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3/19 14:21:25
Name 사계
Subject [일반] 8년을 키운 강아지가 떠났습니다.

PGR의 자게는 글쓰기 버튼이 너무 무거워서 제가 평생 누를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자게에 첫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막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부터 우울증이 있었고, 사는 게 너무 버거웠습니다.
지금 PGR 자게에 첫 글쓰기 버튼보다 그 당시에 숨 쉬는 게 더 힘들고 무거웠어요.
주변 친구들은 제가 언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노심초사했었다고 하더라고요.

툭하면 먼 곳으로 영영 이사 갈  생각만 생각했었는데,
제가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병원에 갔습니다.

중증 우울증이고 무기력증이라,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준대요.
그러면서 의사가 오바마는 너보다 힘들었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됐는데 그 별거 아닌 거로 그러지 맙시다 하더라고요.

저 말을 듣고 저 사람이 주는 약을 먹기 싫어서 약을 처방받지 않았어요.
대신 저 의사가 환경을 바꾸고 뭐,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 말하더라고요.
약은 처방 받지 않았지만, 그 말은 새겨듣고 강아지를 데려왔습니다.
가족들이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제 상황이 상황이니 가족들도 동의해주었어요.

그렇게 말은 강아지지, 저는 제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하얗고 작은 말티즈 남자아이였어요.

약도 무엇도 먹지 않고 그저 강아지인 아들이 생겼는데
세상은 재미있고 좋은 일들도 많고, 나무 그늘은 시원하고 꽃은 예뻤습니다.
일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돈을 벌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애 좋은 옷 입혀주고 좋은 거 먹여주고 따뜻하게 재우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생일은 생일이라고, 우리 집에 온 날은 데려온 날이라고, 어린이날은 어린이날이라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이고 예쁜 옷도 많이 사입혔습니다.
야채도 굉장히 잘 먹는 아들이라 사 주는 음식은 다 잘 먹었는데 옷은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옷 입히면 뚱한 표정으로 절 째려보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기침을 조금만 해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서 엑스레이를 몇 번을 찍었는지도 몰라요.
기억상으로는 10번은 넘게 찍은 것 같아요. 그때 마다 정상이었고요.
사실 우리 애가 좀 체한 건데도 MRI 찍어야 한다 CT 찍어야 한다 난리를 친 적도 있어요.
동물병원에선 좀 유난인 보호자로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그래도 제가 유난인 덕에 우리 아들은 마지막 가는 날까지 십자인대 파열 초기, 슬개골 탈구 초기, 허리디스크 초기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으려면 제가 나쁜 걸까요. 글을 쓰고 보니 이건 제가 유난인 덕이 아니라 우리 애가 엄살이 있던 덕인 것도 같아요. 걔는 사람 발이 자기 발에 닿기만 해도 아픈 척을 하면서 발을 들고 다녔고, 정기적으로 맞는 예방주사라도 맞으면 온 가족들에게 아픈 척을 다했거든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아프고 제일 서러운 것처럼요.

아무튼 우리 애는 작년 2월에 스케일링을 했습니다.
양치는 매일 해주었지만 나이가 7살이 되어가니 이 쯤 스케일링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스케일링 하기 전에도 검진을 받았고 엑스레이를 찍고 다 했는데, 정말 건강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4월 쯤 부터 갑자기 기침이 심해졌습니다.
늘 오던 감기인가, 그 땐 한참 이직으로 바쁠때라 따뜻하게 잘 먹이고 잘 재우면 괜찮아지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침이 줄어들질 않았고, 꿈이 이상했어요.
우리 애를 안고 병원을 12군데를 갔는데 모든 병원에서 우리애는 가망이 없대요. 살릴 수가 없대요.
동물병원을 좀 더 큰 곳으로, 좀 더 유명한 곳으로 옮겨볼까 싶어서 검색을 했는데
계속 심장전문의가 눈에 밟혀서, 그 수의사에게 갔어요.

