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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11/10 18:19:05
Name Farce
Subject [스포] "남부군" (1990), 당황스럽고 처절한 영화 (수정됨)

1990년 영화 "남부군"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한국고전영화극장' 채널에서 유튜브로 무료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480P 화질의 당시 해상도를 가진 판본도 있으며,



2020년 4K 화질로 리마스터링 된 버전도 무료로 제공중입니다.
특이하게도 리마스터 판본은 연령제한동영상이기에 로그인 없이 시청이 불가합니다.
다만 영화자체는 당시 심의 당시도, 그리고 시청을 마친 제가 보기에도 '15세 이용가'로 보는 것이 적절해보입니다.


자 이제 영화를 보는 법을 소개시켜드렸으니,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남부군".
저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꼭 한번은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1990년은 어떤년도 였을까요?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왜냐면 제가 태어나기 이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과거였고, 보다 보수적인 시대였다고 할 수 있는 그때,
'빨치산'을 다루는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한 편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은 저는, 이 '예외적인' 영화를 볼 날을 기다렸습니다.
유튜브에 전편이 공개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 제가 눈에 담을 것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그런 최선의 날을 준비해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영화는 저를 여러가지 의미로 당황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몇 분안에 해방이후 분단과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격동사를 보여주던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주인공 '이태'의 '독특한'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앞으로 몇시간을 공들여서 '그런 사람 많았다'라고 알려줄 출신을요.

주인공 (안성기 분)은 본래 합통통신(현 '연합통신'의 전신) 출신의 기자로서, 청주출신의 남한인이었고
서울이 함락되면서 합통통신이 조선중앙통신에 합쳐지면서, 그 산하 종군기자로 전주에 머물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낙동강 전선이 붕괴하여, 머물던 전주에서 순창 회문산의 '전북도당 빨치산'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온갖 끔찍한 일이 시작되지요.
상영길이 160분의 이 긴 영화는,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1966년 알제리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알제리 전투'를 가지고, 영화광들은 '게릴라전을 소름 돋게 현실적으로 다룬 영화'라고들 합니다.
2006년 영화 '판의 미로'를 가지고, '스페인 내전' 가운데 제대로 말하기 슬픈 비극을 판타지 요소를 버무려서 잘 표현했다고들 합니다.

"남부군"은 한국전쟁 중에,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욕을 하며, M1 소총을 쏘고,
마을에서 한복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쌀밥을 훔쳐먹고 징발하며, 솜이불을 뺏어 총알을 막고, 
초가집에서 박격포를 쏴서 초가집을 부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건 '판의 미로'도, '웰컴 투 동막골'도 아닙니다. 판타지도 웃음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분단의 비극'의 갈라진 대상자가 되기엔 빨치산은 너무나도 버려진 존재들입니다.

작품에서 항상 제복을 통일해서 입고, 군장까지 완벽하게 갖춘 군대는 국군 수도사단의 '진압군'입니다.
이들은 주인공 일행이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둔다 싶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등장인물들을 반쯤 죽이고 사라지지요.

반면 시작부터 민간인 절반, 인민군 잔당 복장 절반이다가 첫 '기습'부터 인민군이 쓸려나가서
양복부터 한복까지 자유분방한 민병대 복장에서 몸이 반쯤 드러나는 넝마로 통일되는 빨치산은 '소모'와 '손실'이 누적됩니다.

뭔가 아름다운 이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국통일", "인민해방" 그리고 총알도 있었습니다. 부대도 있었고요.
그러나 점점 그게 허상이 되어갑니다. 

뜻있는 사람, 착한 사람은 총에 맞습니다. 대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왜 꼈는지 모를 폭력배는 총알이 피해갑니다.
'부대개편', '재편성', '차출', '합류' 명령은 다양한데 쌀은 떨어집니다. 총알이 없습니다. 총을 흘립니다. 다리가 풀립니다.
굶주리고 동상에 걸린 '동무'를 온갖 고생을 다해서 집결지에 들쳐매가서 목숨을 붙여놨더니 눈먼 총알에 순식간에 죽습니다.

이상이 없는 군대가 어떻게 타락하는지, '지옥의 묵시록'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바로 '남부군'입니다.
추위에 내던저진 인간이 어떻게 고통받는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바로 '남부군'입니다.

맨날 '패배주의적이오' '감성주의적이오' '사상무장이 덜 되었소' 갈구는 정치부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고서 평전사로서 주인공과 말이 통하는 '동무'가 있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뭔가 대단한 이상을 위해서 싸운다고. 배울만큼 배웠다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싸운다고 입산했는데.'
'짐승이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총을 쏘니까 쏘고. 잠이 오니까 죽지 말아야겠다고 합니다. 전 어찌되는 걸까요?'

영화는 너무나도 깁니다. 분명 빨치산들은 '곧 전쟁이 끝난다며, 그러면 다 북으로 가는거고, 인민들이 우리 환영해주는거지?'
웃으면서 밥이 있을땐 반합에 쌀을 끓였는데, 휴전이 코앞이 되자, 북쪽은 '최후까지 제2전선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라'하고 끝입니다.

결국 정치부원마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양쪽 사람들이 목숨걸고 나라를 쪼개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 전쟁은 모두가 진거야! 한국 사람들은 다 졌어! 소련과 미국만 승리하는거라고' 외쳤다가 다른 당원이 입닥치라고 총을 겨눕니다.

최후까지 만들어진 지리산 전선은 결국 인간의 끝자락에 걸맞는 모습으로 퇴화합니다. 신발이 없습니다.
다리가 썩어가니까, 지나가던 시체에서 신발이고 외투고 벗겨갑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 같다가도 꼭 시체가 나오면 롱테이크를 합니다.
총 맞아 죽은 시체, 얼어죽은 시체, 시체인지 동무인지 확인이 안가서 총을 겨누면서 한참을 만져보는 시체...

nambu
[그리고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남쪽산악지대에서 절망 속에서 헤메고 있는 살아있는 인간들"을 2시간 넘게 비추고서는 말이지요.

