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생각날때마다 가끔씩 월도때 쓰던 글입니다. 돌고 돌아 베이스까지 왔네요. 밴드음악을 구축하는 핵심 세션은 한번쯤 다 언급한거 같기도 합니다. 이제 남은건 키보드, 신디사이저, 턴테이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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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에 이어 베이스 역시 밴드 멤버 모집때 귀족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 밴드활동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발에 차일정도로(....) 차고 넘치는 보컬이나 기타 지원자에 비해 베이스나 드럼은 그 절대적인 숫자에서부터 원체 유니크한데요.
베이스 취급은 21세기 지나면서부터 훨씬 좋아진 느낌도 듭니다. 물론 이전부터 밴드 음악의 가장 기본을 지탱하며 저음에서부터 빈 공간을 채우며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를 제시하는 핵심 포지션이란 점에는 그 누구의 이견도 없겠습니다만 그런것 치고는 확실히 인기나 취급이 좋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긴했죠. 재즈처럼 아예 베이스가 단독 하드캐리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이상에야 베이스가 프론트맨으로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역시 드문 사례긴 합니다. 베이시스트가 프론트맨으로 주목받는 사례들도 메인보컬 + 베이스를 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컬없이 순수 베이시스트로써 조명받는 케이스는 정말 드물죠.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에서 보컬로써의 존재감을 빼놓고 얘기하기엔 불가능한것처럼요.
되려 일렉이 대세장르로 부상하면서 드럼앤베이스처럼 베이스가 대놓고 강조되는 음악들이 등장하고 힙합이 국내에서 인기가 메인스트림으로 급부상하면서 아무래도 자기 주장이 강한 일렉기타에 비해 묵묵히 저음을 메꿔주는 베이스가 중요해지긴 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야 힙합쪽은 아예 문외한이고 그나마 듣는 몇몇 곡들도 일렉기타가 들어간 몇몇 곡들에 한정되어 있기에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습니다만) 연주하기도 어렵고 돋보이기도 어려워서 여전히 기피포지션이지마는, 그럼에도 밴드를 이끌어 나가는 사운드의 핵심으로써 그 특유의 묵직함과 간지 때문에 여전히 명맥은 이어지는 세션입니다. 베이스 연주를 해본 이들은 하나같이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들 하죠. 크기도 기타보다 길어서 등에 메고 다니면 뭔가 더 있어보이는(....) 착시효과도 있습니다. 국내나 일본 등의 밴드들의 사례를 보면 여성 분들이 베이스를 담당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기도 하는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베이스가 인상적인 곡들을 몇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쓰레쉬메탈의 제왕 메가데스 정규앨범 7집 Cryptic Writings에 수록된 곡으로 싱글로도 발매됬으며, 7집에 수록된 싱글 중에서는 챠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메가데스하면 신경질적인 머스테인의 보컬이나 마티 프리드먼의 현란한 기타솔로 등을 1차적으로 떠올리기 마련이나 선명하고 감각적인 베이스라인 역시 메가데스를 대표하는 음악적인 요소 중 하나임은 자명합니다.
재즈 재밍인가 싶을정도로 감각적인 베이시스트 데이빗 엘렙슨의 어프로치는 이 곡에서 여실히 빛을 발하는데, 인트로에서부터 드럼 사운드에 맞춰 전개되는 베이스의 멜로디라인은 이후 전개되는 첫 일렉기타의 리프가 등장하기 까지 곡의 분위기를 철저하게 주도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7집이 메가데스 최고 전성기이자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멤버들이 뭉친 마지막 앨범이다 보니 7집도 나름대로 명반으로 취급받고 있는데 그 7집 앨범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곡으로 꼽힙니다. Trust와 같이 인트로에서부터 베이스라인이 단독으로 명확하게 전개되는 곡은 초기 명반인 2집의 동명 타이틀곡 Peace sells에서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쪽은 경쾌한 로큰롤적인 미드템포가 돋보이는 구성.
