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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3 20:07:18
Name 구밀복검
Subject [유머] 지니어스 게임, 제작진과 시청자의 간극
제작진이 생각한 더 지니어스 게임

똥깐의 본명은 동관이며 성은 조이다. 그럴싸한  자호(字號)가 있을 리  없고 이름난 조상도, 남긴 후손도 없다. 동관이라는 이름이 똥깐으로 변한 데는 수다한 사연이 있어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똥깐이와 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 똥깐이를 낳고 똥깐이를 만들고 똥깐이를 죽이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일부로 평범한 사람 조동관을,자신들과는 다른 비범한 인간 똥깐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똥깐이 살다간 은척읍에서 세 살 먹은 아이부터 여든 먹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동관을 칭할 때 똥깐이라고 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똥깐이  보고 듣는 데서는 아무도 그를 동관으로도, 똥깐으로도 부를 수 없었다.

똥깐은 이란성 쌍둥이의 동생으로 태어났는데 죽을  때까지 형 은관과  대략 일천 회 이상의 드잡이질을 벌였다.  그 드잡이질은 똥깐의 타고난 체격에 담력과 기술,자잘한 흉터를 안겨주며 그가 은척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로 우뚝 서는 바탕이 되었다. 은관은 성격이 비교적 온건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 걸 좋아해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이미  합기도 삼단,유도 사단,태권도  삼단의 면장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결과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조십단>이었다. 나쁘게 발음하면 그대로 욕이 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은관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 그 별명으로 부르지  않았고 없는 데서도 혹시 신출귀몰하는 그들  형제가 주변에 없나 살피고 나서 <똥깐이가 조씹다니하고 술 먹다가 전당포 주인을 깔고 앉은 사연> 등을 즐겼다.

그런 이야기가 은척읍 사람들에게 재밋거리가 된 것은 그때 은척에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텔레비전이나 신문,라디오를 보거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볼 돈도 없었고 볼 생각도 없었으며  볼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은관 형제의 이야기는 그들의 뉴스였고 연재소설이자 연속극이며 스포츠였고,무엇보다도 신화였다.

...

- 똥깐이가  대단하기는 대단해. 나는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저렇게 웅장하고 다양한 욕을 들어보기는 처음일세.
- 얼마 못 버틸걸. 사람이 욕만 잘한다고 살 수 있나. 입고 있는 것도  변변치 못하대. 거기 먹을 게  있겠나,덮을 게 있겠나.
- 나는 똥깐이가 절대 그냥 내려오지는 않을 거라고 믿네.
- 그냥 내려오지 않으면? 호랑이라도 잡아올까?
- 꼴뚜기 사려,꽁치 사려어,밴댕이젓 사려
- 여봐요. 거 왜 남 장사하는 집 문전에서 비린내를 풍기고 그래?
- 맞아. 하도 욕을 퍼부으니 온 읍내에서 욕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할지,원.
- 그런데 말야,희한해.  난 하루라도 똥깐이 욕을  듣지 않으면 잠이 안  와. 몸도 찌뿌드드하고. 버릇이 됐나봐.  그 욕을 듣고 있으면 꼭 안마를  받는 것같이 시원해.

병원에 누워 있던 서장은 삼십 분마다 사람을 보내  당장 똥깐을 체포해 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그로서는 공직 생활 수십 년에 처음 겪는 망신이었고 똥깐인지 변소인지를 못 잡으면 수챗물에 내동댕이쳐진 체면이며 훈장이 평생 회복 될 것 같지 않았다. 따라서 똥깐이가 산에서 버틴 지 사흘째 되는 날 밤에는 핑계를 대는 데는 선수인 경찰들도 밤새 잠복근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똥깐은 굳세게 잘  버텼다. 잠옷이나 다름없는 옷을 입고 누더기나 다름없는 모포를 뒤집어쓰고  원시적인 무기인 돌로만 무장하고 타고난 욕설과 독기로. 마침내 그의 욕설이 그치자 읍내 사람들은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되어 하나씩 둘씩 남산으로 눈길과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눈발이 희끗희끗 비치는가 했더니 삽시간에 폭설로 변했다. 눈은 그 동안 똥깐이 퍼부어댔던 욕이 퍼진 대기를 정화하고 욕이 내려앉은 땅을  덮으려는 듯 쉬지 않고 내렸다. 눈사람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되는 행렬이 남산 입구에서 바위로 올라가는 유일한 통로인 좁은 산길을 메웠다.