어떻게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저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이기에는 너무 처절합니다. 
그렇다고 전쟁영화이기에는 냉소적이고,
반전영화이기에는 지나치게 허무적입니다.

결말의 자막을 통해서 '이런 비극은 다신 없어야한다'라고 외치기에는,
영화 자체의 시선역시 그렇게 빨치산들에게 온정적이지가 않습니다.
몇몇 엑스트라들이 서울 표준어를 쓰지만, 대부분의 주연은 전라도 사투리와 이북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가끔씩 등장하는 기나긴 방언 대화는 현장감과 시대적 맥락을 보충해주지만, 동시에 이들을 현대의 시청자로부터 멀게 만들어줍니다.

오히려 '전쟁 중에 있는 어떤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담듯이 담백합니다. 
여러가지 슬픈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그 슬픈 에피소드는 다시 그런 슬픈 인물들의 맥빠지는 죽음과 실종으로 끝납니다.
이름도 잘 기억되지 않습니다. 통성명은 없고, '동무', '동무'니까요.
슬픔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먹먹함이 영화를 잡아먹습니다.

오히려 빨치산토벌전이 너무나도 최근의 일이기에 '묻힌자들의 한맺힌 이야기'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이 용납이 되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어쩌면 오히려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리메이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한군을 온정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북쪽에 '버려지고 속은 민초'가 있었음을 고발하는 영화인데도,
어쩌면 지금 징병제의 젊은이들조차도 이 영화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2021년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신냉전이 가시화될수록 이런 반전적인 메세지는 더더욱 환영받지 못하겠지요.

지리산을 아픈 장소로 기억하기에는, 세상은 빠르게 다음 전쟁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참으로 끝나지 않은 전쟁입니다. 승전보도 없고, 패망도 없으며, 그 와중에 고통은 다루어지지도 못합니다.
우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지금은 이해를 시작해야하는 타이밍은 맞는지 서로 합의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기 전에, 이 영화를 시청해둬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료로 공개되어있는 고화질 영화니까,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 한번 봐주시는건 어떤가요?
그리고 이미 '그 시대'에 보신적이 있다면 말씀 좀 댓글에 나눠주시고요.

저는 이 영화를 사실, '자료조사'를 위해서 시청하였습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거든요.
제가 군대에서 강원도의 눈을 맞으면서 쓴 판타지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몇 명의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친구들과 벌인 프로젝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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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러분께도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머나먼 눈의 나라에서
북쪽과 남쪽이 전쟁을 하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으니,
멈추지 않은 비극의 붓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군요.

남부군을 보자, 저 또한 제 몫을 이 기나긴 이야기에 더해야겠다는 각오를 더 굳히게 되었습니다.
본업은 아니고 취미용 프로젝트라 몇년이 더 걸릴지는, 완성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여러분께서도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반도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사시는 것이겠지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0-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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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
21/11/10 18:38
수정 아이콘
학창시절 읽었던 태백산맥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1/11/10 19:02
수정 아이콘
태백산맥 영화.... 도 보고와야할까요 크크크크. 원작소설도 워낙 길이의 압박이 있다보니 아직 완독하지 못한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파다완
21/11/10 18:39
수정 아이콘
.....수상할 정도로 글빨이 좋은 퍼리다! 크크크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90년도에 이런 영화가 나올수 있었다는게 놀랍네요. 저도 언젠가 마음의 여우가 있고 준비가 되면 한번 시도해 볼까 합니다.
....지금은 꼬맹이떄 읽던 책도 안읽히는 상태라 한참 걸리겠지만요
21/11/10 19: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허, 퍼리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동물머리는 하나의 상징이죠! 사람들끼리의 열심히 하는 애국과 전쟁에서 꼭 필요한 존재요! 크크크.

확실히 2시간 40분짜리 영화는 저도 중간에 한번 끊고 쉬고나서 보게 되더라고요. 근데 더 고전 영화들은 인터미션이라는 쉬는 시간이 있던걸 감안하면, 중간에 전북도당에서 지리산 남부군으로 재편성 되면서, 실상 2부 구성이니 나눠서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듄 같은 영화도 1편이다! 하면서 당당하게 자르곤 하는데요, 아마 남부군도 지금 편집한다면 그랬지 않았을가 생각해봅니다 흐흐)
아이슬란드직관러
21/11/10 18:55
수정 아이콘
창정이형 데뷔작!
그냥 옛날영화겠거니 했는데 정성스런 소개글을 읽다보니 꼭 봐야겠네요 흐흐 감사합니다
21/11/10 18:57
수정 아이콘
아역(?)으로 나와서 좀 놀랐습니다 크크크. 비슷하게 생겼나 싶었더니 본인 맞더라고요.

아이고, 좀 짧은 영화면 '길게 말하면 스포일러니, 그냥 보세요! 추천!'이럴텐데, 긴 영화다보니 그 만큼 또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흐흐흐. 여유를 내기 힘드실텐데 보신다니 정말 글쓴이로서 기쁩니다!
21/11/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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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안봐서 모르겠고 책은 강력추천입니다.

90년을 잘 모르신다기에 말씀 드리자면, 그 즈음 해방문학이 꽤 팔려서 진보진영의 누군가가 '진보가 돈이 되던 시절'이라 표현했더랬지요.
21/11/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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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책으로나마 다시 한번 이 명작을 접해봐야겠군요! 오, 오히려 90년대는 민주화의 열기에 이은 오히려 지금 21세기보다 더 자유롭던 시대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저는 90년대 말에 태어났기에, 90년대는 생물학적으로 걸치긴 했어도, 사실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21/11/11 07:52
수정 아이콘
지금보다 더 자유롭던 시대는 절대 아닙니다.
아무튼 책은 강력추천입니다. 소설이 아니라 수기였습니다. 모든 게 사실이었다죠.
21/11/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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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른 댓글에 '책'이라는 단어를 못 떠올려서, '소설'로 썼군요. 역시 옛 성현들 말씀처럼, 지식을 내면화를 해야지, 글 쓴다고 잠깐 조사하면서 훑어보면 자연스럽게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군요 흑흑. 마침 점심에 잠시 근처에 있는 구립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장서가 모자란 구립도서관답게 역시 책이 없더랍니다. 으윽, 주말이나 기타 여유가 있을때 좀더 큰 규모의 도서관에서 다시 시도해보겠습니다.

