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3/30 20:35:18
Name 산딸기먹자
Subject [일반] 전 정신 질환으로 공익을 갔습니다...
그것도 2012년이니 아직은 우울증, 아스퍼거 등 정신 질환이 대중적이지 않았을 때죠

제가 아는 공익 동료들도 인서울 공대 출신에 몸도 좋은 제가 무슨 이유로 공익인지 종종 궁금해 했는데 절대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두려웠으니깐요 이걸 말하면 날 이상하게 볼 거 같은

굉징히 괴로웠고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다녔던 정신과를 2011년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다녔습니다 그래도 계속 힘들었죠 당시 대학생활도 하고 있던 공부, 동아리 활동 등도 전부 단절되고 꽤나 긴 시간이 날라갔습니다 그 꽃같은 20대 시절을 대부분 낭비했다는... 그 이후도 꽤나 날라가는 거 같구요

실망스럽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남들의 연애 얘기, 정상적 대학 생활 얘기, 공부 진로 얘기 등등 이런 삶적인 얘기에서 일단 거기에 발도 못 내미는 제 상태가 참...

사실 공익판정 받기 직전만 해도 '내가 설마 이런걸로 군대를 빠질 수가 있겠어?' 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신과 기록 병무청에 내자마자 거의 곧바로 4급 나왔었네요

지금은 좋아졌지만 그때의 생각 구조와 경험 느낌이 남아 있어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몇 달 전에 조그마한 회사에서 파트 타임 일을 하면서 그 회사 사람들과 관계가 가까워지다 보니 결국 제가 정신과로 공익을 갔던걸 숨길래야 숨길수가 없더군요 뭐 아무튼 정말 중학생 때로 다시 돌아가 다시 살고 싶은 맘이 강합니다... 에휴...

이렇게 표현해 보긴 첨이네요 머릿속에만 있었는데

그래도 잘 살려고 생각 중 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수날
22/03/30 20:3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디쿠아스점안액
22/03/30 20:38
수정 아이콘
많이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nm막장
22/03/30 21:05
수정 아이콘
비교할 순 없지만 10대후반 ~ 20대를 통으로 우울증으로 날렸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힘내시란 말씀 드리고 싶지만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교대가즈아
22/03/30 21:19
수정 아이콘
그럼 혹시 30대부터 사회생활하신건가요?
nm막장
22/03/30 21:25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28세부터 했습니다
직장생활이요~
League of Legend
22/03/30 21:33
수정 아이콘
여기서 말하는 용기를 내셨네요. 아직 한국 사회에서 툭터놓고 정신과 진료 받는다, 관련된 일로 공익 근무했다고 밝히기 참 어려울거라고 생각 합니다. 제가 잘 아는건 아니지만.. 저도 우울한 일로 인해서 문 밖을 나가기도 싫고 사람을 피하며 산 적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공감이 가네요..
雲庭 꿈꾸는구보
22/03/30 21:44
수정 아이콘
시간이 약입니다. 그리고 후회스런 과거를 곱씹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만 생각하시면서 앞만 보고 남아있는 인생의 길을 달리시길. 진심으로 힘내시길 바랍니다.
네파리안
22/03/30 22:02
수정 아이콘
전 과민성 증후군이 심한데 이게 남들은 가끔한번 격을 밖에 나가면 화장실 급한경우를 거의 매일같이 격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집밖을 못나가게되고 특히 나가서 화장실을 못가는 상황이되면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게 반복되면서 트라우마가 된건지 공황장애 증상이 생긴거였고 정신과 치료받아서 학원도 다니고 취업도하게되고 했내요.
전 모임이든 회사든 앞으로 자주볼 사이면 바로 내가 장에 문제가 있고 이 문제가 나한태는 굉장히 심각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적도 있다는걸 밝힙니다.
이걸 숨기고 있는데 내가 장이 안좋아지면 애기하고 조치를 취해야하나 말아야하나에서 다시한번 멘탈이 날라가는 경험을 계속 하다보니까 어느순간부터 그냥 다짜고짜 바로 밝혀요.
제가 먼저 안친한 사이에도 마구 애기하다보니 같은증상을 가지신분들이 나도 그런증상이 있는데 차마 말하지 못하고있었다고 하면서 같이 공개하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생각보다 주변에 비슷한 고통을 격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 본인의 일에 너무 고통받지 않으셨으면 하내요.
22/03/30 22:29
수정 아이콘
네파리안 님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위와 장이 약한 사람으로 많이 공감을 가네요. 심할 때는 장거리 버스를 못 타도 어딜 가든 주변에 공용화장실 위치를 파악해야지만 마음이 편했죠. 지금도 좋지는 않지만 자차에 화장실 달린 자기 방이 있는 곳에서 일하니 조금 낫네요.
스타본지7년
22/03/30 22:2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우울증 꽤 심했고 아직도 증상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살고는 있네요...
Lainworks
22/03/30 22:32
수정 아이콘
공익 사유를 못숨길게 있을까요? 시력이나 기흉 이런거라 하면 일상생활에서 티 날 일도 없을것 같은데
22/03/30 22:32
수정 아이콘
그냥 몸이 안좋았다고 둘러대면 될 것 같은데 숨기기 쉽지 않으신가보네요. 그냥 십자인대 끊어졌다거나 디스크 심하다거나 신장 하나 없다던가 하는 둘러댈거리 정하는게 나을 것 같네요. 관련 서류 확인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jjohny=쿠마
22/03/30 23:36
수정 아이콘
저는 신경정신과 계열 질환 중 [기면증으로 4급] 받아서 공익했습니다.

