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0/09/05 01:45:17
Name 11년째도피중
Subject 올해 세번째 태풍을 맞이하는 섬사람의 아무 생각. (수정됨)
1. 태풍이 온다고 굳이 뭘 더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준비라고 할 것은 이미 다 해놓은 상태. 거기서 부서질 만한 것은 부서졌고 버티고 있는 것들은 나름 버틸만해서 버티고... 뭐 그렇거든요. 저희 집 컨테이너도 이중으로 묶어뒀지만 안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거죠.

사실 대부분 제주 사람들이 태풍이 온다고 벌벌 떤다든가 하지는 않을겁니다. 단지... 지긋지긋해서 이골이 났달까... 태풍을 알만큼 알기때문에 무섭다기보다는 진짜 귀찮고 짜증나는 상대인거죠. 그래서 가끔 육지에서 온지 얼마 안된 새내기 이웃들의 생생한 반응들을 보며 낄낄대기도 합니다. "야야 저 육지촌놈 보라. 잘도 식겁한 모양이여. 크크크. 와보라. 쩌는 얘기를 해줄거난. 옛날엔...."


2. 이번 태풍동안 8시간 동안 정전 되었습니다. 다른 곳은 조금 빨리 끝난 모양인데 아무래도 저희는 외곽이라 복구가 좀 늦은 것 같습니다. 냉장고안의 상태가 걱정되는 것보다 문을 꽉꽉 닫아놓은 상태에서 잠을 청하려니 그게 더 고역이었네요. 노인네가 노파심에 계속 밖에 좀 봐라 문 좀 다시 확인해봐라 하는 통에 힘들기도 했고.
  속편하게 열어놓고 잔 사람도 있다던데 30여년 전 그리 튼튼하지 못한 집에 살던 시절, 문짝이 날아간 기억이 있어 그럴 깡은 못갖췄습니다. 부모님도 제주에 온지도 얼마 안되어 제주 바람의 위력을 잘 알지 못한 탓이였죠. 아 생각해보니 20년 전에는 옆 동 지붕에서 물건이 날아와 창문을 깨부순 일도 있네요. 밭이나 비닐하우스 피해야 상수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겁니다. 까놓고 맨날 피해입는 밭과 비닐하우스라면 그건 거기다 하는 사람이 당연히 감수해야할 문제지 하늘만 탓하는 것도 뭐할 판이죠.



3. 어쩌다보니 오늘은 안다니던 해안도로를 탔습니다. 조금만 지나도 부러진 신호등과 뽑히거나 기울어진 야자수들이 눈에 띄더군요. 태풍의 결과가 역력히... 사람들이 열심히 나름 정리를 한건데도 그 모양입니다. (한전 직원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곳곳이 태풍의 흔적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느껴지는 감정. 아 월요일에 또 오지. 완전복구는 다음에 해야겠네.



치다보니 생각나는건데 전에도 비슷한 감성을 담아 글을 올린 일이 있던것 같습니다. 그 때도 참 고생이 많으시다며 따뜻한 댓글들을 달아주셨어요. 그런데 댓글 중에 하나가 묘하게 기분을 건드렸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제주는 정말 힘든 곳이군요. 그래서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나봐요. ^^"
아. 올리지 말걸. 내가 왜 그랬지.




4. 생각해보니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주도에 태풍이 오기 전에도 경보방송을 해주잖아요.
그러니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아니 10여년 전만 해도 지금 태풍때문에 정신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 TV를 틀면 KBS고 뭐고 별거 없던 일이 많았던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 동네에 바람이 잦아들때쯤이면 특보라면서 난리가 나고요. 80,90년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10여년 전에는 인터넷을 하면 드는 묘한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태풍 곤파스였나요. 서울이 난리가 나자 제 주변에서는 그런 소리들을 하곤 했습니다. "아니 쟤들은 저걸로 뭐 저렇게 호들갑이야."

사실 그런 소리는 하면 안됩니다. 맞아요. 그건 옳은 감정이 아니에요. 진짜로 이번에 제주를 강타한 바람이 그대로 서울을 덮쳤다가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날겁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번 태풍 별 것 아니네요. 왜 그리 호들갑이죠?" 라든가, 태풍 진로에 제주도만 지나가는 경우 "한국은 비껴가네요. 참 다행입니다" 라든가, 혹은 오히려 반대로 "와. 그런데서는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이런 소리들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서... "확 저런 말하는 놈들 쪽으로 하나 안덮치냐"같은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와 버립니다.  분명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런데 피해를 입고나면 왜 그런 글들만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지. 이런 것이 피해의식이겠죠.  



