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기 말 대한민국...
나의 유일한 친구였던 김총리는
어젯밤 이웃나라에서 치킨을 시켜먹다 뼈가 목에 걸려 숨을 거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고 배달오던 이웃나라 배달부의 소행이 의심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손을 쓸 순 없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이 나라에 남은 남자는 나 하나 뿐이란 것이었다
나는 그의 묘비에 들러 그가 평생 즐겼고 결국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치맥세트를 차려놓은 후
곧바로 내 일자리인 청와대 비서실로 돌아왔다
대통령께서는 오늘도 외국 방문 준비로 바쁘신 모양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나를 귀여워해주던 옆집 아줌마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민홍보로 매일같이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시는 우리나라의 유이한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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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또 하나의 희망은 바로 대통령의 따님이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가임여성이 되고 만 그녀는
미국 유수대학의 학위를 갓 취득했지만 정작 캠퍼스생활은 누리지도 못하고
우리나라에 갇혀 원격강의를 들어야만 했던 게 매번 불만이었다
외국 남자와 눈이 맞아 국적이라도 바꿀까 안절부절하셨던 대통령의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론 한국인이 완전 소멸하는 일을 이제는 확실히 막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남은 고비는 단 하나...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야만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적어도 11명은 낳아
40여년만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라도 만들고 싶지만
일단은 기본 셋은 낳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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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김총리와 얼마 전에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옛날 인터넷 기록에 이런 걸 찾았는데 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가 무조건 넘어온다는군"
나는 김총리가 쓰던 아이폰716L을 열어 하나의 파일을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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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목록을 내리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고 말았다
순간 김총리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통령의 일정 조정을 위한 서류작업을 마친 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집어 그녀에게 까똑을 보내보았다
"아침에 국이 뭔지 물어볼때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국모닝이래요 하하하"
... 그리고 그 옆에 1이란 숫자가 지워지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뉴스를 제외한 등장인물 및 단체 등에 비하의 의도가 전혀 없는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