경험상, 기면증은 사람들이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현실세계는 또 그렇지만은 않으니까...)

질병명을 둘러대기 뭣하시면 다음번에는 '기면증으로 4급 받았다'고 하시고 '중증은 아니라서 티는 안나요' 식으로 말씀해보시는 방법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jjohny=쿠마
22/03/30 23:51
수정 아이콘
더불어, 저는 공익은 기면증으로 갔지만 ADHD 질환도 가지고 있습니다. 질환의 종류는 다르지만, 이 질환도 직업적인 영역에서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라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기면증 얘기는 편하게 하겠는데, ADHD 얘기는 못하겠더라고요. 업무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평가가 덧붙여질까 하는 점이 염려되어서요. 게다가 저의 ADHD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요)

산딸기먹자님도 잘 해내시고 저도 잘 해낼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밀리어
22/03/31 04:00
수정 아이콘
아.....평소 쿠마님의 댓글을 보면 그런걸 겪으시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려운 고백을 하셨네요. 두분을 응원하겠습니다.
도들도들
22/03/31 08:26
수정 아이콘
항상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글을 써주셔서 전혀 몰랐습니다.
사하라
22/03/31 07:41
수정 아이콘
저는 훈련소 심리검사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답을 했는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와야 된다고 하셔서 퇴소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들어 갔었네요. 그 때는 사람들과 만나는 게 너무 무섭고 자신감도 너무 없어서 왠지 그럴 거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혹시라도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까봐 일부러 현금으로 결제하셨었죠...
다행히 한 달 뒤에는 무사히 입대할 수 있었네요.
뭔가 비슷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저도 옛 기억을 더듬어 보았네요. 저도 도망치다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친 게 너무 많아서 어느순간 버티는 게 하나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22/03/31 10:23
수정 아이콘
현재 삶이 점점 더 좋아지면 나중에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도 미래도 없고 언제나 현재만 있다는 이야기를 저는 좋아합니다. 과거나 미래도 현재에서만 느낄 수 있거든요.
패스파인더
22/07/01 18:04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다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7년만에 처음 의사를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342 [일반] 재택근무, 자율출퇴근 근무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52] BRco9792 22/03/31 9792 6
95341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4) [86] 공염불11117 22/03/31 11117 29
95340 [일반]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 [7] 쩜삼이5895 22/03/31 5895 12
95339 [일반] 속이 좀 쓰리긴한데 좋은제품 쓰고있어서 올립니다. [20] 키토13515 22/03/30 13515 0
95338 [일반] 그알 가평계곡 다이빙 익사 사건 결론 나왔습니다. [95] 깐부17904 22/03/30 17904 9
95337 [일반] 피자헛 페이코인 이벤트 [28] 바둑아위험해8511 22/03/30 8511 6
95336 [일반] 전 정신 질환으로 공익을 갔습니다... [19] 산딸기먹자13928 22/03/30 13928 23
95335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3) [17] 공염불10210 22/03/30 10210 33
95334 [일반] 충청남도 1인당 GRDP(GDP) 통계 [12] 버들소리7738 22/03/30 7738 1
95333 [일반] 울산 아파트도 분양가 8억 시대 접어들었네요. [49] 1029900 22/03/30 9900 0
95332 [일반] 자동차 블루투스 연결 여우짓(feat. 유게) [92] 카미트리아10036 22/03/30 10036 6
95331 [일반] 소소한 학부시절 미팅 이야기 [45] 피우피우10467 22/03/30 10467 37
95330 [일반] 되도 않는 오션뷰보다는 성냥갑뷰가 좋다 [44] 나쁜부동산13924 22/03/29 13924 18
95329 [일반] 분유포트 관련 잡담 [41] 랑비12370 22/03/29 12370 14
95328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2) [26] 공염불9989 22/03/29 9989 24
95327 [일반] 오늘로 등업됐습니다 [10] 리뷰모아5546 22/03/29 5546 11
95326 [일반] [테크 히스토리] 결국 애플이 다 이기는 이어폰의 역사 [41] Fig.1107889 22/03/29 107889 19
95325 [일반] 전세계 COVID-19 사망률 수치(WHO 기준) [54] 톤업선크림10473 22/03/29 10473 15
95324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 [34] 공염불11087 22/03/29 11087 38
95323 [일반]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관련 보도할때는 보안관련 상식은 지킵시다. [48] giants10993 22/03/29 10993 14
95322 [일반] 요즘 시대는 연애말고 즐길게 많다는 말이 있죠 [58] 챗셔아이11926 22/03/29 11926 2
95321 [일반] 겨울 산행 마무리 [6] 영혼의공원5152 22/03/29 5152 5
95320 [일반] 만두 [10] 녹용젤리5077 22/03/29 5077 2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