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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7/06 13:26:35 |
Name |
happyend |
Subject |
[유머] 기묘한 이야기 |
"그날은 참으로 기묘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기아팬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날이라뇨?"
"지난 금요일,기아와 삼성의 대구구장 경기였죠.기묘한 일이 벌어진 날답게 날씨도 후덥지근했어요."
"아!그 경기라면,저도 압니다.이범석이란 듣보잡투수가 노히트노런을 할 '뻔'했던 경기 말이죠?"
"네.하지만 그것은 그날 있었던 기묘한 일들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요."
"아..."
그날 경기를 처음에 잠깐 보다 약속이 있어서 보지 못하고 있었다.삐죽한 머리와 껄렁한 미소,그리고 삐딱하게 눌러쓴 깡마른 몸매의 투수는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를 빼다 박았다.기아팬으로서는 이 기묘한 생김새가 묘하게 매력적인데가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
그날 삼성 타자들은 물먹은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처럼 더위먹은 모습이었고,기아의 선수들은 날 잡은 듯이 쳐댔다.이미 기울어진 경기라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노히트노런이 수립되기 직전이란 소문을 듣고 서둘러 TV를 켰다.과연,9회말 ....이범석 투수는 150킬로를 펑펑찍어대며 신들린 피칭을 해댔고, 역시나 두명을 범타처리....전광판에 비치는 안타숫자 '0'은 더욱 빛났다.
그리고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삼성의 박석민 타자의 등장...3루 깊숙한 공....이현곤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잠깐,대기록이 그곳에서 접전으로 이루어질까 말까를 예언할 능력이 있을턱이 없는 감독은 김주형으로 바꿔 놓은 뒤였다.아....김주형은 0.1초 더듬었고,박석민은 필사적으로 1루로 내달렸다.그리고 대기록은 깨졌다.
"이범석의 노히트노런이 그렇게 극적으로 깨진 것말고 무슨 기묘한 일이 있다는 얘기신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기아팬은 깊이 담배연기를 빨아들인 뒤 천천히 말했다.
"기아에서 쓰리런 홈런을 친 걸 본 적이 있습니까?"
"네?"
사실,기아 팀홈런이 김태균보다 많은지 적은지도 잘 모른다.아마 접전중일 거다.그나마 1점 홈런....그런데 3점 홈런이라니...
"김주형이 3점홈런을 쳤죠.자신으로선 쉽게 오지 않을 쾌거입니다만.....이범석의 노히트노런의 파괴자로 경기후에 고개를 떨궈야 했죠."
"그..그렇군요."
김주형이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떨구고 시선을 외면한 채 이범석을 맞아들인 것을 본 기억이 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그런 건 기아로서 좀처럼 있는 일이 아닙니다만,그다지 기묘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요.3점홈런 따위는요....기아팬은 그렇게 말하면서 담배불을 비벼껐다.그리고는 실론티 홍차를 꺼내 입에 털어넣었다.
"김원섭이 초구를 치는 경우를 보셨나요?"
"초구를요?"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아마 한화와의 개그게임에서 눈감고 스윙할 때 초구에도 그 스킬을 작렬했을지는 모르겠다.하지만 정상적인 경우,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습니다.김원섭이 초구를 쳤지요."
기아팬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하지만,그것도 그다지 기묘하다고 할 수 없지요.이것에 비하면 말이죠."
기아팬은 기록판을 캡쳐하여 프린트한 것을 내밀었다.그러면서 말했다.그 기묘한 일이 벌어진 날의 기묘한 이야기를...
"한남자가....5타수 5안타를 쳤습니다.믿을 수 있겠습니까?"
"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날 밤은 참으로 기묘한 날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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