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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5/28 21:34:07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9화 - 승리의 여신 |
[소설] 불멸의 게이머 19
19 승리의 여신
제 43회 HST 16강 마지막 회차 마지막 경기
임건호 vs 구아리오
맵은 파이썬
임건호 8시T 구아리오 12시P
‘초반에 끝내 줄게.‘
구아리오는 다시 한 번 건호의 선언을 되뇌었다.
구아리오 역시 오랫동안 승부를 해왔고 그랬기 때문에 뭔가 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감은 구아리오에게 확실히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것은 순전히 감이었다.
구아리오는 게임이 시작하며 8번째 일꾼을 생산할 때까지 관중들의 반응이 뭔가 미묘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물론 틀릴 수도 있다. 중계진이 엉뚱한 멘트를 해서 관중들이 갑자기 웃거나 아니면 굳어버리거나,
아니면 독특한 응원문을 카메라가 잡아서 그것에 사람들이 집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절대로 믿을 수 있는 근거나 결과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는 그런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감은 분명히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찾아라.’
구아리오는 그 알 수 없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른 정찰을 보냈다.
프로브의 정찰에 따라서 그 알 수 없는 분위기의 실체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저 자신의 망상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찰 프로브는 곧 정찰을 통해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다. 상대의 진영이 8시라는 것.
그리고 굉장히 빠른 시간 언덕 입구에 SCV가 나와서 정찰을 막고 있었다는 점.
‘SCV가 입구를 철저히 막는다.’
구아리오는 프로브로 언덕에 걸터앉은 SCV를 열심히 지져봤지만
S키와 A키를 번갈아가며 컨트롤하는 건호의 SCV에게 이길 수는 없었다.
오히려 프로브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의혹은 짙어졌다. 구아리오의 심리는 더 뒤흔든 것은 추가 정찰 프로브를 보냈을 때였다.
마린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타이밍에 마린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입구를 지키는 것은 건호의 SCV. 그렇다면?
‘전진 배럭’
충분히 가능했다. 건호가 바로 구아리오에게 전수했던 것이 바로 전진 배럭이었기 때문이다.
구아리오는 일단 1질럿과 드라군을 밖으로 내보지 않고 추가 프로브를 통해서 맵을 정찰했다.
구아리오는 미니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전진 배럭만으로 상상을 한정짓지 않았다.
‘이렇게 방심시켜놓고 치즈러시인가?’
SCV로 막아놓고 본진에서 마린을 보여주지 않았다가.
SCV와 마린이 한꺼번에 밀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구아리오는 그런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안 당한다. 다 막아 줄테니...’
구아리오는 병력을 입구에 모으고 실드배터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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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친 마르두크는 건호의 경기를 관전하였다.
옆에는 아마트라가 있었다. 아마트라와 마르두크는 한동안 말없이 건호와 마르두크의 경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마트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언제 알았나?”
마르두크는 멋쩍게 웃으며 메모를 적었다.
<아침에 가서 마지막 게임 리플레이를 봤다.>
“어이가 없었겠군.”
<그래.>
아마트라는 화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황당한 걸 하다니...”
캐스터 브리타이는 마구 소리를 높여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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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리오가 생각하기에, 냉정하게 초반은 이미 지나 있었다.
스스로 긴장하여 타이밍 계산이 잘 되지 않았다고 쳐도 이건 이미 중반에 접어든다고 봐야할 지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건호의 전략은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타이밍에 2팩 러시라도 온다면 져버린다. 그러니까.
‘안전하게’
구아리오는 조심스럽게 템플러 테크를 올리면서 앞마당을 시도한다.
그러면서 프로브를 통해서 맵을 밝힌다. 혹시 모를 늦은 몰래 건물. 혹시 모를 빠른 드랍쉽.
그 답지 않게 꼼꼼하게 프로브를 통해서 맵을 구석구석 꼼꼼히 정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건?!’
구아리오는 5시 중립 멀티에 버려져 있는 SCV 2마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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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구아리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나왔다.
마르두크와 아마트라는 건호의 경기를 계속 관전하고 있었다.
해설자들과 관객들은 그런 구아리오의 표정을 여러 가지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마르두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메모를 적었다.
<모르고 시작한다면. 누구나 건호의 초반을 두려워할 밖에...>
아마트라도 그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참 이상해. 정석전략이라는 건.
