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al Map Behind Story...
안녕하세요... 맵디자이너 Rose.of.Dream. 변종석입니다...
시즌이 어느덧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준비했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네요. 처음으로 공식맵 디자인을 맡게되었던 기쁨과 동시에 밀려드는 부담감에 약간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을 해내지 못 한 기분도 조금은 있습니다. 어쩌면 역할이라기 보다는 맵에 대한 만족도라고 해야겠죠... ^^ 지금에 와서 보이는 몇 가지 껄끄러운 부분들을 잡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더 세세하게 편집했어야 했는데
하는 기분이... ^^
이 번에 준비한 글은 아주 쉽게 들을 수 있고, 아주 쉽게 이야기하고
싶은 공식맵의 뒷 이야기입니다. 기회가 되면 글로 한 번 준비해야겠다 싶었는데 이제 4강이 가려졌고, 듀얼도 시작했고 해서 지금 끄적여
보는 겁니다. 아주 편하게 들으셨으면 좋겠고, 저도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장르로 치면 'Easy Listening' 정도가 되지 않을까... ^^
Behind Story about "NOSTALGIA"
마치... "길거리 캐스팅"처럼...
노스텔지어(편하게 노스라고 하겠습니다... ^^)는 공식맵을 맡게된 계기가 되었던 맵이었습니다. 전에도 가끔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공식맵을 맡게된 계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태(=[Ragnarok]Valkyrie)가 군에 입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연히~
맵이 재경님에 의해서 발탁이 된 까닭이죠. 2002스카이가 마무리 될
때 즈음에 (지난 9월) 진태가 군에 가면서, 만들어 놓은 맵은 '버뮤다
트라이앵글'이라는 맵 하나였고, 그 맵만으로 시즌을 이어가기는 힘들었죠. 어쨌든 파나소닉배는 전에 쓰이던 맵 세 개(비프, 포비든, 개마)와 신규맵은 재경님께서 하나를 제공해서 (아방2) 시즌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신규맵 없이 계속 시즌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번 올림푸스때부터 제가 맵을 맡게 된 것이죠.
노스를 만들기 전에 재경님에게 몇 개의 맵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자작으로 맵을 만드는 분들은 대부분 과연 내 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를 고민하는데요. 저 역시 자작맵을 만들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진태와 재경님에게 몇 개의 맵을 보내서 촌평을 부탁한 적이 있죠. 물론 그 때의 맵은 디자인 적으로나 밸런스 적으로나
수준이 약간 떨어지는 맵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태는 전체적인 촌평을 보내주었고, 재경님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맵을 열어보지 않는다고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보낸날짜 - 2002년 08월 28일 수요일, 새벽 02시 51분 58초
보낸이 - "엄재경"
받는이 - "변종석"
...[중략]... 저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맵과 리플레이 파일은 일체 열어보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받아 오고 있답니다. 도저히 감당을 못할 정도예요. 누구 건 열어 보고, 누구 건 안
열어보고 할 수도 없고, 열어 보기만 하고 촌평을 달지 않으면 안 열어보느니만 못하고, 또 대충 슥 훑어보고 정성스럽게 공을 들여 만든 맵을 한 두 마디로 평가하기도 미안하고요...[생략]...
(재경님다운 정돈된 말투... ^^) 어쨌든 이런 답변을 받아보고 나서,
"아~ 그렇군요!" 하는 정도의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포기하는 것이 조금 서운해서 메일에 맵이미지를 띄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주 짧게라도 촌평을 해주실 거라 기대를 했고, 그 맵은
그 때 즈음에 (한참 맵을 많이 만들 때) 가장 마지막으로 만든 것으로
보내드렸죠. 이것 저것 여러 개를 띄우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 하나만 띄어 보냈습니다. 그 때 그 맵은 Cerberus[서버러스] (한국식 발음으로는 '캘버로스'라고 하죠."지옥을 지키는 개"라는 의미의...) 라는
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맵에 대한 촌평이 답장으로 왔습니다...