5. 그런고로... 과거, 태풍이란 우리 제주 사람과 타지 사람, 특히 서울 사람들을 구분짓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놈들은 신경쓰는 척 하지만 "어우 더워죽겠네. 여기는 태풍 하나 안와주나"하는게 솔직한 심리일거라는 생각. 어쩔 수 없는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지요. 태풍이 쓸고 지나갔을 때 게시판 같은 건 안보는게 낫건만 굳이 관련 글들을 검색해가며 스트레스를 섭취했지 말입니다.

한 10여년 전엔가 한여름을 서울에서 지낸 일이 있습니다. 일관계로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던지라 인터넷도 TV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한달을 보냈어요. 집에 제대로 연락도 안했을거에요. 결론적으로는 아무 소득도 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했습니다만 상관없는 이야기고 여하튼 일이 대략 정리되어 터덜터덜 집에 돌아가니 부모님이 그러시더군요.

"너는 얼마나 바쁘면 태풍이 쳐도 집에 연락도 안했냐."

"태풍이 ... 아... 그런게 온다고 했었지.... 쎘어요?"

솔직히 서울에는 오다가다 비나 찔끔 내렸지 무덥기만 했거든요. 뉴스를 안보니 알길이 없었습니다. 당시는 스마트폰 속보 서비스 같은 것도 제대로 보편화 안되어 있을 때라서요.

"....여기 인마 지붕 날라가고 난~리도 아녔다. 우리 동네서 사람도 죽었어. 이눔아. 동네 도서관 앞에 육지사람 새로 지은 컨테이너 건물 있잖냐. 그거 제대로 박살났더라.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아니 거기다 그걸 왜 지어."
"저건 그새 서울 사람 다 됐는 모양이오. 지 집도 까먹어."


뭐 그렇다는 겁니다. 물리적 거리가 차이나는데 심리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거리감으로부터 비롯된 그 감정들을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죠. 다만 그 감정적 차이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고요.



6. 그래요. 이 글은 결론적으로 결론이 없습니다. 단지 어제 일터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부서진 지붕, 태양광패널, 시설물과 뽑혀진 가로수, 무너진 돌담의 이야기를 하고, 오늘 지그재그로 무너져 내려앉은 신호등 덕에 일주도로를 빠르게 통과하고, 그렇게 무덤덤한 하루를 보내고, 며칠 후의 태풍을 다시 걱정하면서.... 문득 태풍과 관련해서 제주 사람만이 아닌 모두가 보는 곳에다가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조용한 새벽, 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롤 한 판을 돌리는 대신 자유게시판에 뻘글을 쓰는 것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요.

여하튼 월요일 제주를 기점으로 태풍은 또 오겠지요. 어떤 사람은 우리는 왜 아직도 안오냐고 되려 화를내고, 심지어 경로가 바뀌면 '우리'는 피해없다면서 그걸 밈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 열돔이야기처럼. 하지만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더 늘은 것도 사실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진짜 나라에 편입되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 뭔가 항상 주변인이라는 감정이었는데 묘하긴 합니다. 특히 방송국이요. 저 사람들이 정말 우리를 한 국민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니면 사둔 땅이 많아서 그런가?)

