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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4 17:51
- 매워요... 너무 매워요...
- 한편, 반대로 신앙은 비근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전례적/전통적 예배를 추구하는 곳들도 상당수 있죠. 정확하게 반비례관계는 아니겠지만, 느슨한 음의 상관관계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2/02/04 17:54
그런데, 미국 메인라인 교단의 쇠퇴를 보면 그것 역시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교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요.
22/02/04 18:07
- 굳이 말하면 저는 미국 사회에서 개신교 비율이 너무 과도하게 잡혀 있었고 이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 교단이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어느 지점에서 그 니즈가 교단이 추구하는 바에 배치될 때에는 그 니즈를 무시하거나 역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성도수가 줄어들면,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 라고 쓰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교단별로 생존문제가 걸려버려서 이렇게 낭만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겠죠) - 윗플에서는 제가 조금 조심스럽게 '비근본주의'라고 썼지만 실은 (본문에서 '근본주의'의 대척점으로 언급된 '보수주의'보다는) '진보주의'를 상정하고 쓴 건데(그래서 흔히 '메인라인'이 지칭하는 대상들을 상상하고 쓴건 아닙니다), 이쪽도 조금 다른 의미로 매운맛 신앙생활을 해볼 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매운맛이 아니라서 흡인력은 다소 떨어지겠죠. 어쨌든 저는 이쪽 감성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 이쪽이 좀 더 흥해줬으면 좋겠는데, 미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확장성이 크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시대 흐름상 언젠가는 그 '메인라인'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올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 때 되면 많이 쪼그라들어 있겠죠)
22/02/04 18:14
암튼 저는 본문에 소개된 영적 매운맛을 추구하는 그룹과 가깝게 지내보기도 했고, 가까이서 그 영적 매운맛을 함께 맛보다가 혀가 너무 얼얼해져서 이탈해보기도 했는데,
그래서 양가감정이 있습니다. 분명히 싫은데, 다소 짠한 느낌이 있어요. '어릴 때 큰형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다 자라고 나니 큰형이 놈팽이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는 동생의 심정'이 이것과 비슷할까요...?
22/02/04 23:34
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런 영적 매운맛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거의 내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신앙생활에 대한 고민을 도저히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네요. 이들이 바로 옆에 있는 내 형제요 자매입니다.
22/02/04 18:17
최신에 나온 버전이라서 '진보적'이라고 하기에는 유럽의 루터/칼뱅맛은 전부 버려버리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미국맛 그 자체로 채워온 은사주의 개신교가 정말 한국에서는 가면 갈수록 교세가 강해지고 있지요 (생각해보니 이미 수십년된 이야기네요). '존 녹스'는 몰라도 '빌리 그레이엄'은 알고,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는 설교에 안 나오면서 '4차 대각성'은 거의 격주로 나옵니다. 저도 '장로교'에서 나음 명망있다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지만, 가끔 이게 '오순절교회'에 더 가까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가톨릭도 그렇고, 이슬람도 그렇고, 21세기의 종교의 문제가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12사도도 예수님의 기도에 '노잼'하면서 졸아버렸다고 성경에 적혀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유튜브도 보고, 컴퓨터 게임도 하는 사람들에게 '누미노제 (비합리적이고 영적인 경험, 이라는 뜻의 비교종교학 용어)'를 제공해주려면 결국 종교학자들이 말하듯이, 의식적인 무아지경을 다른 매체보다 더 효율적으로 나눠주면서 '이 경험 여기서 밖에 제공 못해주는거야'라고 해야하는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종교 덕후로서 개신교 교단이라면 서로 어떤 교리차이 때문에 다른 교회와 나눠줬는지, 왜 우리 것이 좋은지 알려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건 신학대에서나 먹히지, 뭐 매주 일요일 강단에서는 올릴 그런 주제가 아닌가봅니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기독교인'이라는 존재에는 말씀해주신 '영적 매운맛 진짜배기'만 남겠지요. 평상시에 고민하고 있던 주제를 멋지게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요즘 추세가 뭔가 제 눈 앞에 보이는 느낌이네요!
22/02/04 23:42
말씀하신 대로 이것도 이젠 좀 낡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긴 합니다. 누미노제란 개념이 있다는 걸 미처 몰랐네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2/02/05 01:23
빌리 그레이엄과 4차 대각성이면 교회/목사님의 성향이 약간 CCC계통이 아닐까 추측되긴 합니다만......
