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哥
[dàgē]
1
맏형. 장형(長兄).
2
형(님).
[동년배의 남자에 대한 존칭]
3
깡패의 수뇌. 두목. (=大阿哥)
(정치글이 아닙니다)
나는 중국을 겁나 싫어했다.
인터넷의 중국관련 드립에 웃었고 동조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건 아니다.
2020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한 과장님에게 스카웃아닌 스카웃을 받아
매우 매우 조그만 사무실에서 셋 이 일했다.
지금은 이해하지만 구두계약보다 좀 아쉬운 대우를 받으며 일했고
하필 내가 간 시점 이후로 경기가 꽤 안 좋아지고 그쪽 분야도 겁나게 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
사실상 도태되고 있었다.
2021년이 되어 상황은 더 안 좋아졌고, 같이 일하던 한 분도 그만두게되었다.
딱히 손을 쓰기가 어려웠고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은 더디게 흘러만갔다.
과장님(이라고 쓰고 대표님이라고 읽는다) 은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그 사이 많이 늙으셨다
나도 괜히왔나...나땜에 몰락이 가속화된건 아닌가 걱정고민에 뾰루지까지 났다.
어차피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
해외직구대행업이었다.
당시에도 엄청난 레드오션이었고, 네이버쇼핑에 무엇을 검색해도 해외직구지분이 엄청 많았다.
그래도 눈에보이는 일중에 가장 리스크가 적은 일이었고,
그때부터 하루종일 타오바오 안에서 살았다.
내눈에 괜찮고, 팔았을때 괜찮겠다 싶은 물건들을 찾고, 애매하면 직접구매해서 사무실에서 받아보기도했다.
하루에 한개...두개..세개씩 제품을 등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해외직구대행 판매자들을 위해 다양한 업체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들이민다.
반자동, 자동 프로그램.
알아서 제품을 긁어 스토어에 올려주고, 주문수집과 배송정보입력까지 모두 도와주는
말그대로 AUTO 였다.
사전준비를 하며
간혹 네이버나 오픈마켓에서 해외직구 제품들을 발견했을때, 너무나 어색한 번역투의 옵션이 있거나
상세페이지가 중국어로 가득하거나, 이미지에있는 텍스트가 개차반처럼 번역되어있는것을 봤을때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내 알량한 자존심이 그런건 허락하지않아서
번역기 2~3개를 돌려가며, 직접 모든 것을 내가 만든것처럼 번역했다.
마치처음부터 한국제품의 상세페이지인것처럼 어깨너머로 배운 포토샵을 이용해 싸그리 내것으로만들었다
하루에 3개를 올리면, 그건 나에게 정말 대단한 하루였다.
그렇게 첫달 15만원을 팔았다. 해외구매대행업은 특성상 마진이 높지못하다. 내가 올리는게 곧 판매가지만
경쟁업체도있고 ,제품이 가지는 특성상 가격을 높게 올리지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
다음달엔 50만원을 팔고, 다음달엔 100만원을 팔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무실은 죽어가고있었다.
하루하루 기계처럼 번역하고 포토샵하고 썸네일을만들고 ,옵션이미지를 만들고 그렇게 100개쯤 올렸을때
매출이 500만원이 넘었다. 최대마진 30퍼센트라고 생각해도 150만원 남짓한 순이익이었다.
현타가왔지만 이대로 절룩거릴지언정 쓰러질순 없었기에
제품을 올리고 , 주문이 들어오면 발주를하고, 배송대행지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똑같이 살았다.
반년이 넘었을때 매출이 천만원이 되었다.
그 중 유독 잘 판매되는 제품이 있었다. 당시 내가 구매하던가격이 약 7천원 정도였는데
어느날 1688이라는 도소매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거의똑같은 제품을 보았다.
1/4 정도의 가격으로 저렴했다.
대표님께 "우리이거 수입해서 팔까여?" 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그 제품을 수입해서, 단 하나의 제품만을 위한 스토어를 개설했다.
너무나 휑한 스토어를 채우기위해 코엑스 박람회등에가서 위탁판매업체를 컨택해 일부 업체의 제품들을 함께 위탁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구매대행스토어에 해당제품을 국내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으며 당일발송이 가능하다는
공지사항을 올렸고 ,그렇게 하나 둘 국내스토어로 유입이되기 시작했다.
경쟁품목과 경쟁업체가 어느정도 있었지만, 운이좋게도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 네이버쇼핑 1등을 차지했다.
'그놈 원툴' 이었다. 첫달엔 50만원도 못팔았지만 마진이 많이 늘어났기에 즐거웠다.
