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
2009/05/28 18:28:24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2화 - 사과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2
12 사과
그동안 지옥에서 몇 명의 상대와 너무나 힘든 대전을 치렀던 건호는
지금의 경기는 차라리 휴식과도 같았다.
첫 번째 상대인 시젠을 너무나 가볍게 무찌른 건호는 쉬는 타이밍 없이
그대로 3형제의 둘째이자 두 번째 상대인 시온과 경기를 시작했다.
맵은 로스트템플 건호는 8시 테란. 시젠은 2시 프로토스
----
아나이스가 설명한 둘째 시온의 능력은 다음과 같았다.
“그녀석의 다크아콘은 마인드컨트롤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시온은 다크아콘이 나오기 전에 끝내야 해.”
건호는 대답했다.
“상대도 그걸 알고 열심히 막겠지.”
----
건호는 메카닉 테란을 통해서 초반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상대는 대놓고 방어만 했다.
역시 시온은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 캐논으로 본진 입구를 틀어막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버티며 템플러 테크를 가져갔다.
그는 노골적으로 다크아콘 이후의 후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꼬마 녀석 다크아콘 나오면 넌 끝이야.”
어쨌든 시온의 말대로 다크아콘이 나왔고 마리의 질럿과 함께 기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생각과 달리 그는 위기에 몰려 있었다.
“이 자식 건물로 가리다니!!!”
엔지니어링 베이로 철저히 가려져 있는 다수의 시즈탱크,
그리고 벙커. 시온의 다크아콘은 상대 공격 유닛을 클릭할 수 없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다크아콘은 전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건물이 서서히 이동하며 시즈탱크가 전진해 왔다.
‘퍼... 퍼펑!’
확실히 건물에 가려진 유닛은 마법으로 대상을 지정 할 수 없다.
시온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질럿을 던질 때
시즈탱크의 포신이 돌아가며 건물 밖으로 유닛이 살짝 보일 때를 노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다크아콘이 마나가 무한이지 체력이 무한은 아니었다.
다크아콘은 건호가 먼저 1점사하여 파괴되기 일쑤였다.
“이 비겁하고 얍삽하고 재수 없는 꼬마 녀석!!”
건호는 또다시 비겁자가 되었고
그런 비겁자에게 당한 시온은 완전히 갇힌 체 비장하게 본진을 수성했다.
건호는 탱크를 전진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자 문제, 다음 중 마인드 컨트롤이 통하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건호는 말과 동시에 공격도 병행하고 있었다.
시온의 본진은 건호의 공격으로 하나둘씩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시온은 ‘억’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1번, 캐리어의 인터셉터. 2번, 저그의 에그. 3번 테란의 스파이더 마인. 그리고..4번 “
nuclear launch detected
nuclear launch detected
"떨어지고 있는 테란의 핵.“
쿠쿠쿠쿵. 그대로 시온의 본진은 핵으로 말끔히 청소가 되었다.
sion left the game
“정답을 아시는 분은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라고 말하며 건호는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서 무한 마인드 컨트롤의 시안도 깨졌다. 스킬 자체는 놀랍도록 훌륭하다.
그러나 역시 그것을 서포트 하는 기본 실력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전략을 상대가 예상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 허를 찔러 다른 테크의 유닛을 사용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필요했다.
----
“우와아아아아”
게임장 안에는 건호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둘째인 시온도 건호 앞에서는 별달리 힘도 못써보고 패배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은 HST 43회 예선 신청을 했을 테지만 여기 3형제는 그러지 않고 있다.
건호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 있게 플레이 했다.
그러나 마지막 상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메인매치로군.”
시젠과 시온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건호에게 쭉 밀려 버렸지만.
3형제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바로 3형제 중 큰형인 시안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 식으로 비겁하게 하다니... 내가 철저히 밟아주마.”
라면서 시안은 먼저 손을 풀기 시작했다. 건호는 먼저 방을 만들고 기다렸다.
건호는 아나이스와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
예언자 시안
아나이스는 시안에 대해서 말하며 그의 스킬에 대해서는 완벽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안의 별명은 <예언자>야.
언제나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채팅으로 게임의 내용을 선전포고해.
예를 들어 ‘너는 더블커맨드를 하고 나는 9드론을 한다.’ 이런 식으로 말야.
그러면 실제로 게임에서 정말 상대는 더블커맨드를 하다가 시안의 9드론에 지게 돼 버려.”