심장병 말기래요.
어떻게 강아지 심장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녜요.
그럴 리가 없다고 우리 애가 2월에 스케일링을했고 그때 정상이랬는데 어떻게 말기냐고 했어요.
의사 선생님도 이상하대요. 심장이 이 지경이면 마취에서 못 깨어났을 거래요.
그러더니 우리 개를 이리저리 보시고는 관리를 이렇게 이렇게 잘해주셨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물어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저 정말 우리 아들 열심히 보살폈는데 왜 우리 아들이 아픈거죠.
수술이 되느냐, 얼마나 살 수 있느냐 다 물어봤는데 수술이 안 되는 것 말고는 어느 것도 확답을 받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웃기게도 확답이 없어서 선생님을 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케어하면 우리 애 다른집 강아지들 처럼 몇 년은 더 살 수 있겠지, 아직 7살인데.

우리 아들 심장병 말기 진단서를 받은 날이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백팩형 이동장을 가슴에 매고 비 오는 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때 마침 이직도 확정이 되었어요.
우리 아들 심장병약 먹이고 케어하려면 돈 많이 드니까, 엄마, 아빠, 동생에게 우리 애를 맡기고 저는 돈 많이 벌 수 있는 서울로 갔습니다.
열심히 돈을 벌었어요. 우리 아들 한 달 병원비가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폐수종이 올 때는 더한데, 하루에 30이 우습게 사라지더라고요. 약값, 영양제값, 산소방값 열심히 벌어도 우리 애가 하루 더 살 수 있다면 그 돈 몇 배를 몇십 배를 못 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에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응급실에 갔는데, 우리 애 심장이 이미 폐를 눌릴 만큼 커졌다고 했어요.
기침을 하는 게 폐에 물이 차서가 아니라 심장이 폐를 다 누르고 있대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 아들 심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대요.
입원하면 살릴 수 있냐니까 입원에서 조금 더 살다가 병원에서 눈 감는 것보다 가족들 품에서 눈 감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더라고요.
이쯤 되면 안락사를 시켜야하냐니까, 아직 밥을 먹고 있다면 안락사는 시기상조래요.
우리 애는 말을 못 하니 고통을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밥을 먹고 있다면 아이가 아직 버틸 수 있어 하는 거라고.

저는 종교가 없어서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우리 애 생일이 3월 15일이라 그날은 넘기게 해달라고 빌고 빌고 빌었습니다.
눈을 떠서 빌었고 일을 하면서 빌었고 자다가도 빌었어요.
우리 애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따뜻한 날 햇빛 받으면서 자기 생일은 넘기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가족들 품에서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던 우리 애 생일이 왔는데, 생일부터 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았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자기 생일 딸기는 맛있게 먹었던 아이가 화요일 밤엔 고구마를 제외한 모든 걸 거부했습니다.
고구마도 으게서 목 넘김이 되어서 먹었던 것도 같아요.
고개를 들고 겨우 호흡하고 있는 주제에 제가 울고 있다고 제 옆에 와서 자길 쓰다듬으라고 했습니다.

수요일 새벽에 분당 호흡수가 120번을 넘겨서 응급실에 갔는데 산소방에 넣고 진정제를 쓰고 뭘 해도 호흡수가 돌아오지 않아요.
돌아올 수 없대요. 마지막이겠구나 싶어 집에 데려왔습니다.
수요일 아침부턴 다른 가족들이 주는 고구마도 먹지 않았는데, 제가 자기 앞에 울면서 제발 먹으라고 했더니 고구마를 조금 받아먹더라고요.
나중엔 제가 주는 것도 삼키지 못해서 씹다가 뱉고 씹다가 뱉고 씹다가 뱉었지만 입에는 계속 넣어주려고 했습니다.
절 달래고 싶어 한 걸로 보였다면 제가 너무 인간 위주로 생각하는 건가 싶긴 하지만요.
사실 제가 우리 애 보낼 생각에 너무 힘들어 울 때면 항상 와서 자길 쓰다듬으라고 하고 계속 저한테 앞발을 툭툭 쳐서 뭐라고 하는 것 같긴 했었어요. 생일 선물과 함께 장례식장과 장례용품을 준비해야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우리 애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수요일이라 연차를 쓸까 했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연차를 못 쓰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일하는 제 옆엔 안 오던 아이가 제 방에 오더니 앉아서 서서 제 주변을 맴돌면서 돌아보고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길래 쓰다듬어 줬습니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우리 애 심장 소리가 차소리와 컴퓨터 쿨러 소리를 뚫고 다 들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거실로 나가고 한 몇 분 있더니 어머니 소리가 들려서 나가봤어요. 자기 담요 위에 엎어져서 피를 토하고 있는데 심장은 뛰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들으니 제 방에서 나올 때 웃는 얼굴이었대요.
그러고는 동생에게도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고 쓰다듬 받고 동생을 한참 보다가, 어머니한테 가서 쓰다듬 받고 계속 엄마를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자기 담요 위로 가더랍니다. 그대로 고꾸라졌고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절규하면서 보냈습니다.

