되면, 무엇이 남을까요?

괜찮은 오락 영화만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제목을 '기대 이하, 걱정 이상'이라고 쓰려다가 말았습니다. 몇 가지 설정은 괜찮게 남았고, 몇 가지 이야기는 충분히 더 할만합니다만, 매트릭스 시리즈를 드디어 극장에서 처음 접한 사람으로서는 '이게... 매트릭스?'라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영화 같아요. 이건 어떤 측면에서는 <본 레거시>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뛰어난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오히려 아류처럼 보이게 된다는 측면에서요.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가지고 있어야 했던 이야기, 말해야했던 주제들은 이젠 지나간 이야기가 되어버린 문제가 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p.s. 스포를 뚫고 여기까지 오셨다면, 쿠키는 스킵하셔도 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orschach
21/12/22 22:34
수정 아이콘
우려했던 것 보다는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야기 흐름도 뭐 나름 괜찮았어요.
그럼에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가 팬픽이나 팬무비 같은 것이었으면 '오 제법 잘 만들었네' 라고 했었을 것 같아요.
1편은 진짜 명작이라고 생각해서 2,3편 두 편의 영화가 좀 사족 같다는 생각 많이 했는데 이건 사족의 사족 이라고나 할까요 크크

그런데 액션 연출은 진짜 별로였어요. 액션 쪽은 원래 동생이 담당했었나 싶을 정도... (4편은 각본, 감독 모두 라나 혼자)
트리니티의 명 액션장면이었던 도입부를 재연하는 씬에서는 뭐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더라고요.
aDayInTheLife
21/12/22 22:42
수정 아이콘
사족의 사족. 이라면 토이스토리4처럼은 만들어야 하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아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고 액션도 좀…
주제의식과 액션이 빠져버리면 매트릭스는 매트릭스인가 하는 테세우스의 배 같은 역설이 걸어오는 동안 들더라고요.
김매니져
21/12/23 00:4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그냥 망했어요ㅜㅜ
여기도 설명 저기도 설명 온통 설명충 뿐이고 전체 플롯도 지루하게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캐릭터, 배경, 서사 모두에 걸쳐 묵직한 덩어리감이 제대도 표현도 안되고, 덩달아 주제의식도 가벼워지고

