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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6/15 08:10:48
Name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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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enrenovel&no=2923310
Subject [텍스트]  "누나는 왜 다리를 안 먹어?"



어렸을 적의 일이다.
참기름을 짜는 공장에서 일하던 누나는 주말마다 근처에서 치킨을 한 마리 사오곤 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누나가 돌아오면, 작업복에 배인 참기름 냄새에 더해 은근하게 풍기는 또다른 고소함이 숨어있었다.

하얀 비닐, 삐져 나온 종이 상자 모퉁이, 헐거운 고무줄, 소금봉지. 동네 싸구려 치킨집의 칠천 원짜리 통닭이다.
그래도 없이 살던 시절의 유일한 사치라 불평한 적은 없었다.
그맘때의 나는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리는 맛없어. 너 다 먹어."
"아싸. 다리가 제일 맛있는데."

나에게는 큰 횡재였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다리가 제일 맛있다는데, 친구들의 부모님 중에는 다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더랬다.
나이가 들면 다리가 싫어지는구나! 누나와 나는 열 살차였다.

맛에 대해 논하자면 가물가물하게 혀끝이 떫다.
오래 쓴 기름으로 거무튀튀한 튀김, 염지 없이 퍽퍽한 살코기. 지금 숱한 프랜차이즈 영계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었을 테지만, 문방구 앞 300원짜리 컵떡볶이나 사 먹었던 나에게는 호화로운 '고기'였다.


대신 누나는 날개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맛은 다리랑 비슷한 것 같은데 뼈를 발라내기는 귀찮고. 허겁지겁 붙잡고 뜯어먹어야 하는 나에게는 모가지만큼이나 가치가 없는 부위였다.
그렇게 항상 두 다리는 나의 몫이었고, 날개는 누나의 몫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방황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겨우 조금 철이 들었다.
누나는 어느새 주름살이 생겼고, 피부도 거칠어졌다. 아줌마라고 놀려대기는 하지만, 그쯤 되어서는 누나가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닭다리는 나의 몫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자리를 찾았다.
누나가 다니던 공장 사장님의 소개를 받아 안경공장에 들어갔다.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힘도 그럭저럭 쓸 줄 아니, 안경공장 사장님은 젊은 놈이 꾀 안 부리고 열심히 한다며 나를 좋게 봐줬다. 딸만 둘이라 나를 아들이나 다름없이 대해줬으니 술자리도 빈번했다.
마침 안주가 치킨이었다.

"참, 사장님도 다리 안 좋아하세요?"
"뭐어? 다리 안 좋아하는 새끼가 어딨어."

아, 그렇죠? 하하. 하고 웃는데.
한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뭐에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집에서 시키면 딸내미들한테나 주지 뭘. 밖에 나가면 이렇게."

와작. 사장님이 다리부터 집어들고 뜯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침이 꿀꺽 넘어갔다.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다리부터 먹지만."

열 살때부터 알고 있었다.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

스물두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




"왠 치킨?"
"회식했는데 맛있길래."

세월이 많이 변했다.
열쇠를 뒤적거리던 셋방에서, 이제 엘리베이터며 도어락이며 버튼을 눌러야 하는 집이 됐다. 누나도 나도 열심히 일했으니 돈은 모였다. 소파와 텔레비전, 거실이 있는 집에 살게 됐다.

각진 누나의 얼굴만큼, 치킨은 이제 각진 박스에 담긴다.
눈꽃치즈니 고추바사삭이니 이것저것 이름도 많아서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사치라 생각해버리고 만다.

"야, 이게 뭐야."
"왜?"
"다리밖에 없는 걸 샀어."
"그거밖에 안 남았대."

정말로 싫어하는 걸까. 표정을 살펴보면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많이 먹고 왔으니 배가 부르다 둘러대고는, 소파에 드러누워 누나가 먹는 걸 구경하다 결국 물었다.

"다리가 맛있지 않나?"

중고 벽걸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철 지난 예능방송을 보며 낄낄대다가도. 누나는 나를 슬쩍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맛은 있지."

