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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4 13:53
저도 얼마전에 이 드라마 보고 다른 곳에 감상평을 썼었는데, 몇 년 지난 드라마 감상평이 또 보이니 반가운 마음에 여기에 긁어와 봅니다. 저는 몰아보기는 힘든 드라마라고 느꼈는데 3월1일부터 벌써 다 보셨다니 엄청 몰아보셨군요!
[장점] 1. 화면이 예쁘다. 모든 화면이 다 예쁩니다. 지나치게 예쁩니다. 굳이 예쁠 필요가 없는 화면도 예쁩니다. 사진이나 영상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예쁜 화면만을 위해 조명의 방향이 상황에 맞지 않게 설정된 경우가 꽤 많습니다만,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니까 익스큐즈해줍시다. 드라마의 이런 '예쁜' 점이, 후술할 단점인 우울함을 많이 커버해 줍니다. 2.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이름값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도 같지만, 분명한 장점입니다. 외국어 연기가 많은데, 비교적 무난한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일본어를 잘 알아듣는 분들은 어눌한 일본어 연기가 꽤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배역들에 실제 일본인을 캐스팅하긴 어려우니 감안해야겠지요. 모리 타카시 역으로 나온 김남희 배우의 어설픈 한국어와 영어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이병헌은 영어를 아주 잘 하지만, 극중 포지션으로 봤을 때 영어 실력과 한국어 실력이 정반대였으면 더 설득력 있었겠다는 아주 좁쌀만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3. 잘 잡힌 캐릭터 등장인물의 캐릭터들도 매력있게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처음 제시된 캐릭터들이 극이 흘러가면서 다소 변해가는 면이 있는데, 납득할 만한 변화입니다. 어떤 드라마에선 캐릭터가 너무너무 잘 잡혀서 '얘네를 그냥 카메라 앞에 풀어놔도 알아서 드라마가 진행될 것 같다' 할 때가 있는데(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 그렇게 느낌), 그 정도는 아닙니다. 4. (일부 오류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시대고증 제대로 고증해내기가 꽤 까다로운 구한말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시비를 걸자면 제법 있겠지만, 이 작품보다 잘 고증해낸 작품을 본 기억은 없네요. [단점] 1. 우울할 수밖에 없는 시대배경 시대배경부터가 해피엔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뭔 짓을 해도 국운은 저물어갈 뿐이라는 것은 모든 시청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기가 어렵습니다. '나라는 망했지만 주인공들은 상관없이 먼 나라로 도망가서 행복하게 자기들끼리 잘 살았답니다.' '주인공들이 합심하여 나라를 팔아먹고 떵떵거리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런 엔딩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 자연히 엔딩으로 가는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2. 시대극의 측면에서 사람과 집단과 국가가 단면적으로 묘사되어 아쉬움 일본 제국주의를 다룬 한국 드라마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지만, 일본과 친일파에 대해서는 순수한 악의 화신에 가깝게 묘사합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열강들이나 정치주체들은 방관적, 혹은 조선 친화적으로 묘사됩니다. 고종은 망해가는 조선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 하는 사려깊은 인물로 나옵니다만, 세간의 평과는 좀 동떨어졌지요. 주인공 일행에게 초점을 맞춰 내러티브를 단순화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겠습니다만.. 사실 이런 시대를 다루면서 정치적으로 균형있게 묘사해낸 영상물은 본 적이 없어서 익스큐즈.. 아니 애초에 이 시대에 대해서 그런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3. 중반부의 늘어지는 구성 초반부에는 흡입력있는 설정 때문에, 후반부에는 그나마 회복된 전개속도 때문에 볼 만합니다만, 중반부의 늘어지는 구성이 자연스런 하차각을 만들어줍니다. 한 편에 70분이 넘는 드라마가 24편 구성인 것도 요즘 트렌드상 엄청 긴데, 박진감있고 궁금하고 쫄깃한 구성이 적어서 보다가 지치는 느낌을 받습니다. 탄력 받아서 몰아보게 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한줄요약 늘어지는 템포, 우울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예쁜 수작 이상의 드라마. 구한말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추천
22/03/04 17:00
전 본방으로 계속 봐서 늘어진다는 생각은 못했는데(오히려 매화 70분이 짧게 느껴졌죠) 24부작을 몰아본다고 생각하니 그럴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저와 같은 생각이시네요.
