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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07 23:24:35
Name Fig.1
Link #1 https://www.fig1.kr/history/porkbelly
Subject [일반] [역사] 대패삼겹살, 백종원이 개발한 것이 맞을까? / 삼겹살의 역사 (수정됨)
- 지난 금요일은 삼겹살 데이였습니다만 요즘도 삼겹살 데이를 많이들 챙기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삼겹살 데이를 챙긴 것은 7년전 쯤에 백종원의 새마을 식당에서 삼겹살데이에 할인했을 때였습니다. 요즘은 삼겹살데이 행사가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네요. 사람들이 삼겹살 데이가 아니어도 삼겹살을 자주 먹기 때문일까요?

- 삼겹살의 역사를 찾으며 가장 큰 도움받았던 책은 <삼겹살의 시작>인데요. 이 책이 쓰이게 된 계기가 재미있습니다. 몇 년 전 방송에 많이 나왔던 황** 맛 칼럼니스트가 돼지고기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 <삼겹살의 시작>은 자료도 많고 상세합니다. 다만 자료를 너무 많이 찾아서 버리지 못한 느낌이 조금 듭니다. 자료에 매몰되어 다른 길로 새다가 다시 주제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사소한 것들의 역사>는 역사를 다루는 뉴스레터이다. 그런데 뉴스레터라는 것은 00년대에 시작되어서 현재는 사용자는 00이다. 아무튼 <사소한 것들의 역사>는 훌륭한 뉴스레터이다.

- 그걸 보면서 자료의 양과 질도 중요하지만, 자료들을 잘 정돈하고 재밌게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남 일이 아닙니다. 저도 정보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Fig.1 삼겹살 이전에는 방자고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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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1 선화봉사고려도경 ⓒ국립중앙도서관]

삼겹살을 정확히 언제부터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삼겹살이라는 명칭이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다만 돼지고기를 구이용으로 먹기 시작한 시점을 찾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삼겹살을 먹은 시기를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삼겹살을 먹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은 고려시대에 쓰인 <고려도경> 등장하는 방자고기에서부터입니다. 고을 원님 밑에서 잔심부름하는 하인인 방자는 윗사람이 먹다 남긴 고기 찌꺼기를 집에 가지고 가곤 했는데, 이들이 고기를 소금만 뿌려 구워 먹어 방자고기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방자고기는 특정 부위가 아니고 구워 먹는방식을 의미하는데요. 이때 틀림없이 삼겹살 부위도 먹었겠죠?



Fig.2 삼겹살? 세겹살?

삼겹살이라는 부위 1930년대로 세겹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1931년 출판된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에 세겹살은 배에 있는 고기로 돈육 중 제일 맛있다고 소개되어 있죠.

1934년 동아일보에도 뒤넓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이를 통해 현대 삼겹살의 부위인 뒷다리 앞쪽부터 5~6번 갈비뼈까지와 세겹살 부위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죠.

세겹살이 삼겹살로 바뀌게 된 것은 1959년에서부터인데요. 경향신문의 한 칼럼에서 돼지고기와 무를 볶은 후 물을 졸여 만드는 요리를 소개하며 삼겹살이라는 명칭을 씁니다.



Fig.3 원래는 인기없었던 삼겹살

삼겹살이 알음알음 소개되고 있긴 했지만 사실 1970년대까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돼지를 사육할 때는 사료가 아닌 짬밥이나 구정물로 키우는 곳이 대부분이었기에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심했거든요. 그래서 돼지고기는 주로 제육볶음이나 두루치기, 김치찌개처럼 양념이 강한 음식으로 해 먹었죠.

게다가 부패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부패가 빨랐고, 냉장•냉동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돼지고기 식중독 사고도 잦았거든요. 그래서 서울에 돼지고기를 공급할 때는 돼지를 산 채로 데려와 마장동 혹은 가락시장 도축장에서 도축해 서울 지역에 유통했죠.

그럼에도 1979년 동아일보 칼럼에 ‘우후죽순처럼 주점가에 늘어가던 삼겹살집에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졌다’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아, 부패가 심한 여름철에는 힘들긴 했지만, 삼겹살집이 많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죠.