혹시 "지금보다 더 자유롭던 시대는 절대 아닙니다"라는 말씀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뭔가를 알아서 반론을 한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다른 분들께서는 댓글로 '민주화 직후의 해방기'라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다르게 말씀하시고 인식하시는 특별한 생각이 있으신 것 같아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영화 '남부군'을 보면서 받은 충격은, 좀 조악하고 뜬금없는 비유입니다만 마치 노래 'Barbie Girl (https://youtu.be/ZyhrYis509A) '을 새삼스럽게 지금시대에 다시 들어보는 충격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왠지 그런 작품이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90년대는 이런게 시장에 나와서 상품으로 유통되었다는 것에 대한 그런 충격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분들께서 말씀을 더해주시니, 제가 느낀 이 위화감에 대한 탐구를 더 깊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생각을 늘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1/11/11 20:42
수정 아이콘
민주화 직후 해방기는 맞습니다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군사정부 잔재가 많던 시절입니다.

예컨대 안기부가 선거개입하던 시절이고, 교도소에서 죄수들 패는 게 당연하던 시절입니다.
21/11/11 20:4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뭔가를 이해했다 싶더니 바로 또 빠져나가는 느낌이, 한번 시대 자체를 대상으로 파봐야겠다는 의무감까지 이제는 느껴집니다.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이 글을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1/11/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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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 댓글도 잘 봤구요. 감사합니다.
서류조당
21/11/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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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1990년이면 독재시대가 아니죠. 그래도 아직 억압은 잔존했다고 하기엔,
원래 완전 금지되어서 보고 있으면 다짜고짜 끌고가서 패는 게 아닌 정도의 적당한 억압이 있으면 더 잘팔리는 게 비주류사상입니다. 흐흐.
21/11/10 20: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우문에 대한 현답을 해주시는군요! 묘하게 예술영화스러운 느린 템포가 오히려 더더욱 이 영화를 시대의 명작으로 만들어준 그런 느낌의 '비주류적인 소재의 예쁜 영화'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군요. 흐흐, 저는 요즘 시대의 청년답게, 워낙 '금기'를 새삼스럽게 많이 재발굴하고 있는지라 오히려 남부군을 보면서 많이 문화충격을 받았습니다.
21/11/10 19:30
수정 아이콘
놀라운게 당시 기준으로 꽤 흥행작이었던 거죠. 이후 하얀전쟁도 흥행했었고. 초대박작인 서편제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한맺힌 처절한 영화들이 곧잘 흥행하곤 했죠. 민주화 이후 검열이 완화되면서 근현대사 소재 영화 드라마들이 인기있기도 했구요.
21/11/10 20:30
수정 아이콘
와, 처절한 이야기. 저도 좋아합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도, 징병제가 밑천이 드러난 이후 남쪽과, 좀비들만이 살아남은 북쪽의 블랙 코미디를 판타지를 빙자한 배경을 가지고 처절하게 한번 써보고 싶은게 목표입니다. 누군가를 총으로 쏜다고 전쟁이 끝나지 못하는 전선에, 총을 들고 서있는 병사들의 이야기요.

그래서 저는 남부군을 보면서 되게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중간에 블랙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힘을 내다가 한쪽이 총을 맞고 도와주던 쪽도 총을 맞아서 어화둥둥 기괴한 춤(?)을 추는 걸 롱테이크로 잡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정말 컷이 잔인하고 악취미적이고 노골적으로 중간에 삽입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적인 이야기는 요즘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되게 잔인한 물건인가봅니다. 그렇다면 비교우위에 따라서 전세계에 수출시켜 고루고루 맛을 보게 만들어야겠군요. 민주화 직후 시기의 고전 영화들을 많이 발굴하고 싶어집니다.
여수낮바다
21/11/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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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처절하고, 슬프고, 먹먹하고, 희생은 이어지는데, 무의미하고,

간만에 맘 편히 목욕 가능하다며 떼거지로 냇가에서 씻은 이후로 계속 절망만 이어졌던거 같네요
21/11/10 20:35
수정 아이콘
영화의 서사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관객을 가지고 노는(?) 전개에 있어서도 정말 구성이 희망고문 그 자체이지요. 초반에 전북도당에서 그렇게 고생하고서는, 남부군으로 재편성이 되고, 아름다운 지리산에 도착해서 넝마도 군복으로 갈아입고, 뭔가 앞으로 잘 풀릴 것 같이 분위기는 있는대로 잡아두고서는... 다시 본적 있는 밑바닥보다 더 밑으로 계속해서 발로 차서 내려보내지요.

정말 영리하게 구성된 영화였습니다. 초반에는 공산주의 이념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중반부터는 그냥 박살난 인간들만 보여주면서, 이념이고 뭐고, 고립되고 버려진 인간 군상들만 남게되지요. 그 어떤 정치 선전물보다도, 이 영화는 이념으로 뭉친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망가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희생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그 희생은 굶주린 이념 앞에서 어떤 가치도 가지지 못해버리는 것의 연속이니까요.
21/11/10 20:01
수정 아이콘
이 영화의 성공은 소설의 성공이 나름 밑바탕이 됐죠. 해당 소설은 빨치산 문학이니 해방문학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기도 했고, 태백산맥이나 지리산과 같은 소설에도 영향을 주었으니. 참 해방 이후의 정국과 그에 맞물리는 개개인들이 삶을 보면 참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아직도 이승만 시절 학살당한 양민들 유해 발굴이 한창이죠..
21/11/10 20:38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좌익에게 온정적인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에 일본도 물러갔지만 '옥쇄를 강요받은 양민', '자신이 저지를 일의 미래를 알지 못하고 최선이라는걸 해본 자들의 말로',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무너지는 인간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봅니다.

