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5/31 23:28:33
Name Restar
Subject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아들을 낳고, 부모님에게 갈때마다 부모님의 대화 레파토리가 하나씩 늘어간다.
주된 레파토리는, '네가 저만할때는~'으로 시작되는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이야기들이다.
어디가서 길을 잃었다거나, 어디다 실례를 했다던가, 뭔가를 부쉈다던가 등등..
장인어른도 아들을 보러 오시면서, 아내에게 비슷한 소리를 하신다.
'네가 어렸을때는 어땠는줄 아냐~'로 시작하는, 아내는 정작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들..

아내에게나 나에게나,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여물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부모님들에게는 아직까지 간직되는 소중한 추억의 이야기인 것이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져도, 부모님 눈에는 어린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아이로만 보인다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아내가 문득 그런 말을 했다.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인것 같다고..
나도 그 말을 들으면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돌잔치를 준비하다보면, 이 돌잔치라는건 정말로 아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행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돈을 집던지 실타래를 줍던지, 그 행사 자체는 아이에게는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니, 아이에겐 기억에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깊은 행사이다.
아이가 돌잡이때 무엇을 잡았는지는, 아이가 자라서 부모곁을 떠나가고 손주를 안겨주고 설령 만나기 힘들어지더라도 계속해서 부모의 기억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아이의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다.
아이가 아프면 함께 마음아팠고, 열이나서 병원을 찾아다니고, 주사바늘이 혈관에 꽂히지 않아서 몇번씩 피부를 쑤시는 것을 보면서 슬퍼했었다.
아이가 웃을때 함께 웃었고, 아이가 하나씩 하는 행동이 늘어날때마다 우리는 함께 기뻐했다.

처음으로 눈을 뜨고, 처음으로 소리를 내고, 처음으로 뒤집고, 처음으로 기어다니고, 처음으로 걸어다니고, 처음으로 말을 하는 그 모든 순간들..
너무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것 같은 그런 순간들은, 그럼에도 순간순간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의 것이 아니고, 아이들 개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의 어린시절은, 그렇기에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훗날 아이가 부모를 떠나더라도, 부모가 계속해서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발달도 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막연한 기억과 몇장의 필름카메라로밖에 남기지 못하셨으니까..

지금처럼 영상과 사진이 발달한 시대에, 아이의 어린 시절을 영상과 사진으로 한가득 남겨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참 다행한 일이다.


더 많이 사진찍고, 더 많이 영상을 남기리라.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인 아이와의 시간을.. 더 많이 남기고 간직하리라.