2. Metallica - Ride the Lightning
쓰레쉬메탈의 전성기를 열고 본인들이 스스로 전성기를 닫아버린 애증의 밴드. 하지만 그 네임밸류와 티켓파워 만큼은 여전히 현존 밴드 중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메탈리카의 2집 타이틀곡입니다. 이 곡은 해당 앨범에서 2번째 트랙에 위치하고 있는데,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곡 Fight Fire with Fire가 원체 포악하고 스피디하며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핵전쟁급 세기말 쓰레쉬를 선보였다보니 연이어 나오는 이 곡의 리프는 상대적으로 좀 더 느릿하고 육중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습니다. 일부러 두 곡을 비교하면서 들어봐도 2번째 트랙인 이 곡의 베이스라인이 유독 더 선명하게 잘 들립니다.
이제는 뭐 말하면 입아플정도로 전설 그 자체로 추앙받는 (물론 교통사고라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일찍 요절한 탓에 더 우상화되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메탈리카 전성기의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의 신들린듯한 프레이즈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전성기 메탈리카의 영상을 보신 분들이면 알겠지만 클리프는 레코딩도 레코딩이지만 특히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빛을 발하는데, 이후에 후임자였던 제이슨 뉴스테드의 경우 핑거피킹 대신 피크피킹으로 상대적으로 수수하게 연주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더 부각되는 느낌도 없잖아 존재합니다. 덧붙여서 메탈리카 데뷔 앨범인 Kill'em All에 Anesthesia 라는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솔로 트랙이 있긴 한데 이쪽은 아예 의도적으로 베이스 단독 연주라 해당 곡도 같이 추천해봅니다.
3. Korn - Got the Life
이제는 이쪽도 데뷔 30년차를 목전에 두고있는 뉴메탈의 전설의 레전드 콘의 3집에 수록된 싱글곡 Got the Life 입니다. 사실 콘의 사운드에서 베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존재감이 원체 크다보니 베이스인 필디에 대해서 따로 더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할 정도. 저 특유의 달그닥 달그닥거리는 베이스톤은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거의 컬쳐쇼크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밴드 합주 연습때 베이스 세션을 맡았던 멤버가 저 사운드 세팅을 따라 해보려고 엄청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앰프 하이 게이지를 이빠이 내리고 로우 게이지 이빠이 올리면 대충 비슷하게 나온다고는 하는데.... 직접적으로 베이스 연주를 해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콘의 베이스 필디는 저 특유의 베이스톤을 살리기 위해 슬랩(Slap)주법을 그 어떤 뮤지션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이 곡은 라이브 퍼포먼스때 아예 의도적으로 슬랩 잼을 먼저 선보이고 이후로 넘어가는 것으로도 팬들에겐 잘 알려져 있어서 유독 인상적인 곡입니다. 그야말로 기타를 부숴버릴정도의 기세로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리치며 픽업을 조져버리는 저 격정적인 퍼포먼스를 볼때마다 저러고도 바디가 버텨내는지 오히려 기타가 걱정스러울정도.
4. Red Hot Chili Peppers - Coffee Shop
슬랩에서 필디를 소개했는데 이 분을 빼놓으면 섭섭하겠죠. 얼터락의 태동에 있어서 결코 이들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전설적인 밴드 RHCP. 그리고 락/메탈 베이시스트를 꿈꾸는 키드들의 영원한 워너비 폴리입니다. 존재감으로만 치면 오히려 필디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질게 아니죠. 미친듯한 슬랩주법을 포함해서 캘리포니케이션 같은 곡처럼 다소 블루지하거나 언급하는 커피 숍 같은 스피디한 곡들 등 성향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프레이즈를 선보여왔고 이는 밴드의 팀컬러를 개성있게 하는데도 일조하였기에 팬과 평단 모두에게 압도적인 찬사를 받고 있죠.
