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리쉬 피자> 언택트톡을 보고 왔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이 영화를 두고 '<부기 나이트>의 세계에 들어간 <펀치 드렁크 러브>' 같다고 했는데, 제가 이 두 영화를 안봐서(저는 PTA는 <데어 윌 비 블러드>와 <팬텀 스레드> 두편을 봤네요.) 제가 본 영화로 비유하자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라라랜드>가 떠오르네요.
이 영화는 두 남녀의 만남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15살과 25살의 남녀가 만나고, 결국 서로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단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영화의 저변에는 깊게, 지역과 시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옵니다. 영화는 1970년대, 정확하게는 1973년의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애정, 지역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제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떠올린 지점이 여기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측면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다른 영화와 같이 자전적입니다. 본인이 어렸을 때인 그 시대를 회고하면서, 그 시대를 떠올리면서 보내는 애정표현과도 비슷한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쓰다보니 어떤 지점에서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기도 하네요.
영화는 동시에 사랑에 대한 영화기도 합니다. 10대의 첫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두 남녀 주인공의 시선을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교묘하게 흔들어 놨습니다. 영화는 흔히 말하는 '썸'을 타는 두 주인공을 그려냅니다. 교묘하게 시선이 교차하다 보니 초반부는 10대의 사랑을, 후반부는 여자의 시선에서의 상황을 그리고 있어요. 재밌는 점은 보통 철없는 10대, 성숙하지만 마음을 안보이는 20대라는 클리셰 아닌 클리셰를 반대로 비틀고 있습니다. 20대는 본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립하지 못해서 헤메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10대의 개리는 자립했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은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교묘한 교차와 시점의 이동을 다뤄내는 건 역시 이야기와 감독의 솜씨입니다. 개인적으로 <팬텀 스레드>를 보면서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영화는 이음새는 느껴지지만, 솜씨 좋게 마무리된 느낌이 듭니다.
결국 이 영화는 몽글몽글하고, 매력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영화의 뒤, 그러니까 아예 영화가 끝나고 나서의 상황을 본다면, 이게 정말 해피엔딩일까?(여주인공, 알리나 하임은 이에 대해 '그러다 싸우고 헤어지고 그럴거 같다'고 했다더라구요.) 싶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재밌게, 웃음짓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