보낸날짜 - 2002년 09월 28일 토요일, 낮 1시 48분 56초
보낸이 - "엄재경"
받는이 - "변종석"
...[중략]...디자인은 매우 훌륭합니다. 테스트를 거쳐야겠지만, 얼핏
본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섬맵임에도 불구하고 토스가 암울한 맵이
될 공산이 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걸 떠나... 경기가 좀 짜증스러워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언가 시원시원한 싸움이 절대
나올 수 없는 조건이랄까... 그리고 앞마당(?)은 테란을 제외하고는 테란 상대로 지키기가 너무도 힘들 거 같기도 하고요. 맵의 디자인력은
진태급, 어쩌면 진태 이상이신데, 맵에 테마를 주는 능력이 진태보다
떨어지시네요. 다른 맵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제작한 맵들을 파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Cerberus] 지금 와서 다시 에디터를 열어보면 디자인이나, 두대드(장식물)나 자원배치 같은 것들을 많이 손봐야 하지만, 기념비적인
맵이라서 인지 그 이후로 손은 안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맵이죠... ^^
맵 촌평은 물론 별로 안 좋았지만... -_-; 마지막에 다른 맵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재경님의 주문이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된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후 전에 만들어 놓았던 맵을 보내드렸지만 별로 쓸 만 한 건 없었고, 나중에 10월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만든 맵이 바로 "평화시장(지금의 노스텔지어)"이였죠. 평화시장을 만들고 나서 재경님에게 보냈고, 그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보낸날짜 - 2002년 10월 05일 토요일, 밤 9시 31분 25초
보낸이 - "엄재경"
받는이 - "변종석"
일단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맵이네요. 비프로스트와 개마고원의 아이디어가 한 맵에 구현된 맵인데, 개인적으로는 맵 제목도 참신하고 좋습니다만 '평화시장'이라는 게 일반 고유명사인지 아니면 상호로서 특정 시장을 의미하는 건지에 따라 방송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 이 맵이 꼭 방송에서 사용된다는 얘기로
오해를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군요... [중략] ...개인적으로 평화시장은
매우 마음에 드는 맵입니다. 아, 제가 여태 배드랜드로 맵을 잘 만들지
않아 왔던 건 정글과 외관상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맵타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음. 듀얼 토너먼트 덕에 요즘은 시즌과 시즌 사이에 무언가를 준비할 여유가 적어져 저도 죽겠네요. 조만간 다시 연락하기로
하죠.
평화시장... 처음부터 끝까지...
노스는 테스트의 마무리 단계까지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맵이 가지고 있는 의미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맘에 드는 이름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마무리 단계에서 이름을
바꿔야 했지만요. 어쨌든 평화시장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약간 다릅니다. 물론 맵의 기본적인 구성은 같죠. 본진 미네랄이 아홉 덩어리이고 앞마당이 온리 미네랄 멀티라는 점과 가스 멀티의 위치 그리고 앞마당과 가스멀티를 이어주는 언덕 길 등은 지금과 같습니다. 하지만
앞마당에서 중앙 쪽으로 나오는 다리가 하나였고, 가스멀티에서 중앙으로 나오는 길 역시 다리 하나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평지로
되어있죠.) 그리고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중앙에 구조물이 상당히 많았고, 자원의 배치라든지 입구의 위치 등이 지금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화시장] 만약에 수정 없이 바로 이 상태가 공식전에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경기양상과 크게 다를 것은 없겠지만,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고 종족간의 불균형과 스타팅 포인트간의 불균형 때문에 엄청난 비난-_-;을 받았을 것 같은...
아방가르드2가 공식맵으로 사용될 것이 확정되었고 재경님께서 생각하시는 맵 사용의 전체적인 구상에 의해서 '평화시장'은 파나소닉 다음 시즌 정도에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보낸날짜 2002년 10월 23일 수요일, 오후 5시 31분 36초
보낸이 "엄재경"
받는이 "변종석"
...[중략]... 종석님의 맵의 사용여부는(개인적으론 사용하고 싶습니다만) 왕중왕전이 끝나고 다음 시즌부터가 될 거 같습니다. 무책임한
말입니다만, 이것 저것 좀 더 만들어 보세요. :) 차기 시즌(왕중왕전
말고)엔 상황을 봐서 진태의 섬맵과 종석님 섬맵을 테스트 해 본 뒤
괜찮으면 둘 중 하나를 쓰고요, 평화시장을 쓰고 싶고요, 이번 시즌에
괜찮으면 아방가르드를 유지, 아무래도 안되겠으면 딥퍼플 등 예전
시즌 맵 부활로 교체, 그리고 제가 하나 만들까 하는데, 종석님 맵이
좋은 게 있으면 제가 만들 수고가 덜어질 거 같기도 하고요...[생략]...