Fig.4 삼겹살이 유행하게 된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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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자연농원 내 양돈단지 ⓒ삼성물산리조트 건설부문 50년 사사]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돼지고기의 전성시대가 열립니다. 이는 품질개선, 냉장 시설 보급, 부루스타 개발, 3저 호황 등 여러요인이 잘 맞춰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품질은 수출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홍콩으로 살아있는 돼지를 수출했지만, 중국이 홍콩에 돼지고기를 저렴하게 팔면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데요. 그래서 1971년부터는 일본에 돈육 수출을 시작하죠.

돈육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돼지 사육이 집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양돈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삼성 이병철 회장도 자연농원(현 에버랜드) 내에 대규모 양돈장을 만들어 양돈산업에 뛰어들었고 돼지품종 개량에 앞장섭니다. 이처럼 돼지 품종이 개량되고 사료를 이용한 사육이 정착되면서 돼지고기의 맛이 좋아지고 품질도 균일화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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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석면슬레이트 모양으로 제조한 불판 ⓒ루리웹]

1980년대에는 냉장고가 보급된 시기이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삼겹살이 냉동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죠. 이 냉동 삼겹살은 4~5cm 길이의 얇은 모양으로 썰어서 판매되었습니다. 이 냉동 삼겹살을 쇠로 만든 불판, 돌, 석면 슬레이트 등에 올려 산과 계곡, 해변 등에서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었죠.

특히 석면 슬레이트는 얇으면서도 불에 타지 않고 열전도율이 높아 고기 굽기에 적합했고,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지역의 지붕 자재로 쓰이면서 구하기도 쉬웠죠. 물론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2000년대 이후에 알려져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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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타 ⓒmbc]

1980년에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한 휴대용 가스버너, 부루스타 역시 삼겹살 유행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참고로 부루스타는 한국후지카공업에서 국내 최초로 출시한 휴대용 가스버너의 상표명입니다.) 부루스타의 등장으로 간편하게 삼겹살을 구울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식당에서도 불판과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갖추고 삼겹살을 판매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1978년에 있었던 육류 파동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에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을 막으면서 상당한 물량의 돼지고기가 1980년대 국내에 풀리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게다가 3저 호황으로 국민소득이 오르고 통행금지 해제와 88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외식산업이 발달하게 된 것도 삼겹살 수요 증가에 큰 몫을 하게 되었죠. 수치로 보자면 1970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6kg에서 1980년 6.3kg으로 급증하였습니다.



Fig.5 대패삼겹살, 백종원이 개발한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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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삼겹살 ⓒssg]

대패삼겹살은 8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대패삼겹살은 오늘날처럼 말려서 나온 모양이 아닌 한입 크기의 얇은 정사각형 모양의 냉동 삼겹살이었고, 이 대패삼겹살을 알루미늄 포일 위에서 구워 먹었죠.

오늘날과 같은 대패삼겹살은 1992년에 백종원에 의해 개발됩니다. 고깃집을 차렸는데 실수로 고기를 써는 기계가 아닌 햄 써는 기계를 사버려 얇게 썰린 고기를 그대로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하죠. 백종원은 1997년 대패삼겹살에 대해 특허를 내기도 합니다.

정리해보자면 대패삼겹살이라는 것은 이미 80년대에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달랐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패삼겹살은 백종원이 1992년에 개발했다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아직도 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는 것 같습니다.



Fig.6 오겹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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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살]

제주도의 돼지고기는 일본 시장에 많이 수출하고 있었는데요. 1990년대 중반 일본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돼지고기 수입을 시작하면서 제주도의 돼지고기가 경쟁에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1995년부터는 일본에 수출되지 못한 제주도의 돼지고기가 서울 경기 지역에 풀리기 시작하죠.

당시까지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껍질을 벗긴 돼지고기만 유통시켰는데요. 반면 제주 흑돼지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이 특징이었죠. 껍질이 있어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고, 삼겹살에 껍질층이 더 있기에 오겹살이라고 불렀죠.



Fig.7 삼겹살 데이의 시작

1980년대부터 삼겹살이 유행하지만 주로 일반 음식점에서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삼겹살 전문 음식점은 찾기 어려웠는데요. IMF 이후 삼겹살 전문점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소고기 가격이 급등했고, 상대적으로 쉽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삼겹살집에 실직자들이 몰린 것이었죠. 메뉴도 초저가 삼겹살이 유행합니다.