원체 유명하고 또 인기가 있는 곡이다보니 밴드에서 베이스 좀 쳐본다는 분들은 너나할것없이 한번쯤 커버를 시도해보는 곡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이쪽 분야의 완성형이라고 봐도 무방한 스타일. 라이브 퍼포먼스를 실제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2019 서머소닉 오사카 1일차 메인 헤드라이너)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한 활동량과 쇼맨쉽을 보여줘서 뿅가죽는줄 알았음.
지금 다시 보니 추억돋으면서도 이날 태풍때문에 오전에 라인업 절반 날아간거 생각하니 동시에 빡침이.....
5. Rage Against The Machine - Killing in the Name
본격 급진좌파 공산당 밴드 RATM 데뷔앨범에 2번 트랙으로 자리잡고 있는, 밴드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곡이자 아마 미국 음반사상 가장 위대한 곡중 하나라고 감히 자평할만한 Killing in the Name입니다. 특유의 과격하고 체제반항적인 가사에 RATM 특유의 실험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반자본주의 찬가' 라고 일컬어도 무리가 없는 곡입니다. 북미쪽에서는 팬들이 합심해서 크리스마스 시즌 챠트 역주행으로 1위를 달성시킨 것으로, 국내에서는 1세대 아이돌의 전설 SM의 H.O.T 의 열맞춰가 중간 부분을 표절한 것으로도 유명한 곡이죠.
기타 한대에서 나오는 사운드라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신묘한 톰 모렐로의 기타사운드를 포함하여 이 곡의 전반부에서부터 긴장감을 감돌게하는 팀 커머포드의 감각적인 베이스 피킹 역시 굉장히 귀에 잘 들립니다. RATM이 세팅이나 튜닝이 괴랄해서 그렇지 곡 작법 스타일을 대단히 단순하게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밴드기에 베이스 역시 템포가 반복되는 구간이 잦아서 베이스라인 역시 충분히 귀에 익숙해질때까지 쏙쏙 박히는 느낌이죠. 실제로 직장인 밴드들이 초창기에 주로 카피를 따는 대표적인 밴드로도 유명.
'더락' 드웨인 존슨과 더불어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기인 애티튜드 시대를 함께 수놓았던 상남자 더 텍사스 래틀스네이크 찬돌 오스틴의 테마곡을 뉴메탈 밴드 디스터브드가 어레인지한 곡입니다. 기존 WWF 타이탄트론용 테마곡중 이후에 뮤지션들이 편곡을 거쳐서 곡을 바꾼 케이스들은 이외에도 더러 있었죠. 제프하디의 테마도 이후에 No more Words라는 이름의 곡이 새로 생기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이쪽도 처음에 전개되는 특유의 베이스 코드 진행이 딥따 인상적이긴 한데)
거두절미하고 제가 들어본 WWF 타이타트론 곡 중 가장 어레인지가 잘 된 케이스 중 하나로 꼽습니다. (물론 제가 스톤콜드빠라서 가산점이 들어갔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유의 유리창 깨고 나오는 효과음 이후에 전개되는 익숙한 리프는 덥덥이팬들이라면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사운드. 특히 중간에 보컬없이 동일한 베이스 리프가 반복되는 구간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아있는 곡이라서 함께 언급해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당시에 오스틴이 디스터브드와 함께 등장한 영상도 나오는군요. 디지털 풍화로 인해 화질이나 음질이 썩 상태가 좋지는 않은듯하나 나름 인상적이긴 함.
7 Dark tranquillity - Out of nothing
스웨덴 멜로딕 데스메탈의 전설.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라인과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예테보리 데스메탈이라는 나름대로의 장르를 구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다크 트랜퀄리티. 닭트랭의 정규앨범 7집에 삽입된 곡입니다. 국내에 디지팩 한정 500장으로만 발매한바 있어서 수집가들 사이에선 해외 수입반보다 국내 한정판이 더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오프닝에서부터 베이스 피킹 사운드가 귀에 확 박히는 곡 구성이 원체 인상적인 트랙이라 꼽아봤는데요. 다양한 샘플링이나 이펙터를 활용한 전자음 도입에 적극적이고 실험적인 행보가 돋보였던 밴드다보니 베이스의 톤도 마냥 중후하기보다는 상당히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스메탈 본연의 헤비함은 놓치지 않고 단단한 금속음을 선보이는 듯한 무게감 역시 느껴집니다. 의외로 잊을만하면 한번씩 한국 내한오는 나름 친한파 밴드 중에 하나인데 언젠가 한국 한번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중.