제가 가진 이 피해의식이...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는 좀 희미하게 대물림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물론... 교육이라는 다른 변수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거는 언젠가 일없을때 '지방형 인재 육성. 지방의 역사교육'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7-09 16:07)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펠릭스30세(무직)
20/09/05 01:57
수정 아이콘
제주도 다음으로 태풍이 찍고 가는 경상도 사람으로서 좀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제가 겪는 태풍과 서울사람이 겪는 태풍은 다른 존재겠지요.
11년째도피중
20/09/05 02:12
수정 아이콘
솔직히 태풍부심(?)같은게 좀 생기더라구요.
여기를 칠때는 느릿느릿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여기만 지나가면 총알같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부산분들이 "우와 역대급이네"하면, "뭐야. 억울해! 겨우(?) 두 세시간 맞아놓고서는!"같은 감정이 올라오..... 네. 압니다. 쓸데없는거요. 흐흐흐.
그리고 서울 분들은 어지간하면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될것 같아요. 너무 경계하고 약속도 취소하고 일도 미루시다가 아무일 없으니까 되려 화를 내거나 실망하시는 분들도 많은 걸보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경계하는 건 옳은데 서울분들에게 너무 강하게 당부하거나 과장을 일삼으면 양치기소년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아마추어샌님
20/09/05 08:01
수정 아이콘
대구의 더위부심 같은거군요!
11년째도피중
20/09/05 20:39
수정 아이콘
정확한 표현이십니다.
20/09/05 01:59
수정 아이콘
그리 크지도 않은 나라인데 나누는건 참 좋아하죠
이번 태풍이 올해의 마지막 태풍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아닌데 글에 3번이 중복되서 있네요
11년째도피중
20/09/05 02:07
수정 아이콘
앗.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이 정도면 됐습니다. 그만왔으면 좋겠어요. 일터는 못나가고 대신 땜빵 주말출근만 2주째네요.
존콜트레인
20/09/05 03:08
수정 아이콘
웃긴 일이지만 일본 사는 입장에서 태풍이 일본으로 꺾일때마다 깔깔대는 게시글 댓글들 보면 재밌긴 합니다. 그저 남의 불행은 와닿지 않는거죠 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테고 사실 누구나 그럴겁니다. 뭐 나누고 자시고 한다기보단.. 그냥 내가 맞아야 아픈것일 뿐이라는거죠. 코로나 한창 터질때 님이 태풍으로 듣던 얘기를 정확히 대상만 바꿔서 엄청나게 들었습니다. 도쿄는 코로나때문에 끝났다는둥 어쨌다는둥..
11년째도피중
20/09/05 03:13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하면 저도 오키나와 - 제주 - 일본 코스를 밟는 태풍을 보면서서야 동질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생각해보면 일본 사는 사람들이 꺾어서 대신 맞아줘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요. 일단 '남'이라고 의식하게 되면 무슨 말이든 쉽게 할 수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실은 저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가끔씩 태풍이 이렇게 일깨워주는거기도 하고요.
20/09/05 09:08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 일본에 계시는데 일본으로 태풍 꺾이라는 댓글 볼때마다 저짝으로 태풍 확 안가나 하는 생각 들더라고요.
그사람들에겐 일본에 가족이나 하다못해 아는 사람이라도 있지 않으면 남의 일일테니 그냥 그러는갑다... 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댓글 볼때마다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지질 않네요.
20/09/05 17:45
수정 아이콘
저는 암걸리겠다는 표현보면서 본인 가족들 중에 암투병하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그런말 못 할텐데라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Janzisuka
20/09/05 03:23
수정 아이콘
무탈하시길 ㅠㅠ
피터 파커
20/09/05 07:45
수정 아이콘
"7월 27일 강풍과 폭우가 일시에 닥쳐, 하룻밤 사이에 큰물이 갑자기 불어나 수구(水口)의 홍성(虹城)과 누각까지 아울러 무너져 바다 속으로 떠내려갔으며, 침수된 민가가 아주 많고 물에 빠져 죽은 자가 6명입니다. 밝은 대낮이 컴컴해졌고 성난 파도가 눈처럼 흩날려 소금비가 되어 온 산과 들에 가득하였으며, 사람이 그 기운을 호흡하면 꼭 짠물을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초목은 소금에 절인 것 같고 귤·유자·소나무·대나무 등이 마르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각종 나무 열매는 거의 다 떨어지고 기장·조·콩 등은 줄기와 잎이 모두 말랐습니다. 농민들이 서로 모여 곳곳에서 울부짖고 있으니, 섬안에 인간이 앞으로 씨가 마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실로 만고에 없었던 참혹한 재변입니다." -현종 11년 9월 9일

현종 때 경신대기근 첫 해인 경술년에 반도에서는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을 때, 제주에서는 태풍이 왔다고 하죠. 결국 다음년도인 신해년 1월부터 전염병이 창궐하였는데, 한양에 진율소를 열었다가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모여와서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역사적 기록들을 보면 현재의 사태들이 떠오릅니다. 어려운 시기네요.
Aurora Borealis
20/09/05 07:51
수정 아이콘
부디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눈시BB
20/09/05 08:10
수정 아이콘
무사히 지나가길 빌겠습니다
시원한녹차
20/09/05 09:1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서울의 일반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건, 본문 말씀대로 물리적 거리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러면 안되죠.

저도 부산 사람인데, 언론 쪽 인간들은 수도권 외 타지역의 목숨과 재산은 수도권의 1/3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민이시면 더 심하게 느끼실 텐데....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요.
소이밀크러버
20/09/05 09:15
수정 아이콘
에이... 아무리 그래도 시원해지라고 태풍 오라는 마음은 없어요. 흐...

