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16 21:27:37
Name 껀후이
Subject [일반] 우당탕탕 연애 정복기 (2)
1편 링크 :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1794&page=4


여러분,

세 번 본 사이, 그냥 업무 관련 교육 들으러 와서 만난 사이, 심심한 마음에 가볍게 수업 같이 듣고자 요청 드려서 같이 수업 듣게 된 사이, 여자분의 수업 중간에 나가서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이거 거절하면 바보 아닙니까?

예, 제가 그 바보입니다.

“그냥 수업 계속 들으세요.”

전 그 밑에 댓글 달 듯 그렇게 적어서 드렸고, 그분은 2교시 수업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1시간 수업이 남은 상태였는데...뭐 급한 일이 있으셨겠죠...흠...

좀 죄송스럽더군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 너무 매몰차게 얘기한 게 아닐까 싶어서...제가 당시 술을 같이 마시지 않은 이유는 제 어이없는 38선 때문입니다. 전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남녀가 단둘이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사귀면 다른 남자랑 밥 먹고 차 마시는 것까진 되는데 술은 절대 안돼 라고 못을 박고는 하죠.

다음 날 회사에 가서 점심시간에 그 이야기를 했다가 저 진짜 그날 사표 쓸 뻔 했습니다. 다들 얘 누가 뽑았는지, 면접 누가 봤는지...전 그래도 여자분들은 좋게 봐주실줄 알았는데 여자분들도 여자가 그렇게 말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면 정말 그 여자분 무안하셨을거라고...그렇게 전 십자포화를 받았습니다.

피지알 여러분들, 정말 제가 잘못한건가요? 매몰차게 말한 것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전 아직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흑흑...ㅠㅠ

그렇게 소개팅 작전도 실패하였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교육 작전도 실패하였습니다.
그게 작년 8월 즈음이었고, 전 더위에 약하기도 하고 연애는 무슨 연애냐 하면서 다시 솔로라이프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열심히 먹방을 찍고 있었습니다.

제가 주로 맛집정보를 찾는 곳은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먹스타그램” 키워드와 원하는 지역을 검색하여 찾아가면 성공률이 꽤 높더군요. 매일 먹스타그램을 검색하며 맛집을 찾아서 친구들과 다니는 나날이었습니다. 먹스타그램을 검색해보면, 7~80%가량이 여자분들입니다. 퀄리티 높은 음식사진을 찍는 분들의 인스타를 들어가서 전체 사진들을 보다 보면 제 스타일에 가까운 분들도 아주 가끔 눈에 띄고는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

1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주특기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걸기입니다.

그때부터 먹스타그램을 들어가서 음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 주인에 대해서도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스타에는 다이렉트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개인메시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명인가...맛집탐방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선할 것 같고 외모도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이렉트를 보내보았으나 무참히 씹혔습니다. 제가 여자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상 좋으시다고, 대화 나누고 싶다고 하면 대답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하...

그렇게 지내다가 또 한 명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 일상 및 여행사진, 음식사진, 셀카를 공유하는 그런 평범한 여대생의 인스타였습니다. 쌍커풀 없는 눈매와 웃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무쌍에 잘 웃는 사람이 이상형이거든요.

그러나 선뜻 말걸기가 무서웠습니다. 거절포비아라고...두 번 정도 답장도 못 받다 보니 겁도 나고 시간 낭비 아닌가 싶기도 하고...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괜히 낯 깎이고 그렇더군요.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지~라는 생각으로 메시지를 보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 드려서 당황하시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 서울 사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우연히 뵙게 되었는데 너무 인상도 좋으시고 제 스타일이셔서...뭐 도를 아십니까 이런거 아니고요. 그냥 서울 평범한 대학교 졸업하고 작은 무역회사 다니는 사람입니다. 혹시 연락하고 지내면서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나름 최대한 정중하게 적는다고 적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인터넷으로 모르는 사람이 뜬금없이 메시지 보내는 상황) 그냥 될 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장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 팔로우했어요^^ 네 친하게 지내요 흐흐”

신기하더군요. 전 온라인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고, 요즘 유행한다는 소개팅앱? 같은 것도 해 본 적이 없는 터라...

그래서 제가 처음 했던 답장이 뭐냐고요?

"감사해요 나쁘게 안 봐주셔서...ㅠ 연락 나누는 거 정말 괜찮으세요?" 였습니다. 저도 좀 신기하고 그래서요...하하

그렇게 이름 물어보고 사는 곳 물어보고 학교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남자다운 이름이었고 강남 근처에 살고 있었으며 서울에 있는 대학교 다니고 있더군요. 공대녀! 였습니다. 제가 공대녀를 만나 본 적이 없어서(친구도 없습니다.) 그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 20분 대화했는데 여자분이 그러시더군요.

“아 근데 죄송한데요. 제가 내일 10시에 한자시험을 봐야 해서 공부를 해야 해요. 내일 시험 끝나고 연락 드려도 될까요?”

전 당시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먼저 답장을 보냈고 20분 정도 이야기 하다가 뜬금없이 내일 시험을 봐야 해서 연락이 어렵다...? 그래서 내심 아 대화 나눠보니 별로인가보다...나이차이도 5살이나 나서 좀 부담스럽나 보다...그렇지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연락이 온 사이니 더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요즘 대학생들은 되게 신박하게 거절하네 하면서 경탄하기도 했더랬죠.