여러 분들께서 소설을 추천해주시니 저도 한번 확인해봐야겠네요. 그렇습니다. 피값을 받지못하고 땅 속에 묻히신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 뼈를 꺼내올 용기가 없지요. 이게 무슨 전쟁이었는지, 전쟁의 참가자들을 어떻게 봐야할지도 아직 모르는 이 시대에 도대체, 구천을 떠도는 잊혀진 원혼들에게 우리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콩탕망탕
21/11/11 09:21
수정 아이콘
"피값을 받지못하고 땅 속에 묻히신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 뼈를 꺼내올 용기가 없지요"
이 부분을 몇번 곱씹어 읽었습니다.
시간내서 영화를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1/11/11 15:31
수정 아이콘
저는 한국전쟁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되게... 요즘말로 '뇌정지'가 옵니다.

어설프게, '북한이 잘못한게 없다.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이 너무나도 길어지니까, 복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우리는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아니 끝나지 않았으니 판단을 유보하자고 다같이 생각해야하는지, 도저히 밑도 끝도 없는 질문만 많고 답이 없습니다.

진짜 너무 이상한 나머지, 저는 제 버전을 판타지 소설로 다뤄보려는 것이고요. 차마 현실감 있는 설정으로는 적지도 못하겠네요. 소련은 무너졌고, 북한은 마르크스의 이름을 지웠으며, 국군포로/이산가족은 스러졌고, 그래도 핵은 개발되며, 연평도는 포격되고 천안함은 침몰했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모두 아우르는 한국전쟁은 도대체 어떤 좌표에 위치하는 것입니까? 1950년과 1953년 사이에 일어난 일과 같은 연장선이 맞을까요? 이제 펼쳐지고 있는 미-중 신냉전과 같은 연장선으로 넣어서 반세기가 넘어가는 '긴 전쟁'의 통사로 봐야할까요? 여기서 한국 사람은, 그리고 군대에 가서 예비군가서 총들어야 하는 특정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대비를 하고,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하고, 앞으로 무얼해야할까요?

좀 탁하고 어두컴컴한 이야기를 툭 던지자면, 묻힌 사람 피값도 못 받았고, 묻힐 사람 피값도 준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전쟁이 이 반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서린언니
21/11/10 20:49
수정 아이콘
저는 책을 먼저 봤는데 보급을 못받는 빨치산 부대가 무너져 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인민해방 시킨다는 자들이 민가 약탈하고 병력 모자라니 젊은이 끌고오고...
나중엔 전투는 커녕 굶어죽고 얼어죽고... 주인공이 살아남은게 기적이더라구요
21/11/10 21:02
수정 아이콘
저는 '무너진 군대'라는 '소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지옥의 묵시록'도 그래서 좋아하고, 윈난성에서 버마(현 미얀마) 방면으로 도주한 국민당군 잔당이 샨족 독립운동과 마약 산업에 종사하면서 버텼다는 이야기나,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밀림에 낙오되어서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에 참가했단 이야기, 알제리 독립전쟁 때 버려진 친-프랑스 민병대 하르키들이 최후에 끔찍한 보복을 당했단 이야기, 소련인 민병대 '카민스키 여단'이 독일 영내로 철수해서 전쟁범죄자 난봉꾼이 되었다가 군법으로 절반이상 처형되었다는 이야기 등등... 이런 끔직한 이야기들을 '소재조사'라면서, 제 이야기를 위해서 모으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저는 영화 '남부군'을 보았고, 영화는 제가 원하는 끔찍한 이야기를 제공해줬습니다 '와서 보라'라면서요.
그래서 저는 당황했고, 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길수 없는 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이리도 고통스럽게 길다니요.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다른 매체로도 이 중요한 이야기를 다시 접하고 다시 찾아뵈겠습니다.
21/11/10 20:56
수정 아이콘
각본이 장선우네요.. 놀랍
21/11/10 21:06
수정 아이콘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아직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흐흐흐흐. 나중에 감독으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던 분이지만, 각본가로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던 분인데, 역시 사람의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법이군요.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는 되게 짜임이 맘에 듭니다. 지금봐도 촌스러운 연출이나 이런게 잘 없습니다 (인텔리끼리의 자학섞인 선문답이나, 전쟁 와중에 기나기게 알콩거리는 장면이 조금 촌스럽다 싶으면서도, 결국 종장에는 등장인물들이 마구 죽어나가니까 오히려 지금봐도 세련되게 캐릭터 탐구을 했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3지대
21/11/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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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군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이행되던 시기였기에 지금보다 더 다양성의 폭이 컸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그에 더불어서 사회가 여유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 드라마도 있었고 미성년자의 노출이 있는 영화도 개봉되던 시기입니다
그동안 쉬쉬했던 제주4.3사건을 공중파 드라마에서 다뤘고, 위안부도 사회적으로 다뤄집니다
이념적인 부분에서도 남부군 영화가 나오고, 공중파에서 지리산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습니다
남녀문제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접근이 시작되었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가 출판되었고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출판되었던 시기입니다
또한 누드화보집이 정식으로 발간되었고, 미야자와 리에의 '산타페' 화보가 조선일보에 지면광고로 실리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사회는 빨갱이를 증오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보수적이었지만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이러면서 하나씩 이건 아니다 이건 괜찮다 이런걸 새롭게 정립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동안 억눌리고 금기시 되었던 것들이 터져나오던 시기였기에 저런 소재가 다뤄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21/11/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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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소재의 자기검열, SNS를 통한 상호감시, 이런저런 갈등과 사상검증으로 얼룩진 제 소비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21세기 청년으로서는 오히려 이렇게 자세하게 정리를 해주시니 '좋은 시기는 다 놓쳤다!'라는 생각이 피상적으로 들게되는군요.