수요일 밤에 그렇게 보내고 목요일,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이 되었는데 왜 이렇게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아프다는 말로는 이 고통을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저는 수술실에서 진통제와 무통주사바늘이 빠진 상태로 깬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보단 덜 아팠어요.
온몸이 부서져라 아프고 숨 쉴 때마다 가슴과 폐를 망치와 송곳으로 난도질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이 있을 때는 세상에 참 재밌고 즐거운 일이 많았는데, 이젠 어느 것도 즐겁지 않아요.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애는 갈 때까지 절 달래려고 한 것 같은데, 저는 우리 애 없는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해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생수가 아니면 안 먹고, 침대나 쇼파엔 자기 발로 절대 안 올라가고 사람보고 올려달라 내려달라 하는 게 당연하고, 자기가 볼일 본 걸 3분 내에 치워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말대꾸는 참지 못하는 우리 엄살쟁이 응석쟁이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야무지게 하고 의젓하게 간 게 너무 안 믿겨요.

세상이 개가 어떻게 네 아들이겠냐고 하지만, 얘가 내 아들이 아니면 이 고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감히 자식 먼저 보낸 부모 마음과 같다곤 못하겠지만. 얘가 내 아들이 아니라면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고 따지고 싶어요.

그저 우리 애가 너무 보고 싶어요.

