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퇴원을 했는데, 월요일 + 점심시간 크리로 원무과에 사람이 미어터지더군요. 규모 있는 병원이라서 보험 관련 서류를 처리해주는 직원이 따로 있었는데,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 인수가 13명...;; 그 때 마침 저희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무인 프린트 가게가 새로 생긴게 떠올라서 그냥 돈 몇 천원 내고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프린트 가게에 들러 팩스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서 샤워를 하기 위한 방수 패드를 골라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이 없더군요. 불과 조금 전이라 프린트 가게에서 결제하고 카드를 지갑에 넣은건 확실히 기억이 났고, 그곳에 두고 왔나 보다 생각하고 되돌아 갔습니다.
12시 36분에 프린트 가게에서 결제한 문자가 와 있었고, 제가 다시 온 것은 1시 쯤. 하지만 지갑은 없었습니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CCTV가 있었고,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사정을 말하니 CCTV는 경찰을 동행해야 보여줄 수 있다고 하네요.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 가져가서 근처 파출소나 우체국 등에 맡기는 중일 수도 있는데 괜히 경찰을 불러서 CCTV까지 봐야 하나 싶더라고요.
2~3분 고민을 막 하다가 "아니 내가 뭐 진상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허위 신고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경찰관이 출동해서 제가 사정을 설명하는 도중 관리자가 청소하러 오더군요. 하루에 두어번 와서 청소하고 용지 채우는데 어쩜 그렇게 딱 타이밍이 맞았는지 신기했습니다.
어쨌거나 CCTV를 관리자분의 휴대폰으로 바로 볼 수가 있었고, 제가 그 가게에 지갑을 두고 간 것과 잠시 후에 어떤 아저씨가 와서 제 지갑을 가지고 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용 조서(?)를 쓰고 담당 형사가 정해지면 문자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저는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지갑에 있던 카드 4장을 전부 분실(정지)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에 전화하여 정지를 시켰죠. 이렇게 잃어버린게 처음이라 몰랐는데, 제 명의로 된 나머지 3장(다른 은행 및 카드사)도 같이 정지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라 했습니다.
그리고 재발급 신청까지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상담원분이 지갑에 혹시 보안 카드도 있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생각해보니 있었습니다. 요즘은 지문이나 패턴 등으로 모바일 뱅킹을 하다 보니 보안 카드의 필요성을 딱히 못 느껴서 별 생각이 없었고 갖고 다닌 것 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상담원이 보안 카드도 인증서 발급 등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분실 신고를 해야 한다더군요.
문제는 보안 카드를 정지시키면 모바일 뱅킹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는겁니다. 조회는 상관없는데 이체가 안 될 거라고요. 다행히도 보안 카드는 영업점을 찾아가면 바로 만들어 준답니다. 심지어 체크카드라서 재발급도 바로 가능하다는군요. 그런데...문제는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신분증도 같이 잃어버렸죠.
집에 오는 길에 주민센터에 들러서 신분증 재발급을 하려고 생각을 해보니 증명사진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지갑에 넣고 다니거든요. 근처에 즉석사진기가 어디있나 생각하다가 일단 짐이 많아서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고, 최근에 찍은 사진은 JPG로도 갖고 있어서 5,000원을 주고 재발급을 신청했습니다. 딱 거기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3시 쯤 되더군요.
그 때 국민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분실된 카드를 습득했다는 제보(?)를 받고 저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죠. 제 지갑을 보관 중인 곳의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더니... 7호선 신중동역(경기도 부천)이었습니다. 왜 괄호 안에 지역을 얘기하냐고요? 제가 분실한 곳은 인천터미널역(인천광역시) 근처거든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보관하던 곳이 역 내의 안내소였는데, 그곳의 설명이 더 황당했습니다.
어떤 어르신이 오셔서 주고 가셨는데, 습득한 곳이 4호선/수인선 오이도역(경기도 시흥) 이랍니다. 혹시나 싶어 인상착의를 물어보니 CCTV에서 봤던 사람과는 나이는 물론 체격이나 옷차림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르신은 열차 플랫폼(타는 곳)에서 주웠는데 열차가 마침 들어오고 있어서 목적지인 신중동역까지 오셔서 맡기신거라 합니다. 그로 인해 제 지갑은 2시간 동안 3개의 도시를 여행(?)하고 다시 제 손으로 돌아오게 된거죠.
막상 찾고 보니 지갑 속에 현금과 티머니 카드는 쏙 빼갔더군요. 프린트 가게에서 가져간 사람은 처음부터 훔칠 생각이었던거죠. 들키지 않으려고 엄청 멀리까지 가서 버린거고요. 어차피 현금과 티머니는 합쳐서 3만원 정도인 데다가 카드 및 신분증 재발급, 자동 이체 변경, 월 정액 변경, 보안 카드 등록 같은거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크게 아깝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하면 범인은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더군요. 솔직히 돈 슬쩍하고 근처에 버렸으면 그래도 되찾은 기쁨이 더 컸을텐데, 멀리 까지 가서 버린 괴씸함과 되찾으러 제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왔다갔다한 수고로움 때문에라도 꼭 잡혀서 약식 벌금이라도 내기를 바랍니다.
p.s 신분증(민증)은 고등학교 때 발급받고 15년이 지나서 얼굴이 안 보이는 수준이라 신청 취소 안 하고 그냥 이 기회에 재발급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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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인터넷은행 계좌 만들고, 자산연결같은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꺼번에 전부 털릴수 있어요;; 얼마전에 저도 기억못하는 옛날 계좌로 누가 돈을 보내서 은행을 가야하나했는데, 사이다뱅크 제2금융권 자산연결이 돼서 계좌번호도 모르는 10년전 돈을 옮겨온적이 있습니다;; 무섭게도 편리한 세상입니다.
밤 중에 무인샵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자연스럽게 결제를 눌렀는데 카드가 꽂혀있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이미 결제는 완료…동공지진이 났다가 다행히 가게주인 연락처로 전화했더니 금방 오셔서 취소 후 재결제 했네요. 요즘엔 cctv 천국이라 허튼 짓(?)해도 덜미가 잘 잡힌다고 합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