제가 저기 멀리 바다건너 일본의 거품경제내지 쇼와시절 이야기에서 듣던 감성을,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서 새삼스럽게 한국의 과거를 돌아보게 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저런 흐름이 멈추고 역풍이 시작된건 언제였나요? IMF일까요?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파도를 타고 지금 2021년의 문화좌표에 와있을까요. 갑자기 놓쳐서는 안되는 거대한 흐름이 영화 하나 뒤에서 흐르면서 살펴볼수 있게 꿈틀거리는 느낌입니다. 한번 잡아보고 싶습니다.
제3지대
21/11/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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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라고 달리 말을 할게 없습니다
운동권 출신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본격 진출하기도 한 시기라서 우리 문화를 되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로컬문화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려고 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시기는 다 놓쳤다' 이렇게도 볼수있지만 이미 상업화로 전환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그런걸 상징하는거라고 봅니다
80년대까지는 해외여행을 하는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국민 모두가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고, 이전까지 직접 접하기 힘들던 서구문물을 직접 접할수있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가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고,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운동권들은 직접 동유럽, 구 소련을 가보면서 자기들이 가졌던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일도 생겨서 운동권 출신들의 생각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노조운동도 활발해지면서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계는 무척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이전까지는 미국영화는 현지에서 개봉하고 1년 후에나 한국에서 개봉이 되는 방식이었다가 영화 직배라는게 되면서 동시 개봉이라는게 시작되었습니다
이러면서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못했다가 스크린 쿼터제가 되어서야 부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멈추기 시작한 흐름도 있긴 합니다
시민단체들은 만화를 악으로 규정해서 한국만화를 수축시키고 문화전반에 규제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거기에 서강대 박홍 총장이 운동권 뒤에는 북한이 있다는 '레드 컴플렉스' 발언이 나오기도 했고, 96년에 연세대 사태가 터지면서 이념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게 후퇴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 가요계, 방송계를 중심으로는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기에 흐름은 상업적으로 흘러갔습니다
개인적으로 95년이 한국가요계가 확 변한 시기로 봅니다
이유는 이전까지는 인기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면 1위 후보로 가기까지 적어도 1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룰라가 신곡을 발표하고 앨범을 발매한 후 1달도 되지 않아서 거의 바로 1위 후보가 되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있은 후로는 신곡 발표하면 몇 주안에 1위 후보가 되는게 당연해지게 되었습니다

90년대는 사회적으로는 법이라는게 통하기 시작하면서 안정이 시작되었지만 의식, 문화, 이데올로기 이런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많은게 한꺼번에 터져나왔던 시기였기에 어떻게 보면 좋은 시기가 될수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혼돈의 시기라고도 볼수있습니다
21/11/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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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몇번 두고 읽겠습니다. 마치 어떤 작품의 프롤로그를 보듯이 제가 태어나기 직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게 눈에 보이는 그런 글입니다. 이 이후에 제가 태어났고, 머리에 든게 생기고, 소비할 돈이 생기는건 20년쯤 뒤의 일이겠지요. 제가 마지막에 보고자 했던 반도에서 이야기를 쓰는 붓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는 그런 좋은 글입니다. 추천드립니다.
제3지대
21/11/1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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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기에서 차근차근히 올라가다가 혹은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가다가 imf가 많은걸 바꿔버렸습니다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고 모든걸 뒤바꿔버린 사건이었습니다
imf 전의 교회 설교가 개신교 원론적이었다면 imf후의 교회 설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방식 설교가 벤치마킹되어서 기복신앙적인 설교에 예화 중심으로 바뀌었을 정도입니다
다양한 중소상인들의 시대에서 프랜차이즈 시대로 전환이 급속도로 전환되었습니다
중소기업의 봉급차이가 대기업과 크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imf전이 사회가 도전적인 분위기였다면 imf후로는 도전보다는 안정위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90년대는 민족주의적인 흐름이 있었습니다
무술분야에서 조차 민족이라는 트랜드를 이용해서 '전통무술'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여러개 사회 전면으로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였기에 남부군 같은 영화가 나오는게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 혹은 선망이 강해져서 영어의 비중이 강해졌습니다
토익시험이 imf 이후로는 지금의 당연함으로 되었는데 그 당연함으로 자리잡을때까지는 토익열풍이었습니다
이익훈 이런 토익전문 강사들이 돈을 쓸어 담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imf후에는 민족보다는 국제 그중에서도 미국에 대한 시선이 강해졌습니다
문화적으로는 imf전이 일본문화 표절이 아주 강했습니다
드라마, 예능, 가요, 영화 등에서 그랬습니다
그게 imf후에 인터넷이 발달하고 미국을 직접 오가는 사람이 늘면서 미국문물을 받아들이고 하면서 일본문화의존도를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접근을 하시려면 정말 모든 부분으로 접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건 정말 일부분이기에 그건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모든건 상대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21/11/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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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000년대의 사이버전쟁, 2010년대의 연속된 정치의 변동 (그리고 저는 그때 군대에 있었기에, 그 흐름을 관망하고 '중립'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젊은세대가 천천히 점점 그 전 세대보다 '북한에 대한 증오'를 쌓아올린 시기였지요. 그걸 제 이야기에서도 배경으로 쓰고 싶고요.)가 어렴풋하게 기억납니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군요.

'남부군' 영화에서 빨치산 지도사 '이현상'에 대해서 빨치산들이 칭송하면서, '공산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솔직히 이 대사에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PD/NL 논쟁이 이미 끝나고난 저같은 좌익청년(?)에게는, 민족볼셰비즘의 끔직한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은 (물론 그 영화의 장면 자체도, 결국 빨치산들에게 희망의 한 줄기가 보이다가 사그라지는 부분을 담당했습니다만) 되게 괴이하고 웃긴 표현이었거든요. 저에게 공산주의 밈은, 망하고 다시는 우리에게 해를 끼칠수 없는 소련의 것이며, '봉건북조선'은 유사국가라고 놀리게 되었지만, 저보다 이전의 분들은 '반공을 국시로 하여' 실제로 북한과 투쟁하셨으니까요. 물론 요즘 신냉전과 중공이 부각되면서 또 포지션이 괴이해집니다만 으윽...

모든건 상대적이고 다양하지요. 그런 이야기를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또한 저에게 정말 좋은 '소재조사'였습니다. 저도 하나 날카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포스트-징병제 아포칼립스, 북쪽에는 얼어죽은 귀신만 남은 이야기... 한번 다른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가져와보고 싶습니다.
밀물썰물
23/10/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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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님 사회학 하시는 분인가보네요. 아주 잘 정리 하고 계시네요.
잠시 그 시절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에이치블루
21/11/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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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언제나 Farce 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더니 역시나네요. 감사합니다.