그래서 우리의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너희 어렸을때는~'이라고 말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아이에게 언젠가 '네가 어렸을때는~ ' 이라고 말할 날이 찾아오리라.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29 10:3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술사
22/06/01 06:50
수정 아이콘
공감하고 갑니다.
협곡떠난아빠
22/06/01 07:31
수정 아이콘
완전 공감합니다. 그걸 인지하는것만으로도 육아가 더 편해지고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22/06/01 07:38
수정 아이콘
애 둘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공감되는 글 입니다.
방구차야
22/06/01 07:45
수정 아이콘
몇달만 지나도 얜 누구지 싶을 정도로 확확 크네요..
파프리카
22/06/01 08: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이가 4살 될때까지 있는 효도 다한다고 하는데 맞는거 같습니다.
22/06/01 09:59
수정 아이콘
너무 힘들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기의 존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현실화시킨것 같아요.
내년엔아마독수리
22/06/01 10:12
수정 아이콘
딸아 자라지 마ㅠㅜ
싶을 때가 요즘 들어 참 많습니다.
귀여웡...
정회원
22/06/01 10:21
수정 아이콘
아이들이 가족하고 사진을 안 찍는 시기가 곧 옵니다. 그 전에 최대한 많이 찍어두세요. 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두시구요.
이명준
22/06/01 12:0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부모들이 평생 받을 효도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미 다 받았다는 말도 있죠.
저도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어렸을 때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는지를 집사람하고 종종 얘기하곤 합니다.
남들 볼 때는 예쁠 거 하나 없는 평범한 아이들인데도 말입니다.
에이치블루
22/06/01 15:13
수정 아이콘
곧 초등학교 졸업하는 딸의 아빠로서 무척 공감합니다
22/06/01 18:05
수정 아이콘
그런면에서 부모님께 최고의 효도는 손주 안겨드리는거 같아요..
22/06/01 20:38
수정 아이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시더라고요.
농심신라면
22/06/01 21:35
수정 아이콘
저도 태어나서 제일 큰 효도한게 단연 손주 안겨드린 일 같네요
24/01/30 10:54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일흔 넘으신 부모님이 요즘 제일 행복해하시는 거 같아요.
지니팅커벨여행
22/06/01 18:44
수정 아이콘
사춘기 오기 전까지가 선물이예요 ㅠㅠ
그 전에 즐기세요.
퀀텀리프
22/06/01 21:03
수정 아이콘
사춘기부터 광탈..크
농심신라면
22/06/01 21:36
수정 아이콘
완전 공감가는 글이네요…
아연아빠
22/06/01 21:41
수정 아이콘
제 딸도 사춘기 들어갔는데 딱 그전까지가 선물입니다?
22/06/02 09:15
수정 아이콘
제 어린 시절을 봐도 사춘기 이후는 그냥 떠나기 위한 시간이죠.
으촌스러
22/06/02 16:14
수정 아이콘
사춘기는 부모품을 떠나기 전 조금이라도 정 떼기 위한 시간일까요 크크
자루스
22/06/05 21:42
수정 아이콘
자식은 나를 되돌아 보게 하고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제2의 인생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내 자식이 나만큼되었을때 다시 받겠지요.
24/01/29 17:27
수정 아이콘
구글 포토가 그래서 좋아요. 몇년 전 사진을 계속 띄워줍니다.
아이는 그 사진을 언제 어디서 찍은건지 기억을 못하지만,
부모는 그 사진을 찍은 장소, 사건, 시간을 다 기억을 하고 있더라구요.

아이에게 이때가 너의 리즈시절이다 잘 봐라 라고 놀리곤 합니다.
24/01/30 13:28
수정 아이콘
자식이 경험하는 것을 간접 경험하면서 인생을 한번 다시 사는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우유속에모카치노
24/02/05 10:43
수정 아이콘
아이가 조금씩 클수록..

아이가 더 어렸을때(물론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육아의 현실적인 힘듦에 허우적대느라,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었던 순간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게
못내 아쉽네요.

지금 이 순간도 아쉬움으로 기억될 때가 있겠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즐겨야겠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30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9] 밤듸2592 22/06/26 2592
3529 게임사이트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글 [36] 미네랄은행3829 22/06/22 3829
3528 (pic) 기억에 남는 영어가사 TOP 25 선정해봤습니다 [51] 요하네2143 22/06/22 2143
3527 (멘탈 관련) 짧은 주식 경험에서 우려내서 쓰는 글 [50] 김유라2376 22/06/20 2376
3526 [PC] 갓겜이라며? 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94] 손금불산입2514 22/06/16 2514
3525 [기타] 한일 1세대 프로게이머의 마인드 [33] 인간흑인대머리남캐2667 22/06/15 2667
3524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31] 구텐베르크2326 22/06/14 2326
3523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29] Fig.12302 22/06/13 2302
3522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66] 烏鳳2171 22/06/07 2171
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1908 22/06/06 1908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1845 22/06/05 1845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3429 22/05/31 3429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2451 22/05/30 2451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3197 22/05/28 3197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2426 22/05/25 2426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2422 22/05/25 2422
3514 [15] 빈 낚싯바늘에도 의미가 있다면 [16] Vivims2866 22/05/24 2866
3513 [15] 호기심은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 [6] Story2805 22/05/20 2805
3512 [15] 신라호텔 케이크 (부제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9] Night Watch2739 22/05/18 2739
3511 [15] 1주기 [10] 민머리요정2431 22/05/18 2431
3510 나른한 오후에는 드뷔시 음악을 들어봅시다 [19] Ellun2608 22/05/17 2608
3509 [15] 다음 [3] 쎌라비3386 22/05/17 3386
3508 늬들은 애낳지마라.....진심이다... [280] 런펭6928 22/05/16 692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