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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22 20:32:57
Name 덴장.. 비벼머
Subject [유머] ▶하숙생 두번째- 힙합의 추억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나질 않지만

개강하고 몇 주 안된 어느날이였을 것이다.

재수까지 해놓고선 좀더 배워보자고 들어간 대학생활.

나의 하루는 스타크레프트에서 시작해-_- 스타크레프로 끝났다.

보통 군대가거나 철이좀 들면 허송세월로 보낸 과거를 후회하곤 하는데..

내가 요즘 그 시점이다-_-; 돈으로 계산을 해 보면

한학기 등록금이 대략 270만원 선. 약 3달간 수업을 들으니깐

270 나누기 3은 90만원..... 거기에다가 용돈, 밥값, 또 방값을 따지다 보면..

최소 한달 150만원은 드는게 현실이다. 나는 그 돈들을 정말 아무 의미 없이 보낸

것이다. 학점이라도 잘 나오면 아무 문제 없으련만...

나의 1학기 성적은.............



2.20 였었다............


(이쯤되면 여러분들 나에 대한 기대치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_-

하숙생은 여자들하고 부럽게 생활하면서 학점까지 좋으면...

완전히 서울대 생에 모델-_-아닌가? 쿨럭;; )


흠...... 어쨌든 나의 목표는 장학금-_-에서 3점 넘는걸로 대폭 축소되었다-_-



더우기 군대 가기 전에는 좀 놀아야 된다, 라는 말도 안되는 상식을

나 혼자 흡수하면서 정말로 '군대가기 전에 놀자' 라는 생각이 첩첩산중되자

나의 대학생활은 말 그대로 개판;; 이였다.


위에 언급한 대로 기억도 안나는 2학기의 어느날...

하숙생활을 같이 하게 된 기연이 밥을 먹으며 나에게 말을 했다.


기연 "오빠, 랩할래?"

숙생 "왠 랩? 랩하고 싶으면 내가 비트박스-_-넣어줄까?-_-a"

기연 "그게 아니구..ㅡㅡ; 나 대학 힙합동아리거든, 근데 조만간 대학로에서

공연할 건데.. 이벤트로 힙합노래 하는 중, 즉석에서 남자 불러서 같이

할껀데. 오빠가 할래?"


순간 목구멍으로 들어가던 쌀더미-_-가 잠시 걸렸다. 물을 한잔 마셔준 후,

나는 긴장한다.사람들 많은데서 랩을 하라는 이야기인데..

내가 그동안 '힙합좀 했다' 라는 건.. 사실 다 뻥-_-이였다.

친구들하고 노래방 가면 랩하는 .. 그 수준 밖에 안되던 것이였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알고 있는 건가.. 기연은 나를 더 바싹 긴장하게

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기연 "오빠 무대 서봤었다매? 압구정동에서도 즉석에서 랩하던 거~~ 그때보다는

분위기 약할 테니깐..오빠는 할 수 있을 꺼야. 그치?"

숙생 "하하하하.."


일방적인 기연이의 강요에 허락을 하고 말게 된 하숙생...

초반에 침착하고 조용할 것으로 보였던 기연이의 성격 또한 '은경틱'했다.

일방적으로 말하고 일방적으로 선택한다-_-;


아, 미친다.

설마 프리스타일로 하겠나, 생각을 했지만.. 기연이가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한 이후로 나는 혼자 중얼거리는 일이 많아 졌다.

어떻게 보면 군대 안갈려고 '정신적 장애' 처럼 보이는 혼자 중얼거림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프리스타일 랩을 연습하는 것이였다.


"내가 길을 걸어가네! 길에 침을 탁! 뱃네! 기분 시원하네! 담배가 땡기네!"


...이런식으로 나는 프리스타일 랩 연습을 했다-_-;


태영 "야 미친x아. 너 혼자 뭐라는거냐? 나한데 그렇게 불만 많냐?"

<-오랜만에 등장하는 태영이-_-

숙생 "에효.... 너가 프리스타일의 세계를 아냐?.."

태영 "잉? 너 G코드 가입했냐? " (G코드는 울학교의 힙합동아리다)

숙생 "아니, 그게 아니고.. 본좌가 조만간 프리스타일을 요구하는 그런 무대에

서게 될 일에 처해있다. 그래서 연습중이시지.."

태영 "혹시, 너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싸이의 '새' 실력가지고..프리스타일

랩을 구사한다고 쇼하는 건 아니겠지?"


아 젠장. 내가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새"... 이거 최선을 다해 부르는 거다.

근데 태영이는 허접-_-;으로 그동안 생각했던 것이였다.


나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지며 하루를 보냈다.

태영이 조차 프리스타일 연습-_-하는데 방해꾼으로 느껴질 만큼, 나는 열중하고

집중했다-_-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혼자 다니는 일이 많아 졌음을 느꼈고;;

이러다가 왕따-_-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라 해서 하는 것이니, 무슨 상관인가? ^0^;;


겉으로는


"하하 프리스타일? 까짓껏 해주지 흣-_-+ "


이라고 기연과 은경에게 호언장담했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 시피 나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약 4일간을 연습했었을까? 이번에는 아침에 잠을 자고 있는데

기연이가 깨우며 말을 했다.