그 후에 파나소닉이 마무리될 때 즈음에 재경님의 부탁에 따라 pgr의
'날다'님께서 GO팀의 게어머분들과 평화시장 테스트를 해주셔서 중앙 쪽으로의 진출로에 대한 변화, 중앙의 구조물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재경님이 도맡아서 테스트를 하셨고, 자원의 배치라든지 입구의 형태라든지 하는 것들까지 아주 세세한 수정을 거치게
되어서 테스트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1.0버전이 나오게
된 거죠. 하지만 끝은 아니었습니다.
김도형 해설위원과의 또 다른 고민들...
파나소닉이 끝나고 나서 평화시장은 'Eye in the Sky'라는 이름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재경님은 파나소닉이 끝나고 나서
바로 여행을 가셨고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맵에 대해서는 손을 조금
놓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 끝났고, 이제 다음 시즌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 거였죠. (참고로 이 때 즈음에 개마고원의 수정 의뢰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개마고원'편에서 자세하게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도형님께서 맵 받아보시고 몇 가지를 더 수정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아주 중요한 결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을 때 지금쯤이면 많은 논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로 중요한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맵을 다시 0.95로 버전을 낮추고 수정과 테스트를 다시 하게되었습니다.
[Eye in the Sky 0.95]
[Eye in the Sky 0.96]
95버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본진의 센터건물(빨간색 원)에서 앞마당의 센터건물(파란색 원)까지 연결되는 동선(분홍색 화살표)이 각 스타팅 포인트 별로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1시는 너무 가깝고 7시는 터무니없이 멀다는 차이점이 있었죠.
더욱이 이 때는 개마에서 "마의 5시"라는 말이 한창 나올 때라서 더욱
더 이 부분은 신경을 써야 했던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중앙
쪽으로 나오는 다리가 다소 게임 흐름에 답답함을 준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녹색 화살표) 결론적으로 전자는 수정이 되었지만 후자는 맵의
기본 컨샙을 너무 많이 바꿔놓는 것 같아서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96버전에서도 볼 수 있듯이 11시 본진의 센터위치가 약간 바뀌었고, 7시
본진의 입구와 앞마당의 형태가 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원의 배치도 조금 더 손봐주었죠. 물론 앞마당과 중앙을 연결해주는 것을 다리가 아닌 평지로 한 버전도 있었습니다. 도형님께서는 평지버전을 조금 더 고집했지만, 저는 다리 버전을 아주 많이 고집했으므로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죠.
1.0버전 이후의 수정...
최종버전이 나오고 나서 어지간하면 수정을 안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었지만 도형님의 제안에 따라서 노스는 한 번 더 수정을 했어야 했습니다. 혹시 지금도 1.0버전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공식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맵은 1.1버전입니다. 1.0버전에서 문제점이 되었던 사항은 다음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 듯 싶습니다.
[노스텔지어 1.0 버전에서의 문제점] 12시 가스 멀티 위쪽의 공간과 6시 가스 멀티 왼쪽 공간에서 테란의 시즈탱크가 내릴 수 있고,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지역에서 탱크가 내릴 수 있었죠.
그 후 노스는 수정을 거쳤고, 1.1버전이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맵
에디팅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해본 결과 타일의 속성상 언덕 지형과 물
지형이 만날 때는 호환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빈틈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요. 그런 빈틈에 여러 유닛이 내릴 수 있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틈새가 전략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확률은 굉장히 적죠. 내리기도 힘들지만 막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문제 화면의 가장 아래에 있는 동물의 뼈가 있는 지형과 (3시 가스 멀티 아래쪽) 여러 가지
장식물이 있는 지형에 (9시 가스 멀티 위쪽) 대한 수정을 요구해서 1.2버전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그냥 수정을 안 한 것이 사용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죠.
[노스텔지어 1.1과 1.2의 차이] 상단에 있는 두 개의 이미지가
지금 사용되고 있는 1.1버전의 3시 멀티 아래 부분과 9시 멀티 위 부분이고, 하단에 있는 두 개의 이미지는 1.2 버전의 같은 곳입니다. 혹시라도 그 곳에 탱크가 내려져서 포격을 가하면 지역에 따른 유불리라는 말이 나올까봐 수정을 해 본 것인데, 지금은 그런 플레이가 조금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
Nostalgia라는 이름이 사용되기까지...