1994년에는 냉장돼지고기 수입이 개방되는데요.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곳에서 브랜드화 전략을 취합니다. 도드람포크, 하이포크, 선진크린포크 등이 이때 설립된 브랜드들이죠. 이렇게 고급화된 돼지고기는 백화점에서 판매됩니다.

이렇게 수요도 공급도 늘어나던 시기였지만 1999년 벨기에산 닭과 돼지고기에서 허용치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다이옥신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돼지고기의 판매를 금지합니다. 하지만 이미 돼지고기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하였고, 소비가 급감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구제역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축산양돈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지역 축협에서 돼지고기 판매촉진을 위해 2003년부터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지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삼겹살데이는 오늘날에도 이어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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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오픈해 아직도 영업 중인 한도삼겹살 ⓒ다이닝코드]

2000년대 들어서는 녹차삼겹살, 와인삼겹살 등이 반짝 유행하고, 이후에는 고기를 숙성시킨 에이징 삼겹살이 인기를 끌었죠. 그리고 최근에는 1980년대 유행했던 냉동 삼겹살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2018년 합정동에 <행진>이라는 냉동 삼겹살 전문점이 오픈해 큰 인기를 끌었고요. 1976년에 오픈해 아직도 냉동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종로 3가의 <한도삼겹살>도 인기를 끌고 있죠.



Insight.
저는 삼겹살의 역사를 보면서 개인의 성공 신화로 바꾸어 봐도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소고기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냄새가 나 양념을 더해야만 소수의 사람에게 소비(인정)받습니다. 그러다가 홍콩 수출이 막히는 위기를 맞게 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본인(돼지고기)을 개선하죠. 그제야 비로소 온전히 자기 자신(구이)으로 인정받고 성공합니다.

성공에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주어야 하죠. 삼겹살의 경우도 경제 상황, 기술의 발전 등의 외부요인도 크게 작용하여 성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대패삼겹살, 오겹살, 삼겹살데이, 냉동 삼겹살)를 통해 그 성공을 유지하죠.

삼겹살도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삼겹살을 본받기 위해 오늘 저녁은 삼겹살 먹겠습니다.


Reference.
- 김태경. 연승우. (2019). 삼겹살의 시작. 팜커뮤니케이션.
- 대세, 뉴트로(New-tro) 떴다, 냉삼(냉동삼겹살), 누들푸드 [Website]. (2023년 3월 5일). URL: http://www.noodlefoodle.com/foodnculture/show_food_story?gubun=tr&id=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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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기사
23/03/07 23:53
수정 아이콘
아 그러면 냉삼은 이미 있었고 백종원씨가 얇게 썰어서 말려버린 냉삼을 대패삼겹살이라고
한게 되는건가요?
Regentag
23/03/08 00:24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대로라면 80년대에 대패삼겹살이라고 부르던 것은 냉삼(정사각형) 형태였는데, 이후 백종원씨가 다른 형태의 냉삼(얇게 썬)을 대패삼겹살이라고 팔게 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는것 같네요.
Dark Swarm
23/03/08 05:05
수정 아이콘
제 기억으론 얇게 파는 건 80년대에 이미 있었고, 백종원은 대패삼겹살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에 자기가 만든 것처럼 우긴다고 봅니다.
23/03/08 09:02
수정 아이콘
모양이 다릅니다
그 당시 팔던건 그냥 네모고.. 대패는 그게 말린 모양이구요..
모양만 다르지 똑같지 않냐고 하신다면
모양 다르면 이름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씀드리고싶어요
Dark Swarm
23/03/08 10:03
수정 아이콘
그거야 생삼겹을 길게 자르면 그렇게 되는 거고... 당시에도 그런 형태로 파는 가게가 없던 것도 아닙니다.
모양이야 그렇다쳐도 애초에 햄 써는 기계로 해보고 처음 알았다는 일화를 근거로 대는 거 자체가 구라의 원천인데, 그걸 넘어가면 얘기가 안 되죠.
당시 고기써는 기계들도 충분히 얇게 썰 수 있었는데 마치 이전 기계들로는 그렇게 자를 수 없는 거처럼 말 하는 게 사실인가요?
지금 가게들도 별 다른 특별한 기계없이 예전 쓰던 물건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형태인데요.
차라리 내가 이런 형태로 썰어보니 이렇게 동그랗게 말려서 대패 삼겹살이라고 이름붙였다 정도면 모를까, 기존의 기계로는 안 되는 걸 내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렇게 만들어서 이름붙였다면 구라인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23/03/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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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삼겹 말아서 파는 가게는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백종원이 파는건 일단 냉동이구요.