사실 그걸 노리는 기습적인 전략을 택한다면 100%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정석 전략이야.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은 정석전략을 선택해.
대부분 상대도 정석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하지만 그 정석전략에 대한 확신이 깨지는 순간. 정석은 가장 불안정한 전략이 된다.
상대가 노린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 되니까.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겠지.”
마르두크도 그 말에 응수하며 적었다.
<그리고 그건 건호와 연습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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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브리타이는 말했다.
“구아리오 선수... 이제야. 5시에 있는 SCV를 발견합니다.
구아리오 선수는 저 SCV 2마리가 왜 저기에 있는지 그 의미를 과연 파악할까요?
아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도 대체!!! 왜!!! 임건호 선수가 왜 그렇게 게임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해설가 비루라가 말한다.
“구아리오 선수 초반 1질럿과 드라군, 왜 안 달렸나요? 달렸다면 게임이 끝났을 텐데요...
배럭이 겨우 지어지는 시기였어요. ”
“그런데 반대로 구아리오 선수 본진 입구에 실드배티리까지 짓는 오버를 했어요.
완전히 어이없습니다.”
초반 관중들의 분위기가 이상했던 것도.
건호의 SCV가 입구를 일찍 틀어막고 있었던 것도.
프로브가 정찰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마린이 없었던 것도.
그리고 지금까지 건호의 의중을 알 수 없는 것도.
모두 기습적인 전략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었다.
건호가 초반부터 너무나 치명적인 핸디캡을 안고 게임을 시작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구아리오는 생각했다.
‘당했다.’
그제야 구아리오는 건호가 처음부터 SCV 2마리를 버리고 게임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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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관전하는 가운데 아마트라가 말했다.
“저 녀석은 계약서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군.”
피의 계약서는 중도 파기가 없다. 따라서 구두 파기 따위도 없다.
건호는 그냥 평범하게 게임을 해서 이기겠다고 구아리오에게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꾼2마리를 버리고 게임을 했다.
피의 계약서에 중도포기나 구두 계약파기는 없으니 건호는 현재 계약내용을 매우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구아리오가 상대의 심리전에 속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찬스를 놓쳐버린 것이다.
결국 건호는 구아리오를 ‘승자의 얼굴’로 속이고 게임의 위기인 초반을 허세를 통해 넘긴 것이다.
“미리 예행연습도 했더군.”
아마트라가 말했다. 건호가 속인 것은 구아리오가 처음이 아니었다.
건호는 이미 적당한 대상을 통해 이런 심리 전략의 실용성을 미리 테스트했다.
그 대상은 바로 마르두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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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마리 일꾼을 빼는 연습을 하면서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숱하게 패배했다.
후에는 일꾼을 빼는 숫자를 2개에서 1개로 줄였지만 그래도 이길 수가 없었다.
‘초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대는 이쪽의 초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연히 초반을 집중적으로 유닛을 뽑아 무조건 공격해온다.
연패의 게임으로 연습을 하다가 게임을 잠깐 쉬면서 식사를 할 때 건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초반만이라도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전혀 답이 없는 문제같았지만 생각보다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간단하게 상대가 그걸 알지 못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엔 그냥 1대1 해보자.’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통상의 연습게임을 제안했고
이제부터의 게임이 평소와 같이 초반에 공격한다는 암시를 주었다.
그러나 건호는 마르두크와의 그 마지막 게임에서 실제로는 초반 SCV2마리를 빼고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은 건호는 계속 불리했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도 초반에 끝나지는 않았다.
시간은 장기전이었고 무려 26분간이나 건호는 스킬을 사용하는 마르두크와 치열한 전투를 펼쳤던 것이다.
이것은 건호의 입장에선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르두크는 게임을 이겼지만,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라고 말하며 리플레이 파일을 열어서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건호가 제지했다. 고개를 숙이고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이다.
당시 건호는 울음소리 비슷한 신음소리도 냈었다. 그리고 그것도 건호 입장에선 장기적인 작전이었다.
“그래서 녀석은 연기 연습을 한 건가?”
아마트라 말했고 마르두크가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집에 가서 거울보고 또 연습했을 수도 있어.>
“설마.”
<베테랑인 구아리오를 속이려고 하면 그 정도는 해야지.>
“못 말리겠군.”
이로서 아마트라와 마르두크는 자신들도 건호에게 보기 좋게 당했다는 사실을 모두 확인하게 되었다.