곧 올 태풍에 무탈 기원합니다.
콩탕망탕
20/09/05 09:16
수정 아이콘
올해 여름은 태풍이 유난하네요.
모두들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20/09/05 10:04
수정 아이콘
서울로 간 제 친구도 뉴스에 자기가 겪는 일이 나와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
건강이제일
20/09/05 10:48
수정 아이콘
제 고향도 태풍이 잘 지나가는 길목의 작은 섬입니다. 태풍이 제대로 온다하면 늘 정전에 단수는 기본이고 물이 넘친 적, 지붕 날아간 적, 낚시 배가 가라앉아 버린 적 등등이 기억이 나네요. 수도권 산지 꽤 됐지만 전 아직도 태풍이 온다하면 랜턴 등을 준비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야될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크크.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늘 없었고 꽤 무뎌지네요.
그래도 이번에 오는 태풍은 꽤 무섭습니다. 무탈하시길. 그리고 제 고향집도 별일 없으면 좋겠습니다.ㅠ
은하관제
20/09/05 11:21
수정 아이콘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부디 최소화되길 바랄 뿐입니다.
20/09/05 11:46
수정 아이콘
섬사람들의 피해의식은 왜있는건가요?
국가의 관심으로 따지면 제주도나 강원도나 주목못받는건 비슷한것 같은데 유독 섬사람들이 육지사람 육지사람 하면서 선긋기를 많이하던데 궁금하네요
-안군-
20/09/05 15:04
수정 아이콘
제주도에 교회 수련회를 가서 역사강의 비슷한걸 들어본적이 있는데, 일제시대때부터 시작해서 4.3사건 등을 겪으며 본토에 대한 반감이 뿌리깊게 박힌 모양이더라고요. 제주도민들의 수난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9/05 15: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아마추어샌님
20/09/05 16: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쎄요. 물론 제주도가 육지사람에 선을 긋는것도 있지만, 일단 4.3으로 인해 반감은 있을수 있는데. 그런이유보다는

얼마전 장마기간 부산에 홍수났을때 kbs보도가 적어서 그로 인해 지탄이 있었죠.
청문회 였나 그런자리에서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도 적게 한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일단 규정은 어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섬사람만의 피해의식은 아니고
적어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 적지 않은 수가 자기 지역에 재난이 일어났을때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할걸요.
지방입장에서 자기지역으로 오지 않는 수도권의 재난에 대한 보도는 많으면서
정작 자기지역에 대한 재난에는 침묵하거나 적게 하는 상황을 많이 보니까요.

적어도 인구 생각하면 kbs에 들어가는 수신료의 절반은 지방에서 나올텐데, 실 보도량은 그에 비례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마 강원도 분이신진 모르겠지만 강원도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05 21:3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Regentag
20/09/06 11:13
수정 아이콘
강원도도 속초-고성 산불 때 속초 시내가 위험하니 마니 하는 상황에서도 KBS가 재난방송을 시작하지 않아서 욕 좀 먹었죠.
서울서람들에게 강원도는 그냥 휴가철 놀러가는 곳 이상의 의미는 없는게 아닐까 할때가 많습니다.
11년째도피중
20/09/05 20:52
수정 아이콘
안군님과 아마추어샌님 다 일리가 있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서울살다가 지방에서 몇 년만 살아도 중앙방송이나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뭔가 겉도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겁니다. 서울 분들이 흔히 말하는 지방살면 도태되는 느낌. 그게 극대화된 곳중 하나가 제주도입니다. 그걸 제주도 사람, 지방사람들도 느껴요. 이 역시 태풍처럼 짜증나지만 익숙해진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서울 경기권과는 다른 문화에, 토박이들의 친절하지 않은 태도(지방사람들 안친절합니다. 아니. 정확히말하면 서울사람들이 지나치게 친절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까지 합쳐져서 뭔가 이질적인 충돌이 일어나지요.
음... 이것도 쉽게 얘기할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역사 이야기를 해도 4삼별초 이야기, 목호의 난, 이재수의 난, 4.3에 이르기까지 외지인에 대한 경험에 대해서 안좋게 얘기하려면 끝도 없을것 같습니다. 결정타야 4.3이지만. 막상 그 섬이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관광사업을 통해 먹고사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그리고 현지인들은 관광사업 관련비중이 낮습니다. 육지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훨씬 비중이 높아요.

