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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1/26 00: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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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enrenovel&no=2546619
Subject [텍스트]  “제가 승천할때, 저를 이무기라고 불러주세요.”.txt


어느 한적한 강가에 갑작스레 폭풍우가 몰아쳤다.


하늘을 가득 드리운 먹구름에선 번개가 몇줄기나 쏟아졌고, 강물이 거꾸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폭풍의 중심에,


한 이무기가 승천을 기다리고있었다.


이제 마지막, 이무기를 본 인간이 그 모습을 보고 ‘용’이라고 말하는것으로 이무기는 용으로서 승천할수있었다.


그러나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이, 이무기다!”


폭풍우가 멎었다.

이무기의 몸은 점차줄어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무기는 슬펐다, 수행끝에 이루어낸 승천이 실패해서.

이무기는 또 분노했다, 승천을 망쳐버린 그 남자가 너무나도 미워서.


그러나 이무기는 당황했다, 자신을 이무기라 부른 그 남자가 되려 자신보다 더 큰소리로 울고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울면서 말했다. 미안하다고, 전부 내 잘못이라고, 내게 책임지게 해달라고.

이무기는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말했고, 그 뒤로 이무기와 남자는 함께하게 되었다.


* * *


남자와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남자와 함께 지내는 날들은 행복했다.


남자의 손을 잡고 걷고 있자면 가슴이 따뜻해졌고.

남자가 미소 지으면 나 또한 웃음짓게 되었다.


정말, 너무도 행복했다.

어쩌면 처음 승천을 이루던 그 날 보다도 더욱.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변화가 생겼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나무를 패러간 남자를 기다리던 날이였다.


그런데 누군가 집에 찾아왔다.


그녀는 찾아온 이의 모습을 보곤 당황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알수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신에게 닿아있음을.


그녀는 자신을 선녀라고 소개했다.


그리곤 본론을 말하겠다며 내게 다가와 말했다


너에게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고.

전에 승천을 실패한 그 강에서 다시 한번 승천을 시도하라고.


바라 마지않던 일 이였지만 그녀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이미 그녀에게 승천은 뒷전이였기 때문에,

그런것보다 남자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졌기 때문에.


그녀는 조금 뒤 돌아온 남자에게 말했다.

“제가 승천할때, 저를 이무기라고 불러주세요.”

남자는 어딘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 * *


어느날과 같이 나무를 패던 날이였다.

남자는 홀린듯 한 개울로 다가갔고 그 곳에서 기묘한 인상의 한 여자와 마주했다.

그 여자는 자신을 선녀, 신의 사도라고 소개했다.

남자는 선녀라는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혹시 그녀에게 무슨일이 생긴거냐고 물었다.

선녀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 그렇다며 입을 열었다.


이무기는 승천하지 못한채 10년간 지상에 머물게 되면 죽거나, 강철이가 되어 지상을 어지럽힌다고

본래 천계는 지상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이무기가 죽게되더라도, 강철이가 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않고 그 뒷수습만 조금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남자는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게 찾아왔냐고.

선녀는 기다렸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예외라고, 그녀가 가진 용으로서의 힘이 너무나도 강대해 죽게 두자니 그 힘이 아깝고, 강철이가 되게 두자니 그 피해가 걷잡을수 없이 커지게 된다고.

그래서 기회를 한번 더 주게 되었다고.

그러니 이무기가 승천할때, 그녀에게 ‘용’ 이라고 말하라고.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남자에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내게 이무기라 하라고.

남자는 이 역시 알겠다고 답했다.


남자는 이날, 한번의 거짓말을 했다.


* * *


시간은 지나 그녀가 다시 용이 되어 승천하는 날.


강에 홀로 서있는 그녀를 중심으로 먹구름이 모여들고 바람이 요동쳤다.

곧 강가를 중심으로 폭풍우가 만들어져 그녀를 감싸 안았다.


전에는 이런 과정마저 너무나도 감격스러웠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그저 불쾌함만을 느끼게했다.

길어지는 손톱도, 자라나는 비늘도, 맺혀가는 여의주 마저도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아까웠다.

이럴시간에 좀 더 그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이의 손을 잡고 싶었다.


그녀는 이쯤 했으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근처에서 기다리던 남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고 입은 수없이 벌려졌다 다물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남자는 분명 망설이고 있었다.

용으로 변해가는 몸은 남자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아채게 했다.


안돼,

제발 그러지마.


“....용,”


제발, 제발, 제발.......


“.....용이다.”


폭풍우가 한곳으로 모여든다.

솟아오르는 강물과 한데섞여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나선으로 솟아오르는 소용돌이는, 그녀를 하늘로 이끌고 있었다.


이래선 안됐다.


아직 그이와 하고 싶었던 일이 셀수없이 많았다.


부드러운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날, 함께 강가로 나들이를 나가고 싶었다.

눈이 무릎만치 쌓인 추운 겨울날, 그이와 눈밭을 뒹굴고 싶었다.

