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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9/09 01:38:21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06440535
Subject [일반] <잠> - 간단하고 모호하게.(약스포?)

<잠>을 보고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지점과 (아마도)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잠' 그리고, 그 잠을 방해하는 '몽유병'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통제 불가능한 행동과 통제 불가능한 기이한 상황. 그리고 그 기이한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지점은 모호함에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의학적인 이야기와 오컬트적인 이야기가 그 두 갈래인데요. 영화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양쪽을 적절한 편집과 암시를 통해서 두 이야기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지점이 개봉 전 호평과 개봉 후의 호불호 반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잔가지를 꽤 많이 쳐냈기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가 들어차 있고, 그 이야기의 해석에 대해서도 두 가지를 다 수용하고 있기에 꽤 많은 부분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음, 그리고 이야기를 열고 닫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모호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화기에 이러한 부분이 평가가 갈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열고 닫는 방식이 '수면 중 각성'으로 시작해서 '잠'으로 끝나는 이야기인데요. 저는 이 방식과 이야기가 꽤 좋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가지의 이야기를 모두 내포할 수 있는 이야기다보니,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도, 또 그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도 두 가지로 갈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100분이 채 안되는, 생각보다 짧은 영화입니다만 그 동안의 몰입감이 좋고, 또 이 '모호함'이 누군가에겐 단점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려 엔딩 부분에서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양쪽의 해석에 모두 열려 있는 연기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단단하게 받쳐주는 상황에서, 되게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면서 일종의 '맑눈광'이라고 해야할까요? 순수하지만 점차 광기를 보여주는 정유미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영화는 잔 가지를 쳐냈고 좋은 모티브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 모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단편 호러 같기도 해요. 혹은 다른 좋은 작가의 단편 호러 소설이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정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일종의 환상 공포 소설 같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어찌보면 애매하고 어찌보면 의뭉스러운 이야기에 대한 선호가 있으시다면,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환상 호러 소설 류를 좋아하신다면, 의외의 즐거움을 찾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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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유희열
23/09/09 10:48
수정 아이콘
애매모호함이 가장 크게 와 닿았습니다.
두 주연배우의 눈을 강조한 여러 장면이 참 좋았어요
aDayInTheLife
23/09/09 12:58
수정 아이콘
모호하고 불분명한 지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들더라구요.
소소익선
23/09/09 12:06
수정 아이콘
수면장애와 토속신앙을 잘 섞은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시간도 적당하고 오랜만에 엔딩까지 집중한 영화입니다
너무 몰입했나 마지막 부분에서 쪽팔리게 나도 모르게 악 소리 냈습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집중해서 보야합니다
aDayInTheLife
23/09/09 12:58
수정 아이콘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Q=(-_-Q)
23/09/11 09:26
수정 아이콘
와이프도 영화보고 나와서 마지막에 소리 크게 지른거 같아서 창피하다고 했는데 정작 저는 벙쪄서 소리를 못들었네요. 하하
올해 본 영화중에선 오펜하이머랑 투탑이었습니다.
23/12/15 14:47
수정 아이콘
악 소리 나는 장면이 어디인가요? 제가 놓친게 있나해서요
Sensatez
23/09/10 01:22
수정 아이콘
성인 된 이후로는 한국인임에도 한국영화는 몰입 참 안 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이 영화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면서 '왜 재밌지...?' '결말이 뭘까' 하면서 몰입감있게 잘 봤습니다.
aDayInTheLife
23/09/10 05:41
수정 아이콘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들었습니다.
지금부터끝까지
23/09/10 05:37
수정 아이콘
어제 여친과 같이 가서 보고 왔는데 저는 의외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였습니다.
네이버 관객평점 중에 '연인끼리 같이 보면 좋은 영화'라는 한줄평이 있던데 저 또한 크게 공감하게 되더라구요.
더불어 영화 막판 극단적으로 미쳐가는 정유미씨의 연기가 정말 좋았고 엔딩씬에서 보여주는 이선균씨의 연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aDayInTheLife
23/09/10 05:42
수정 아이콘
그 오묘한 연기의 경계선이 너무 좋더라구요. 정유미 배우는 진짜 맑눈광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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