얇게 팔아서 파는건 원래 있었고..
그거 팔려고 했는데
얇게 써는 기계가 너무 비싸서 상대적으로 싼 햄 써는 기계 사와서 해봤더니 말리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여차저차해서 대패삼겹살이라는 이름 붙여 팔았다... 입니다만

어디가 구라의 원천인가요?
Dark Swarm
23/03/08 11:36
수정 아이콘
말씀대로라면 제가 백종원씨 주장에서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좀 있었네요.
생삼겹 얘기는 잘못 쓴 거고... 뭐 어쨌든 오해를 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형태적 차이 정도로 독창적인 무언가라고 하는 건 그런 부분을 차치하고도 좀 거부감이 있긴 합니다.
이혜리
23/03/08 12:14
수정 아이콘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는 기준이 명확한 게 아니라서 너도 맞고 나도 맞다 밖에는..

인터넷 보면서 가끔 받는 지적이,
제가 생각하기에 마녀사냥은 사실이든 아니든 그냥 우당탕탕 몰려가서 패는 걸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글에는 사실을 기반으로 몰려가서 패는 건데 이게 왜 마녀사냥이죠? 라는 글이 꼭 있어요,

며칠 전에 꽃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갔더니(교대 이층집)
이것도 그냥 냉동삽겹살을 말아서 얼려서 둥글게 썰어 논 것에 불과하더라구요,
결국 삼겹살을 냉동해서 기계로 길게 썰어서 3등분 해서 한 5mm 정도 두께로 팔았던 게 냉동삼겹(잠수교집스타일), 기계로 길게 썰되 냉동삼겹보다는 조금 더 얇으면서 굽기전에 동글동글 말아져 있는 형태는 대패삼겹, 그리고 둥글게 말아서 세로썰기가 아니라 가로 썰기하면 꽃삼겹이겠네요,
epl 안봄
23/03/09 00:18
수정 아이콘
80년대 삼겹살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본문의 묘사로만 보면 요즘 파는 옛날삼겸살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쪽은 대패삼겹살이랑 모양도 만드는 방식도 추구하는 맛도 달라서... 그리고 대패삼겹살은 약간 녹인 냉동삼겹살을 육절기로 얇게 잘라내는건데 80년대 고깃집이나 정육점에 그정도로 세밀한 두께조절이 되는 세절기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대패삼겹살이 돌돌 말리는 이유가 약간 녹여서 말리는건데 이게 백종원이 개발한 방식이면 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완전히 깡깡 언 냉동삼겹살은 육절기에 안넣거든요. 날이 다 나가서. 그렇다고 생삼겹을 육절기에 넣고 그렇게 얇게 자르면 고기가 다 찢어집니다
세절기로 얇은 고기를 뽑아내는 지금 방식을 백종원이 만들었다면 백종원이 대패삼겹 원작자라고 봐도 무방하죠 뭐
Dark Swarm
23/03/09 08:03
수정 아이콘
1. 대패삼겹살은 90년대 중반에 나온 겁니다.
2. 대패삼겹살이라는 게 알려진 이후로 아무 가게나 다 따라할 수 정도로 흔하게 유행했던 거라 기술적으로 따라하기 어려운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발상의 가치라면 모를까 그걸 만들기 어려운 건 아닙니다.
3. 어차피 모양의 차이가 있을 뿐 당연히 맛에는 아무 차이가 없던 물건이에요, 오히려 쓸데없이 커서 먹기 좋은 사이즈는 아니랄까... 모양적인 예쁨을 추구한 물건?
4. 육절기 기술에는 80년대 후반쯤이면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그냥 냉동삼겹살이 아니라 대패삼겹살 얘기로 넘어가면 90년대 중반 이후라 비교의 대상도 아닙니다. 애초에 이걸 가지고 계속 말이 나오는 게 기술적인 두께 같은 건 기존의 냉동삼겹살과 차이가 없는 물건에 모양만 좀 바뀐 물건이라서입니다.
epl 안봄
23/03/09 08:51
수정 아이콘
기술적으로 어려운건 당연히 아니죠. 그냥 고기 넣고 두께 맞추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거라 찌개보다 만들기 쉽습니다. 원래가 냉동도 냉장도 아닌 살짝 녹은 상태에서 얇게 잘라낸 방법이 대패삼겹살이라 그냥 발상때문에 가치가 있는거였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고기가 다 그렇지 않나요? 삼겹살도 생삼겹, 옛날삼겹, 벌집삼겹, 대패삼겹, 꽃삼겹, 오겹, 숯불용 등등 수십개가 있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운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삼겹 종류들이 오리지날리티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죠

