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2/25 21:14:11
Name 일신
File #1 IE002945905_STD.jpg (75.9 KB), Download : 71
Subject "37년 싸움을 마칩니다" - 김진숙, 명예롭게 퇴직하다 (수정됨)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3597&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어떤 제목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마이뉴스의 표현보다
나은 것을 떠올리지 못해
가져다 붙였습니다.
명예롭게, 라는 단어는
제가 굳이 뱀발을 달았습니다.

사실 저는 김진숙 노동자를 잘 모릅니다.
오늘 저녁밥 먹으면서 포털사이트 뉴스 보다가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데.......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정보를 긁어모은 것만으로도
이 분께서 40여 년 한국의 노동자로 살아오신 시간이
한국의 노동운동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티끌만큼 가볍게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에
그 내용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분의 생애와 투쟁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
한 편 소개하는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아래 글의 많은 내용은
경향신문의 콘텐츠인
플랫 - 김진숙을 만나다
에서 인용했습니다.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1/js-archive/index.html

--------------------------------------

김진숙 노동자는
1960년생이십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열여덟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하셨는데,
여러 일터 가운데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던 시절을 회고하는
인상적인 내용 한 토막을 옮겨봅니다.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라기보단, 무력했다.
무력하기 짝이 없다 보면 타협하게 되고,
타협에 길들다 보면 그게 사는 요령이라고 믿게 된다.
인간임을 끊임없이 부정당하다 보면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오로지 연명하는 일이
지상과제이자 존재 이유인 이들에게
인간의 품위와 계급적 자존감이란
성가신 일일 뿐이다.]


안내양들은 퇴근할 때
요금을 훔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아야 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알몸으로 검신을 당했다.
발가락까지 펴보라고 했다.
저항하면 [‘떳떳하면 왜 못 벗느냐’]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치욕스럽다가 나중에는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때 생각을 하니
묵인하고, 동조하고, 싸움도 못 해보고,
말 한마디 못 해봤다는 것이 지금도 부끄러워요.”

그는 [어머니의 부고조차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 알리지 않았다’는
버스회사의 설명]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

김진숙 노동자는
1981년 (주)대한조선공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했습니다.

1937년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조선중공업을 시작으로
1950년 국영기업이 된 대한조선공사,
2021년 12월에 HJ중공업으로
사명이 바뀌었습니다만
그 전에 쓰이던 회사의 이름은
이 글에서 여러 번 보시게 될
[한진중공업]입니다.

용접 불꽃이 눈 근처로 튀어
화상을 입기도 하고,
공중에서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철판을 보면서 주마등을 겪기도 했던
20대 노동자 김진숙, 
그 당시 처참했던 조선소의 노동 환경을
김진숙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기억합니다.

"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들은
그 시절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서 일했다.
조선소 배 밑에서 볼일을 봤다.
식당도 없었다.
쥐들이 지나다니는 현장의 어딘가에서
꽁보리밥을 공업용수에 말아 먹었다."

“인간의 기본이 먹고 싸는 것인데
화장실을 안 만들어 줬다는 건
(노동자들이)
인간의 자격이, 가치가 없었다는 것인지….
관리직이 일하는 곳에는
식당이랑 화장실도 번듯하게 있었어요.”

그렇게 일하던 김진숙 노동자는
다니던 야학에서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됩니다.

“나는 내 존재 자체가
벌레처럼 징그럽고 싫었다.
벌레가 뭘 할 수 있으며
벌레에게 무슨 희망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전태일은 너는 벌레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고
인간이 당연히 품어야 하는
희망에 대해서 절규하고 있었다]
.
지금보다 나은 삶이 있다는 진실이 기뻤고,
그 진실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돼 주었다.”

--------------------------------------

그 이후 김진숙 노동자는
1986년 어용 노조에 반기를 들며
대한조선공사 노조 대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아저씨들은 ‘처자식 없는 네가 해봐’라고 했어요.
노동조합을 제대로 하면 어떤 일이 기다릴지 아니까
그렇게 이야기했던 거죠.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절박한 문제였거든요.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어요.
떨어져 죽은 아저씨들,
감전 사고로 죽은 아저씨들을 보면요.
썩은 밥을 먹으며 사람대접 한 번 못 받고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1986년 7월 14일,
김진숙 노동자는 해고당했습니다.
어용 노조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돌린 뒤
대공분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그 와중에 고문도 자행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그곳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김진숙 노동자를 쫓아냈습니다.
-> 김진숙의 해고 사유에 대한 위 내용은
경향신문의 플랫-김진숙을 만나다
의 설명을 옮겼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사측에서 김진숙 노동자를 다른 부서로 발령했고,
이것을 부당한 처우라고 판단하여 발령을 거부한
김진숙 노동자가 무단으로 결근하자
이를 이유로 해고했다는 내용도 읽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

이때부터 37년,
일제 강점기 35년보다 길었던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 투쟁이 시작됩니다.