기연 "오빠~! 오빠가 할 부분은 CB MASS의 '진짜' 라는 노래의 어느 부분인데

어느부분 시킬줄 모르니깐 그거 다 외워놔-_-"


숙생 "음냐 =_=그 노래는 랩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아는 거 아냐?이미 다 외웠어~"



헉,

이게 모냐.

그럼 나 여태까지 프리스타일 연습한 거 안해?-_-

헉;; 헉;; 내가 얼마나 연습했는데..

나는 그 동안 친구들과의 술자리등,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며

혼자 프리스타일도 연습했었고, 노래방도 혼자-_-청승맞게 가면서

시간을 보내왔었다. 근데 이게 왠 청천벽력같은 소리야.


나는 확인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숙생 "흠, 프리스타일은 안해? 그게 내 전문인데 흣......."

기연 "어-_- 그런 건 안하는데..."

숙생 "흣, 아쉽군 유남새임~ <으아악 젠장>"


...라면서 아쉬움+서운함-_-; 을 뒤로 하고 현실을 직시.

그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으로 '진짜'를 검색해서

가사를 프린터 하고 죄다 외워 버렸다-_-; 누가 보면 별 미친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보았을 것이다-_-;



결국 공연날은 잡혔다.


두구둥


200X년 X월 XX 일 XX요일

X 여대 힙합동아리 xxxxx -_-


기연이가 말하는 모든 공연 일정을 메모로 받아 적자,

나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떨림... 수능 첫번째 봤을 때도..

두번째 봤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참신한 떨림이다-_-;


공연일정 확정이라는 엄청난 압박이 내 시각을 자극하고

'급하다' 라며 뇌를 자극 한 순간 나는 더 확실히 해야 함을 느꼈다.

생각해 봐라. 여자들 만이 있는 여대에서, 힙합동아리 그것도 춤이 아닌

랩동아리가 공연을 하게 된다면 대외적으로 엄청난 행사가 될 수 도 있지 않은가?

더우기, 기연이가 다니는 여대면 남자들이 줄줄줄 따라다닌다고 과장해도

아쉽지 않는 곳 아닌가.

그렇다면 공연당일에는 여기저기 대학교 힙합동아리들이 찬조 공연 올테고..

그 찬조 공연 오는 힙돌이들은... 꽤나 프로다운 아마추어들일 텐데..

(더우기 본좌 학교 힙합동아리에서도 분명히 올테고..ㅡㅡ;)


그 넘들 덩어리 사이에서 내가 특별한 손님(?)으로 불려나와서 랩을

해야 한다면, 그 여자애들 사이에서 잘해도-_-질투의 대상이 될 텐데..

아, 미치겠네.

괜히 한다고 말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나의 긴장감은 극도였다.


이젠 안되겠다 싶어, 나는 CD MASS의 음악을 틀었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계속듣고.....ㅡㅡ;

하도 많이 들었더니 이젠 그 비트가 어느부분에서 나오는지 외울 정도였다.


듣기만 했으랴?

불러도 보았다-_-

혼자 하숙방에서 빗을 마이크 삼아 손을 이리저리 휘면서 연습을 실천처럼

했다는 것이다. 나의 연습은 그날 새벽 2시까지 계속 되었고..

비록 자칭 힙돌이로써 자존심은 상했지만 기연이가 하숙집에 들어오면

같이 맞춰보기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계속 하고 있는데...


씨댕......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ㅡㅡ;

그날 주희는 술쳐먹고 들어와 있었다.


이리저리 손을 휘-_-저으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내 방문이 활짝 열렸다.

생각해봐라, 혼자 이리저리 연습을 하고 있는 나의 눈과

주희양의 눈이 마주쳤을 상황을.....ㅡㅡ;


주희 "야 너 진짜 장난 아니다. 이젠 고성방가에, 어쩜 너 그러냐?"

숙생 "......"


솔직히 나 잘한 거 없다. 진짜로 고성방가로 신고당해도 할말 없었다.

근데 좀 짜증이 났다-_-; 저번에 욕먹은 것도 좀 그랬는데..

이번에도 오랜만에 말 걸었다는 것이, 잔소리니...ㅡㅡ;


오늘은 주희가 한잔 했다는 것을 직시한 나는.. 좀 걔기-_-기로 했다.


숙생 "아휴~ 알았어요. 안할께요. 안하면 되잖아요~ 근데 노크도 안하고

들어오시네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요?"

주희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닫혀 있는 방문 사이로 세어나갔는지..

미자누나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등장하는데;; 기분 탐탁치 않은 분위기에 등장한다-_-;


미자 "야!!! 너네 요즘 왜그래?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싸우냐?"


그 순간 미자누나도 있었는지 조차 몰라 당황했지만..

(미자누나는 내가 연습하던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면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게냐;)

어쨌든 미자누나는 주희와 나 사이가 별로 않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주희는 저번에 야한동영상 걸린 걸 미자누나한데 꼬발렸었다-_-;

하숙생을 어떻게 조치 좀 취해야 한다고 말이다, 젠장-_-


결국 그날 밤은 연습도 못하고.. 기분 X 같게 자버렸다.

으으으윽.. 공연날은 며칠 안남았는데...




그러던 공연을 2일정도 앞둔 어느날이였던가?

수업을 듣고 있는 나에게 온 기연의 문자는...

나를 환장하게 만들고도 충분했다.



[오빠, 오늘 우리학교와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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