건호는 놀라웠다.
“예언의 내용을 알고도 그런 식으로 당한단 말이야?”
아나이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그래서 굉장히 신비로웠지. 시안은 HST 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도 모든 경기에서 예언을 했고
수많은 실력자들은 그런 예언을 비웃었지만 모두 시안의 예언대로 돼버렸어.
심지어는 결승전마저도 시안이 말한 대로 3번 다 허무하게 끝나버렸어.”
“결승전 내용은 뭐였는데?”
“상대는 전진배럭을 한다. 그리고 난 5드론을 한다.
매경기마다 그렇게 예언했고 그리고 정말 3판 모두 그렇게 끝나 버렸지.
당연히 흥행은 대실패였고”
“으음...”
건호는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예언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당한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정말 일반적인 양상의 예언이 되어야 한다면
상대선수는 그 예언 내용을 모르게 그 예언을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건호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그 다음 대회는?”
“16강에서 3패한 후 탈락하고 바로 은퇴.”
“그래?”
“그때 첫상대가 라데온이었어.
한동안 대회 운영진을 맡고 있던 라데온이 오랜만에 출전해서 개막전에서 시안과 대결했어.”
“라데온이 시안을 꺾어버렸다고?”
“으음....”
상급 악마 라데온. 그는 확실한 실력자였다.
상대가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건호는 질문했다.
“그때는 자신이 진다고 예언한건 아니지?”
“당연하지.”
건호는 시안의 스킬에 대해서 잠시 미궁에 빠졌다.
시안의 예언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상대가 엄청난 실력자라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지는 경기도 예언을 해야하는데
그는 적어도 질 때에도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뭐지? 건호는 라데온의 특기인 독심술에 대해서 떠올렸다.
‘예언과 독심술의 상관관계?’
건호는 조금 생각하고 있었다. 아나이스가 설명을 추가했다.
“그렇게 라데온에게 지고 난 다음 갑자기 시안은 무력해졌어.
일설에는 라데온이 시안의 스킬을 막는 마법의 주문을 발견했고
그 비밀을 그 당시에 다른 선수들에게 풀었다고 하는데...
대회 운영진을 했던 라데온 입장에선 너무 재미없는 경기를 하는 시안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도 같아.
근데 아무튼 라데온이 발견한 그 주문이 뭔지는 전해지지 않아...”
“마법의 주문?”
“응”
건호는 다시 생각하다가 그리고 또다시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예언은 항상 채팅으로 하지?”
“응.”
“예언의 채팅은 한번 뿐인가?”
“아니, 경기 중에도 채팅으로 그 내용을 말하기도 해.”
건호의 머리엔 그 순간 뭔가 스쳐 지나갔다.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알 것도 같아.”
“?”
“아나이스 게임직전에 나를 잠깐 도와줄 수 있어?”
“?”
건호는 간단하게 자신의 전략을 설명했다.
----
“그런 식으로 비겁하게 하다니... 내가 철저히 밟아주마.”
시안이 손을 풀고 방으로 조인했다. 건호는 테란을 선택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시안은 곧바로 채팅을 시작했다. 자신의 예언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었다.
‘타...닥...타...닥’
건호의 뒤에서 그 채팅내용을 확인한 아나이스는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너는 더블커맨드를 하다가 5드론에 끝난다...
이게 예언이야? 말도 안 돼. 우리 건호가 니 생각대로 될 것 같아?.”
여기서 건호의 첫 번째 작전이 시작된다.
건호는 저그로 종족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아나이스가 말했다.
“자 종족을 저그로 바꿨어. 그 예언은 아무래도 틀릴 것 같은데?”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그러자 시안은 다시 채팅으로 예언을 입력했다.
그러자 아나이스가 그것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까하하하... 스포닝 풀을 실수로 늦게 짓고 성큰러시를 당한다.
오 생각 좀 했는데... 하지만 역시 아니야.”
그리고 건호는 자신의 작전대로 또다시 종족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시안은 약간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 이번에도 예언을 해봐. 구체적으로 뭘 하다가 지는지”
시안은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쓴 웃음을 지었다.
게임장 안의 사람들은 조금 이상한 분위기를 느껴야 했다. 건호가 선택한 종족이 좀 특이했다
Random
"어서 무슨 종족이 나와서 어떻게 질지 예언을 해보라고...!!“
시안은 다시 표정을 정리하고 말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무슨 종족이 선택되건 초반에 무리한 확장을 하다가 내 5드론에 질 거다.”