22/03/04 19:05
저는 본방할 때 챙겨봤는데, 방영중에도 화면 이쁘다는 얘기는 엄청 많이 나왔었습니다. 중간에 좀 늘어진다고 하셨지만 그때는 뭐 한 회 한 회 기다리면서 봤었어서 그런 느낌은 못 받았네요. 중간광고가 짜증나면 짜증났지. 지금 다시보면 다를 지도요.
주연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애용하는 무기가 매치돼서 포스터가 나왔던 것도 재밌었던 점이었죠. 뭐 나무위키 보면 이러이러한 점이 고증에 안 맞는다.. 1940년대 총이 나오는 게 말이 되냐? 이런 말들이 도배돼 있지만 그런 거 모르는 일반인은 상관없이 잘 봤고... 그나마 무기류 고증이 다른 한국드라마에 비해서는 잘되었단 얘기를 듣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조선말기를 어릴때부터 싫어했어서 당시 역사도 잘 모르지만, 이런 좋은 시대극이 자주 나온다면 그 시대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2/03/04 14:24
임역관이 고종에게 의병 한 사람 한사람 이름부르면서 통곡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보면서 눈물나거나 울컥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2/03/04 14:34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든 드라마
대사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드라마 결말을 저렇게 내면 안 되겠다고 느끼게 해 준 드라마 크크 아무튼 살면서 본 드라마 중에 손에 꼽을 수 있을만한 최고의 드라마였습니다.
22/03/04 14:41
넷플에서 볼 영화가 없어 이거 1편 봤다가 끝까지 다 보았었네요.
세사람 개그가 처음에 쌩뚱맞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아련해지고 먹먹해지는
22/03/04 14:43
대사가 정말 주옥같죠. 남편이 한동안 그 말투를 따라해서 좀....그랬지만.....
그리고 결말은....이미 어떻게 될 거란 걸 아는 상황에서 그 정도면 그래도 어떻게든 희망을 주면서 끝냈다 싶습니다. 굳이 왜 다 그렇게 떠나야만 했냐는 건 그래야 오래 기억에 남으니깐 ㅠㅠ? 덧붙여서 사람들이 이건 꼭 봐야해 이건 명작이야 하는 작품들은 정말 그렇더군요 크크 전 드라마를 거의 안봐서 피지알에서 추천받은 작품 일년에 한두편 보는데 다 꿀잼이었다능...
22/03/04 23:55
맞아요! 시대 상 어떻게 해도 이 사랑들은 (친일파가 되거나 이 땅을 떠나지 않는 한) 행복할 수가 없었으니까…저 멀리 만주에서 미래를 키우는 고애신을 보여주는 게 나름의 희망을 주는 엔딩이었죠…
22/03/04 14:58
개똥 용두니미 똥카이캐슬 보고나서 분노에 치가 떨리고 흥분하다가 미스터 션샤인이 얼마나 수작이었는지 추억했습니다. 울 어머니에게도 인생 드라마급
22/03/04 15:31
김태리 연기보면서 애기씨가 진짜 인생 캐릭터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넷플에 여고생으로 나오는 작품은 또 여고생 그 자체더라구요 흐흐 정말 보는 내내 즐거웠던 드라마였네요
22/03/04 15:34
희성 : 조선인과 미국인이 물에 빠진다면 누굴 먼저 구하겠소?
동매 : 물이 깊어야 할 텐데 희성 : 그럼 조선인과 일본인이 물에 빠진다면 누굴 먼저 구하겠소? 유진 : 근데 당신은 왜 자꾸 물에 빠지는 거요? 바등쪼 보는 맛이 아주 찰졌던 드라마였습니다
22/03/04 16:42
나중에 셋이 의기투합해서 벚꽃 볼 때 감동적이더라구요.
희성 : 미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죽소. 오늘 나의 사인은 화사(花死)요
22/03/04 16:30
상대가 김태리(당시 29)인데 이병헌(당시 49)이 멜로가 된다는게 새삼 참 이병헌의 놀라움이었고요.
또 상대가 이병헌인데 연기 합이 부족하지 않았던 김태리 역시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었습니다. 이병헌 목소리, 딕션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김태리씨 딕션,발성들은 정말 놀랍더군요.
22/03/04 16:47
김민정또한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죠.
내게 그런 걸 묻는 자는 없소, 감히! (고애신) 제가 묻지 않습니까, 지금!! (이양화) 원래 안 봤었는데 우연히 채널돌리다가 딱 저장면 보고 1회부터 정주행 달렸습니다.