80년대 냉동삼겹살을 본적이 없어서 그런데 그게 지금 판매되는 옛날삼겹살 두께가 아니라 대패삼겹살처럼 얇은 두께였나요? 대패삼겹살은 모양을 이쁘게 내려고 만든게 아니라 고기를 얇게 썰려면 자동으로 그게 그렇게 말립니다. 완전히 깡깡 언 냉동삼겹살을 밀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인 육절기에서 그러면 날 다 나가요. 그렇다고 냉장을 그 두께로 썰면 고기 다 찢어지고요. 육절기 날을 보호하면서 두께를 그렇게 얇게 하는 방법이 위에서 말한 살짝 녹인 고기를 육절기에 넣는 겁니다. 그러니 모양을 그렇게 돌돌말려는게 목적이 아니라 두께가 얇은 삼겹살을 대량으로 썰어내려고 살짝 녹인 삼겹을 기계에 넣다보면 하다보면 모양이 자동으로 그렇게 잡힙니다. 그러면 백종원 이전까지 돌돌 말린 모양이 없었다면 샤브샤브 수준의 얇은 고기를 육절기로 만드는 방법은 백종원이 만든게 맞죠. 지금까지도 일반 고깃집에 있는 육절기로 이 이외의 방법으로 얇은 삼겹살을 만들지 못하는데요.
80년대에 팔았다는 대패삼겹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옛날삼겹살은 생삼겹을 한점 크기로 잘라서 얼린거라 공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근본적으로 두께가 그냥 얇은 삼겹살이 아니라 샤브샤브 수준으로 얇은 삼겹살인데 정말 그당시 팔았다던 대패삼겹살이 지금 대패삼겹살 정도 두께였나요? 그런데 그정도 두께였어도 돌돌말린 상태가 아니라 빳빳한 정사각형 모양이라면, 냉장을 썬 것도 아니고 냉동을 기계에 넣은건데 80년대 금속 기술력으로 날이 버틸 수 있나 싶네요. 아니 날이 나가기 이전에 얼음처럼 깡깡한 고기를 mm단위로 써는데 고기가 육절기 자체적으로는 고정도 안될테고 사람이 억지로 누르고 있어야 하는데 그거 자체만으로도 중노동입니다
지금이야 옛날삼겹살을 전문 공장에서 완전 냉동된 삼겹살을 골절기 수준 강도의 날을 가진 육절기에 넣어서 잘라 만드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일반 정육점이나 고깃집에서 쓸만한 방법은 아니고(갈비 자르는 골절기에 냉동삼겹을 mm단위로 잘라낼 수 있으면 장인이죠;) 80년대 유통망에 이런 전문적인 공장이 있었을까 의문이네요