노스는 기요틴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아주 파란만장했던 맵이름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죠. "노스텔지어"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5~6가지의 이름은 지나쳤던 것 같네요. 우선 말씀드렸듯이 노스의 원제는 '평화시장'이었습니다.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은 공식맵으로 사용되는 것이 결정된 직후까지 쓰였었는데요. 어차피 맵이름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점과 방송으로 나갔을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경님께서 맵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 '평화시장'이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셨죠.
그 후에 맵이름의 변화는 스폰서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습니다. 파나소닉배가 끝나고 나서 차기 스폰서는 어디에서 할 것인가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재경님이 여행을 가시는 날까지 스폰서는 SKY가 하기로 결정이 되었고, 연간스폰서로 1년 동안 세 시즌 정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혀가는 듯 싶었습니다. 스카이는 전에도
두 번이나 스폰서를 해봤었기 때문에 최고의 광고효과를 요구했고 그런 와중에 맵이름에 'SKY'가 들어가는 맵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요구에 따라서 평화시장의 이름이 'SKY'를 넣는 이름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모아졌고, 재경님의 제안에 따라서
"Eye in the SKY"로 결정이 된 것입니다. 물론 '아이 인 더 스카이'가
약간 심심한 맛이 있어서 저는 'Sirius in the SKY[시리우스 인 더 스카이]'라는 이름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결국은 아이쪽으로 결정이 됐죠. 그 때 즈음에 온 재경님의 메일은 이러했습니다.
보낸날짜 - 2003년 01월 21일 화요일, 오후 5시 58분 09초
보낸이 - "엄재경"
받는이 - "변종석"
...[중략]...맵 설명에 보면 전태일 열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길로틴
설명 역시 매우 자세한 이야기가 적혀 있던데... 온게임넷 맵으로 쓰이게 되면 그건 곤란합니다. 내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은 종석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진 않은 거 같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맵을 사용하는 기업의 입장은 또 다르거든요. 맵 제작자로서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좀 암시적이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해 주시길... Dedicated to
JTI 뭐 이런 식으로 하던가...[생략]...
보낸날짜 - 2003년 02월 04일 화요일, 오후 4시 40분 19초
보낸이 - "엄재경"
받는이 - "변종석"
...[중략]...이 번 시즌 스폰서(연간 스폰서임) SKY에서 맵제목에 SKY
이름이 들어가는 걸 강력하게 원한다고 하고, 또 위피디가 '평화시장'이라는 제목이 예쁘지 않다고 수정을 원해 겸사 겸사해서 맵 이름을 'Eye in the Sky'로 바꿀 생각입니다...[생략]...
하지만 'SKY'는 스폰서를 포기했습니다. 2003년도 첫 번째 시즌을 준비할 때 즈음에 온게임넷은 프로리그 역시 준비중에 있었는데요. 프로리그의 대회요강을 확인해 보면 공식맵 부분 중에 'Eye in the
SKY'를 제외한 스타리그 공식맵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보신 분이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프로리그 대회 요강이 나온 후에도 노스의 이름은 그러했죠. SKY와 KTF와의 광고에 따른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스타리그를 스카이가 스폰서 했을 때, 프로리그에서는 다른 1대 1맵이 신규로 도입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저만의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물론 기존의 맵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요.
결국 맵 이름은 바뀌어야 했고, 프로리그가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이쪽으로 저쪽으로 자문도 구해보고 혼자 머리 싸매서 고민도 해보곤 했죠, 그래서 나온 이름이
Desolation[디솔레이션], Acropolis[아크로폴리스], (이 두 맵은 블리자드 맵에서 이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했죠. ^^)
Outburst[아웃버스트] 등 꽤 많은 이름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결국 처음의 맵 디자인을 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떠오른 이름이 "Nostalgia"였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의 대사 중에 '나... 돌아가야 한다... 내 마음의
고향... 평화시장으로..."라는 말이 나옵니다. 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 그것이였죠...