밭일을 마치고 흙투성이가 된 서로를 마주하고 웃어보고 싶었다.

그이의 손을 이끌고 읍내로 나가, 내게 누구냐 물어보는 이들에게 이 남자의 아내라고 큰 소리로 말해보고 싶었다.


좀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제발,

그렇게 그녀는 기도했다.


어쩌면 그녀가 승천을 시도하던 어느날보다 더욱.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녀를 하늘의 끝으로 이끌 뿐이였다.



그날, 이무기 한마리가 승천했다.


강바닥에 눈물 한 방울을 남긴 채로.


* * *


하늘로 올라온 그녀는 초조해 했다.


빨리, 한시라도 빨리 지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용인 그녀와 달리 남자는 인간이였고, 찰나의 시간을 살다 죽어버릴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지상으로 가고자 했다.

그리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10년이 지났다.

아직까진 여유가 있었다. 아직, 괜찮았다.


20년이 지났다.

그래, 아직까진 괜찮을거야. 분명 그럴거야.


30년이 지났다.

돌아가야한다, 한시라도 빨리


40년이 지났다.

제발, 하루라도 좋으니,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1분이라도, 1초라도 좋으니, 그이를 만나게 해주세요.


50년이 지났다.

남자가 죽었다.


그날은 지난 100년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 * *


남자는 그녀가 떠나간 뒤 강바닥에서 물방울 모양의 보석을, 그녀의 눈물을 주웠다.


남자는 그 눈물을 언제나 자신의 곁에 두었다.

잠을 잘때도, 일을 할때도, 밥을 먹을때도.

심지어 집에 도적이 찾아왔을때도 남자는 눈물만큼은 지켜냈다.


남자는 시간이 날때면 그 보석을 하늘을 향해 들고, 그 안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봤다.

혹시 이러면, 그녀를 볼수있지 않을까. 하고


시간은 흘러 수십년 뒤, 남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자신이 죽음을 눈앞에 두었음을 절로 알게 되었다.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 눈물과 술 한병, 두개의 잔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남자의 목적지는 언젠가 그녀가 하늘로 떠나간 그 강이였다.


강에 다다른 남자는 강 부근에 큰 바위 하나를 찾아, 그 앞에 눈물을 깊게 묻었다.

그러고는 돌맹이 하나를 줏어 눈동냥으로 배운 글자를 하나하나 꾹꾹 써내려갔다.


사랑하는 내 아내

나의 별

청린


청린, 인간이 된 그녀에게 내가 지어준 이름이였다.


승천을 이루던 그녀의 푸른 비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름을 지어달라는 그녀에게 무심코 그런 이름을 지어주었다.


남자는 글자를 새기고 생각했다.


이건 묘비인가?

아니 그녀는 아직 살아있다.


그럼 대체 이건 뭐지?

편지. 그래, 그녀에게 쓰는 편지라고 하자.


남자는 그 편지앞에 앉아 술잔에 술을 따랐다.


두개의 잔중 하나는 남자의 손에,

하나는 묻힌 눈물 위에 두어졌다.


남자는 술을 홀짝이며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할걸 그랬는데.


그렇게, 남자는 눈을 감았다.


* * *


수백년이 흘렀다.


어느덧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만들어진 흙길은 검게 아스팔트로 칠해지고,

기라단 회색빛 건물이 수도없이 세워졌다.


그런 회색빛 숲 사이로 한 청년이 빠져나왔다.

도시에서 벗어난 청년은 근처의 산을 향해 무작정 오르기 시작했다.


청년은 곧 산 중턱에 흐르는 강을 마주하게 되었다.


청년은 잠시 두리번거리는가 하더니 커다란 바위 앞에 서 손바닥으로 바위를 조심스레 쓸어보았다.

매끈하면서도 왠지 굴곡이 있는듯이 느껴졌다.


청년은 그 바위 앞의 땅을 맨손으로 헤집었다.

손끝이 찢어지고, 손톱이 뒤집혀도 개의치 않고 계속 파내려갔다.


그리고 곧,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을 하나 손에 쥔 청년이 보석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봤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은 신경쓰지않고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반드시 만나러갈게.



그런 청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한 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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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Side
21/11/26 00:37
수정 아이콘
해냈구나 구루자
암드맨
21/11/26 01:07
수정 아이콘
잔잔한 이야기 끝에 풉 했네요. 뭐시기 칸 이라 불러다오 했던거같은데..
21/11/26 01:47
수정 아이콘
지사무 칸이라 불러다오!!!이걸 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고등어자반
21/11/26 03:46
수정 아이콘
잘 됐구나, 구루자! (꿋꿋)
Sousky Seagal
21/11/26 04:48
수정 아이콘
첫댓부터 감동을 파괴해버리시면 크크크크
비뢰신
21/11/26 01:47
수정 아이콘
폭룡이 최고다
21/11/26 06:43
수정 아이콘
이..이무..송..!
공방24
21/11/26 10:36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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