노동위원회와 법정에서도
부당해고와 복직을 호소했으나
변호사도 없이 준비한 1심은 패소,
그 이후 2심을 위해 항소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스물여섯 살 용접 노동자로
일과, 잔업, 특근, 야근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살아오느라
법에 무지했던 그는
[항소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고,
민사소송법 제 396조 항소기간에 대한
지식도 없었기에 끝내 판결이 확정]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때 김진숙 노동자가
부산의 어느 무료법률상담소에서 만난
변호사가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이 두 분의 인연과
김진숙 노동자의 회고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링크 글 하나를 걸겠습니다.

--------------------------------------

법률에 의한 복직의 기회를 잃어버린 이후는
길고 긴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나이보다 긴 37년 간의 그 세월을
단 한두 시간의 검색 결과만으로
쉽고 짧고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당사자의 삶과 고통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된 글들을 참고하시기를 바라며,
아래에서는 김진숙 노동자와 얽힌
유명한 사건사고 몇 가지만 옮깁니다.

--------------------------------------

*1991년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의문사 사건

대우조선의 제 3자 파업 개입 혐의로 구속되어 있던
김진숙 노동자의 입사 동기 박창수 위원장이
감옥에서 원인 미상의 머리 부상을 입고 사망합니다.
이후 고문 치사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은 8개 중대 1천 2백여명을 투입해
영안실 인근에서 시신 인도를 거부하며 농성 중이던
노동자와 학생 5백여 명을 강제 진압합니다.
그리고는 영안실 벽을 부숴서 시신을 훔쳐갔고
박창수 위원장의 부검이 강제로 실시되었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의 사망 원인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으며
노태우 정권과 안기부에 의해 저질러진 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

*2003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김주익 노동자, 곽재규 노동자의 죽음

한때 노동자들의 동반자라 불렸던
노무현 변호사-대통령의 정권,
참여정부 때 벌어진 일입니다

한진중공업은 50대 노동자 650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노조는 각종 투쟁으로 해고 철회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합니다.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주익 노동자는
아파트 10층 높이인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
태풍 매미에도 굽히지 않았으나
129일째 되는 날 목을 매고 맙니다.
동료였던 곽재규 노동자도
도크에 몸을 던져 세상을 버립니다.

이 일 이후 사측은 협상에 나서게 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과거에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복직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18명의 부당해고 피해자 중
유일하게 단 한 사람,
김진숙 노동자만 복직 명단에서 빠집니다.

--------------------------------------

*2011년 또 한 번의 정리해고와
고공 투쟁, 그리고 희망버스

2009년 한진중공업은
인건비가 싼 필리핀에 수빅 조선소를 짓고
수주받은 물량을 한국이 아닌 필리핀에서
소화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이 당시 조선업에 투자하셨던 지인 왈
"용접 중에서도 선박 용접은
최고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말 그대로 용접의 끝판왕인데
인건비 아끼겠다고
한국의 짱짱한 숙련 노동자들을 버리고
필리핀의 미숙련 노동자한테
배 용접을 시켰으니 그게 되겠냐"
라고 저한테 열변을 토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이 이유 때문인지, 조선 업계의 불황 때문인지
하여간 지금 필리핀 수빅 조선소는
한진그룹 전체의 자본을 잠식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결국 호주와 미국의 컨소시엄에
넘어간 상태로 확인됩니다.

어쨌던 간에 수빅 조선소가 가동되자
영도 조선소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2011년 1월 6일,
동료가 목을 맸던 85호 크레인 그 자리에
이번에는 김진숙 노동자가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복직은 요구사항에서 제외한 채
대규모 구조조정 철회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동년 2월
172명을 정리해고하였고,
이 이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희망버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때의 상황을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열흘이 되던 날
김진숙은 트위터에 140자 멘션을 남겼다.
35m 고공 위에서 말라가던 그를
버티게 한 건 트위터였다.
스마트폰 안의 작은 화면을 통해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2011년 6월 11일,
700명이 넘는 시민들이
16대의 ‘희망버스’에 나눠 타고
부산 영도 조선소로 향했다.
해고된 기륭전자·재능교육·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
쌍용자동차·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같은 처지의 김진숙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배우 김여진은 김진숙에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글을 적어
크레인 위로 올렸다."