“뭐가 나올지 종족을 맞춰 보라니까! 예언자 아니었어?”
“시끄럽다.”
시안은 상당히 화가 났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채팅으로 입력하여 전송했다.
그러자 이번엔 상대인 건호 쪽에서 채팅이 날아왔다.
시안은 상당히 자신의 신경을 긁는 건호의 언행을 참을 수가 없어서
생각나는 대로 욕설을 섞어서 채팅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엔 건호의 대답이 없었다. 시안은 몇 번 더 유치하지만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을 쳐서 보냈지만 아무튼 건호의 무시는 계속되었고 건호는 말했다
“자 게임 시작한다.”
5....4....3....2....1
게임의 카운트는 시작되었고 시안의 분노는 더더욱 올라갔다.
----
로스트템플 건호 랜덤 프로토스 2시 시안 저그 12시
시안은 게임이 시작되자 채팅을 통해서 자신의 예언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하지만 건호는 아무대답도 없었다.
아무튼 시안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5드론 러시를 준비했다.
잠시후 시안은 오버로드의 경로를 통해서 바로 2시에 프로토스로 건호가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본진엔 넥서스 근처엔 아무런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안은 상대가 더블넥을 한 것으로 생각했고 저글링을 그대로 달려 보냈다. 하지만
‘썰컹 썰컹’
건호의 입구에는 1질럿과 프로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건호의 빌드오더는 6파일런 7게이트 였고 입구에 붙여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실드배터리도 막 완성되고 있었다..
‘썰컹 썰컹’
건호는 약간 컨트롤을 해야 했지만, 프로브와 함께 입구에서 저글링 6마리를 막아내었다.
시안은 자신이 완벽하게 패배한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자신의 스킬의 실체를 걸렸는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젠장... 들켰나!?’
----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안의 스킬은 예언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시안과 대결했던 이들은 시안의 스킬이 예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었다.
그것은 시안이 상당히 잘한 점이었다.
자신의 스킬을 예언이라고 믿게 만들고 거기에 신경 쓰게 만든 점.
그의 예언이 진짜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의 채팅 내용에 항상 주목했고
그 채팅내용을 항상 필사적으로 확인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언제나 그의 예언내용대로 실행하고 게임을 지고 말았다.
시안의 스킬의 실체는 바로 채팅을 통한 <최면>이었다.
‘알고도 그런 식으로 당한단 말이야?’
건호는 항상 예언을 채팅을 통해서 상대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우선 예언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면,
예언을 상대가 모르도록 미리 작성하고 이것을 언론사나 대회 운영진에 전달한 후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공개되도록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언제나 예언은 상대선수를 목표로 한 듯이 직접 채팅으로 전달되었다.
이것은 예언이라는 것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건호가 의심한 부분은 라데온과의 대결이었다.
라데온의 다른 것은 모르나 적어도 건호는 라데온의 ‘독심술’에 대한 스킬을 알고 있다.
‘독심술’이 강력해지는 것은 상대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닌
뭔가 전략적인 플레이나 ‘트릭’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다.
맨 먼저 시안을 파해한 사람이 라데온이라는 점에서
건호는 시안이 가진 스킬에 뭔가 트릭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호가 마지막으로 확신을 했던 부분은 바로 마법의 주문이라는 부분이다.
어떤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모든 선수들이 모두 시안에게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시안은 은퇴를 해버렸다.
대체 그 마법의 주문은 무엇인가?
건호는 그 마법의 주문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
바로 상대의 채팅을 무시하는 마법은
ignore
였다.
건호는 먼저 게임 전 채팅 때는 눈을 감거나 적절히 시야를 다른 곳으로 두고 시안의 채팅내용을 자신이 확인하지 않았다.
채팅의 내용은 아나이스에게 대신 확인하도록 부탁했다.
‘뭐라고 너는 더블커맨드를 하다가 5드론에 끝난다... 이게 예언이야?’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아나이스는 내용을 확인시켜줬고
그것이 바로 건호가 아나이스에게 미리 협조를 요청한 부분이었다.
건호에겐 동료인 마르두크도 있었지만 말을 못하는 마르두크에게 그런 상황에서 협조를 요청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아나이스가 채팅창의 내용을 확인하면
건호는 버튼을 연타하여 상대의 예언 내용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재빨리 종족을 바꿨다.
