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스파이, 내지 비밀정보기관이라는 것은 언제나 창작자를, 그리고 그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생각해보면 슈퍼 스파이 영화는 매년, 매달 나오는 셈이라고 해도 되니까요.
제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말 그래도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역사서'라고 이해하고 표지만 보고 덜컥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책을 고치자면 '비밀정보기관과 그 사용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책은 고대시절부터 현대까지의 첩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히려 흥미보다는 꽤나 학술적인 내용이 가득한 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저자는 첩보 활동을 갈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보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사회의 안정을 위한 동향 파악, 그리고 두 번째가 흔히 생각하는 전쟁과 냉전 시대에 벌어지는 첩보전으로요. 이 중, 사회의 안정을 위한 동향 파악 파트가 크게 보면 전반부, 그리고 현대로 넘어오면 전쟁과 군사적 의미로써의 비밀정보기관의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책의 들어가는 말과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것은 프리즘 폭로 사건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약간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혹은,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라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네이버 블로그와 제가 다니는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고, 제가 쓴 글, 댓글, 올린 사진들을 종합한다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정보만 있다면 특정하기 쉬울 것 같거든요.
이 책은 그닥 드라마틱하진 않습니다. 첩보전의 역사, 사례 위주를 들고 있고, 꽤나 유명한 사건들, 예를 들면 2차 세계 대전 중 벌어진 에니그마와 해독, 혹은 미드웨이를 둘러싼 미군의 밑장빼기 사건 등등을 꽤 건조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책은 흥미 위주의 책이라기보단 오히려 학술적 느낌이 물씬 풍겨오기도 합니다.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상하게도 그래픽 노블 <왓치맨>이었습니다.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더 해보자면, '우리의 위정자들은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 일 것 같습니다. 특히나,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 소식을 들으면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정보전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정보기관들은 무슨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 것인지, 우리의 정치인들은 이 상황 속에서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제때 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