“아 네 그럼 내일 시험공부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그렇게 연락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음날 밤 12시까지 그녀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3편에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태엽감는새
17/05/16 21:31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잘하신겁니다. 아무튼 잘하신겁니다.(웃는 개구리콘)
껀후이
17/05/16 21:57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전 지금도 제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17/05/16 21:47
수정 아이콘
제발로차시다니 털썩...
껀후이
17/05/16 21:57
수정 아이콘
ㅜㅜ 저희 과장님과 똑같은 말씀을...ㅠㅠ
17/05/16 22:10
수정 아이콘
과장님이 현명 하시네요 크크
껀후이
17/05/17 07:37
수정 아이콘
아즐님마저...ㅜ
17/05/16 22:02
수정 아이콘
분명한 건 여성분이 먼저 그렇게 말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선 이래저래 먼저 용기내기가 참..
껀후이
17/05/17 07:39
수정 아이콘
그렇죠 아무래도 사회통념상..
근데 만약 저도 밥이나 커피 였으면 모르겠는데 술 마시자고 하니까...(쭈굴쭈굴)
하루波瑠
17/05/16 22:14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네요.
저는 거절당하는게 너무 싫고 무서워서
시도도 안합니다 ㅠ
껀후이
17/05/17 07:40
수정 아이콘
제 키에 제 외모면 거절에는 익숙해져야 하더라고요...ㅜ
열에 일곱~여덟은 내 고백을 찰 거라고 생각하니까 연애의 길이 열리더라고요 크크 힘내십쇼! 거절 당하는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ㅜㅜ
태공망
17/05/16 22:54
수정 아이콘
잘하셨어요 분명 장기를 빼갈.... 아닙니다
껀후이
17/05/17 07:4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심신의 위로가 찾아오네요...후읍 감사합니다
댕채연
17/05/17 00:02
수정 아이콘
일단 소위말하는 철판을 깔고 말을 거는 용기가 있는 것 자체가 벌써 점수를 먹고들어가시니 연애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쭈구리 찐따는 말도 못걸고 주위만 배회한다죠?
껀후이
17/05/17 07:50
수정 아이콘
한창 스타할때 테란으로 apm 300 넘게 나왔는데 gamei라고 요즘 피쉬서버 래더 같은 데서 1200~1300 왔다갔다 하는 중하수였었죠 크크......
제 연애도 그런 느낌입니다ㅜ크크크
gallon water
17/05/17 16:11
수정 아이콘
재밌게보고 있습니다 크크
필력과 절단신공이 상당하시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93] a-ha18977 24/11/22 18977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4462 24/11/22 4462 32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3550 24/11/22 3550 5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30] 겨울삼각형4077 24/11/22 4077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46] 디에아스타6340 24/11/22 6340 41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2005 24/11/22 2005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9] 밥과글2513 24/11/22 2513 7
102718 [일반] 영어 컨텐츠와 ChatGPT 번역의 특이점 그리고 한국의 미래 [15] 번개맞은씨앗2825 24/11/22 2825 8
102717 [정치] 김소연 "이준석 성상납 도와준 수행원 자살" [120] 물러나라Y10826 24/11/22 10826 0
102716 [일반] 요즘 근황 [42] 공기청정기8052 24/11/21 8052 16
102715 [일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출간 이벤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17] 망각2491 24/11/21 2491 3
102714 [정치] 한동훈, 당내게시판 윤석열 비방 관련 경찰 요청 거부 [135] 물러나라Y10827 24/11/21 10827 0
102713 [일반] 아니, 국과수도 모르겠다는데... 설마 대법원까지 보내려고 할까요? [37] 烏鳳8894 24/11/21 8894 31
102712 [정치]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이 군검찰로부터 징역3년을 구형받았습니다. [91] 꽃이나까잡숴8355 24/11/21 8355 0
102711 [일반] 4년간 미국 물가는 얼마나 심각하게 올랐는가 [63] 예루리5596 24/11/21 5596 2
102710 [정치] 메르스 이후 처음으로 주요 그룹 사장단 긴급성명 발표 [69] 깃털달린뱀7178 24/11/21 7178 0
102709 [일반] 트럼프 2기 정부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시작합니다 (+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트럼프 공약) [73] 시드라4851 24/11/21 4851 1
102708 [일반] 페이커 "실패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나…청년들 도전하세요" [47] 덴드로븀5613 24/11/21 5613 15
102707 [일반]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보여지는 역사왜곡 문제 [29] 뭉땡쓰3383 24/11/21 3383 13
102706 [일반] (수정)백종원표 더본코리아의 오늘까지의 주가추이 및 개인적인 의견 [45] 독서상품권5025 24/11/21 5025 1
102705 [일반] 피지알 회원들의 AI 포럼 참가 후기 [19] 최애의AI5798 24/11/20 5798 36
102704 [일반] AI 시대, 사교육 방향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이유 [31] 스폰지뚱5641 24/11/20 5641 8
102703 [일반] 영화 청설 추천합니다 [17] 퀵소희4641 24/11/20 464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