이후 김진숙 노동자는
계절이 한 바퀴 돌고서야 이루어진
정리해고자 복직 노사 협의 이후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외국의 언론들과 학자들까지 연대하여 지지한
희망버스와 고공투쟁 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진중공업에
정리해고자를 1년 내 재고용하고
생계비를 지원하라고 권고했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권고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경향신문에서 밝히는
당시 한진중공업의 회사 사정은 이렇습니다.

"한진중공업은
2007~2009년 3년 간
14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0년 517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이었다.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13.7%에 달했다.
하지만
[경영상 위기라며 정리해고를 추진한 2010년
임원들의 급여는 37% 늘었고,
노동자의 임금은 6.5% 줄었다]
.
2011년 8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정리해고는 불가피했고
철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이 외에도 미처 다 적지 못한,
37년 간의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김진숙 노동자의 투쟁이
오늘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김진숙 노동자는
과거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특히 청년들은 저를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모를수록 좋아요.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였는지,
얼마나 왜곡된 사회였는지,
얼마나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회였는지,
(그런 기록이) 저한테 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정년이 지나도 복직하지 못한,
노동자 탄압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김진숙을
청년들이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의 존재를 몰라야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
퇴직 기념식 자리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낡은 한진중공업 작업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박창수 열사가 입고 끌려갔던 옷,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에서 마지막까지 입었던 작업복,
재규 형이
도크바닥에 뛰어내릴 때 입고 갔던 그 작업복...
강서의 시신에
입혀줬던 그 작업복은,
(최강서 노동자,
2012년 한진중공업 사측의 노조 탄압 당시 자살)
탄압과 분열의 상징이었던
이 한진중공업 정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미래로 가십시오].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리고 더 이상 갈라서지 않는,
이 단결의 광장이 조합원들의 함성으로 다시 꽉 차는
그 미래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가십시오."

--------------------------------------

김진숙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고한 자료
https://namu.wiki/w/%EA%B9%80%EC%A7%84%EC%88%99(%EB%85%B8%EB%8F%99%EC%9A%B4%EB%8F%99%EA%B0%80)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1/js-archive/index.html

https://blog.naver.com/onmaroo/22233220292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3597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866


--------------------------------------

쿠키 영상 같은 느낌으로
아래 글을 공유합니다.
“오랜세월 동지, 짧은시간 적”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졌나”
김진숙이 ‘동지’였던 노무현과 문재인에 보낸 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마는
씁쓸한 내용이 대부분임을 미리 알립니다.

https://blog.naver.com/hana9772/222241269742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1-21 00:2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돈테크만
22/02/25 21:26
수정 아이콘
야만의 시대에 이런 분들 때문에 그래도 이만큼 노동자들의 환경이 좋아진거 같습니다.
아직도 한쪽에서는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된 안전도 갖추지 못한채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고 한쪽에서는 귀족노조라 불리며 자기 배만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계속 조금씩 나아지길 바랍니다.
크낙새
22/02/25 21:29
수정 아이콘
합법과 반합법과 불법을 넘나들어야 살아남을수 있었던 현장의 노동운동가가 제도권으로 들어간 옛 동지와 전과 같은 관계를 가지고 같은 길을 걷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요... .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기나긴 투쟁에 이은 복직과 퇴직을 축하드리고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22/02/25 21:32
수정 아이콘
저렇게 끊임없이 싸워온 분들이 있어 오늘 날 제가 이렇게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구스티너헬
22/02/25 21:33
수정 아이콘
그래도 되던 시절에 그러면 안된다고 들고 일어난 몇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좀덜 그래야되는 시절을 살게된 요즘인데 현대 노조처럼 너무가버린 몇몇 때문에 노조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사실 현차 노조같은 성공(?)한 노조는 현차가 거의 유일하며 수많은 기업들이 어용노조를 통해 사실상 노조활동을 무력화 시켰죠
심지어 현차 근로자중 노조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매우 희소 합니다. 대부분의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사무직은 과장진급함과 동시에 노조에서 자동 이탈되죠.

