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들은 '기예르모 델 토로'라면 어떤 분위기,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뽑자면 기묘, 기괴, 독특함 정도가 떠오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하면 저는 어두운 판타지나 (크리쳐가 등장하지만) 음울한 현실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단어는 많은 단어들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기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와 암시들은 영화의 빈 부분을 채우고 있고, 인물 간의 관계는 그 미묘한 선과 긴장감이 혼재합니다. 가장 처음부터, 이야기가 심화되는 중후반부 까지, 영화는 많은 수수께끼들을 던져주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수수께끼와 암시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생각해보면 영화의 서사는 트릭과 관찰 몇 가지로 이루어진 이야기일 뿐이지만, 영화의 내용과 이야기들은 수많은 암시와 수수께끼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떡밥들은 영화 상에서 해소되긴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 스포일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죠.
영화는 (후에 밝혀지기론 아버지인) 시체를 태우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 그러니까 나이 있는 중년 이상의 남자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끝납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요. 아니, 세 번이라고 해야할까요? 왜냐면 몰리도 아버지의 꿈을 꾸었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영화의 앞에서, 시작 전에, 무슨 일이 또 있었을까요?
영화 상에서 '기인'이 되는 것은 아편과 술에 중독되어 철저하게 몰락한, 이를 테면 폐인을 데려다가 속여서 기인으로 '만드는' 성격의 것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영화 전체는 어찌보면 주인공 '스탠턴'의 비상과 추락의 이야기로, 처절하게 결국 '기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오죠. 어떤 점에서 영화는 이거 어쩌면, 한 겨울 밤의 기나긴 꿈,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는 말 그대로 영화의 모든 수수께끼를 품에 넣은 사람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긴장감을 자아내고 인물들의 비밀을 한데 모아 숨겨놓는 사람이죠. 상처는 무엇인가, 완성된 형태로 그려졌던 다른 모든 이들에 비해 왜 이 인물은 그려지다 만 형태로만 그려지는가. 이에 대해 저의 개인적인 해석을 물어보신다면, 전 이 영화가 피카레스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상에서 선인이라곤 없는, 악인들만 가득한 이야기요. '현실을 경험한 댓가'라고 말하는 것도 실제로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말했다기 보단, 거짓말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영화 상에서 아마 가장 강렬한 이미지 두 장을 뽑자면, 불타오르는, 아니 오히려 역재생으로 불이 달라붙는 장면의 반복과 내리는 눈을 뚫고 등장한 '몰리'의 등장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이 영화의 배경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불로 시작해, 물을 거쳐 눈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의 상당 부분은 그런 점에서 철저하게 하강합니다. 화려하게 빛나는 장면은 짧지만 인상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끝끝내 몰락하는 장면은 철저하고 확실하게.
배우들의 호연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어느 시점부터 브래들리 쿠퍼도 참 능글맞게 연기 잘한다 싶은 생각입니다. 웃으면서 우는 엔딩 장면도 그렇고,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로서 매력적이네요. 케이트 블란쳇은 정말 의뭉스럽고 독특한 인물을 잘 소화해냈구요.
이 영화를 단순히 '느와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리극, 혹은 음울한 이야기, 혹은 한편의 장대하고 혼이 담긴 구라, 시대극 등등 다양한 언어로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겠지만, 장르적으로 한 단어로 이 영화를 표현하기는 꽤 난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영화를 보고 걸어 오는 동안 이상하게도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다 만난 영화는 <프레스티지>였습니다. 사실인 척 하면서 실상은 SF였던 <프레스티지>와 달리 판타지인 척 영화 안의 인물들을 속이고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음울한 피카레스크 작품이었던 <나이트메어 앨리>가 대비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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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보긴 했는데, 아쉬움도 제법 컸습니다.
제가 몇 년 전 부터 볼 생각 있는 영화는 예고편도 아예 안보고 정보를 최소한만 접하고 가다보니... 일단 판의 미로나 셰이프 오브 워터 느낌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전형적인 느와르였던 부분이 하나, 그리고 포스터 카피에 적힌 10년 어쩌고 충격적 결말 이라는 문구 때문에 결말에 그래도 뭔가 크게 오는 게 있겠지 생각했지만 전체적으로 예상 범위 안에서 흘러갔다는 점 때문에 영화관 나올 땐 아쉬움이 좀 컸습니다.
뭐 그 아쉬움과 별개로 배우들의 호연과 영화의 분위기는 정말 끝내줘서 다시 생각해보니 재밌게 보긴 했네요 크크
브래들리 쿠퍼와 케이트 블란쳇을 원래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두 배우 연기 보는 것도 매우 좋았습니다.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팬이신 분들은 그냥 일단 가서 보셔도 될 듯...
뭔가 기예르모 델 토로하면 개인적으로 '슬픔'의 정서가 깊게 배여있어서 그에 따른 온정적인 시선이 꽤 들어가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이번 영화는 반대로 굉장히 서늘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일품인 영화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느와르라는 단어는 뭔가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약간 아직까지는 저한테 뺀질거리는 캐릭터가 떠오르긴 하는데 뭔가 묘하게 브래드 피트처럼 뜨고 나선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 자기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이번 영화를 보면서 들더라구요. 케이트 블란챗은 말할 것도 없고, 루니 마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배우가 <캐롤>에서 같이 나왔었죠? 스틸컷 보고 그 생각이 좀 나던데 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