솔직히 한 20년 전쯤에 "일본사람이 싫냐, 육지사람이 싫냐"고 물어봤으면 "육지사람"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그런거죠. 이 글을 보고 "야. 그럼 니네 멋대로 살아. 제주 관광 가나봐라."라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땅값올라서 좋은 사람들은 꽤 있겠지만 그건 별개죠? 웃기는 건 이 글을 치는 저 역시 실은 태생은 육지출신이라는 겁니다. 크크크.
20/09/05 21:3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及時雨
20/09/05 13:44
수정 아이콘
제주도도 제주랑 서귀포랑 가른다던데 뭍과는 또 엄청나겠네요
지니팅커벨여행
20/09/05 14:35
수정 아이콘
태풍 무섭죠.
고향을 떠나 살다보니 조금은 무뎌진 감이 없지 않은데 그래도 항상 태풍이 닥쳐오는 해안가 지역이 걱정됩니다.
지난 마이삭 태풍 전날에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바람 부는 거 보니까 이번에는 큰 피해 없을 것 같으니 걱정마라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고향 동네는 피해가 크지 않았고 태풍 대처의 달인(...) 지경에 오르신 아버지는 폭풍전야의 느낌만으로 피해를 예측하시는...
2년 전 제가 쓴 태풍 관련 글 링크합니다.
한놈 더 오고 있던데 제발 별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https://pgrer.net/freedom/77740
20/09/05 17:44
수정 아이콘
결국 본인이 경험한만큼 사고하고 공감하게 되어있고 그 사고와 공감을 통해 내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를 결정하는거라 봅니다.

이번 태풍 보니 좀 무섭던데 별 피해 없으시길 빕니다.
아무도 피해 안 입고 그냥 자연소멸하면 안 될까...ㅜㅜ
11년째도피중
20/09/05 20:55
수정 아이콘
아이고 댓글들 감사합니다.
모쪼록 그 어느 곳도 피해없이 이번 태풍 무사히 버텨내길 바랄 뿐입니다.
잠만보
20/09/06 16:54
수정 아이콘
부산 사람이라 제주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몇년에 한 번씩 태풍 피해 입다보면 태풍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태풍이 기상청 예상대로 동해안으로 쭉 빠져서 한국에 큰 피해 없길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17 친구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며 [15] azrock8038 20/12/09 8038
3216 고스트 바둑왕. 사이와 토우야명인의 마지막 대국 [26] Love&Hate11080 20/12/05 11080
3215 [LOL] LCK에서의 에이징 커브 [140] 기세파24001 20/11/22 24001
3214 [LOL] 지표로 보는 LCK의 지배자들 [49] ELESIS17675 20/11/14 17675
3213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관련 FAQ 및 최신 정보 (2020.01.31. 1530) [377] 여왕의심복64857 20/01/27 64857
3212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방탄복 [19] 트린9614 20/12/12 9614
3211 어떻게 동독 축구는 몰락했는가 [9] Yureka7703 20/12/01 7703
3210 [콘솔] 양립의 미학 - <천수의 사쿠나 히메> 평론 및 감상 [35] RapidSilver7866 20/11/20 7866
3209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들? [48] Brasileiro11127 20/11/24 11127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30075
3207 우리가 요즘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는 몹쓸 상상들에 대하여 [39] Farce247905 20/11/15 247905
3206 나이 마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대하는 자세 [54] 지니팅커벨여행219502 20/11/12 219502
3205 (스압주의)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책 가격이 정말 내려갈까? [130] 아이슬란드직관러208836 20/11/10 208836
3204 1894년 서양인이 바라본 조선 [47] 이회영206119 20/11/09 206119
3203 영화 "그래비티"의 명장면 오해 풀기 [39] 가라한204016 20/11/06 204016
3202 주님, 정의로운 범죄자가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58] 글곰52273 20/10/06 52273
3201 예방접종한 당일에 목욕해도 될까? [66] Timeless43380 20/10/06 43380
3200 학문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의 무게 [55] Finding Joe44063 20/09/23 44063
3199 사진.jpg [36] 차기백수43288 20/09/23 43288
3198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갖는 의미 [131] cheme44705 20/09/21 44705
3197 이번 생은 처음이라(삶과 죽음, 악플 & 상처주는 말) [9] 세종대왕28321 20/09/20 28321
3196 마셔본 전통주 추천 14선(짤주의) [137] 치열하게38364 20/09/18 38364
3195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71] cheme26520 20/09/16 265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