사람들은 지금 자기가 누리는게 수많은 희생과 목숨위에 가능했다는걸 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크 나이트
22/02/25 22:19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숨쉬는게 자연스럽다고 공기가 없는건 아닌데 말이죠...
22/02/26 07:22
수정 아이콘
금속노조 산하 공장 사무직들은 노조에 의한 폭언, 폭행 당할까봐 불안해 하면서 삽니다. 당해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거든요.
LowTemplar
22/02/25 22:08
수정 아이콘
김지도위원의 복직을 무엇보다 축하드립니다.
혜정은준은찬아빠
22/02/25 22:13
수정 아이콘
서는 곳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입 맛이 참 쓰네요....
다크 나이트
22/02/25 2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서는 곳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면 무능해지는것도 맞죠. 달라지냐 안달라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달라지냐의 문제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동가와 정치가는 어떻게 보면 갈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이해 못하시는 운동가 분들이 꽤나 많이들 있죠.
혜정은준은찬아빠
22/02/25 22:40
수정 아이콘
의도적으로 이해 안 하시기 때문에 저런 삶이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정의 및 동지를 변절(?)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 중에 하나 아니였을까요?
다크 나이트
22/02/25 22:52
수정 아이콘
저는 그게 변절이라고는 생각 안해서... 그냥 추구하는것 자체가 달라질수 밖에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운동가로 남아있어야 겠지만 정치인으로 올라왔을때 길이 달라지는건 변절해서가 아니라 정치인에게는 다른 역활이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분들의 삶은 정말 고결하고 어떻게 보면 경이까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후자의 삶이 단순히 타락하고 변절한 삶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호모파베르
22/02/25 22:19
수정 아이콘
아... 읽다가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22/02/25 22:46
수정 아이콘
<소금꽃나무> 좋은 책이죠. 당시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꽤 좋은 책일 듯합니다. 과거 시위 내용 보면 당시 노동자의 현실이 너무 처참해서 지금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죠. 식당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그러니 대충 싸고, 대충 쥐똥 섞인 밥 먹고. 그 외에도 여성노동자로서 성추행이 일상이었던 현장을 견디기도 했고, 글에도 나왔듯 많은 동지들을 먼저 보내기도 했죠. 하여튼 동료들 다 복직되고도 혼자만 복직 안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진짜 고생 많이 한 분인데,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기념식 때 했던 말들이 좋더라고요. 저런 상황에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말까지 얹는 게 좋았습니다.
브루투스
22/02/25 22:49
수정 아이콘
몰랐는데 김진숙 님이 글을 진짜 잘 쓰시네요
마지막 링크 보고 감탄했네요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2/25 23:06
수정 아이콘
정말 저도 읽으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색과 고민의 결과물이겠지요.

무엇보다 정성가득한 글을 올려주신 일신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일신님이 아니었다면 김진숙씨의 한국현대사와도 같은 삶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네요.
22/02/25 23: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본문 쓸 때만 하더라도
한숨이나 눈물 없이
멘탈 멀쩡했는데

노통 접견 에피소드와
그에 이어지는 내용들 보다 보니
감정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ㅠㅠ

결국 집에 오는 길에
순대 1인분 사 들고
반 병쯤 남은 소주 까면서
이 댓글 달고 있습니다.

몇 줄 인용합니다.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짤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격상됐고 그들은 언론과 자본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차 적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기주의를 꾸짖으십디다만 [동료가 수백 명씩 짤리는 걸 목격한 노동자가 비정규직에게 내밀 손이 남아 있겠습니까. 저 살아남는데 써야지.]

+

이런 현대사, 노동운동사 내용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는 김에 기초적인
헌법 민법 민형사 소송법도 같이 좀.....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노동자로, 법치주의 아래에서
살아가는게 우리네 삶이지 않습니까.
근데 그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교육 과정에서 너무 하찮게
취급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2/25 23: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댓글의 말씀처럼 지금처럼 팍팍한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사회가 IMF이후 본격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시점부터 이미 키워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기적인 사회적 결과물들을 오늘날 지겹도록 목도하고 있는 거 같고요.