(물론 한국에서 CCC는 4영리와 더불어서 가장 교세가 큰 집단중 하나죠.) 근데 오순절교회쪽은 생각하시는것과는 차원이 다를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교회도 은사주의쪽에서는 그냥 보통맛에 가깝습니다. 은사주의쪽으로 매운맛은, 진짜 상상이상이라서요;;; 뭐 집회때 옷을 던지면 넘어진다던가, 치유받는다던가, 거짓의 영이 보인다던가, 안수해서 영을 쫓아낸다던가... 개신교 내에서도 은사/영적세계에 대한 부분은 좀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게 기본적인 스탠스인데, 이쪽은 아예 공공연하게 이런 은사/영적세계를 이야기하고 성령의 직통계시를 구하는 쪽이라;;;
22/02/04 18:40
뭐.. 이런 문화도 돌고 돌다보니, 이제는 카톨릭의 전통적인 전례가 가장 누미노제를 잘 제공해주는 편이죠;;;
가장 전통적인게 가장 거룩한 형식이 되어버린 상황이랄까;;; 그래서 개신교쪽에서도 카톨릭의 분위기/형식을 쫓아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전통을 쫓는다는 느낌으로;;) 뭔가 저도 말을 보태고는 싶은데, 여유가 없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어요.
22/02/05 00:02
한국 얘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이유로 심지어 정교회에 귀의한 개신교도도 있다고 하더군요. 위에 Farce님도 말씀하셨지만 누미노제란 개념을 덕분에 알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22/02/04 18:45
비교인 입장에선 온건파 보수주의 기독교 신앙집단은 성당으로 가지않나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한번 필터링 된 후라는거죠. 교회쪽은 형식에 정당성을 부여할 권위자 혹은 집단이 없으니 매운맛 더 매운맛식으로 마케팅 차별화를 꾀하는 집단에 대한 수요를 맞춰주는거고요.
22/02/04 23:56
은사지속론을 교단의 근본 원리로 삼는 개신교 분파가 오순절교회인데, 이 교단은 20세기에 생겨난 이래로 최근까지 한국은 물론이요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순절교회에 속한 교회 중 가장 큰 교회는 비신자들도 잘 알 여의도순복음교회입니다. 영적인 매운맛 추구는 어쩌면 전 세계적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22/02/04 20:02
어디서 성경적 근본은 토요일 예배이라는걸 본 기억이 있는데,
한국의 기독교에선 토요일 예배를 진보주의로 보나요?, 아님 근본주의라 보나요?? 비교인이지만 교리같은 것들에는 관심이 있어서 보고 있는 주제인데 늘 궁금하더라고요
22/02/04 20:33
그건 본문에서 말하는 근본주의/보수주의/진보주의 구분과는 궤가 조금 다릅니다.
- 성경에 나오는 '안식일'은 토요일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유대교에서는 지금도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킵니다. - 그리스도교 전통에 속하는 대다수의 그룹들(개신교,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등)은 일요일에 예배를 드립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주 정확한 서술은 아니지만, 일단 간편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 일요일 예배 전통이 굳어진 것은, 일요일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요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금요일에 십자가형. 일요일에 부활) - 예수님 부활 이후 초기에 형성된 그리스도교 그룹들(교회 용어로는, '초대 교회')에서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주일, the Lord's day)로 기념하여 지키기 시작했고, 이것이 일요일 예배 전통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개신교 그룹에서 [성경에서는 안식일이 토요일이니 토요일 예배가 맞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이건 [근본]의 문제라기보다는 [견해]의 차이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생 일요일 예배를 기준으로 신앙생활 해왔지만, 그렇다고 토요일 예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련해서는 다음의 나무위키 문서를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소 정확하지 않은 서술도 있기는 한데,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무리 없을 겁니다.) https://namu.wiki/w/안식일#s-3
22/02/04 22:56
여기서 말하는 매운맛 교인들은
수요일 저녁/철야 예배 토요일 종일 예배 일요일 새벽예배와 대예배 기타 셀모임 이정도는 해야 복음을 접할 자격이 있다 여길겁니다
22/02/04 23:51
jjohny=쿠마님께서 위에 좋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는 하나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토요일 예배를 주장하는 기독교도 중 한국 내 대규모 이단 분파인 하나님의교회 세계선교협의회가 있습니다. 여기는 원래 안식일은 토요일이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기존 교회의 신자들을 빼오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현재 기독교 사정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기로 가면 나중에는 안상홍(여러 하나님의교회 계열 교단의 창교주)이 성령이고 어머니 하나님이 존재하며 그분은 바로 교주 장길자라는 기이한 교리를 신앙하게 됩니다.