일단, 제3지대 님 댓글에 동감합니다.

저도 남부군은 이 시대에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PC의 범람에, 모든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분노에 차 있고, 생각 한번 더 해보기보다는 한두가지를 꼬투리잡아 바닥에 팽개치는 시절입니다.

이 영화가 나올 무렵에는 굉장히 많은 사상들이 해금이 됐습니다. 마르크스 평전을 읽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게 되었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학계에서부터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접근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계의 경우, 외화와 달리 "방화"는 지리멸렬했던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SNS를 통한 소통보다는 뉴스/일간지 지면을 통해 오피니언 리더들의 글을 읽고 여론을 만들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미디어의 힘이 막강했고 특히 사람들의 아침을 지배하는 공중파와 일간지의 - 소위 조중동 - 권력이 막강했습니다. 사람들은 남부군, 태백산맥 같은 영화를 지금처럼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위해서 본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국영화" 자체가 뭔가 B급 정서가 녹아있고, 외산 영화들과 같은 지점에는 설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너그러웠습니다. 영화는, 문학의 대체재나 경쟁자가 아닌 "재현 활동"의 위치였습니다. 한마디로 마이너한 문화 였어요. 그리고 문학은 지금보다 훨씬 권위도 있고 힘도 있고 도덕성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시에는 주류 드라마도 아닌 영화에서 재현된 이념 대결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너그러웠던 것입니다. 아니 사실 관심을 가질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갑자기 독일이 통일되고, 해외여행이나 유학이 자유로워지고, 동구권이 다 망하고, 소련이 한국에 무기를 팔더니 갑자기 쿠데타가 일어났다가 실패하고, 임수경이 북한에 가고,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게다가 87년 대선의 그 불만족은 한참 찜찜하게 남아 덜어내어 지지 못했습니다.

즉, "거기까지 갈 관심이 없었다" 였습니다.


추가로, 남부군은 이 시점(2020년대)에서 보면... 와..자국민이 서로 욕하고 서로 죽이고 증오하고...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라는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게 시살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본-조선 이라는 상하 주종관계가 막 벗겨진 때였어요. 계급별(당시 지주-종놈 관계는 6.25 전에는 사실 전국에 다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남녀별/세대별 이질감도 엄청났고요. 지금처럼 "문화적으로 잘 교육받은 동등한 도덕관념을 가진 이웃"이 사는 동네가 아니었던 거죠.

그것이 "빨갱이" vs. "반동"으로 옮겨지면서 화해를 모르고 국가 폭력(일본의)만 당해왔던 한반도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도 자신들과 다른 이를 "적"/"반동"/"빨갱이"로 몰아서 증오로 살해하기 시작하죠. 지금처럼 인명이 최선의 가치로, 서로 안 죽고 살아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생경한 문화적 충격을 겪으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아무튼 90년대는 막 반공을 집어던지고, 자유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던 시기였어요. 특히 대 공산주의-사회주의 이념 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자유로웠던 시기라고 봅니다. 아직 만화/음악 쪽에서는 선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뭔가 불균형한 시기이기도 했고요.

추가로 마광수 교수님이 살아 계실 때, 생각의 틀을 깨는 "자유에 대한 강의"를 참 잘 하셨어요. 그런 분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회가 된게... 이 사회가 과연 좋은 면으로 발전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언제나,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늘 감사드립니다. .
21/11/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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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게 하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평상시에 생각으로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점들을 여러가지 정리하게 해주셨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은 첫째로, '국가 폭력(일본)에게 장기간 노출된 식민지가 해방후 서로에게 폭력을 사용하게 되었다'라는 서사를, 저는 제가 평상시에 관심이 많던 '알제리 독립전쟁'과 그것을 다룬 '프란츠 파농'의 저서를 통해서 접하고 또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똑같은 이유 때문에, 알제리 전쟁과 독립사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씀대로, 멀리 북아프리카에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이 말하는 '동족 상잔의 비극, 무조건 눈물나는 이야기'는 이러한 층위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2020년대에 20대인 저에게는 너무 곤혹스럽고 낯섭니다. 제가 영화 '남부군'을 보면서 느낀 당혹감의 원인을 이제는 조금 알것 같습니다.

또한 둘째로, 제가 피지알에서 몇번이나 '대한민국에서 순문학의 전성기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주장을 펼쳤다가 혼난적이 있습니다 흐흐... 송구스럽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도 제대로 그 시대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많은 분들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분명 그 시대에는 그런 관측가능한 면모가 있었구나, 더 조사해야겠구나'라는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만, 뭔가를 또 하나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 '약점'은 제가 문학도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정되어야할 것입니다. 국문학도는 아니고 영문학도입니다만, 그렇기에 빠지는 고질적인 함정이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반드시 극복해야할테니까요.

그리고 마르크스에 대한 말씀... 뭔가 제가 평상시에 주변에 떠드는 '마르크스'와 다른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마르크스는 다른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나 제 친구도당(?)들은, 좌익적인 이야기는 무조건 소련혁명사와 붕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서구적인 밈이며, 북한은 논할 가치도 없는 '중세봉건국가'로 보는데, 오히려 마르스크와 북한이 한패인 역사는 제 얕은 인식보다 계보가 깊고 길겠지요. 역사책이나 역사를 기록한 글보다 이런 소통의 경험이 저는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1/11/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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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신 퍼.. 아닙니다.

1990년이면,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이야기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건너건너 들어보거나 간접 경험을 통해 가상적으로 구성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부기영화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어떤 영화들은 말로써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을 정확하게 저격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공계라 표현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비유를 하자면 정의와 개념들 사이의 빈틈을 찌르는 예술들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예술들은 때때로 난감하고 아주 자주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말씀해주신 부분만 보면 남부군도 그런 영화로 보이네요. 반공 영화라고 하기에도, 상업 영화라고 하기에도, 전쟁 영화라고 하기에도 이 영화는 어느 지점으로 도달하기를 거부하고 오묘한 위치에 떨어뜨려놓은 영화라고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21/11/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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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상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제가 대학원생이기 때문에요 어음... (그래서 제가 쓴 글을 관찰해보시면, 영문학은 가끔 양념으로만 등장하지 주주제로 등판하지 않습니다. 저도 별로 피지알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아니 그리고 제가 어째서 이미지가 퍼리가 되어버린거죠 흑흑.