사실 귀족노조라고 욕들 하지만 사회가 그에 속한 개인과 구성원을 돌보지 않을 때, 각 개인들에게 남은 건 오직 각자도생의 논리뿐이죠. 어쩌면 귀족노조라고 욕먹는 집단들은 이미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내면화한 삶의 방식을 그저 자신들이 처한 조건에 맞게 실천하고 있을뿐인데 과도하게 욕먹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혜정은준은찬아빠
22/02/25 22: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20년이 지난 지금, 대표적인 우회전 정책이라 욕먹었던 한미 FTA 및 이라크 파병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곧 대통령 선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쉽게 잠이 오지 않겠네요...
저도 김진숙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2/25 23:29
수정 아이콘
사실 어찌보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가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게 문제인 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의 양대정당과 유력대선후보들에게 이 문제들에 대해 물어보면 나올만한 답변을 우리가 예상해서 대충 작성할 수도 있을 거 같긴 합니다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을 거고, 반대로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입장이라도 그들에게는 상관없을텐데요. 지금의 경제체제가 사람을 오직 비용과 이윤의 관점으로 바라보듯이 정치체제는 오직 표와 권력의 관점으로 바라보겠지요.
22/02/25 23:05
수정 아이콘
이런분이 정의당 비례대표였어야 했는데..
banelingMD
22/02/26 07:09
수정 아이콘
격하게 동의합니다.
수퍼카
22/02/25 23:19
수정 아이콘
뭐라 할 말이 없고 먹먹한 감정이 떠오르는군요. 저도 김진숙님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아스라이
22/02/25 23:25
수정 아이콘
노동 담론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한물간 이야기로 취급되는 시대지만 , 그래도 김선생님 같은분의 절절한 이야기는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어쨌거나 우리 모두는 노동자니까요 . 고생 많으셨고 ,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
22/02/25 23:31
수정 아이콘
노회찬 의원 그렇게 되고 나서 이제 노동계 망했죠
사람들은 아직 거기에 있는데
저출산과 노동기피로 한국인의 이야기가 아닌 외노자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가 되면 그때는 허망함이 사라질까 싶습니다
해달사랑
22/02/25 23:40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22/02/26 00:12
수정 아이콘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밀리어
22/02/26 00:27
수정 아이콘
생산직 노동자의 대우가 저러니까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없고 학력에 목매는게 아닌가
22/02/26 00:35
수정 아이콘
한진중공업, 끝내 복직하지 못한 한 명의 노동자, 희망버스...
단편적으로만 알던 사실들을 이 글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네요.
그 긴 세월에 대한 보상이 해고노동자라는 딱지를 떼는 것만은 아니었길 바랍니다.
이 일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노동의 가치를 돈이 아니라 사람에 두는
그런 세상에 한발짝 더 다가갔으면 좋겠네요.
삭삭삭삭삭
22/02/26 03:38
수정 아이콘
언제나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시는 분들께는 김진숙 님의 긴 싸움이 어떻게 비춰질까요.
크레인 시위와 희망버스는 언제나 평화적이고 합법적이기만 했는지, 시위를 통해 정당한 대우를 보장받으려면 37년정도는 해야 하는건지.

김진숙 지도위원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다르다
22/02/26 08:58
수정 아이콘
노무현의 시선하고 비슷하겠죠. 노동환경 개선은 개선, 시위는 강경진압, 자유무역 활성화.
새강이
22/02/26 07:01
수정 아이콘
김진숙님께는 고생많으셨다는 위로를..
글쓴이님께는 좋은 글에 감사를 표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2/02/26 07:45
수정 아이콘
이분의 인생에는 정말 존경을 표합니다…
22/02/26 08:21
수정 아이콘
김진숙 지도의 바람대로 이제 사람들이 김진숙을 모르는 시대가 오는데요. 그만큼 나아진 것도 있고, 또 다른 무거운 숙제들도 있고.
두동동
22/02/26 08: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전에 엄마가 디자인 쪽에서 일하셨는데 그 때에 이야기하셨던게 떠오르네요. 사무직 사람들 스스로 현장 노동직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노조 가입 하지 않았고, 자기는 겁나서 할 수 있는건 이야기들어주는 것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엄마 역시 미팅에 나가면 거래처 사장님들이 어깨 팔을 만지는걸 견딜 수 밖에 없었고 그게 당연한 시대였다고...
저렇게 해주신 분들 덕분에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이겠죠..?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밥오멍퉁이
22/02/26 10:49
수정 아이콘
먹먹하네요. 인생의 좋은 날들을 힘든 싸움으로 처절하게 보낸 김진숙씨의 삶에 존경을 보냅니다. 남은 시간 만큼은 두려움도 걱정도 외로움도 없이 평안함과 행복함으로 채워가시길 빕니다
대체공휴일
22/02/26 11:42
수정 아이콘
끝까지 노동현장에서 막강한 사측의 힘으로 부터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겠다며 삶을 희생해왔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많은 운동권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며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이전투구와 정치논리와 힘에 휘둘리며 변해가는 것을 많이 봐왔고 그걸 보며 퇴물 586 운동권 소리를 듣는 시대까지 왔는데 현장에서 저렇게 활동하시다니요. 과연 남은 시간동안 편히 쉬실지 또 불합리한 현장을 보고 뛰어가실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행복도 좀 챙기셨으면 합니다.
내가고자라니
22/02/26 11:51
수정 아이콘
당장 잡아다가 구속시켜야죠
노동자의 권리 운운하며
자기 사리사욕 챙기고 또한
쓸데없이 노동시간감소 인건비 상승
으로 인해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노동시간 제한 폐지
최저임금 폐지 각종 유급휴가 폐지를 통해
기업이 경제활동하기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체공휴일
22/02/26 12:08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
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도구죠.
쉬운해고도 덤으로요. 어디 노동자가 감히 권리를 들이대!

