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골로타라는 복서가 있었습니다. 1968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생한 그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죠. 심지어 아버지라는 양반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합니다. 삼촌이 그를 복싱의 세계로 이끌었고 아마추어 선수로서 골로타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폴란드 복싱 헤비급 대표로도 참가합니다 (동메달 획득).
그런데 이후 그는 본국에서 폭행과 절도라는 중죄를 거하게 저지르고는 도망치듯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깁니다. 미국에서 프로복서로 데뷔한 후 타고난 재능에다 강력한 펀치력을 겸비한 덕분에 KO퍼레이드를 펼치며 본인의 이름을 복싱계에 알리기 시작합니다.
당시 헤비급 판도는 타이슨이 몰락하고 난 후 각 복싱기구의 헤비급 챔피언들이 전부 서로 다를 정도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챔피언들 가운데는 WBO 헤비급 챔피언 리딕 보우도 있었습니다. 리딕 보우는 헤비급의 강자 레녹스 루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몸 풀기 시합 상대로 골로타를 선택해서 10라운드 논타이틀 경기를 가지게 됩니다.
이 경기에서 골로타 선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합니다. 경기도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3라운드에 첫 로우블로를 시전하더니 4라운드에서도 다시 한 번 보우의 사타구니를 향해 강펀치를 날립니다. 6라운드에 세 번째 로우블로가 들어가고 7라운드에서도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유리하게 국면을 끌고 가던 와중에 다시 로우블로를 날립니다. 결국 보다 못한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시합은 골로타의 실격패가 선언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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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이 여기서 끝나지가 않았습니다. 주심이 경기를 끝낸 순간 흥분한 보우의 세컨들이 링위로 올라와서는 골로타에게 덤벼들기 시작했습니다. 보우의 세컨들 가운데 한 명은 손에 잡은 무전기로 골로타의 머리를 내리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흥분한 골로타가 다시 이 세컨들과 난투극을 벌이고...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벌어집니다. 골로타의 매니저는 이 와중에 맞아서 병원에 실려 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흥분의 파도는 링을 넘어 관중들에게까지 전파되었고 골로타의 팬들과 보우의 팬들은 링 밖에서 서로 얽혀 싸움질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시합장은 말 그대로 도떼기 시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튑니다. 다름 아니라 당시 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던 해설자 레리 머천트와 링 안팎의 동정을 전하고 있던 캐스터 짐 램플리가 흥분한 관중들에게 공격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둘 다 백인이었는데 흥분한 보우의 흑인 팬들이 시합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두 사람에게까지 달려들어 공격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레리 머천트
짐 램플리 (가운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자가 있었으니...그는 바로...
조!...지!...포!...먼!
마침 레리 머천트와 함께 이 시합을 중계하고 있던 인물이 바로 조지 포먼이었습니다. 전언에 따르면 흥분한 관중들이 레리 머천트와 짐 램플리에게 덤벼들다가 옆에 조지 포먼이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교양 넘치는 젠틀한 신사들이 되어서 돌격을 멈췄다고 합니다. 실제로 생방송 중에 짐 램플리는 조지 포먼 덕분에 자신들이 흥분한 관중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포먼에게 감사의 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분위기에 취해 이성이 뇌를 떠나 대탈주를 감행했었어도 주먹 하나로 불쌍한 중생들을 잠시나마 주님 곁으로 보내주곤 했던 조지 포먼님을 눈 앞에서 영접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을 끈을 그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그때 조지 포먼을 눈앞에 두고서도 레리 머천트와 짐 램플리에게 펀치를 날리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정말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제어가 안 되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아래 유튜브 채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bPFZb1WvvI&t=30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