22/02/05 13:05
개신교내에서도 교파에 따라서 성경해석을 하는방향이 다릅니다.
그리고 기독교에서 나오는 성경책 하단에 해석본이 달려서 나오는것도 있구요 개신교/이슬람/유대교도 근본뿌리는 같죠 중동지역에서 유대교/개신교/이슬람이 나왔고 이들종교끼리도 방향이 다르죠 개신교도 다양한 교파가 있고 이슬람도 교파가 많죠 이슬람교파에 따라서 해산물에 대한 내용이 다릅니다. 이슬람경전에 정확한내용이 없어서 교파에 따라서 달라요 (생선은 되고 새우같은 갑각류는 안되는쪽도 있고 되는쪽도 있고) 여의도 순복음도 불과 몇십년전에는 기존개신교에서는 이단으로 불럿습니다.
22/02/04 22:02
보수적 예배 + 신앙적으론 비근본주의의 개신교 교파는 한국에서 극도의 마이너리티 일까요? 교회에 대한 배경지식은 별로 없지만 왠지 궁금해서 질문드려봅니다
22/02/04 23:30
영적 매운맛이라.. 생각해볼 주제네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도인 새벽기도와 통성기도는 영적 매운맛과 연결지을수 있겠네요. 또 그정도는 해야 잘 믿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부흥회나 각종 수련회, 찬양집회등도 영적 매운맛 즉 자극과 연결될수 있고요. 그 자극을 "은혜"라는 말로 표현할수도 있겠네요. 자극을 받고 삶이 변하는게 매운맛을 주는 이유일텐데. 어지간한 자극에는 별 느낌이 없으니 점점 극단적인것, 점점 센것을 찾는것으로 볼수도 있겠네요. 생각할 문제를 제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2/02/05 01:14
일단 한국 개신교 내에서, 은사 중단론을 주장하는 쪽은 소수파지 않나요?
은사지속론을 주장하는게 대세이긴 한데, 그것도 극단적으로 가는쪽과 보통으로 가는쪽으로 따로 분류해야하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물론 보통으로 가는쪽도 말씀하시는 '매운맛'에 포함된다는건 기본 전제로 두고요. 결국 은사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보느냐.. 라는게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라서;;; (해석에 따라서, 방언이 나오지 않으면 성령을 못받은거다.. 라고 주장하는 목사님도 만나보긴 했었습니다. 신앙인이고 성령을 받으면 마땅히 방언이 나와야 한다면서, 수련회 매 시간/예배마다 방언 안받은 사람들 모아놓고 기도하더군요;;) 다만 적어주신것처럼 매운맛챌린지가 한국에서 더 기승을 부리는건 사실인데, 근본을 따지면 이것도 미국산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과학과 다른 신비한 영적체험'을 추구하는건 히피문화가 들어올때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고, 이게 미국 개신교 내에서도 '영성'이라는 주제로 많이 침투해있다고 알고있거든요. 개신교내에서, 과거에 존재하던 카톨릭의 전통들 - 초대교회와 중세 수도사들의 영성훈련 -을 접목시켜서 말씀하시는 '영적 체험'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알기론 90년대 후반부터) 그런 시도들이 한국에도 상당히 다양한 방법으로 들어와있는걸로 알고있고요. 한국 개신교가 미국 개신교의 유행과 흐름을 상당히 많이 쫓아가는 편이라서, 어느정도는 그런 흐름하에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별개로 한국 개신교만의 '매운맛 챌린지'는 한국인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목사님이 주장했던 바이지만, 한국인은 상당히 '종교적인' 성향이 강해서.. 불교도 열심히 믿었고, 유교도 열심히 믿었고, 기독교도 열심히 믿어왔었다고 하죠. 다만 '한국식'으로요. 한국의 불교/유교/기독교 모두는 원류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서 나름의 독자적인 경지를 만들어낸 역사가 있죠. 사실 새벽기도가 나타난것도, 농경사회 특유의 새벽문화 + 기존에 존재하던 정한수 형태의 결합이 아닌가 싶고.. 통성기도도 영문으로는 Korean prayer였던가요? 한국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비는 문화'가 개신교 문화와 결합되서 나타난걸로 봐야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인의 종교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명제라고 생각해요. 이 명제가 불교에도, 유교에도, 개신교에도 모두 적용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원래는 가장 개신교와 맞지 않는 명제인데(=개신교 구원에서 개인의 열심은 구원과 상관이 없으므로), 이게 미국식 근본주의와 결합되다보니 뭔가 화학작용이 일어난 느낌입니다;;