수술로 좋아지는 병이라면 그 수술비가 얼마든 냈을 텐데, 제 심장과 바꿀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바꿨을 텐데..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3/19 14:28
수정 아이콘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 그 마음 깊숙히는 모르지만 부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22/03/19 14:31
수정 아이콘
너무 마음 아픕니다 저도.. 본인은 어떠하실지 자식같은 존재가 먼저 가다니.. 마지막에 잘 인사하고 간걸 보면 글쓴님이 사랑을 잘 주신건 분명합니다
22/03/19 14:35
수정 아이콘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는게 하늘도 슬퍼서였군요.
그래도 그 아이는 가족들 다 돌아보고 행복한 마음에 웃으면서 무지개다리 건넜을겁니다.
열심히 살다가 우리도 그 다리를 건너는 날, 그 아이가 웃으며 반겨주지 않을까요?
우리 조금만 더 슬퍼하다가 힘내서 살아가기로 해요.
This-Plus
22/03/19 14:37
수정 아이콘
이래서 애초에 반려 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네요.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22/03/19 15:02
수정 아이콘
저도 15년 키운 고양이를 심장병으로 보낸게 반 년이 지났네요. 가끔씩 멍하니 생각하게 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사계님도 슬퍼하시되 너무 오래 많이 힘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김첼시
22/03/19 15:03
수정 아이콘
저도 학창시절부터 키우던 반려견을 몇년전에 품에 안은채로 보냈는데 아직도 종종 그때가 떠올라서 가슴이 아픕니다.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고 이뻐하시던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그래도 몇년이 지나고 나니 같이 했었던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얘기도하고 웃음지을 정도가 됐네요. 지금 많이 힘드시겠지만 반려견이 세상에와서 가족들과 만나 행복한 시간 보내고 갔다고 생각하시고 마음에 꼭 묻어주세요.
아롱띠
22/03/19 15:06
수정 아이콘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명복을 빌겠습니다. 사계님도 잘 추스리시길
돌돌이엄마
22/03/19 15: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힘내세요, 저도 반려견 하나를 보낸 경험이 있어서 심정이 어떠실지 짐작이 갑니다
지금이야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모쪼록 잘 추스르시길 빌겠습니다
나래를펼쳐라!!
22/03/19 15:34
수정 아이콘
옆집에 사시는 장모님 말티즈가 14살인데, 최근 기침이 시작되어 알아보니 말티즈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중형견 2마리랑 같이 산지 수년 째인데, 남일 같지 않네요. 아마 아들도 사계님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떠났을 겁니다. 아들의 바람대로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22/03/19 15:34
수정 아이콘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기의 애완동물에게 바라는 말 딱 한마디가 '나 아파요.'라고 하더군요.
어디 부딪히고, 병 들어도 아픈 걸 표현할 줄 모르니...
저도 지금 3년째 키우는 고양이가 어떻게 되면 매우 슬플거 같은데 8년이라니 상심이 매우 크실거 같습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길...
노스텔지아
22/03/19 15:35
수정 아이콘
무슨 말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정확히 오늘 이네요. 2년전 3월 19일 저녁 10시에 심장병으로 무지개다리 건너 보냈습니다.
마지막 줄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일본에 수술이 가능한 팀이 있으나.. 비용은 둘째치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군요.
지금도 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아요. 그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과 감촉같은 것들은 사계님께 계속 남아있을겁니다.
과수원옆집
22/03/19 15: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들로 기르셨으니 아들입니다.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글에 절절하게 묻어나서 감히 위로를 하기 겁나지만, 사랑받고 있었다는 걸 떠나는 순간에 분명 알았을 겁니다…
22/03/19 16:36
수정 아이콘
아이고..글을 너무 잘 쓰셔서 더 슬프네요.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을 존경하는 랜선집사로서 무슨 말로 위로드려얄지 모르겠어요. 사랑 듬뿍 받고 살았으니 좋은 곳에 갔을거에요
빵pro점쟁이
22/03/19 16:41
수정 아이콘
에고 기운내세요ㅠㅠ
저희집 단비도 두달 전에 심장병으로 떠났는데
이제는 더 아프지 않고 천국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겠구나란 생각으로 보냈습니다
22/03/19 16:46
수정 아이콘
저도 말티즈로 작년에 토토라는 아이를 떠나보냈는데
그 녀석이 유독 저를 좋아했어가지고 고맙고 귀엽고 그러던 애라
정말 가끔 생각 나더라고요. 전 여친도 생각이 안 나는데..
순간적으로 입에 붙었는지 다른 강아지한테 토토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저희 토토도 심장이 아팠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숨 쉬는 것도 힘들게 쉬더라고요.
그렇게 고생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고마웠어. 제발 편안히 가는걸 바랬는데.
새벽에 누워있더군요.
저는 제가 크게 해준 게 없어서 그런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자격도 없는 것 같고.
미안하다는 생각보다는 고맙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요.
해준 것도 없는데 항상 나를 좋아해준 녀석.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곳에서도 그렇게 웃는 얼굴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
22/03/19 17:30
수정 아이콘
저도 고양이 집사입니다. 그렇게 시크하고 도도한 녀석인데도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아이들 생각하면 미소부터 짓게됩니다.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인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동물들보며 배우게 됩니다. 또한 아수라판 같은 인간들 사회보다 동물들과의 교감으로 더 많은 위로를 얻게 됩니다.