구아리오 역시 건호에게 속은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아마트라는 여기서 또다시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아리오는 약하지 않아. 내내 예선을 못 뚫다가 이번에 뚫어낸 건.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야. 구아리오는 예선에서 단 1패도 하지 않았어.
건호의 허세 낚시에 걸려든 것도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연습 때 구아리오는 자신의 실력을 숨겼을 거다.”
<건호도 충분히 알거야. 아니 알아야지>
아마트라와 마르두크의 말대로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중계진의 멘트가 들려왔다.
“자 임건호 선수 어쨌든 이제 더블커맨드를 성공 했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구아리오 선수가 불리하진 않아요.
결국 프로토스는 트리플까지 가져간 상태입니다. 템플러 테크도 곧 완성됩니다.”
이때부터 피터지는 근성과 근성의 대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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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힘들었다. 건호가 초반 마르두크와의 승률을 2할 대에서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초반에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면 스킬을 사용하는 상대란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다.
구아리오의 스킬은 싸이오닉 스톰의 마나를 아주 소량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겨우 마나25로 싸이오닉 스톰을 시전할 수 있다.
“아 구아리오 선수 커맨드 옆으로 템플러 드랍. 단1기 드랍으로 무려 5번을 뿌릴 수 있습니다.”
멀티의 SCV를 견제하기 위해서 템플러를 2마리 이상 태울 필요도 없다.
따라서 컨트롤은 훨씬 편리하고 빨라진다.
“임건호 선수 최선을 다해 피하고 자신은 벌쳐 탱크 드랍.”
건호가 믿을 것은 끊임없는 미니맵 체크. 끊임없는 견제.
그리고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멀티는 구아리오 선수가 앞서가는데요. 임건호 선수의 게릴라도 지독합니다.”
“항상 상대를 뒤흔들고 이득을 가져가네요. 컨트롤이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건호는 구아리오의 넥서스를 여러 번 깨뜨렸다.
마인을 요소에 박아놓고 시간을 끌거나 동시 공격으로 상대병력을 유도하는 식으로 넥서스 테러만 필사적으로 감행했다.
그러나 건호는 쌓이는 테란 병력으로 쉽사리 대규모 전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센터는 프로토스가 제대로 잡고 있습니다. 테란이 스톰이 두려워서 전진을 못합니다.
구아리오 선수 2시 2시 앞마당 11시 멀티를 늘려갑니다. 5시는 시도했지만 임건호 선수의 견제로 깨졌습니다.”
“임건호 선수 업그레이드를 무려2단계나 앞서가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나갈 수가 없네요”
사실 지키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질럿과 드라군을 모두 녹여도 싸이오닉 스톰의 막판 한타가 테란 잔여 유닛 모두 파괴하거나 HP를 바닥까지 깎아버리는 것이다.
테란의 메카닉 유닛이 동수의 프로토스에게 이긴다는 건 이 경우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당연합니다. 구아리오 선수의 템플러는 마나업시 스톰을 최대 10번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템플러 3마리가 있다면 그건 통상 템플러 1부대가 있는 것으로 봐야죠.”
“임건호 선수는 벙커도 많이 건설하는군요. 바이오닉의 공격력까지 눌러준 모양입니다.”
“비상식적으로 강한 스톰에는 저렇게 대처할 수밖에 없죠.”
당연히 센터 장악을 하지 못하니 천천히 장벽을 쌓으며 지킬 뿐이다.
구아리오는 지상군으로 뚫기에 너무 답답한 나머지 캐리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구아리오는 캐리어를 6기까지 모았었다.
“하지만 구아리오 선수 캐리어 컨트롤은 매우 미숙하군요.
템플러가 들어 있는 듯한 셔틀을 저격하는 임건호 선수의 꼼꼼함도 빛났습니다.
캐리어는 골리앗에 너무 쉽게 떨어지는 군요. 캐리어가 더 손해입니다. ”
캐리어를 방어하자. 건호는 천천히 6시와 6시 앞마당을 가져갈 준비를 한다.
건호는 본진 커맨드를 들어서 6시 본진으로 옮겼다. 일부의 팩토리도 들어서 함께 옮겼다.
“너무 알뜰하게 하는 것인가요? 임건호 선수.”
“임건호 선수는 이미 초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아리오 선수는 다시 지상군 중심으로 모읍니다.”