건호는 마지막으로 랜덤을 선택하여 상대에게 보여주고
상대의 예언내용의 범주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상대 스킬에 대한 마지막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대를 도발하는 마지막 채팅을 날렸다.
상대는 그 말을 듣고 예언을 바꾸고 갖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었다.
‘/ignore sian'
그리고 게임이 시작하고 나서 건호는 상대의 [역으로] 상대의 빌드오더를 100% 예상할 수 있었기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했고 역시 상대는 [예언대로] 5드론 러시를 해왔다.
건호가 무난하게 막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젠장... 들켰나!?’
시안은 짜증이 났다.
자신의 스킬은 대회에 참가하는 일류 게이머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알려진 약점이었지만,
적어도 변두리의 게임장에선 충분히 위세를 떨칠 수 있는 무기였었는데
지금 그 무기가 사라지려고 하고 있다.
‘썰컹 썰컹’
질럿푸시가 이어지고 시안은 압박을 받아 원래 가난한데 제대로 발전도 할 수 없었다.
가까운 지역에서의 질럿러시는 정말 시안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퉁...퉁...’
드라군의 섞여 들어오자 그것은 그것대로 또 스트레스였다.
드라군의 공격력이 시원치 않은 것도 더 화가 났다.
‘찌잉찌잉찌잉--’
저그 유져입장에서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가장 짜증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세어가 날아다니며 오버로드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제 곧 다크템플러의 러시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미 게임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건호의 말이 들려 왔다.
“자 이제부터 게임이 어떻게 끝날까요? 예언자의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지금은 게임에서 지거나 이기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예언자의 능력이 아직 건재한지가 중요한 거죠.”
시안은 속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계속해서 커세어가 시안의 오버로드를 사냥하고 있는 가운데 건호의 말이 계속되었다.
“먼저 1번. 커세어에 이은 다수의 다크템플러 러시로 끝난다.”
라면서 건호는 1다크템플러를 던져서 시안의 앞마당을 공략했다. 그리고 건호는 또 말을 이었다.
“2번은 커세어에 이은 커세어 리버로 게릴라 후 초토화되어 끝난다.”
시안은 다른 화면을 보니 본진에 리버가 떨어진 것을 보았다.
시안은 열심히 성큰과 잔여 병력으로 수비를 했다.
어쨌든 리버를 터뜨리고 막았다.
“3번은 전통적인 질럿 템플러 러시...”
그러고 보니 앞마당으로 소수의 질럿과 템플러도 대쉬를 해왔다.
시안은 성큰을 열심히 박고 계속적으로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막아도 막은 게 아니라는 바로 그 상황이 계속되었다.
“4번은 커세어에 이은 다수의 캐리어 공중군으로 끝난다.”
건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아직 화면엔 캐리어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시안은 신나게 얻어터지면서도 자신의 마지막 위신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시안은 말했다.
“아닌 것 같지만. 분명히 4... 4번이다.”
건호는 빙그레 웃으면서 시안의 말에 발맞추었다.
“네 저도 그 예언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호는 그대로 스타게이트를 6개를 늘리면서 체제전환을 했다.
이미 게임은 많이 기울어진 상황.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건호는 캐리어 다수를 모았다.
‘휭...휭...휭...휭...’
다수 캐리어의 인터셉터는 그대로 시안을 깨끗하게 쓸어버렸다. 그리고 건호는 말했다.
“네 정말 예언은 맞았습니다. 대단합니다. 예언자 시안 인정합니다.”
sian : GG
sian left the game
“우오오오오”
게임장의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쨌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3형제는 매우 얌전해진 모습으로 채무 계약을 종결했고
먼저 게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건호는 그곳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친선게임을 한두게임정도 더 했어야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았고 분위기를 정리한 후 건호와 아나이스 마르두크도 그 게임장을 벗어났다.
----
건호는 엊그제 들렸던 공원에 마르두크 아나이스와 다시 찾아왔다.
3명은 간단히 음료수를 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돈이 충분한 게 아니었으니까.
최대한 저렴하고 검소하게 유흥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오늘의 게임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담소를 나누던 3인은 어느덧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나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건호는 잊지 않고 남아 있던 빚을 받듯이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아니이스 지금부터 최대한 성의 있게 사과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아나이스는 잠깐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말했다.