사계님 덕분에 강아지도 살았고 또한 사계님도 강아지 덕분에 살았습니다. 서로가 인연이 되어 8년의 세월을 함께한건 분명 복된 일 아닐까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힘 내십시오. 언젠가 다시 만날것 아닙니까.. 그때 너랑 헤어져서 힘들었다고 하면 강아지가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많은 위로와 행복을 주고간 강아지의 명복을 함께 빌겠습니다.
분명 좋은 곳에서 사계님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흐뭇해 할거에요.
22/03/19 17:31
수정 아이콘
저희 강아지도 12살이라 걱정이 많아요
부모님이 연세도 많으셔서 막내 아들로 생각하고 키우고 계신데 이 녀석이 죽으면 부모님이 못버티실거 같아서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좋은 주인을 만나서 8년이라는 시간을 행복하게 살다간 말티즈가 하늘에서 사계님을 평생 응원해 줄거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진산월(陳山月)
22/03/19 17:53
수정 아이콘
뭐라 위로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저 기운내시라는 말 밖에...
알파센타우리
22/03/19 18:12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14년 16년된 노견둘을 키우고 있어서 남일같지 않네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걸 알기에 잘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나중에 다시 만난다는말이 있는데 듣기좋으라고 지어낸말 같지만 요즘은 믿고싶어지네요
22/03/19 18:53
수정 아이콘
6년 전에 보낸 우리 막둥이 아직까지도 못 잊고 있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은 상처가 아무는데, 술 먹고 한번씩 생각나면 그렇게 우네요.
22/03/19 18:57
수정 아이콘
분명히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다시 만날 날 기다리면서 힘 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위로가 될 수 없다는거 압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22/03/19 19:07
수정 아이콘
힘내시고, 힘내세요...
명정남
22/03/19 19:37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저도 두 달전에 우리 강아지 묻어 주고 왔어요. 그 때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네요...
22/03/19 19:53
수정 아이콘
곧 사계님 꿈에 찾아올 겁니다.
휑하니
22/03/19 21:0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난 강아지를 위해 마음껏 슬퍼하시고 꼭 기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얼굴 뵌적은 없지만 멀리서 응원할게요.
녹용젤리
22/03/19 22:23
수정 아이콘
그마음 저도 충분히 알아요...
힘내시길 바래요.
22/03/19 22:48
수정 아이콘
저희집도 얼마전에 세마리 고양이 중에 막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더라구요. 못해준일들하고 셋째가 준 사랑만 떠올라서 지금도 눈물이 종종납니다.

이 상실감과 슬픔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만 알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저와 아내는 호흡기만 달고 있는 셋째에게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먼저 가서 엄마아빠 기다려라고 이야기했어요.

힘내세요. 강아지가 준 사랑을 기억하시구요.
22/03/19 23:58
수정 아이콘
아.. 힘내세요. 저와 와이프 모두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어하지만 못 키우는 이유예요.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 보냈던 그 슬픔이 몇달 몇년 집안을 멤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그저 힘내시라고 밖에 말을 못 드리겠네요.
세타휠
22/03/20 00:08
수정 아이콘
저희 개도 너무 아파하다 먼저 갔는데 못해준 거 아파하던 모습만 더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아프지 않겠지..나중에 나 죽으면 우리 진순이가 마중나와주겠지..그때 다시 볼 수 있겠지..하면서 혼자 위안하고 버팁니다. 그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참 행복할 거예요.
무척 슬프시겠지만 사계님께 감히 위로를 보내봅니다.
제라그
22/03/20 00:47
수정 아이콘
아이고... 저도 6년전에 강아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우울증에 허덕일때 존재 자체로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준 녀석이었는데... 응원합니다. 정말 보내본 사람만 그 심정을 알거에요.
22/03/20 01: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댓글 다 읽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답 댓글을 달기엔 제가 기력이 많이 없어서 하지 못했습니다.
보내보신 분의 공감도 다른 분들의 위로도 모두 감사합니다.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마지막 생일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좀 더 오래 있어줄 것 같아 신장에 더 안 좋을 것 같은 소고기가 아니라 딸기를 준 제가 너무 싫었어요. 우리 아들이 마지막으로 본 내 모습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저주스러워 일도 싫었고 회사도 싫었어요. 우리 애 마지막 가는 길 너무 많이 울어서 못난 모습 보인 것도 싫었어요. 우리 아이가 본 마지막 내 모습이 예쁘고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모습인 것도 싫었어요. 어떻게 보면 소소하게 못해준 일들이 8년 치 겹겹이 쌓여 눈덩이처럼 굴러온 것이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침대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우리 아들 이름을 부르고 오열을 하고 있는데 문득 제 방 밖에 우리 아들이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그 자리에 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자리를 계속 보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안방에서 잠깐 낮잠을 자겠다고 했던 어머니가 제 방에 오셔선 꿈에서 제 아들을 봤는데 제 방 문밖에 앉아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저만 계속 보고 있더랍니다. 엄마가 부르니 저를 보다가 엄마를 한 번 보고 그 와중에도 저를 보고 엄마를 보고. 엄마는 하나도 아파 보이지 않는 우리 아들이 너무 반가워서 안아보려고 했는데 꿈에서 깨셨다고. 그 말을 듣고 정말로 우리 애가 왔다 간 것 같아서 힘을 내보려고 합니다. 탈수가 왔는데 물도 많이 먹었고, 포카리도 마셨습니다. 드디어 밥도 좀 먹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당장 괜찮은 것이 아니라 소화제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 댓글을 쓰면서도 아직은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내 배로 낳은 것도 아니며 흘러가는 시간이 다른 우리가 연을 맺고 제가 그 아이를 8년을 키웠듯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세상에 8년을 기른 정이 어떻게 연이 아닐까요.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이 천국의 문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으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할 때가 없네요.