치킨은 다리가 제일 맛있다고.
그 한 마디 듣는 게 참 오래도 걸려서.
나는 화장실에서 한참이나 세수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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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08:14
수정 아이콘
닭찌찌도 맛있는대...
이민들레
21/06/15 08:15
수정 아이콘
윙봉 섞인것도 있는데 다리만 있는걸 사오네. 음식 먹어보라고 강요하는 사람 극혐!
21/06/15 08:16
수정 아이콘
닭가슴이 왜 맛있어? 이랬는데 지금은 닭다리보다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21/06/15 08:16
수정 아이콘
추천 버튼 어딨죠??
지니팅커벨여행
21/06/15 08:23
수정 아이콘
저 위에 Name 옆에 있네요
21/06/15 08:49
수정 아이콘
진짠지알고 추천 누르러 갔다옴.
21/06/15 09:05
수정 아이콘
나도.
사축은웃지않는다
21/06/15 08:17
수정 아이콘
아...윙으로 사오라고 윙으로
엑세리온
21/06/15 08:18
수정 아이콘
윙, 봉이 다리보다 더 좋아요
21/06/15 08:21
수정 아이콘
닭봉이 어디부위에용?
담원20롤드컵우승
21/06/15 08:30
수정 아이콘
윙은 팔꿈치부터 손, 봉은 어깨부터 팔꿈치입니다
엑세리온
21/06/15 08:31
수정 아이콘
날개하고 몽통부분 사이일거에요
21/06/15 08:24
수정 아이콘
날개가 더 맛있는데;;
forangel
21/06/15 08:26
수정 아이콘
윙이 젤 맛있는데..
닭잘알 누나.
21/06/15 08:27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글인데 저는 닭다리 식감과 그 미묘한 냄새가 싫어서 어렸을 때 부터 닭가슴파였습니다. 모두에게 환영받더라고요.
가능성탐구자
21/06/15 08:28
수정 아이콘
출처는 들어가지 마시길... 좋은 글 읽고 기분 잡칩니다.
21/06/15 08:33
수정 아이콘
순살...순살이 미래다
21/06/15 08:39
수정 아이콘
다음엔 윙봉으로 사와라
TWICE NC
21/06/15 08:55
수정 아이콘
순살 닭가슴살 파입니다
김다미
21/06/15 08:58
수정 아이콘
날개가 더 맛있는데..
21/06/15 09:00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긴 한데, 실제로 닭다리 안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
재가입
21/06/15 09:16
수정 아이콘
저희 아내는 다리살을 싫어합니다.
아이 낳기 전에는 치킨 시켜먹으면 모두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애가 둘이라 아내만 행복합니다...
다리살은 3인 쟁탈전
21/06/15 10:0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애가 3돌 됐는데
아내 (닭가슴살), 저 (윙봉), 아이 (다리)…
아내는 원래 닭가슴살파라 저만 지분이 줄었습니다 ㅠ
21/06/15 09:29
수정 아이콘
다리 뭐 싫진 않은데 저는 윗분들처럼 정말로 윙하고 봉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크크크크크
21/06/15 09:48
수정 아이콘
윙봉이 진리인데! 킄 크
Cafe_Seokguram
21/06/15 09:48
수정 아이콘
이런 무례한 사람들을 봤나...어디서 감히 신성한 치느님 앞에서 평가질입니까...

다리든 윙봉이든...없어서 못 먹습니다...크크
페스티
21/06/15 09:49
수정 아이콘
날개가 맛있죠 흐흐
여우사랑
21/06/15 09:55
수정 아이콘
서양요리에서는 닭다리보다는 확실히 닭가슴살이 맛있죠. 치킨윙도 있고요...
21/06/15 09:55
수정 아이콘
콤보로 사오라고......
21/06/15 09:56
수정 아이콘
퍽퍽살 먼저 다먹고 다리, 날개 중 땡기는 거 먹고
나머지는 손안대는 스타일...
체크카드
21/06/15 09:56
수정 아이콘
퍽살파 없나요?
캥걸루
21/06/15 10:09
수정 아이콘
형이었다면 얄짤없을건데 역시 눈나가 최고야
Jon Snow
21/06/15 10:28
수정 아이콘
싫어하는건 아닌데 맛 분간을 잘 못해서 그냥 살 많은 쪽을 좋아해요.. 가슴살 최고!
플리퍼
21/06/15 10:31
수정 아이콘
어....마지막에
'
"야 난 다리는 진짜 못먹겠다. 넌 어릴때부터 날 봤으면서 왜 그걸 모르냐 다리는 너나 다 먹어"
겨우 다리 두개를 채 먹다못해 상을 밀어내는 누나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누나는 정말로 다리를 싫어했던 거구나.....
'
라는걸 기대했는데 제가 이상한 겁니까?!!
-야나-
21/06/15 11:40
수정 아이콘
저도 그걸 기대했는데 ㅜㅠ
싸우지마세요
21/06/15 11:08
수정 아이콘
치킨 박스를 열어본 누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안먹어?"
"너 다 먹어. 난 씻고 잘란다"
이게 아닌데...힘없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누나가 중얼거렸다.
"...나 날개 좋아하는 거 알면서 어쩌면 지 좋아하는 다리만 쏙 사가지고 오냐... 다 키워줬더니만 날 이렇게 맥이네... 개XX "
21/06/15 11:50
수정 아이콘
저랑 자주 만나는 5~6명은 정말 아무도 안좋아해서 제가 다 먹어요 흐흐흐
그런데 탕수육은 다 부먹파, 저는 볶먹이나 부먹인데...ㅠㅠ
이른취침
21/06/15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윙, 봉 더좋음
21/06/15 15:15
수정 아이콘
저는 닭가슴 살을 제일 좋아합니다.

다리는 싫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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