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으로 A는 제2금융권과 지인에게 빚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A의 배우자가 마트에서 작은 매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아르바이트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차 담보 대출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상환 원금만 5천만원에 육박하게 되었지요. 특히나 20%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OO저축은행 대리(C)라는 사람으로부터 솔깃한 전화가 옵니다. 내용인 즉, 이번에 OO저축은행에서 신상품이 나왔는데 여기저기서 높은 이율로 대출을 받고 계신 분들 대상으로 전체 채무를 12% 대의 저이자(?)로 자기들이 합쳐주겠다는 제안(이걸 대환대출이라고 합니다)이었습니다. 그리고 A는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 너무 쉽게 속은 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을 텐데, 하필 OO저축은행은 'A가 가장 많은 돈을 대출한 곳'이었습니다. 고로 '맞춤형 영업'이거니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A의 상황을 알고 있는 눈치기도 했고요.
C가 소개한 대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 A의 신용도가 너무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서비스가 불가함
2. 고로 약간의 편법이 필요
3. 신용도 괜찮은 지인 하나를 포섭(...)하여 전체 상환할 대출금(본 사례 기준 5천만원) 만큼 OO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함
4. 지인으로부터 그 돈을 받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전체 빚 상환, A 신용도 상승 유도
5. 신용도 상승 후 12%대의 저렴한(?) (5천만원) 대출상품 신청
6. 대출금이 나오면 지인에게 송금하여 지인의 빚을 상환
설명을 들은 A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 Q&A >1. 지인이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그 분 신용도가 확 낮아질 텐데요
> 6번 단계 이후 원상복구 시키는 방법을 컨설팅 해드리겠습니다.
2. 초기 진행 수수료 등 뭔가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OO저축은행~~~
3. 대출상품 이름이 뭐냐?
> OOOO우대대출입니다 고갱님 (검색해 보면 나오긴 함)
4. 신용도 상승까지 얼마나 걸리나?
> 영업일 기준 4주 정도입니다.
5. 혹시나 해서 그런데 명함 찍어 보내달라
> (보냄. 그럴싸함)
6. 너희 사기꾼 아니지?
> 진행 중 개인 계좌 등 수상한 계좌로 돈이 오고가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OO저축은행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 전개2 - 형님, 도와줘요 >A는 형 B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합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느라 A의 사정을 전혀 몰랐던 B는 그 정도로 A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간만에 형 노릇이나 하자는 생각에, 듣자니 이미 대출을 받고 있는 OO저축은행으로부터 안내를 받았으니 별 문제 없겠지 하고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돈이 뭔가 이상한 계좌에 들어가는 일도 없다고 하니까요.
잠시 후, B에게 OO저축은행 팀장이라고 하는 D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핸드폰 번호였지만 별 의심 없이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대출을 받기로 합니다. 평소 제2금융권 근처에도 가본 적 없던 B는 D의 안내에 따라 OO저축은행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고 최대 얼마까지 나오는지 문의합니다. (이상한 사이트로 유도하지 않음)
조회 결과 '1억원'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이 옵니다. 그걸 D에게 알려줬더니 A의 신용도를 조금이라도 빨리 올리려면 1억원 전부 대출 받아 A에게 보내라고 합니다. 1억 중 5천은 빚을 갚고 5천은 A의 계좌에 한동안 유지하고 있으면 신용도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B는 그대로 실행합니다.
< 전개3 - 일부 회수 >1억을 받은 A는 즉시 여기저기 흩어진 돈을 전부 상환합니다. 후련합니다~ 아이 신나~
당연히 5천이 남게 되는데 이건 D로부터 이미 설명을 들었기에 은행에 넣었습니다. 그 때 B가 A에게 전화합니다.
B : 야 근데 너 나한테 1억 언제 돌려주는 거냐?
A : 나 신용도 올라가서 5천 대출 나오면 지금 은행에 있는 거랑 합쳐서 보내줄게
B :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A : 1달 정도 걸린다는데?
B : 뭐? 1달이나 걸려?
아뿔사. B는 A의 신용도가 바로 올라가는 줄 알았던 겁니다. 부탁할 당시 A가 그건 설명 안 해줬거든요. 고로 B는 A가 상환하면 며칠 내로 1억을 돌려받을 줄 알았던 거고요.
1억은, 당연히 B에게도 큰 돈입니다. 아무리 친동생이라지만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 동생 믿고 가만히 기다리자니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D에게 전화를 합니다.
B : 듣자니 동생 대출까지 1달 정도 걸린다던데 통장에 5천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승인일 차이가 많이 나나요?
D : 넵 고갱님~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통장에 5천이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이 있을 때 아무래도 있는 사람이 빠르게 처리됩니다. 그리고 저희 OO저축은행 첨단대출 시스템의 고갱님 분류 체계 어쩌구 저쩌구~~~~
B : 정확한 기간은 필요 없고요, 대략 얼마나 차이가?
D : 형님께서 동생분으로부터 5천을 회수하실 경우 '1달 이상'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의 이자는 부담하실 수밖에 없고요. 정확한 건 저희 대출심사과에서 정하는 거라 정확히는 답변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고심 끝에 B는 1달이 더 걸리더라도 일단 5천을 회수하기로 결정합니다. 정말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다음날 B는 A로부터 5천을 돌려받고 즉시 상환합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달이 지납니다.