이름을 여태 부르지 않았는데, 우리 아들 이름은 콩이입니다. 뭘 해도 2등은 하라고 콩이라고 했습니다. 이리 보내고 나니 이름을 거북이라 할 걸 그랬다고 많이 후회했습니다.

콩아,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돈을 버느라, 일을 하느라 너와 떨어진 시간이 길었음에도 다른 가족들이 네 엄마한테 가보라고 할 때면 내 방에 빼꼼 찾아오는 네가 너무너무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단다. 우리 콩이 야무지고 씩씩하게 가는데 마지막에 가지 말라고, 엄마랑 30년은 있어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떼써서 미안해. 마지막 생일을 우리 콩이 좋아하는 소고기나 회가 아니라 딸기로 준 것도 미안해. 심장병 빨리 발견 못 해줘서 미안해. 그래도 사랑해.

정말로 공감, 위로의 댓글과 그리고 우리 아들의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크노마트남친
22/03/20 03: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금 제 왼쪽 발에 막내딸 오른쪽 어깨에 둘째 아들이 기대어 자고 있습니다. 제가 세상 힘든일이 있을 때 마다 ...힘들지만 우리 애들 아픈데 없고 밥 잘먹으면 지금 내게 문제란 없는 거야 하고 위안을 삼습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별은 언제일까. 어떻게 이별하게 될까. 무너지지 않고 너희들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조금 덜 사랑하면 더 잘 이별할 수 있겠지만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너희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많은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의자에서 자던 장남이 오른쪽 허벅지에 와서 몸을 기대네요. 아이들이 있어서 내 삶도 조금 더 의미있어졌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어요. 뻔하지만 서로 존재도 모르던 각자가 연이 되어 삶을 공유한 것 만으로도...더 없는 축복이었단걸 받아들어야 하는 거겠죠. 또 나보다 먼저 떠나주어 그 마지막을 지켜봐 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해야겠죠. 살기 싫었는데...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 것도 감사해야겠죠. 아이들의 이름을 붙여줄 수 있었어서 영광이기도 했죠. 그 많은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내게 깨우쳐준 것들에 대해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잘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운을 내시고...훗날 저도 아이들을 보내고 슬퍼할때 절 위로해주세요...
아이디안바꿔
22/03/20 12:08
수정 아이콘
스케일링하고 못 깨어나야 될 아이