22/03/04 16:44
OST 가 드라마에 너무 잘 어울렸어요
어쩜 뮤직박스 음악까지 어울리다니.. 남주여주 목소리나 톤이 다 좋으니깐 둘이 대화하는 것만 들어도 몰입이 확 되고 엿듯는 것 같기도 하고 흑 .. 그런데 너무 슬퍼서 10 화 이후로는 다시 못 보겠더라구요 명작 of 명작이에요
22/03/04 16:58
https://www.youtube.com/watch?v=8nHQDl6NOGc
드라마 성대모사 추천합니다. 조회수 2만쯤에서 봤는데, 지금은 5백만이나 봤네요.
22/03/04 17:16
개인적으로 김은숙작품이 하나같이 용두사미라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미스터선샤인만은 끝까지 재밌게 봤었습니다. 댓글보니 중반부 늘어진다는 평도 있는데 전 그런거 못느꼈었어요.
22/03/04 17:56
배우들 연기가 진짜 미쳤죠. 이병헌은 말할 것도 없고 김태리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죠. 심지어 조연들도 버릴카드가 하나도 없음.
22/03/04 18:16
태양의 후예 - 도깨비 - 미스터 션샤인
김은숙 작가의 최전성기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원탑을 꼽는다면.. 미스터 션샤인과 도깨비가 박빙으로 치고 받을 거 같은데.. 좀 더 로맨스쪽에 집중한다면 도깨비가 더 좋을 것이고.. 의미나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미스터 션샤인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드라마를 꼽는다면 단연 미스터 션샤인인데.. 가장 많이 재방을 달린 드라마는 오히려 도깨비더라구요. 그만큼 작품은 참 좋은데.. 여러번 보기는 힘든 드라마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보니 오랜만에 다시 달려보고 싶어지네요.
22/03/04 21:11
태후는 일단 김은숙 작가가 이후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을 쓸 수 있는 토대를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태후 자체는 이래저래 호불호가 제법있지만 그간 로코,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대부분인(물론 시티홀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망했으므로;;) 김은숙 작가 스타일을 벗어나 다른 이야기를 시도하고 그 시도가 성공(시청률만 보면 성공 맞습니다.)한 것 만으로도 꽤 성과가 큰 작품이었다고 봅니다.(물론 다른 작가와 공동작업이긴 했지만요.) 흐흐. 상속자들은 오글거려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각오(?)하고 보는 전형적인 꽃남 스토리지만.. 태후는 군인과 의사(그것도 나름 극한 상황에서의)의 사랑 이야기에서 오글거림이 튀어나오니까요. 도저히 못보겠다 싶으셨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크.
22/03/04 19:01
이걸 본방으로 매회 챙겨보다가 슬프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건너뛴 마지막 2회분을 아직도 못 보고 있습니다
애신이 슬퍼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네요 ㅠ
22/03/04 21:02
넷플 구독하면서 재밌게 봤던 한드들 싹 다 다시봤는데
이 작품은 아직까지 다시 볼 엄두가 안나요... 결말이 너무 먹먹하게 슬퍼서 시작부터 끝까지 꺼이꺼이 울면서 봤는데 다시 볼 생각만 해도 그먹먹함이 생각나서 아직 못보고 있습니다ㅠ
22/03/04 22:28
방영 당시에는 남초에서 반응이 크게 없었는데 지금보니 다들 좋아하셨군요 크크
저도 제 인생드라마입니다.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
22/03/04 23:58
실제 역사떄문에 어쩔 수 없이 새드엔딩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부분이 참 슬프긴 하더라고요
특히 어떻게 애신이 살기는 했지만 그 뒤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되는것이..(자유시 참변..)
22/03/06 11:38
재미있다는 얘기만 들었고 방영 당시에는 못봤던 드라마였는데, 기회가 마침 닿아서 작년 말에 몰아보기로 다 봤었습니다. 생각보다 영상미가 뛰어났고, 생각보다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고, 생각보다 감성적이였고 아련한 드라마였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드라마였고요. 비록 역사의 흐름을 역으로 거슬러갈 수는 없는 드라마였기에 슬픔 또한 함께한 드라마였지만, 잘 봤습니다. 글 올려주신 덕분에 작년에 재밌게 봤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유튜브의 여러 장면들도 찾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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