< 사건 - 이렇게 된 이상 중고차를 산다 >1달 동안 동생에게 발려준 5천만원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B가 전화를 합니다. 아직 대출 안 나왔냐고요. (매일매일 전화하고 싶었지만 A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나름 잘 참은 겁니다 ㅡ,.ㅡ) 마침 A역시 궁금했던지라 C에게 문의해 보니, 요즘 코로나 때문에 대출건이 많아 지연되고 있다고 하면서 심사과에 알아보고 내일 전화 준다고 합니다.
다음날.
C : 아, 고갱님. 제가 알아보니 고갱님의 신용도가 너무 낮으신 데다가 요즘 대출이 많이 나가서... 5천만원은 무리일 것 같네요. 많아야 2천 정도...
A : 네? 그러면 형한테 돈은 어떻게? 아니, 그 전에, 이렇게 하면 분명히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C : 갑자기 본사 지침이 달라져서 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장황한 설명) 그래도 안심하십쇼. 방법이 있습니다~
A : 뭔데요?
C : 고갱님, 중고차 한 대 사시죠!
A : ??????????
C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1. 여차저차해서 대출이 안 나오니 A의 재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음
2. 아는 딜러가 있는데 그 딜러를 통해서 중고차(카니발을 추천함)를 구입 > 재산 상승
3. 차량 구입은 'B로부터 받은 여유 자금 5천만원으로 해결'
4. 재심사하면 분명히 대출 나올 거임. 내가 장담함.
5. 대출이 나오면 B에게 돈 돌려주고, 딜러에게 차를 다시 매도함. 매수 가격 100% 그대로 돌려드림
네, C는 A가 B에게 5천만원을 돌려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대출 나온 다음 날 5천만원을 돌려줬다고 말하자 그러면 다른 여유자금은 없냐고 하면서 계속 중고차 구입을 종용합니다.
A가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건 이 지점이었습니다.
네이버 검색 결과, 유사한 사례를 발견합니다.
1. 중고차 딜러에게 전화
2. 비싼 차 구입 유도, 그래야 대출이 잘 나온다고 꼬심
3. 어차피 나중에 돌려받을 테니까 비싼 거 사기로 함
4. 차량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구입에 동의하는 금융사와의 중고차 대출계약을 휴대전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체결
5. 근데 계속 대출이 안 나옴
6. 전화했더니 님 자격 미달로 대환대출 불가함. 나는 잘못 없으니 고소하셈 시전
7. 전화 안 받다가 연락 두절
8. 애초에 비싸게 사서 헐값에 매각
9. 본인 명의의 대출은 무조건 본인 책임 & 사기꾼 잡기 힘듬. 잡아도 배째라 시전.
그리고 OO저축은행에 문의 결과
1. 우리는 핸드폰으로 영업 안 함. 우리는 본사 또는 영업점 전화로만 영업함. 핸드폰으로 우리를 사칭하는 놈 있으면 신고 바람
2. 어디어디 사이트 가시면 이쪽 업계에 등록된 사람 검색할 수도 있음
3. 수상할 경우 어느 지점 소속인지를 물어보고 그리로 방문(전화)해서 확인 가능
4. 게다가 (당연히) 현재 A 명의로 대출 심사 중인 건은 없다고 함
그러자 B에게 전화함. B는 C, D에게 쌍욕 시전.
1. 어쨌든 C와 D 덕분(?)에 대출을 상환한 A는 현재 부채가 없으므로 다시 OO저축은행 및 다른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 신청.
2. 현재 3천만원을 대출(연이자 16%) 받아 B에게 상환, 이달 안에 추가로 2천만원(다른 저축은행 연이자 12%) 상환 예정.
3. B는 동생 도와주려고 1억 대출 받는 순간 NICE 기준 신용점수 997점에서 7백점대로 떨어졌음
4. 최근 돌려받은 3천만원과 개인자금을 합쳐 OO저축은행 5천만원 대출금 전액 상환 완료. 다음날 신용점수 9백점대 초반으로 올라감
5. 은행에 문의 결과 997점으로는 언제 돌아갈지 자기들은 모르며(당연), 신용평가회사 점수 뿐만 아니라 별도로 은행권 자체 내부 점수가 있는데 그건 수 년 간 복구가 힘들 거라고 함. 나중에 대출 받을 일 있을 때 애로사항이 꽃필 거라고 미리 언질
6. 실질적인 손해는 B의 '신용점수'와 'OO저축은행 약 2달치 이자'가 전부. 그리고 막대한 스트레스.
1. 다시 한 번 강조. 제2금융권이라고 해도 핸드폰으로 영업 안 함. 그리고 그 쪽 세계는 어둠에 다크 커넥션이 있는 듯
2.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개인정보가 어디선가 새고 있음
3. 가족끼리도 돈 거래 금지... 라고 하기엔 너무 각박한 것 같고, 제2금융권 같은 게 끼어있을 경우 주의 요망
... 이상 술자리(코로나 무서워서 술집은 못 가고 제 사무실에서 마심)에서 전해 들은 장장 1시간 짜리 대하 서사시였습니다.
* 뱀다리 : 친구야, 그 땐 이야기 못했지만... 솔직히 너나 동생이나... 둘 다 바보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