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자인데도 불꽃같이 잔여백신 클릭에 성공해 6월에 얀센으로 접종을 했습니다.
휴무일이었는데, 에어프라이어에 만두 구워놓고 잠시 방에 들어와 폰을 집어 들었다가
진짜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르게 예약을 했어요.
멍하니 예약완료 화면을 보고 있자니 30초쯤 후에 병원에서 전화오더라구요.
백신 개봉시간 때문에 한 2시간 후까지 병원으로 오셔야 하는데 가능하시겠냐고.
한시간 후에 저는 병원 접수대에 접수를 완료했습니다.
쉬는 날인데도요!
맞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앗, 차가워!'
#2.
얀센 접종 후에 바로 별다방으로 달려가 프라푸치노를 들이킨 덕인지
그 날 저녁에 타이레놀 먹은 덕인지 큰 반응없이 지나갔더랬습니다.
오히려 너무 멀쩡해서 나는 물을 맞은 것인가, 하고 잠시 의심을 할 정도였어요.
남편도 얀센으로 맞았는데 덩치는 곰만한 사람이 며칠을 두통과 몸살로 고생하는 걸 보고 솔직히 살짝 쫄았거든요.
부스터샷 일정 나왔을 때에는 일부러 남편과 같은 날 같은 병원으로 함께 예약했습니다.
기왕이면 둘이 같이 앓아눕자...는 의도였는데, 이번에는 남편은 그냥저냥 멀쩡한데 저만 37도 정도의 미열과 온몸 근육통에 시달렸습니다.
소아과 가면 뽀로로 스티커 붙여준다고 해서 기대하면서 갔는데 안 붙여줘서 살짝 실망했구요,
생전 안해본 병가조퇴라는 것도 해보았습니다.(접종 다음날 출근했거든요.)
하지만 카톡 접종정보에서 쌍따봉이 안나오는게 제일 서운합니다.
#3.
시국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사던 잠실구장 시즌권도 못 산지 2년째입니다.
장충체육관이 가까워서 퇴근후엔 남자부, 여자부 가릴 것 없이 생각나면 티켓팅해서 보러 갔었는데 그것도 못 했어요.
가려고 마음 먹으면 못 갈 것도 없지만, 회사며 가족들이며... 그냥 좀 덜 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덕분에 그 돈으로 1년동안 만화는 e-book으로 원없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보던 만화가 여태도 완결이 안났다는 걸 알았을 때에는 띵하기도 했지만요.
푸릇했던 10대 감성으로 보던 작품들을 폰으로, 패드로 다시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기는 개뿔, 이젠 좀 적당히 완결 좀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만 들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런칭하자마자 1년 정기결제를 망설임없이 질러놓고,
여태 본 거라고는 완다비전, 팔콘 앤 윈터솔져, 극장 개봉 때 못 본 크루엘라 뿐이긴 해요.
완다비전 1화 때는 내가 뭔가 잘못 틀었나 싶다가, 2화 때에는 보던 걸 멈추고 위키 검색을 했어요.
진정 이게 맞나 싶어서.
끝까지 정주행하고 나니, 이래서 타노스가 완다를 블립으로 보내버렸구나(...) 싶었어요.
제가 다 보고 나서 남편이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1, 2화를 보고 있는 남편 표정이 그 때의 저랑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스포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크크크크.
#4.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덕에 알게된 건데, 남편은 의외로 성장형 드라마 취향이었습니다.
무협 취향인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죠.
반면에 저는 일단 다 때려부수는 거 좋아함 + 슈퍼내추럴 + CSI 시리즈 이런 거 좋아함이에요.
남편 덕에 귀멸의 칼날이랑 하이큐 애니를 정주행했어요.
하이큐는 시즌 막판 작화의 괴리감과 설명으로 점철된 연출에 좀 질리긴 했지만,
귀멸의 칼날은 남편이 아주 맘에 들었던 모양인지, 단행본도 한방에 나온 거 다 결제해서 보더라구요.
연애할 땐, 같이 있는 시간에 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었고,
남편의 취향이랄 것도 없이 저 하는 거 따라오기만 해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잘 몰랐는데
확실히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그래도 뻔뻔하게 웃으면서 "나는 귀여워~"를 외치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난다기 보다는 어이없어서 웃기는 거 보면...
아직은 콩깍지 상태인 거겠죠, 저도.
#5.
한 달 전 쯤, 광고를 보고 해볼까 싶어서 블루 아카이브를 시작했습니다.
4대장까지는 무리고, 이오리/히비키 둘만 뽑으면 시작해 보자 하고 리세를 시작했다가...
쉬는 날 하루를 거의 다 잡아먹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이오리/히비키/츠바키 들고 이륙해서 한달 지난 지금은 4대장을 다 손에 넣었습니다!
게다가 어쩌다보니 픽업캐들도 이즈나빼고는 다 있......
겜게에 올려주시는 글도 참고하고, 초록창 검색도 해보고 하면서 퇴근 후에 소소하게 즐기는 정도지만
의외로 SD 캐릭들도 귀엽고, 일단 자동전투가 되서 좋습니다.
모바일 게임 두 개 하는데 다른 하나는 자동전투가 없거든요 ㅠ_ㅠ
히비키가 스킬쓸 땐 속이 다 시원하기도 하고요. 크크크크.
역시 때려부수는 게 최고입니다(!!!)
#6.
불꽃같이 리세를 하고 있는 저를 보더니 남편이 씨익 웃어요.
전에 남편이 그랑사가 변신카드 2장 들고 시작하고 싶다면서 리세지옥에 빠졌을 때, 제가 뭐라 했거든요.
게임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걸 그렇게 돌리고 있냐, 걍 적당히 하지 그러냐, 하고...
그런데 이젠 제가 그러고 있었네요...?
미안, 근데 생각보다 재밌잖아, 이게...
#7.
회사 복지포인트가 남은 김에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갤럭시 워치4 클래식을 사주었습니다.
출시되었을 때부터 사고 싶은 눈치긴 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거랑 배터리 소요시간, 기능 이것저것 비교하더니
지금 사용중인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나 봐요. 디지털프라자에서 실물 만지작거릴 땐 당장 결제하려나 했는데.
일머리없는 회사 후배 덕에 일년 내내 고생하기도 했고,
작은 회사 특성상 휴가나 보너스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나름 깜짝선물이라고 주문을 해주었는데 배송문자에 물품정보가 같이 나가는 바람에 서프라이즈는 실패.
그래도 씬나게 스트랩고르고, 수면 진단체크해보고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사준게 뿌듯하긴 하네요.
#8.
전에 자게에 남편에게 새삼 설레였다는 글을 보고, 저도 생각을 해봤어요.
결혼하고 나서 남편에게 설레였던 적이 있던가.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가슴 두근거리게 설렌 기억이 없더라구요?(...)
대신,
출근준비하다가 "양말 신겨줘." 하면 툴툴하면서도 조물조물 신겨주고,
주말 아침엔 먼저 일어나서 커피를 타주고,
퇴근할 땐 지금 사무실 나간다고 카톡을 보내주고,
서로 구내식당 점심 식판을 공유하고,
간식을 먹을 때는 자연스럽게 제 입에도 하나씩 넣어주고...
(물론 본인 3개 먹을 때 저 한 개만 주긴 하지만요.)
주말 출근하는 저를 지하철 입구까지 마중나와 주고.
설렘은 없지만, 따스함은 있네요.
#9.
아직 좀 남긴 했지만,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어요.
내년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또 열심히 살아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