결정적으로 전작과 다르게 스틸샷 하나하나에 간지가 없어요. 에잇!
aDayInTheLife
21/12/23 07:11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에서 많은 부분이 빠져나간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캐릭터의 고뇌가 얕아지니까 연달아 따라오는 여파들이 줌 있더라구요.
CP Violation
21/12/23 05:54
수정 아이콘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하니까 모든 게 거슬리더군요. 설정을 어떻게 끼워맞춰서라도 존윅식 수염은 좀 쳐내고 네오답게 왔으면 1점이라도 더 주는건데
aDayInTheLife
21/12/23 07:13
수정 아이콘
수염...은 생각보다 괜찮긴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매트릭스보다 존윅을 극장에서 더 많이 봐서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 상 큰 구멍이 생겼다는데는 동의합니다.
미러스엣지
21/12/23 09:46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의 주제가 이젠 철지난 메시지가 되긴 했죠. 뭐 그건 그렇다 치는데 액션이 퇴보한건 봐줄 수가 없겠더라구요
葡萄美酒月光杯
21/12/23 09:50
수정 아이콘
쿵푸도 별로였지만 총질은 더 별로였어요....
매트릭스 1 2 3을 거치면서 요원의 무서움이 많이 희석됐다고해도 이번 4는 요원이 무슨 스타트루퍼도 아니고.....
aDayInTheLife
21/12/23 09:51
수정 아이콘
알리타나 공각기동대 영화판 하는 것들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본가도 그럴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이미 메타버스니 뭐니 하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의미 없는 구분인거 같기도 하구요.
유러피언드림
21/12/23 10:37
수정 아이콘
전 괜찮게 봤는데 역시나 평이 가혹하네요. 뛰어난 전편을 가진 후편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위에 다른 분도 말씀하셨듯 팬픽이나 팬무비 정도로는 훌륭한 시나리오였을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그냥저냥 가장 좋아했던 영화 시리즈의 후속편이, 과도하게 전편들의 세계관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볼거리를 주었다는 점에서 (적당히) 만족했습니다. 다른 광대한 시리즈처럼 매트릭스가 곁가지로 이런 저런 시나리오가 나올법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트릴로지로 온전하게 마무리 된 시리즈였으니 (자체적인 환원구조의 엔딩까지) 더 꺼낼 이야기도 없었을 텐데 뭐 이정도면. 그래. 오랫만에 나와서 가려운데 긁어줘서 고맙습니다.. 정도의 느낌입니다.
aDayInTheLife
21/12/23 10:42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워낙 혁신적(이라고 들었던) 영화의 후속편이니까요. 크크
주제와 액션이 빠지면 매트릭스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그 부분이 자꾸 발목을 잡았습니다. 막 되게 못만들고 그런건 아니고 어느 정도의 호평이 지속되는 부분도 알겠는데 그렇다고 전작 마냥 혁신적 영화는 아니다 싶더라구요.
유러피언드림
21/12/23 11:2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전율을 느꼈던 그 영화의 자식뻘 되는 영화에서 킬링타임용 무비가 나온다는 게, 한편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라고 다짐하고 가서 봐도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주제와 액션은 어느정도 체념(?) 해서 그런지 크게 걸리적거리는 부분은 없었는데, 스미스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등장이라던지(퇴장은 더 최악), 너무 심하게 노골적인 힌트들(파란 안경 같은..) 이 좀 거슬리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499 [정치] 개인적인 코로나19의 미래예측 [18] Promise.all8801 21/12/23 8801 0
94498 [일반] <매트릭스: 리저렉션> - 걱정과 기대 사이.(스포) [12] aDayInTheLife8954 21/12/22 8954 0
94497 [일반] 인터넷의 가희 시바타 준과 함께 떠나는 70년대 일본 음악 여행 [20] 라쇼13501 21/12/22 13501 3
94496 [일반] [강스포] 매트릭스 리저렉션 [3] kurt8782 21/12/22 8782 1
94495 [일반] 가난한 사랑 노래 [13] 어강됴리11889 21/12/22 11889 3
94494 [정치] 이재명 '온라인 경력증명서 발급 시스템 구축' [182] 이제그만25704 21/12/22 25704 0
94493 [정치] '윤석열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 자유가 뭐고 왜 필요한지 몰라" [300] 선인장30702 21/12/22 30702 0
94492 [일반] 노스포) 매트릭스 : 레저렉션 / 굳이 부활시킬 이유가? [10] 오곡물티슈7752 21/12/22 7752 3
94491 [정치] 수십년전에서 타임슬립 한거 같은 윤석열 대선후보 [118] 크레토스19765 21/12/22 19765 0
94490 [일반] (스포) 불후의 히어로 영화 명작 시리즈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리뷰 [22] 원장9947 21/12/22 9947 1
94489 [일반] 예술학교 입시를 마치면서 [36] 벌목꾼8755 21/12/22 8755 29
94488 [정치] [단독] 이준석 "김건희 옹호회견 반대하자, 바로 尹에 보고" [189] PiotheLib22568 21/12/22 22568 0
94487 [일반] 화이자 3차접종(부스터샷) 후기 [30] BTCS전술통제기10915 21/12/22 10915 10
94486 [정치]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현재 부동산 제도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58] Leeka14385 21/12/22 14385 0
94485 [일반] 올해 매출 2조5000억원 … 신세계百 강남점 '세계 1위' [38] Leeka11197 21/12/22 11197 3
94484 [정치] 윤석열 - 영부인/민정수석 없앨 것 [173] 유료도로당19696 21/12/22 19696 0
94483 [정치] [로이터 특집] 대만 군장성들의 심각한 스파이활동 [19] 아롱이다롱이12616 21/12/22 12616 0
94482 [일반] 살면서 본 최고의 노래 오디션이 드디어 끝났네요.mp4 [12] insane13769 21/12/22 13769 3
94481 [일반] 경제복잡도지수, 그리고 국가경쟁력 [27] cheme16188 21/12/21 16188 61
94480 [일반] 설강화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296] 하프-물범18162 21/12/21 18162 66
94479 [일반] pgr 할배가 추천하는 70 ~ 80년대 일본 대중가요 [24] 라쇼18016 21/12/21 18016 7
94478 [정치] 삼성플라자가 삼성미술관? 김건희 전시 의혹 따져보니.. [37] 브론즈테란13323 21/12/21 13323 0
94477 [정치]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 숨진 채 발견 [119] EpicSide22914 21/12/21 2291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