한없이 내리퍼붓던 눈이  문득 그치고,느닷없이 침묵과 고요가 은척을 엄습했다. 누구도 입을 떼지  않고 바람도 소리를 죽이던 바로 그때,그  순간. 아뿔싸,오호라,슬프도다,어쩔 것인가,똥깐의 죽음을 알리는 비보가 전해졌다. 그는 얼어 죽었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동굴에서,쥐뼈인지 비둘기뼈인지 작고 메마른 뼈 몇 개가 그의 발 주변에  흩어져 있었고 아주 가는 뼈 하나가 그의 입에서 멧돼지의 어금니마냥 튀어나와 있었다. 뻣뻣한 똥깐의 시체를 모포에 말아 들것에 싣고 내려오던 기동타격대 행렬은 말없이 눈을 맞으며 자신들을 지켜보는 눈사람의 행렬과 마주쳤다.  이 행렬은 저 행렬을 무언으로 비난했고 저 행렬은 이 행렬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뜻을 무언으로 전하며 한동안 눈을 맞고 서 있었다. 어쨌든 은척에서 태어나 은척에서 살다가 은척에서 죽을 사람들은 모두 한패였다.

성석제, <조동관 약전> 中



시청자가 받아들인 더 지니어스 게임

중부 유럽의 공산주의 체제가 오로지 범죄자들의 창조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진리를 어둠 속에 은폐하고 있다. 범죄적 정치 체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광신자들이 만든 거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을 처형하며 이 길을 용감하게 지켜왔다. 훗날 이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광신자들은 살인자였다는 것이 백일 하에 밝혀졌다.

그러자 누구나 공산주의자를 비난했다. "이 나라를 파산의 가난으로 몰고 간 것과 소련의 영향력 하에서 일국의 독립성을 빼앗긴 것과 합법적인 살인 행위를 자행한 것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이오!"

이런 비난을 받은 사람들은 대답했다. "우린 몰랐어! 우리도 속은 거야! 우리도 그렇게 믿었어! 따지고 보면 우리도 결백한 거야!"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이 문제로 귀결된다. 그들이 몰랐다는 것이 사실인가? 혹은 그저 모르는 척한 것일까?

....

토마스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몰랐다고 과연 그들이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는 단지 그가 바보였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50년대 초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선고가 언도되기를 요구했던 체코의 검사가 실은 러시아 비밀경찰과 정부에 의해 기만당했다고 해두자. 그러나 그 기소가 허무맹랑한 것이었고, 피고가 결백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지금, 똑같은 검사가 자신의 마음만은 순수했다고 강변하며 가슴을 칠 수 있을까. 나는 양심에 한점의 가책도 없어, 난 몰랐단 말이야, 그렇다고 믿었어. "난 몰랐어! 그렇다고 믿었어!" 라는 검사의 말 속에 용서받을 수 없는 그의 오류가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토마스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동침하는 줄 몰랐지만 사태의 진상을 알자 자신이 결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지가 저지른 불행의 참상을 견딜 수 없어 그는 눈을 뽑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났던 것이다. 그는 영혼의 순수함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악쓰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는 향후 몇 세기 동안 자유를 상실했는데 자신이 결백했다고 소리칠 수 있나요? 자, 당신 주위를 돌아보셨나요? 참담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당신에겐 그것을 돌아볼 눈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아직도 눈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뽑아버리고 테베를 떠나시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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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직각슛
14/01/13 20:12
수정 아이콘
이해하고 웃음 포인트를 찾으려면 인문계열 석박사 학위는 있어야 할 거 같아요..
14/01/13 20:32
수정 아이콘
단순하게 웹서핑하는 자세를 버리고, 책을 정독하듯이 자세잡고 경건하게 읽으면 어렴풋이 이해가 됩니다? 처음 나오는 네 문단을 몇 번 읽었나 모르겠네요.. 크크.. 인터넷하면서 행간의 의미를 생각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슾셒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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