결론적으로 냉동상태 빳빳한 모양을 유지하며 샤브샤브 수준의 두께의 고기를 육절기로 만드는 과정이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고, 뭐 육절기 혹사하고 사람 갈아가며 억지로 만들려면 만들수야 있겠지만, 그정도 육절기 날 비용과 인건비가 들어가는 공정을 고깃집에서 가장 쉬운 공정으로 대체하여 전국적으로 유행시킨 거면 백종원이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Dark Swarm
23/03/09 09:26
수정 아이콘
1. 네 얇은 두께입니다. 왜 과정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비해 상당히 줄긴 했지만 대패삼겹살 파는 곳이 사라진 건 아니니 가서 보시면 되렜네요.
2. 당연히 완전히 언 상태는 아니고, 말하신 그대로 약간 녹인 고기를 길게 자르면 돌돌 말리는 모양이 됩니다. 그 전에 팔던 냉동삼겹살이 그런 모양이 아닌 건 크기 자체가 작아서죠. 이전의 팔던 모양을 보면 원통형, 또는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의 것이었고, 대패삼겹살은 한 변이 상대적으로 훨씬 긴 직육면체의 형태라서 그렇게 되는 겁니다.
Dark Swarm
23/03/09 09:37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하나 더, 자꾸 기술적인 대단한 뭔가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하시는 데... 애초에 백종원이 말한 일화 그대로라면 육절기 자체도 사지 못해서 더 싸구려인 햄절단기로 만들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하시는 얘기는 그 시절의 육절기로 만들 수조차 없던 걸 훨씬 더 절삭력이 낮은 햄 절단기로 만들었다는 건데 그럼 백종원 얘기는 거짓말이라는 주장 밖에 안 됩니다.
epl 안봄
23/03/09 10: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Dark Swarm 님// 아니요 기술적으로 대단한게 아니라 살짝 녹인 고기를 육절기에 넣어 얇고 모양이 온전한 삼겹살을 만들었다는게 특별한 점이라는 겁니다.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종류의 삼겹살중에 기술적으로 대단한 건 하나도 없어요; 만들어내는 형태와 방법을 달리해서 다른 맛을 내니까 시장에서 다른 상품으로 인식되는거지.. 그 시절 육절기로 만들 수 없다는게 아니라 그 시절에 나온 삼겹살 형태를 보면 백종원식 대패삼겹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얇고 빳빳한 고기를 뽑아내는게 가능한가? 라는 겁니다
epl 안봄
23/03/09 10:21
수정 아이콘
Dark Swarm 님// 지금 대패삼겹살 만드는 곳은 전부 백종원식으로 만듭니다. 샤브샤브 정도의 두께의 고기를 어떻게 형태가 온전하게 뽑아내는지 궁금하긴 한데 옛날삼겹살 모양으로 얇은 두께를 가진 삼겹살을 파는 정육점이낙 고깃집을 못봐서 모르겠네요..

그리고 삼겹살 덩어리를 한점크기고 길게 썬 다음에 그걸 다시 얼려서 육절기에 넣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되나요? 그정도 크기면 고정이 안될텐데요; 그리고 한점 크기와 관계없이 약간 녹은 상태면 무조건 말립니다. 대패목살이 자르다보면 끝부분이 한점크기가 되는데 이것도 말려서 나옵니다. 그리고 너무 작아서 고정이 안되니까 그정도 크기가 되면 나머지 덩어리는 그냥 빼서 버리고요
23/03/0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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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각형 냉삼을 대패삼겹살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지 않나요?
그렇게 부르는 건 못 본 것 같습니다.
23/03/0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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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릴때 기억으론 사각형 냉삼을 대패로 민 것처럼 하되 대신 두꺼운 모양으로 팔았었는데요(대략 30년 조금 안됨). 그것을 대패라고 팔았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냥 냉동한 고기를 써는 거면 말릴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요.
23/03/0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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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패삼겹살을 백종원씨가 개발했다는 것도 이 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23/03/0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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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유명했던 이야기이긴 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3/03/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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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많이 유명했던 이야기군요.
저도 이 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23/03/0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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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사로 대패삼겹살 검색해보니까 가장 오래된게 백종원씨가 대패삼겹살 개발..이라는 기사더군요.
23/03/0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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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옛날식 냉동 삼겹살이 덜 흔해져서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는것 같아요.
23/03/0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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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삼겹살은 그냥 삼겹살로 불렀던거 같아요
대패삼겹살과는 조금 다르죠
23/03/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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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삼이랑 대패삼겹살은 좀 다르긴 하죠
23/03/0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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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삼겹살이 대패삼겹살은 아니지 않나 싶은데요~
23/03/0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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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삼겹살은 어차피 얇게썰어먹게 되고 그렇게 먹어왔으니...
기계로 썰고 이름을 대패라고 붙인건 백종원일수 있고, 음식을 개발했다 라고 말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지오인더스트리
23/03/08 08:24
수정 아이콘
과거에 냉삼은 그냥 삼겹살이라고 팔았죠.
회관식 식당가면 삼겹살이 지금 냉삼...