부기영화 말씀을 하시니, 뻔한 레퍼런스를 사용해보자면, 만일 제가 '빨치산'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이해당사자이거나, 보다 밀접한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저는 이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 목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영화는 전위적이고 특이한 상업영화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의 짜임이나 기법등이 평범한 극장용 영화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동시에 또한 당당하게 지금 2021년에 뒤늦게 시청하는 저에게는 당황스러운 소재를 다루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좌표를 찾지 못하는 후기를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잘 찾아와주셨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리뷰를 적어주시는 분께서, 이 영화를 보시고서 글을 남겨주신다면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90분짜리 짧은 영화라면 염치불구하고 강력하게 부탁을 드렸겠으나, 요즘 이 바쁘고 혼란한 시국에 이렇게 기나긴 고전작품을 강요드리는 것은 역시 예의에서 벗어난 행위겠지요.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저도 남겨주시는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abc초콜릿
21/11/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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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부군이야말로 진짜 지독할 정도로 반공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남부군에서 빨치산들 불쌍하게 나온다고 빨갱이 영화라면 그건 그냥 영화를 똑바로 안 본 거죠. 북한을 위해서 저런 고생을 마다 않다가 전부 개죽음을 당하는데 북한은 빨치산들이 죽던 말던 신경도 안 썼고 휴전협정 때도 포로들을 데려가지도 않았죠.
이태가 잡힌 이후에 본격적인 빨치산 토벌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남부군에서는 사실 제2전선에서의 토벌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고요
21/11/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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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내용에 십분동의합니다. 초반 몇십분이야, 공산주의의 대의 앞에 으샤으샤하고 입산하는 내용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처절하게 부셔지는 인간만 계속해서 나오는데, 용공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도 색깔론적이고 동시에 끝까지 영화를 제대로 보고 평가하지 않은 논평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자들의 당연한 최후는 이렇다~ 라는 식으로 가혹하게 다루는 것도, 한때 이상을 찾았던 사람들이라고 온정적으로 다루는 것도 영화는 일부러 피하지요 (그리고 그 방법은 계속해서 이런사람 저런사람을 다 보여주고 다 허망하게 없애는 것으로요)

네, 그래서 저는 결말이 정말 도서 원작의 영상화라는 측면에서 엄청나게 잘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도입부하고 완전히 반대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게 기발하지요. 도입부는 슬라이드쇼와 나레이션으로 대한민국의 혼란기를 자세히 다뤘지만, 결말은 비명을 지르면서 자막으로 '그리고 나는 야산을 떠돌다 체포되었다'라는 식의 자막으로 필름이 잘리듯이 갑작스럽게 끝나니까요.

전지적 빨치산 시점을 영화라는 매체에 훌륭하게 담았다고 봅니다. 나라가 해방되었고, 좌우익이 격돌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그걸 인지하고 뭔가 해본다면서 산에 들어갔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전쟁도 이해하지 못하고 소모만 되다가 의미없이 지리산에서 죽었다는 서사를, 갑자기 영화 뒷부분에서 빨치산에 대한 기나긴 자막이나 나레이션으로 덧붙였다면, 작품의 흐름이나 시사점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영화는 '과거사규명'보다는 '여기 망가진 인간을 보라'하면서 끝나버리지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후대에도 고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Tanworth
21/11/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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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군 원작 소설과 영화가 나올 당시에는 둘 다 모두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이면에 실린 원작의 반공적인 메시지가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빨치산같은 해방정국 시대의 이야기들이 대학가에서 낭만적인 이야기로 무조건 주목되는 소재여서 이 남부군 소설도 빨치산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더랬죠.
지금와서 보면 남부군 소설 내용이 실제 빨치산들의 비참한 현실에 가장 가까운 것같습니다.
서류조당
21/11/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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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찾아봤더니 조정래 씨의 태백산맥은 무려 1983년부터 연재됐습니다.
그 서슬퍼런 전두환 시기 한복판에 북한과 빨치산을 대놓고 미화하는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거죠.
21/11/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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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밥벌이 중에서, 속칭 '명작'들이 어떤 매체로 연재가 되었는지, 원고가 탈고되면서 바뀌는 부분이 있는지, 평상시에 창작하면서 누구와 교류를 했으며 어떤 내용이 남았는지,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고 그게 기록이 남았는지 등등을 살펴서 문서화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태백산맥의 출판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는군요. 한번 여유가 생기면, 관련 논문이 당연히 있을테니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귀띔 감사합니다.
서류조당
21/11/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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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흥미있는 작업이네요. 혹시 지금 어딘가에 연재되거나 나중에 책으로 나오는 일이 있으면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흐흐.
21/11/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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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린 일은 그냥 연구보조입니다 흑흑흑흑... 저도 저만의 학문이 할수 있게되는 때가 되면 피지알에 글 많이 쓰겠습니다.
-안군-
21/11/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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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필력이 좋은 퍼리다!!
1990년대 초가 뭐랄까... 진짜 세기말적인 분위기기는 했습니다. 전두환정권이 무너지고, 본격적으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마구 쏟아져 나오던 시기거든요. 그런 시류를 타고 태백산맥, 지리산 같은 소설도 나오고, 남부군같은 영화도 나오고 했던 것 같아요.
가끔 유게에 정신나간 옛날 광고들 올라오잖아요. 오히려 지금 나오면 엄청난 욕을 먹고 내려가야 할 것 같은 그런 광고들이요. 그게 다 그 시절입니다. 뭔가 굉장히 퇴폐적(?)인 정서가 사회전반에 흐르고 있었죠.
21/11/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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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제가 어쩌다가 퍼리가 되었나요, 크크크.