'노스텔지어'는 그 후에 여러 가지로 의미가 해석되었습니다. 배드랜드라는 타일셋에서 오는 오리지널 스타크래프트 시절의 '향수'라는
말도 나왔고, 라이벌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에서인지 라이벌리를 공식전에서 많이 사용했던 2000년 즈음의 스타 중계에 대한 '향수'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제가 의도한 것은 전태일 열사 그 자체였지만요.
Behind Story about "GUILLOTINE"
여러 개의 방을 기본으로...
기요틴의 제작 컨샙은 두 가지에 있었습니다. 하나는 성곽을 이용한
"방"의 개념으로 맵을 만들어 보자는 것과 물지형을 이용하지 않고 개방형태의 맵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 기본이 만들어 낸 맵이 바로 '기요틴'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기요틴이 완성되고 나서 상당히 맘에 안 들어 했었지요. ^^; 단순히 평지의 땅과 성곽만이 있는 맵이 너무 심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 전체적인 구성은 마음에 들었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많이 고민을
했었는데 재경님으로부터 받은 촌평은 이 맵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기요틴에 관해서 제가 보낸 메일 내용과 재경님의
촌평이 담긴 메일 내용입니다.
보낸날짜 - 2002년 11월 04일 월요일, 저녁 6시 43분 33초
보낸이 - "변종석"
받는이 - "엄재경"
...[중략]...Guillotine(길로틴 - 단두대)’이라는 맵입니다. 벽을 이용한 맵이라는 컨샙을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개의 방이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생각했었는데 그런 형태는 너무 답답한 측면이
많아서 개조하고 개조해서 만든 맵입니다. 만들고 나서 겉으로 보기에 조금 허접(?)해 보이는 측면이 많아서 그냥 버릴까(?)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게임을 한 판 하고 나니까, 전체적인 화면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전체적인 디자인은 신경 쓰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 들더군요. 언덕이 없는 완전 개방형맵이구요, 본진입구는 배럭스 하나로 완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앞마당 멀티는 방 두 칸을 지나가야지 만날 수 있고, 중앙에는 여러 갈래의 벽이 있어서 중앙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완전 대칭형 맵이지만, 굉장히 전략적인 요소가 강하고
앞마당을 제외한 나머지 멀티는 개방형으로 되어 있어서 차라리 비어있는 본진이나 앞마당에 제 2 멀티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생략]...
보낸날짜 2002년 11월 06일 수요일, 저녁 6시 05분 10초
보낸이 "엄재경"
받는이 "변종석"
개인적으로 길로틴이 맘에 드는군요. 중앙 아래위로 있는 벽을 중앙
쪽으로 조금 더 쌓고, 완전 중앙에 있는 벽에서 상하로 만든 벽을 작게
잘라 가로방향 러시거리를 좀 더 길게 하면 (이런 형식의 맵은 가로방향이 걸렸을 때와 그 외의 경기운영이 너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게 좀
싫더군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여태 맵들이 거의 그래 왔기에 좀 다른 게 나을 거 같기도 하고요) 배럭스 하나로 입구가 막히는 상황을
바꾸면 제 느낌에는 딱입니다. 완전 평지맵이 슬슬 함 나올 때가 되었고, 얇은 벽으로 막혀 있으니 시야만 확보되면 레인지 유닛 투성이에
탱크가 있는 테란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런 맵에서 토스가 투덜댈 이유가 없고, 저그 역시 여기저기 자원이 분포되어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배럭스 하나로 입구를 막는 맵은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좀 답답한 경기를 조장하는 면이 있더군요. 인큐버스가 다소 그랬고, 겜비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맵 하나도 예외적인 몇 경기를 제외하곤 다소 답답한 느낌의 경기가 많았습니다. 최소 건물 2개는 지어야
막히는 정도로 수정이 되면 좋겠는데..., 벽으로 그런 입구를 만드는
게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긴 하죠...[생략]...
[기요틴의 초기 버전] 처음 제작되었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약한
것 같습니다. 가로 방향의 러쉬 거리가 세로 방향의 러쉬 거리보다 다소 짧았고, 지금의 제 2 가스 멀티(2시, 4시, 8시, 10시)가 미네랄 멀티였고, 중앙에 있는 지금의 미네랄 멀티가 가스 멀티였습니다. 그리고
성곽의 모양과 타일, 자원의 양에서 지금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죠.