대패삼겹살은 얇게 썰리면서 자연스레 밀리는 방향으로 말아져서 나오는(대패질 하면 나오는 톱밥처럼)형태가 대패삼겹살이 된거구요.
지니팅커벨여행
23/03/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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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질하면 톱밥이 아니라 대패밥이 나옵니다...
이쥴레이
23/03/08 08:43
수정 아이콘
어릴때 어머니 손잡고 시장 지하에 갔다가 벽이없는 오픈형 지하식당들이 삼겹살 냉동 사각으로 얇게 썰어서 쌓여있는 형식으로 줬는데 어머니가 오랫동안 고민하시다가 굽는 그 냄새때문인지 저한테 먹어볼래? 라는 말로 삼겹살 처음 먹어본(?)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잡혀 있네요. 너무 맛있어서 그뒤로 어머니한테 삼겹살 구워 먹으러 가자고 했었는데 그당시 저희 형편에서 어머니가 큰맘 먹고 가셨다는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때 먹은 삼겹살 맛으로 아직도 제 최애 음식중 하나 입니다.
약설가
23/03/08 08:55
수정 아이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정육점을 하시던 친척집에 자주 가보면, 그때 이미 대패삼겹살이라고 부르는 말린 형태의 얇은 고기로 썰어주는 기계가 있었던 기억입니다. 백종원씨가 그런 형태로 자르는 고기를 개발했다거나 냉동삼겹살을 구워서 먹는 문화를 창시했다고 한다면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말린 형태로 잘린 냉동삼겹살을 구워주는 고기를 '대패삼겹살'로 이름을 붙여서 팔았다면, 그가 대패삼겹살을 개발했다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돈육을 구워 먹는 방식 중에서 본인이 붙인 이름이 지금까지 고유명사처럼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이 만든 거죠.
살좀빼자
23/03/08 09: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패삼겹살 진짜 좋아하는데 요즘 너무 비싸져서 옛날처럼 막 퍼먹지못하겟어요
상한우유
23/03/08 09:46
수정 아이콘
아울러 냉삼처럼 직각?모양의 소고기가 있었죠. 일명 (등심)로스구이. 그때는 소고기가 귀해서 부잣집에서나 먹을수 있었죠 그것도 아주 가끔..

가끔 생각나서 찾아보는데 파는데가 제 서식처 주변에는 없더라고요.
Grateful Days~
23/03/08 10:32
수정 아이콘
90년대 초반에 1인분 1000원 대패삼겹살 생각나네요.. 10인분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서 밥을 볶아 먹는게 필수였던 마법의 삼겹살..
23/03/08 10:45
수정 아이콘
90년대 초딩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삼겹살을 보다는 전지 or 후지를 냉동으로 얼린걸 정사각형모양으로 많이 먹은거 같아요

추억의 냉삼을 먹어보면 어릴때 먹은 그 맛이 아님 ;;;
23/03/08 12:18
수정 아이콘
오늘 점심은 껍데기 먹습니다
로드바이크
23/03/08 12:56
수정 아이콘
싸다돼지마을에서 고추장삼겹 먹었던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그때 아마 백종원은 없었을거 같은데..
관지림
23/03/08 13:15
수정 아이콘
80년대 대전 구 도청에서 대패 삼겹살 이미 존재 했습니다..어디서 구라를 크크크
톤업선크림
23/03/08 14:10
수정 아이콘
백종원 대통령 선거 나가면 무조건 이걸로 공격 받겠네요 대패삼겹살게이트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3/08 14:58
수정 아이콘
그전에도 간혹 대패삼겹살이라는 명칭은 있었지만, 상표등록 및 전국화는 백종원이 한게 맞다.. 정도로 정리 되는거 맞죠? 백종원이 남이 만든걸 베꼈던 순수창작이던 그건 백종원만 아는 사실일거고…
타카이
23/03/08 15:01
수정 아이콘
규격과 용어의 표준화라는 측면에서 원조다라고 할 수 있는거라...
버그라는 말도 원래 당시 1880년대 엔지니어 업계에서 쓰이긴 했지만
표준 명칭으로 사용되게 하는데 기여한게 에디슨이라고 하던데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3/08 15:23
수정 아이콘
오.. 버그 라는 말이 에디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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