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거려보니 예전에 중고장터에서 사놨던 구형 톰켓과 신형 톰켓이 같이 있습니다.
하나는 1988년인가 나온 아카데미의 구 금형 제품에 데칼만 바꾼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에 새로운 금형으로 나온 톰켓입니다.
일단 둘다 만들어보자는 초보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열어봅니다.
비행기의 시작은 조종석입니다. 다행이도 두 제품 모두 데칼로 처리되어 있어 데칼만 잘 붙여주면 그럭저럭 이쁘게 보입니다. 저런걸 직접 칠하는 수준의 굇수가 되기 위해서는 10년을 더 갈고 닦아야 하지만 그때쯤이면 수전증이 더 심해져서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가 되어 그대로 일것 같습니다. 좀 일찍 시작할껄...
멀리서봐도 뭔가 좋아보이는게 신금형이고 뭔가 뭉특해보이는게 구금형입니다. 거의 30년 차이니까 기술의 발전이 어마어마합니다. 소방차가 덤블링 하던 시절에 나온 금형과, 오늘날 금형 기술은 너무나도 큽니다.
뚝딱뚝딱 맞아가는 신금형과, 하나를 맞추면 하나가 틀리는 단차를 자랑하는 구금형을 맞추다보면 하나는 모형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불하는 부처를 만드는 키트인듯 합니다. 끝없이 사포질로 겨우 단차를 맞춰줍니다.
대충 두개의 킷 조립을 완성시켰다 라는 착각속에 기초 작업을 해줍니다. 다만 구금형이 가지는 장점은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신금형은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개조하면 날개를 접고 펴고를 할 수는 있습니다만 초보에게 그런건 사치입니다.
대충 책칠 해주고... (저 검정색은 일일히 마스킹 테이프로 잘라서 칠해주고... 다시 수정해주고 총 3번의 삽질을...)
이렇게 흰색 노가다까지 해주면
일단 도색은 모두 완료한 듯 합니다. 손이 많이 안가보이지만 정말 많이 갔습니다. 특히 저 날개 앞부분 미묘한 은색들과 앞부분의 검정색 저거저거...
나름 별매 레진 시트도 사다가
색칠해줍니다. 왜 꼭 칠할때 안보이고 사진으로 나중에 보면 안된데가 보이는지 미스테리입니다. 눈이 나를 속이고 있어요.
이제 항공기 만들때 가장 힘들다는 데칼을 시작합니다. 기갑은 궤도, 함선은 에칭, 그리고 비행기는 데칼이 단순 노동 3대장입니다.
대충 40개쯤 붙였는데 티가 안난다. 하지만 일본 항공자위대 키트들은 자잘한 경고 문구 대충 100개 부터 시작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일본애들은 가학을 좋아하나봅니다.
이제 에나멜 블랙 + 브라운 + 에나멜 신너를 대충 스까서 워싱 겸.. 겸사겸사 톤다운도 좀 해주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약간 어두워지면서 패널들은 조금 강조되고 약간 실제 비행기 특유의 더티한 느낌...
더티한 느낌을 더 살려주기 위해 미 해군 함재기들 보며 기름때 표현을 더 해줍니다.
톰켓은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기 때문에 저 부분에 움직인 흔적을 따라 기름이 껴있습니다. 적당히 잘 표시해줍니다.
대충 다리도 붙여주고
날개, 연료탱크 등 기타 자잘한 것들도 작업해줍니다. 저거 작업하는데만 3~4시간 걸린듯...
붙여줄때에는 순간접착제를 씁니다. 워낙 붙는 면이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프라모델용 수지접착제나 무수지접착제로는 쉽게 떨어져나가더군요. 하지만 잘못붙여주면 안되니까 제일 조심 조심...
초기형에만 있는 센서도 특별히 작업해줍니다.
대충 하단쪽 문까지 모두 달아주고...
F-14 특유의 조종석 앞유리 (저 부분은 딱히 색이 없습니다. 그냥 유리가 다른 부분보다 두껍다보니 색이 편광되면서 파란색 초록색등으로 찍히는지라...걍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마지막으로 항공기 특유의 표시등을 칠해줍니다. 모든 항공기는 왼쪽에 빨간색, 우측에 파란색 (초록색)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많이 만들다보면 좌빨우녹 이라 외워줍니다.
이렇게 아카데미 1/72 F-14A를 만들어봤습니다. 2월 16일부터 만들어서 3월 16일 완성시켰으니 출퇴근하면서 대충 한달 정도 걸렸네요.
사실 제가 이렇게 올리는 것도.. 이걸 보고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분이 한 분이라도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모형이라는 취미는 워낙 작은 취미고 다들 어려워하시는거 같거든요. 저도 그랬고.. 한 1년 정도 만들다보니 남들처럼 막 멋있게는 아니더라도 보기좋게 자기만족으로 할 수 있는 취미긴 해요.
무엇보다 저렴합니다. 만드는데 4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한달에 4만원짜리 취미면..진짜 저렴한거 아닌가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