8. Cannibal Corpse - Frantic Disembowelment
디어사이드와 더불어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전설로 회자되는 카니발 콥스가 2004년에 발매한 9집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카콥의 기타리스트인 잭 오웬이 이 앨범을 끝으로 디어사이드로 이적하죠. 본인말로는 밴드가 너무 경직되고 빡빡한 분위기였다나 뭐라나. 실제로 이 곡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당시 카니발콥스는 지나칠 정도로 테크니컬한 작곡 스타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메인 기타리스트를 담당하던 팻오브라이언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는데. 이 곡도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전체를 극한에 다달은 트레몰로 주법으로 꽉꽉 채운걸 볼 수 있습니다. 어찌나 빡세게 디스토션을 걸고 팜뮤트로 리프를 긁어대는지 사실 어지간한 리스너라면 이 노이즈 속에서 베이스라인을 구분해내는것 자체가 사실 빡센 일입니다만... 가뭄에 콩나듯 베이스 단독으로 숨을 틔워주는 구간이 있긴 합니다.
사실 크리스 반즈가 보컬로 재직하던 초창기 곡들이 베이스 라인도 그렇고 리프도 이 시기보다는 단순하게 구성되서 상대적으로 알아먹기 쉬운편인데 (아 보컬은 예외입니다. 전임 보컬인 크리스 반즈는 현재 조지 피셔와는 달리 부클릿을 보면서 들어도 아예 가사 하나도 못알아먹을 정도 짐승 그자체의 그로울링 창법을 선보이는지라)
그럼에도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이 앨범 발매당시 초회판 보너스 DVD에 스튜디오 레코딩 영상을 수록한 비디오 클립이 있기 때문.
말 그대로 우리 테크닉이 이정도야 자랑질하려고 만든 영상이 있어서 같이 소개할겸 꼽아봤습니다.
▼같은 DVD에 수록된 베이스 알렉스 웹스터의 슬랩과 간략한 인터뷰가 담긴 영상.
손의 형태를 보면 아시겠지만 필디와는 다르게 썸- 즉 엄지 손가락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연주법을 보여줍니다.
p.s. 그저 어택어택으로만 끝낼수는 없으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고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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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Time is running out, hysteria 로 시작해서 응애 베이스 하고있을 무렵 rhcp dani califonia, can't stop을 되게 쫀득하게 치던 선배가 기억나네요 박자감이 되게 부러웠는데.. 빨리 코로나 풀려서 공연이나 락페 가봤음 싶네요 흑
고추들의 뜨거운 1분 앨범은 참 묘한 위치에 있죠. 유일하게 데이브 나바로와 함께한 독특한 색을 가진 앨범인데, 다른곡은 언급도 없고 언제나 다방 한곡만 주목받는.... 주목받는 이유도 바뀐 기타리스트 때문이 아니고 플리의 베이스.
어쨌든 바로 다음에 존이 복귀하고 개쩌는 캘리포니케이션 앨범이 나오면서 중간에 끼어버린 애매한 느낌의 앨범. 근데 고추들 얘기하면서 절대 빠지지 않는 다방 트랙을 가진 앨범. 다른곡들은 아오안. 이게 성공한 앨범인지 묻혀가는 앨범인지 모르겠습니다 크크크
여담으로 다방 들으실 때 이번에는 베이스 말고 백킹 기타 위주로 한번 들어보세요. 단순하게 풀코드로 리프 잡는데, 그 리듬감이 진짜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