'그놈'과 위탁제품만 있는건 너무 휑해서, 또 다른 '저놈'을 수입했다. 보통 사입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놈보단 저조했다. 하루에 한두개 팔릴까 말까 하다보니 어느새 그래도 재고가 거의 동나고 있었고
다시 한 번 발주하기위해 1688에 들어갔는데
오잉...판매자가 사라졌다.
큰일났다.
그래서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다. 최대한 비슷한놈으로
찾다보니 같은 녀석이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사입했는데
같은 얼굴의 다른 놈이었다. 근데...묘하게 더 예쁜녀석이 왔다.
어찌보면 실수였는데, 판매량은 기존보다 더 늘어버렸다. 나도 고객도 보는 눈은 같았나보다.
그럼에도 간당간당 숨이붙어있던 사무실이었다.
21년 말 대표님은 나에게 진지하게, 사업 접고 각자 갈길 가는게 그나마 젊은 너를 위한 길 같아서 고민중이라고 하셨다.
나도 120만번 정도 고민했는데, 아직 한 줄기 빛은 있었고, 한 번만 더 가보자고했다.
다행히
'그놈'과 '잘못샀는데 더 예쁜 저놈' 이 멱살을 잡고 캐리하기 시작했다.
월매출이 200이되고 400이되고 500이되었을때
나는 '저놈'의 다른 색상을 시도해보자고 했고, 대표님은 ok했다.
다행히 미약하게 성공을 거두었고,
어느날 초기부터 우리를 캐리해주던 '그놈'의 재발주한 상품이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웬걸...판매자가 늘상 보내주던 색상이 아닌 엉뚱한 색상을 보내버렸다.
안그래도 재고얼마안남았는데, 우리는 멘붕이왔고, 최대한 빠르게 원래구매하던 색상을 구매및배송 요청하였고
잘못온 색상을 어떻게 할까 머리를 쥐어싸매고 고민하다가 그냥 팔기로했다.
근데...왜 팔려요
판매가 분산되는게 아니라 + 알파가 되어 고객은 졸지에 다양한 선택지를 얻게되었고
우리는 엉뚱한, 원치도 않았던 색상의 제품을 팔고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엉뚱한 색상2가 도착했다.
다시한번 머리를 쥐어싸맸다. 우리 따거형은 미안하다며 비용지불없이 제품을 다시 보내주었으며
잘못받은 색상의 물건은...그냥 팔기로했다.
물론 고객들에겐 신상 색상이 입고되었다고 해야한다.
근데 왜 팔리는거지
또 한번 고객들의 선택지는 넓어졌고
우리는 엉뚱한 색상의 물건2를 팔고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저놈' 의 종류를 늘렸고
기존 제품과 잘 엮어 고객들의 호응을 보았다.
그리고 순수하게 나의 눈을 믿고, 또 다른 색상을 들여왔고
들여온지 2주만에 재발주를 해야만했다. 내 눈은 틀리지않았다는것을 증명받는것같았다
그렇게 금방 넘어갈듯 껄떡거리던 사무실의 숨이 조금씩 길어졌다.
구매대행과 사입판매를 하면서, 100명이 넘는 중국인판매자들과 얘기하고 지금에와서
나는 그들을 짱X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들은 따거였다.
나는 그들의 고객이니까 어쩔수없이 친절했더라도 그것은 좋은기억이다
그들은 밤12시에도 채팅에 답을 해주었고
제품의 수거없이 재발송을 해주었고
나를 믿고 샘플을 만들어주었고,
사과할줄 알고 고맙다는 말을 달고살았다.
지금까지의 우리를 있게해준 그놈과 저놈의 판매자는, 한번 중국에오면
꼭 광저우로 찾아오라는 말을했다. 빈말이어도 처음 유대감이라는것을 느껴보았다.
적어도 2021년부터, 나에게 그들은 "따거" 이다.
200,400,600,1000,1200,1500 우상향 그래프가 멈추질 않는다.
결국 2022년 10월은 2021년 10월에비해 6배나 성장할 수있었고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직 빚을 갚거나, 또 다른 판매를 위한 구매비용으로 재투자하느라
꽂히는 돈은 적지만, 요즘은 웃으면서 일하고있다.
대표님은 접을까 말까하는 시기에도 사업자대출을 받아 내 임금을 단 하루도 늦은 적 없이 지불하셨다.
그리고 이제와서야 2022년, 그때 얘기했던 월급을 줄 수 있어 미안하다고 하셨다.
어떤 아이템으로 다음 놈을 데려올까 고민중이고
공장과 협업해 우리만의 아이템을 만들 준비도 하고 있다.
따거와 실수가 숨을 불어 넣어주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6-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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