22/02/06 13:13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우선, 은사중단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도를 개인적으로는 접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더 오래된 보수주의 개신교는 이쪽이고, 의외로 인터넷에서 은사중단론에 따르는 글을 가끔 접할 수가 있어서 근본주의가 진짜 보수주의인지 점검할 때 빼놓을 수는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신과 대신복원(전광훈...) 간의 이단논쟁에도 이 은사중지론과 지속론 문제가 꽤 중요한 문제인 것 같더군요. 사실 글에서는 근본주의와 보수주의를 구별했는데, 한국식 개신교 보수주의가 종교개혁 전통과 단절되어 있어서 보수주의적 신도들 중에서도 19-20세기 선교 당시에만 집착하는 부류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개신교 중 천주교를 기독교도 아닌 다른 무언가로 취급하는 교단에서조차도 천주교 전통에 있던 요소들은 예수를 믿기 위한 것이므로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 역시 미국에서도 있었던 일이군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본디 정교회에서 먼저 확산된 헤시카즘의 요소인 관상기도를 소개할 때 정교회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단 것입니다. 개신교가 서방교회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고, 더구나 한국에선 정교회라는 이름 그 자체만으로 진입장벽이 생기니 정교회를 언급하지 않아서 유익한 점도 있지만요. '지성이먼 감천이다'가 근본주의나 복음주의와 결합한 형태가 지금의 한국 개신교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22/02/05 05:08
뒷북인데, 그 영적 매운맛 근처도 못 가본 짭 교린이 수준이지만, 초중고등학교 내내 절친이 목사님 아들이었고 (뭐 도박문제로 저에게 사기치고 결국 인연이 끊겼습니다만) 이 친구덕에 교회로 먼저 종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집안의 독특한(?) 종교이력도 한 몫 했구요 (부친 종교혐오론자에 가까운 무신론자, 모친 천주교인, 조모와 작은아버지는 개신교인, 외할머니는 불교신자...라는 이상한 이력 말이죠) 아무튼, 스타트를 이상하게 시작했습니다.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예배 찬송가 배우고 청년부에서 시작하고 성경읽기 하고 뭐 이런게 아니라 시작부터 따로(?) 다니고, 학교 음악선생님 (알고보니 완전 매운맛 중독자)에게 불려가서 통성기도 시도당하고, 시작부터 부흥회 영상 반복시청당하고... 뭐 목사님 아들 절친이고 교회 다닌다고 해서 이미 허들을 다 넘은(?) 것으로 생각하셨나 보더라구요. 나름 교회 잘 다녀보고 믿어보려고 마음 먹었는데도 저는 도저히 도저히 어떻게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결국 친구한테 야 미안 나 도저히 못 가겠다 하고 더 안갔습니다. 심지어 옆 여고의 이쁜 여학생이 나온다고 한 번만 더 나와보라고 했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그렇게 말해도 안 나올 정도였으면 진짜 저랑 안 맞는 거였겠죠 흐흐.
아무튼 그러다가 나중에 여자친구 만나면서 모친께서 그렇게 권해도 어릴때 이후로 안 다녔던 성당에 가게 되었는데요. 뭐랄까 강제로 권하거나 않고 담담하게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흥미가 생겼었습니다. 어릴 때 가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지루했던 거랑 다르게 나이들어서 가니까 그게 또 맛이 다르더라구요. 저는 그게 훨씬 더 좋았습니다. 정해진 틀이라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매운맛 없어도 좋은 그런 느낌. 비록 지금은 한 달에 주말 하루 쉴까말까한 끔찍한 직장 (주120시간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지난 1월달에 일요일을 쉰 적이 구정연휴 포함해서 딱 하루네요) 에서 일하고 26개월 아기 육아까지 하다보니 냉담신자처럼 되어버렸는데 (솔직히 쉬는 시간도 없고 쉬는 시간 생기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번아웃 수준이라...)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변명같지만 그래도 전 그 매운맛은 아무튼 안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더 좋다는 분들도 계신데 전 체질적으로 안 맞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ㅠㅠ 종교 잘 모르고 개신교도 잘 모르고 성경도 잘 모르고 뭐 암튼 지식도 수준도 일천한 저이지만, 그리고 그런 매운맛 챌린지를 추구하는 분들을 폄훼하거나 나쁘게 보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저랑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만 아무튼 저는 그 매운맛은 참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쓰고보니 아무 영양가 없는 제 감상일 뿐이군요 이게 다 철야근무 하면서 작업 끝나는 거 기다리며 멍때리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말 대잔치 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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