말씀하신 것처럼 유게에서 그런 글을 몇번 보면서 놀라기는 했습니다 크크. '내면의 유교탈레반이 고개를 든다'라는 요즘 유행어가 참 적확해지는 그런 경험들이요 (라기에는 아직 '진짜배기' 광고는 아직 유게에 못 올라고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대충 지래짐작이 가더라고요 크크). 세기말은 저에게는 '락'이 흥행했던 시대이며, 퇴폐적인 락이라는 뜻의 '글램 락'만 모아보더라도, 확실히 요즘 시대에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램 락과 영화가 완벽하게 (성적으로...?) 결합한 '록키 호러 픽쳐 쇼'만 봐도 2021년 리메이크는 요원하죠 크크크크 (심지어 90년대도 아니고 70년대 물건). 20세기 말 자체가 퇴폐적이었는데, 장발도 단속하던 군사정권의 물꼬가 터지면서 오히려 갑자기 대중문화 저변의 확대와 그런 융화를 이루었던 것이군요! 이야 말씀만 들어도 참 굉장했을 시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외국 예시가 없으면 한국의 과거도 이해못하는 철부지가 그나마 한번 제가 태어났던 시대를 이해해보기 시작하려고 합니다, 흑흑.
cruithne
21/11/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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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는 근데 1990년에 안계셧다고요???
21/11/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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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에 태어났습니다. 흐흐, 그러니 제가 감히 90년대를 안다고하면 완전히 거짓말이겠지요.

다음에는 또 저만이 가져올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을 가져와서 재미있게 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선화
21/11/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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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마지막 여우 그림을 보니 어쩐지 스텔라리스의 향수가....

파농을 언급하셨기에, 제 기억으로는 파농이 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 "철도 길이 연장"을 들이미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깊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건 철도 길이 연장이나 경제 발전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파괴된 삶이라고. (혹은 에이메 세자르였나요? 공부를 놓은지 꽤 돼서 기억이 ㅠㅠ) 이념이나 거창한 무언가 앞에서 개인은 너무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대부분 거기에는 큰 관심이 없지요. 당장 저만해도 오늘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네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PGR에서 가장 좋은 글을 써주시는 분이 아닐까 합니다. 늘 Farce님의 글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글도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21/11/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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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리스의 여우 종족은 역시 모두의 아이돌이군요! 제가 쓰려는 이야기는 여태까지 제가 접한 모든 작품들의 총집합 같은 요소가 될텐데요 (흐흐 상품적으로 팔 물건도 아니니까, 제 취향만 때려박아도 되는것 아니겠습니까!) 스텔라리스의 온기도 남아있군요. 물론, 저는 말씀하시는거 듣고 깨달았습니다. 막상 저 친구 디자인 할때 레퍼런스로는 안 썼는데, 진짜 보이긴 보이네요 크크크크크!

그렇습니다. 파농은 한때 식민지 알제리의 정신과에서 의사로 일했던 사람이기에, 서구 지식인들이, 철도 길이가 늘었다는 이야기 등등을 하는 것에 도저히 동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지요. 왜냐면, 당장 프랑스의 백인들도 프랑스의 철도가 늘어나도 정신과를 찾아와서 하소연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부셔지는 것에 있어서, 억만달러 수출이 무슨 소용이고, 또 '거리마다 순사요. 이런 태평천하'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물론, 그래서 저는 글을 쓴다면, 철도가 긴 사람들, 가상화폐가 억만불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변호사가 많을 것이고, 사생팬도 많으실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존재감을 과시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소유하지 못하고, 파도를 잘못타서 물 속에 빠져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요? 어떤 강렬한 이야기는 제 가슴과 혀를 불태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전에는 다른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번 제 리뷰가 그렇듯이, 사실 강렬한 불꽃이기에는 '좌표도 모호하고, 결론도 모호한' 그런 밑도 끝도 없고 포지션도 애매한 이야기이지요. 그래도 누군가는 전해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잊혀질테니까요. 제 다음에 올 어떤 분이 더 멋있는 이야기, 더 불타는 그 숯불을 안에서 찾아오실수도 있기에, 이들에게 영원함을 부여할 수 있기에, 저는 다만 전달하는 일을 하고자합니다. 어차피 피지알에 글 많이 쓸거거든요. 하나 쯤은 건질만 하지 않을까요? 하하.

과찬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 비슷한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avatar2004
21/11/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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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자유로웠다뇨. 즐거운 사라 때문에 마광수가 강의하다 잡혀가고 데미지 같은 영화도 그런 영화 며느리하고 같이 볼수 있겠냐 뭐 그러면서 상영금지된 시절이였는데요. 크리스마스 전날의 악몽도 애들 정서에 해롭다고 금지되고 등등등

솔직히 문화적으로는 야만의 시절이였죠. 지금이야 저런 영화나와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으니 안나오는거고요. 당시엔 오히려 저런 영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힙 한 영화였죠.그러니 상업적인 성공도 하고요.
21/11/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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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합을 잘 잡아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분의 행간을 더하면서 빠졌던 이야기를 넣어주셨어요.

그런데 혹시 여건이 되신다면, '저런 영화나와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러니까 오히려 서브컬쳐적이고 전위적인 내용이기에 상업적으로 채산성이 있었을 뿐, 지금은 당연히 제가 느꼈듯이 메인스트림의 매체로서 영화에서는 이런 소재는 상품성이 없기에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으으음, 앞선 분들과의 말씀과도 이어지는 시야군요. 감사합니다.
TWICE NC
23/10/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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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한도의 최초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인데 이걸 10세 때 보았다는거죠
부모님은 왜 이걸 저랑 보러 갔는지 모르겠네요
대부분은 기억 안나고, 발 동상나서 발자르는 영상 하나만 기억에 남은 영화입니다...
주간회의
23/10/0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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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과 바이런의 시로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once i dared to lift my eyes. 로 시작되는 이 시는,
영화에 등장하는 매우 인상적인 문구로 끝납니다.

for many a bar divides thy fate from mine;
and still my passions wake and war,
⁠But peace be still with thine.

그대는 나와 운명을 달리하는 까닭에
아직 나의 마음은 불타오르나
그대 가슴엔 평화만이 있으라.

오랜? 추억을 떠오르게 해 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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