“내가 왜 너한테 사과를 하냐?”
그리고 나서 아나이스는 조용히 건호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 눈길은 상당히 많은 반성을 후회를 담고 있는 눈이었다.
“......”
약간의 침묵과 함께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그대로 잠깐 시간이 흐르고 마르두크가 먼저 정적을 깨는 메모를 던졌다.
<나도 잘 들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대회장에서 보자>
라면서 마르두크는 또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공원엔 건호와 아나이스 두 명만 남았다. 아나이스가 건호에게 말했다.
“들었어?”
“응”
건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건호가 덧붙였다.
“공명을 그렇게 사용할 수도 있구나.”
“그래.”
아나이스는 건호를 바라보고 다시 한번 말했다.
“건호야 미안해.”
----
지금까지의 상황대로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아나이스는 또다시 건호의 옥탑방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아나이스도 작정한 듯 일부러 부담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지 않았다.
둘은 도시락을 사다가 옥탑의 옥상에서 헬게이트 시티의 도시 불빛을 바라보며 야참을 먹었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우선 아나이스의 스킬에 관한 이야기.
아나이스는 어찌된 일인지 <인비지블>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능력인 정신공명도 사실 조금 약해졌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텔레파시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비지블>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건호는 마르두크에게서 들은 설명대로 희생의 효과가 다한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나이스도 그것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나이스.”
“응”
“아나이스는 악마의 재능을 얻기 위해 뭘 희생했어?”
“나도 정확한 걸 알지 못해.”
아나이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난 인간이었던 시절을 포함해서 과거의 기억이 없어. 난 기억을 희생한 거겠지.”
과연 건호가 전에 추측한대로였다. 아나이스는 밤하늘의 어디쯤인가를 보았다.
건호도 아나이스가 바라보는 곳을 보자 공중도시 카르마가 보였다.
오늘 카르마는 초승달 아래에 걸려 있었다.
카르마는 음영이 뚜렷한 거대한 석고조각처럼 보였다. 아나이스가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겨우 그것뿐일까?”
“뭐 아나이스?”
“희생은 가장 소중한 걸 바쳐야 되거든.”
그렇게 아나이스와 건호의 식사는 끝이 났다.
----
건호와 아나이스는 별로 할 일 없이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건호는 먼저 잠이 들어버렸다.
허접한 상대였다고는 하나 3형제와의 대결도 있었으며 예선전 신청을 비롯해서 건호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옥에서의 하루하루 건호에겐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고
그것은 그것대로 건호에게 많은 고생이었다.
“......”
아나이스는 건호가 잠든 것을 확인하자 잠시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초승달 아래에 걸린 공중도시 카르마는 그 특유의 비상식적인 논리로 헬게이트 시티 상공에 떠 있었다.
언제나 밤만 지속되는 헬게이트 시티건만 시간적으로 정해놓은 밤이 되면 소리들이 확실히 더 작게 잦아든다.
그렇게 소리가 작아진 공기 안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도 잘 들리게 된다.
“수고 했다.”
아주 조그만 소리였고 인기척도 없었다.
달빛을 등진 거대한 그림자가 아나이스의 뒤에 서 있었다.
아나이스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나요?”
검은 그림자는 긴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왔다 그리고. 그 사내는 말을 이어갔다.
“좋다. 앞으로 계속 네가 그 녀석을 신경써다오.”
“꼬마에게서 인과율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겠어요.”
검은 그림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검은 그림자는 천천히 아나이스를 등지고 돌아섰다.
그러자 달빛에 그의 입모양이 드러났다. 그 입술은 약간 웃고 있었다.
“어쨌든 일이 잘되면 네가 원하는 걸 해주마.”
그렇게 말하고 검은 그림자는 바로 어디론가 점프를 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
시간이 지났고 도시의 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초승달의 위치도 변했고 거대한 석상 같은 카르마의 음영도 그런 달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
아나이스는 아직도 옥상에서 도시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카르마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주 조그만 소리였기 때문에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건호야 미안해.”
달빛도 그 아래의 카르마도 거대한 헬게이트 시티의 도시도 그런 아나이스의 말에는 전혀 미동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밤을 꾸준히 지켜갈 뿐이었다.
차회 예고
--------------------------------------------
이어지는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예선전과 본선 조지명식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6-05 03:18)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