재경님의 촌평이 있고 나서 기요틴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지적해 주신대로 가로 방향의 러쉬 거리와 세로 방향의 러쉬 거리를 거의 같게 바꿔 주었고, 입구를 배럭스 하나와 서플 하나로 막을 수
있게끔 더 넓혀 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지금과 거의 같죠. 다만 '날다'님의 테스트 후에 앞마당을 조금 더 넓게 해주는 작업과 중앙에 있는 미네랄 멀티와 가스멀티를 바꿔 주는 작업 그리고 지역적으로 성곽의 위치와 형태를 약간씩 손봐주는 작업 (이건 거의 다
재경님이 직접 하신 듯 싶네요.) 등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박용욱"선수의 제안에 따라 앞마당의 자원을 미네랄 일곱 덩어리로 늘렸습니다. 초기에 기요틴은 토스 유저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 했죠.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쉽게 만든 맵, 기요틴?
요즘 아마추어 맵디자이너 분들 사이에 공식맵의 타일셋을 바꿔서 제작하는 것이 붐을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프로스트"나 "포비든 존", "노스텔지어", "신 개마고원"을 비롯해서
예전의 맵 "홀 오브 발할라", "레가시 오브 차", "버티고" 등도 타일셋을
여러 형태로 바꾸는 맵들을 여러 곳의 커뮤니티를 통해 올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하는데요. 그런 형태의 맵을 "GUEdit"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할 수도 있지만 수작업으로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구에딧을 이용하면 장식물도 많이 깨지고 타일에 허점도 생긴다고 하는 군요! 저는 못 해봐서...) 한 번은 기요틴을 "트왈라이트" 타일셋으로 바꾼 맵을 보기도 했습니다.
[기요틴 - 트왈라이트] TheRtye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분께서
직접 제작하신 트왈라이트 타일셋의 기요틴입니다. 타일의 위치가 다른 곳이 있지만 성곽만큼은 원본과 완전히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육안으로 볼 때도 기요틴과 완전 같죠. ^^
만약에 기요틴을 트왈라이트나 성곽의 타일을 갖는 다른 타일셋, 다시 말해서 '정글월드', '배드랜드', '아이스' 등의 타일셋을 이용해서
새롭게 제작한다면 기요틴의 제작과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64,
64) 지점에서 성곽을 이용해서 X자형태로 벽을 쌓고 그것이 끝나는
지점을 옆으로 연결해 주고 그 상태에서 위 아래로 다시 대각선 형태로 연결해 주면 기본 형태가 잡히죠, 그리고 나서 (64, 0)에서부터
(64, 128)까지 직선으로 연결해 주고 본진과 앞마당을 갈라주는 벽과
앞마당 위쪽 벽을 형성해 주면 거의 80%가 완성됩니다. 이 상태에서
벽에 문을 내는 듯한 느낌으로 점점 성곽을 없애 가면 기요틴 맵의 형태를 갖추게 되죠. 저 또한 양옆과 위아래가 대칭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맵의 기본틀을 잡을 수 있었고, 어쩌면 그렇게 맵의 기본틀이 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만들고 나서도 약간 허전한 느낌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지금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형태로 변했지만요. ^^
길로틴에서 기요틴으로...
기요틴이 처음으로 방송을 탄 경기는 3월 1일 프로리그 개막전에서
KTF의 박신영 선수와 AMD의 장진수 선수에 의해서 였습니다. 그 때
박신영 선수가 11시 노란색 저그였고, 장진수 선수가 7시 보라색 저그였는데 빌드가 엇갈린 상태에서 초반 박신영 선수의 저글링 성큰 러쉬에 그대로 장진수 선수가 무너진 조금은 싱거운 경기였는데, 그 후
기요틴에서 같은 종족 싸움에 대한 여러 가지 기본 원칙 같은 것들이
생기기는 했죠. 5분만에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방송을 본 저는 '저렇게
싱겁게 끝내려고 맵을 만든 건 아니었는데... -_-;' 하면서 아쉬워했죠. 그런데 기요틴은 그런 맵입니다. 넓게 뚫린 입구가 다른 맵 하고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을 요구했죠. 어쨌든 그 경기의 중계가 있을 때에도 기요틴은 길로틴으로 발음이 되었습니다. 기요틴과 길로틴,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고 그 결정은 경기가 있었던 다음 주인 3월 4일
챌린지 리그 A조 경기가 있었을 때 메가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