네 님은 계속 그렇게 사시는게 좋겠네요.
저는 싫어요.
올해는다르다
22/02/26 12:08
수정 아이콘
주2일 근로로 삶의 질을 높이자 수준의 단순한 비꼼으로는 노동환경개선에 대한 설득력이 안생깁니다.
김재규열사
22/02/26 13:00
수정 아이콘
북한이면 찍소리도 못했을텐데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2/26 14:45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입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거기에 기업활동과 시장의 자유보장을 추가해도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18, 19세기 산업혁명기 영국의 공장제 기계공업에서는 항상 증기기관을 돌리고 나오는 매연 때문에 공장굴뚝이 막히는 게 골칫거리였죠. 뭐 별수있습니까? 막히면 인간이 올라가서 뚫어야지.

그래서 4~7세 정도되는 아이들을 고용하여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을 좁은 구멍에 집어넣어 좁은 굴뚝구멍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청소를 하게 시켰죠.(굴뚝청소 시간을 최소화하여 공장의 가동중단시간을 극소화하는 건 기업의 경제활동을 좋게 만들어 주죠.)

근데 그 굶주리고 졸리며 아직 발육이 미약한 어린 아이들이(사실 이 아이들의 왜소함이야말로 굴뚝청소에 필수적 조건인데) 굴뚝을 타고 올라가다 중간에 피로와 잠을 못이겨 졸기도 하고, 지쳐서 중간에 멈춰 쉬기도 하며, 너무 좁은 굴뚝에 몸이 끼기도 했죠.

그럼 기업활동에 좋은 상황을 만드려는 우리의 공장주들은 그럼 이 기업활동에의 걸림돌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뭔가 해야죠. 그들은 이제 굴뚝 아래에서 아이들을 재빨리 위로 보내기 위해 굴뚝 아래서 불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아이들은 연기에 질식해 죽거나, 아니면 의식을 잃고 추락하여 죽거나, 아님 몸이 계속 굴뚝에 끼여 조여오는 압박에 죽거나 하였죠.

이런 끔찍한 사태에 놀란 영국사회는 공장법을 제정하여 아동노동을 급기야 제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때 공장법에 반대하던 영국의 공장주들의 주장은 애석하게도 기업의 경제활동의 자유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과거 영국사회의 일각에서는 아동노동의 금지를 시장과 기업활동의 고유한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세웠는데 과문한 탓인지 오늘날 시장과 기업활동의 자유를 이유로 아동노동의 허용을 주장하는 말은 왜 듣기가 어려운가요?

왜 18,19세기에는 그 자유의 침해로 인식되던 아동노동제한규정이 21세기의 오늘날에는 그 자유의 침해가 아닌 겁니까?

그건 기업과 경제활동의 자유와 시장의 자율성이란 게 결국 당대의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와 한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매우 제한적이며, 사회의존적인 성격을 가진 권리이자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김진숙씨의 마지막 말을 잘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자의 인간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율적이면서도 윤택한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김진숙씨가 미래세대에게 바라는 부탁이자, 마지막 바람일테니까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2/02/26 21:47
수정 아이콘
글킨한데… … 코로나인데도 맘대루 시위하는거나, 일자리를 물려준다던가 등등 너무 요새 선넘는게 많아서 쩝.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2/26 23: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누추한 댓글에 이리 먼저 말을 걸어주시니 우선 감사하단 생각부터 듭니다.

사실 장애인 시위도 그렇고 이른바 통상 사회적 약자라고 여겨지는 집단만 이 세상 살아가기가 여간 힘든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아니! 너만 약자고 너만 힘드냐? 나도 너못지 않게 사는 게 힘들고 어려워도 어디가서 남한테 흔한 해코지 한 번 한 적 없고 억지부려 본 적 없는데, 왜 니들은 평범한 우리들보다 더 많은 배려와 이익을 누려가면서도 생떼같은 억지를 부려가며 죄없는 우리를 괴롭히는 거냐?

최근의 이른바 사회적 약자란 집단을 향한 적대적 사회심리에는, 제 딴엔 이런 감정이 배후에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회심리 자체는 객관적 사회적 사실로서 냉철하게 파악해야 할 문제이지, 섣불리 그 자체만으로 도덕적 비난을 가할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을 때, 제가 보통 장애인, 비정규직 같은 약자란 집단의 편에 서고자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비록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세상에는 누군가 항상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겨우 꾸려가는 사회적 존재가 있고 이들에게 좋은 삶이 내게 불이익이기보다 오히려 큰 틀에서 나의 좋은 삶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핵심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성격상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다양한 복수의 사회적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어떤 개인이라도 삶의 어떤 국면에서는 갑이었다가 또 다른 국면에선 을이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아마도 이재용 쯤 되는 재벌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그럴꺼라 봅니다.) 누구나 항상 일방적인 을이 아닌 것처럼 항상 갑인 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하다못해 천하의 이재용조차 죽음 앞에서는 언제나 을입니다.