님 사랑 좀 더 받으려고
너무 갑자기 떠나 님 놀라지 마시라고
주신 사랑 보답하느라

아무렇지도 않은듯 일어나
몇달을 그렇게 같이 보냈나 봅니다

물어보면 분명히 행복했었노라고대답했을거예요
밀리어
22/03/21 07:00
수정 아이콘
집에서 동물 키우다가 떠난적이 있어서 그후로 안키우고 있습니다. 정을 많이 준만큼 어릴때의 충격도 상당했거든요
세종대왕
22/03/21 10:07
수정 아이콘
힘내시고 분명 무지개 다리 건너서 응원하고 있을 거에요.
자식 같은 애완견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부모 걱정 안 하게 힘내시는 모습 보여주시기를...
날아가고 싶어.
22/03/21 14:44
수정 아이콘
저두 10년 기른 고양이를 암 판정받고 항암하고 이것저것하다 두달만에 보낸적이 있어서 그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고 잠시 잊었던 아이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강아지 마지막의 위로를 기억하시고,슬퍼할 만큼 슬퍼하시고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아이는 생의 끝까지 글쓴님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서 너무 행복했을꺼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294 [일반] MBTI를 싫어하게 만드는 몇가지 이유들 . [193] 아스라이19817 22/03/21 19817 8
95293 [일반] 지구와 가장 유사한 외계행성... [35] 우주전쟁11070 22/03/21 11070 6
95292 [일반] [테크 히스토리] 황사, 미세먼지, 방사능과의 사투 /공기청정기의 역사 [13] Fig.1101137 22/03/21 101137 10
95291 [일반] INTP가 추천하는 만화 3편 [8] 드로우광탈맨8712 22/03/21 8712 2
95290 [일반] 우월한 하루 대여권 5장을 배포해준다고? [1] 슈테8487 22/03/21 8487 0
95289 [일반] 코로나19 백신 3차 미만 접종자가 추가 접종 후 한달 안에 코로나 확진되면 손해라는 인터뷰가 있네요(틀린 인터뷰인 것 같습니다.). [83] 알콜프리16810 22/03/21 16810 3
95288 [일반] 선게 운영 일정/검색 기능 개편/사이트 불안정(로그인 접속장애 관련 추가)/특정 광고 불편(해결?) 관련 공지 [39] jjohny=쿠마12718 22/03/20 12718 17
95287 [일반] 다시 만나기 싫었는데.. 입장이 바뀌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35] BMW17586 22/03/20 17586 36
95286 [일반] 생애 첫~!! [20] estrolls8754 22/03/20 8754 2
95285 [일반] 희귀병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Merchi Álvarez 씨 이야기 [10] 어강됴리9686 22/03/20 9686 2
95284 [일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극우주의자가 나라를 지키다. [62] 쵸코커피15201 22/03/20 15201 6
95283 [일반] [팝송] 글렌체크 새 앨범 "Bleach" [9] 김치찌개5483 22/03/20 5483 2
95282 [일반] 코로나 가족이야기 입니다(진행형) [28] 아이유_밤편지8903 22/03/20 8903 30
95281 [일반] 전기차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74] 라떼는말아야12647 22/03/19 12647 2
95280 [일반] 톰켓을 만들어 봅시다. [24] 한국화약주식회사8721 22/03/19 8721 24
95279 [일반] 8년을 키운 강아지가 떠났습니다. [36] 사계11048 22/03/19 11048 65
95278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25] 그때가언제라도10118 22/03/19 10118 1
95277 [일반]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별기획 -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5) [13] 김치찌개5969 22/03/19 5969 4
95276 [일반] <메이의 새빨간 비밀> - 그래도, 픽사 (약스포) [11] aDayInTheLife5963 22/03/19 5963 0
95275 [일반] [대드 추천] 그대를 닮은 사람 - 청견행복 (스포 최소화) 마음속의빛5649 22/03/18 5649 0
95273 [일반] 밀알못이 파악한 ' 전차 무용론 ' 의 무용함 . [61] 아스라이13401 22/03/17 13401 22
95272 [일반] PGR21 서버 점검 안내 [38] 진성3425 22/03/16 3425 16
95271 [일반] 방역패스 가처분과 음모론의 승리 [79] kurt15290 22/03/17 1529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