때문에 제 생각엔, 김진숙씨 말처럼 갑과 을이 아예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게 옳지만, 그 길로 향해 가는 과정으로써 지금보다 을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이 보다 나은 사회라는 신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상황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회적으로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회관계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야 틀딱거리며 노인들 비웃을 수 있지만 막상 자신들이 나이먹고선 틀딱소리 듣고 무시당할 수 있단 말입니다.

김진숙씨가 존경스러운 지점은 누가 봐도 사회적으로 가장 을처럼 보이는 위치의 사람이 다른 을들의 고통에 아파하고 스스로 더한 을이 되어 그들과 함께 싸워왔다는 사실아니겠습니까?

억지로 언제나 갑이 되려는 욕망을 꿈꾸며 항상 불안하고 야박한 삶을 살기보다는 겸허하게 을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실존적 본질을 인정하고 모든 을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더 좋은 방안인 거 같습니다.

덧붙여 일자리 세습은 갑질 중에서도 상갑질 아닙니까?

글이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거기로가볼까
22/02/27 03: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2/02/27 06:01
수정 아이콘
정치댓글로 흐르면 안되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한데,

‘위대함과 환상사이’ 님 댓글말씀에 99% 공감합니다. 다만 약자의 탈을 쓴 강자들이 요새 너무 많아져서 그게 좀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짧은 댓글에 너무 훌륭한 긴 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세크리
22/02/27 01:2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노동시간 감소로 국가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요? 아직도 OECD노동시간 맨날 1-2위 찍는 나라가요? 우리나라 노동환경때문에 해외취업하는 내국인들이 약화시키는 국가경쟁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막상 기업하기 좋다는 미국에 가져다 놓으면 경쟁력 없어서 도태될 기업들이 맨날 노동시간/최저임금 들먹이는거 진저리가 납니다.
AaronJudge99
22/02/26 12:17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면서 깜짝 놀랐네요…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이 예전엔 당연한 것이 아니었군요….
참….전태일 열사님도 그렇고 이런 분도 그렇구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80년대 90년대 얘기 듣다 보면 가끔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솔직히 크크…’이게…한국?’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참 빠르게 변하고 있는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아직 참 안좋은 부분들도 산더미처럼 많지만,그래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데나
22/02/26 13:11
수정 아이콘
과거에 못살때 뭐가 어쨋든간에, 해고는 자유로워야죠. 그래서 난 저런사람들 절대 응원 안합니다.
22/02/26 15:48
수정 아이콘
어찌 그리 노하셨습니까?
김하온 노래나 아이유 노래 들으시고 좀 진정하시지요
카바라스
22/02/26 18:55
수정 아이콘
해고보다 복직이 훨씬 훨씬 어렵죠.
모데나
22/02/27 09:16
수정 아이콘
능력이 부족하면 그렇죠.
영소이
22/02/27 15:05
수정 아이콘
능력이 출중한 분이시군요. 부럽습니다...!!
cruithne
22/02/27 14:23
수정 아이콘
해고가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모데나
22/02/27 21:33
수정 아이콘
더 능력있는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서죠. 이직의 자유와 같은 거죠.
22/02/27 19:16
수정 아이콘
통탄스러운게 뭐냐면, 이런사람들도 저런분들 덕을 본다는 겁니다.
모데나
22/02/27 21:36
수정 아이콘
저런 사람들도 박정희 전두환의 경제발전의 덕을 참 많이 봤죠.
22/02/28 21:18
수정 아이콘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부하에서 철저하게 탄압받았던 노동자가 바로 저 김진숙 같은 사람들이고, 그게 당시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는데요. 누가 누구 덕을 봤다는 건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시대에 착취당했던 김진숙 씨 같은 분 지칭해서 박정희, 전두환 경제발전의 덕을 언급하는 건, 과한 표현일지 몰라도 금수도 그런 표현은 안 쓸 겁니다. 전태일 보고 박정희 덕 좀 보지 않았냐고 하면 그게 될 일인가요.
간옹손건미축
23/11/22 17:05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인데 노동력을 제공하면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임금 체불이 일어나면 정상적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닌밤
22/02/26 15:53
수정 아이콘
1. 좋은 소식을 여러 자료들과 함께 엮어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 기사 중 이 부분이 가슴을 참 먹먹하게 합니다.

"지난 23일, 노사가 2장의 문서를 들고 전격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도약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 새 경영진이 복직에 마침내 합의하면서다."

경영진의 선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37년이나, 민주화 이후로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3. 일신님이 정리해 주신 것처럼, 민주화 이후 오히려 운동가와 정치가 사이가 멀어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부분은 이론가들이 국민들을 조직하고 설득하는 데 필요한 이념과 정책을 운동가와 정치가에게 제공하는 데에 무능력했던 탓이 더 크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이것이 어느 한 국가의 정치지형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참 여러가지 고민이 듭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제 3%도 넘지 못하는 심상정 후보를 보면서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던데, 이제 3대가 지났나 보네 하는 생각을 하다가, 국민의 힘과 함께 민주당을 공격하던 진중권이 "진보의 재구성"을 이야기하며 정의당에 복당했다는 기사를 보면 아직도 "진보"에 뜯어 먹을 것이 남아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4. 세상이 그 시대의 아웃라이어들을 낳는 법이니, 지금 시대의 불안은 지금 시대의 아웃라이어들에게 맡기고, 그동안 고생하신 김진숙 지도위원님, 그 시절에 고생하셨던 분들이 이제는 조금 편안해지시기를 바랍니다.
거기로가볼까
22/02/27 03: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 낡은 한진중공업 작업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박창수 열사가 입고 끌려갔던 옷,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에서 마지막까지 입었던 작업복, 재규 형이 도크바닥에 뛰어내릴 때 입고 갔던 그 작업복... 강서의 시신에 입혀줬던 그 작업복은, 탄압과 분열의 상징이었던 이 한진중공업 정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미래로 가십시오.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리고 더 이상 갈라서지 않는, 이 단결의광장이 조합원들의 함성으로 다시 꽉 차는 그 미래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가십시오."

이 부분 인상적이네요..
탑클라우드
23/11/22 13:48
수정 아이콘
많이들 잊고 사는데(저도 마찬가지였고) 막상 동남아 와서 살다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경제적인 의미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저런 분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89 믿을 수 없는 이야기 [7] 초모완3621 22/04/24 3621
3488 어느 육군 상사의 귀환 [54] 일신4418 22/04/22 4418
3487 (스크롤 압박 주의) 이효리 헌정사 (부제 : 어쩌다보니 '서울 체크인' 감상평 쓰다가...) [76] 마음속의빛3923 22/04/19 3923
3486 [테크 히스토리] 커피 부심이 있는 이탈리아인 아내를 두면 생기는 일 / 캡슐커피의 역사 [38] Fig.12939 22/04/18 2939
3485 『창조하는 뇌』창조가 막연한 사람들을 위한 동기부여 [12] 라울리스타2889 22/04/17 2889
3484 코로나19 음압 병동 간호사의 소소한 이야기 [68] 청보랏빛 영혼 s3292 22/04/16 3292
3483 [기타] 잊혀지지 않는 철권 재능러 꼬마에 대한 기억 [27] 암드맨3862 22/04/15 3862
3482 [일상글] 게임을 못해도 괜찮아. 육아가 있으니까. [50] Hammuzzi2896 22/04/14 2896
3481 새벽녘의 어느 편의점 [15] 초모완2873 22/04/13 2873
3480 Hyena는 왜 혜나가 아니고 하이에나일까요? - 영어 y와 반모음 /j/ 이야기 [30] 계층방정2794 22/04/05 2794
3479 [LOL] 이순(耳順) [38] 쎌라비4028 22/04/11 4028
3478 [테크 히스토리] 기괴한 세탁기의 세계.. [56] Fig.13581 22/04/11 3581
3477 음식 사진과 전하는 최근의 안부 [37] 비싼치킨2822 22/04/07 2822
3476 꿈을 꾸었다. [21] 마이바흐2712 22/04/02 2712
3475 왜 미국에서 '류'는 '라이유', '리우', '루'가 될까요? - 음소배열론과 j [26] 계층방정3438 22/04/01 3438
3474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 [34] 공염불3524 22/03/29 3524
3473 소소한 학부시절 미팅 이야기 [45] 피우피우3031 22/03/30 3031
3472 [테크 히스토리] 결국 애플이 다 이기는 이어폰의 역사 [42] Fig.12830 22/03/29 2830
3471 만두 [10] 녹용젤리1985 22/03/29 1985
3470 당신이 불러주는 나의 이름 [35] 사랑해 Ji1967 22/03/28 1967
3469 코로나시대 배달도시락 창업 알아보셨나요? [64] 소시3739 22/03/22 3739
3468 톰켓을 만들어 봅시다. [25] 한국화약주식회사2637 22/03/19 2637
3467 밀알못이 파악한 ' 전차 무용론 ' 의 무용함 . [62] 아스라이3705 22/03/17 370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