원래는 맘먹고 방어하는 테란의 진용에 달려드는 건 무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아리오에겐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싸이오닉 스톰의 공격력이 있기에 일반적인 전투보다는 효율이 높았다.
“임건호 선수 일단 방어에 성공합니다. SCV가 열심히 수리합니다.”
“자 구아리오 선수 다시 달려드나요?”
“하지만 구아리오 선수 달려오려는 순간 임건호 선수 EMP 떨어집니다.”
“멈출 수밖에 없는 구아리오 선수.”
“그러는 동안 구아리오 선수의 5시는 임건호 선수의 게릴라에 또 깨집니다.”
그렇게 구아리오의 맹공이 계속 되었고 시간이 지났다.
건호에겐 정말 지옥과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건호는 막고 또 막고. 그리고 구아리오의 멀티를 견제하고 또 견제했다.
건호는 구아리오의 신경이 거슬리도록 온갖 수단을 다 강구했다.
달려오는 병력에 EMP도 날리고 템플러를 기습하기도 하고 그리고 각종 견제를 날렸다.
건호는 때리고 도망가고 때리고 도망가면서 계속해서 시간을 소모했다.
결국 게임 시간은 5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구아리오가 가져갔던 11시, 1시섬, 2시, 2시 앞마당, 2시미네랄이 5군데 자원이 모두 고갈되었다.
건호가 가져갔던 8시섬. 6시, 6시앞마당. 6시 미네랄의 4군데 자원도 모두 고갈되었다.
파이썬 맵에는 자원이란 자원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단 한곳을 제외하고는.
“자 맵에서 자원이 남은 곳은 오직. 5시. 한군데뿐입니다.”
“감격입니다. 이 선수가 결국 5시를 가져가는군요.”
오랜 게임 시간에 3인의 중계진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의 승자를 선언하듯이 5시의 주인을 말했다.
“구아리오 선수 5시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임건호 선수는 완전히 고갈, 잉여자원도 전혀 없습니다.”
장시간의 게임으로 맵의 자원은 모두 소모되었다.
5시만 약간의 자원이 남아 있었고 그것을 구아리오가 채취하고 있었다.
건호는 필사적으로 여러 가지 견제와 함께 6시에 방어진을 치며
계속해서 5시로 방어진을 확장하여 5시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처음부터 초장기전을 준비했던 임건호 선수가 5시를 가져가지 못한 건 매우 애석합니다.”
“구아리오 선수, 무식하리만치 캐논을 설치하고 템플러를 배치하면서
결국 5시 개릴라를 저지하고 가져갔네요.”
그러나 이런 장시간에 걸친 게임으로 인해서 소모된 것은 자원 뿐이 아니었다.
자원보다 더 빨리 소모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근데 구아리오 선수 상당히 지쳐 보이는 군요.”
“네 이런 장기전을 할 일이 많지가 않고 임건호 선수가 지독하게 괴롭혔죠.”
“자 이제 거의 이겼으니 마지막까지 집중해야죠. 집중해야죠.”
구아리오도 5시를 가져가며 자신이 거의 이겼다고 생각했다.
구아리오가 생각하기에 이제 게릴라를 당할 곳도 없었다.
이 5시만 지키면 되니 이곳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서 긴장이 풀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었다.
그때 건호의 드랍쉽 병력이 이번엔 구아리오의 본진에 내렸다.
“어어 구아리오 선수 빨리 대응해야죠. 느려졌어요. 본진에 뭐 이제 별건 없지만.”
“아... 그런데 임건호 선수 템플러 아카이브를 부수고 있네요.”
건호는 집중력이 떨어진 구아리오의 본진에 탱크 벌쳐를 드랍. 중요 건물을 부수었다.
건호가 부순 건물은 1)템플러 어카이브. 2)시타델 아둔. 그리고 3)사이버네틱스 코어였다.
“갑작스런 임건호 선수의 공격. 순식간에 본진에 테크 건물을 부수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그리고 사이언스 베슬...”
“EMP!!!"
건호의 싸이언스 베슬은 센터를 잡고 있던 구아리오의 템플러 5마리에 정확히 EMP를 꽂았다.
“템플러 모두 맞았습니다.”
그리고 건호는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다.
‘키이이이잉’
“임건호 선수 시즈모드 모두 풀었습니다.
벌쳐 탱크 마린 SCV 그리고 팩토리 건물까지 띄워서 총공세를 감행합니다.”
건호는 자신의 2부대 탱크와 2부대의 벌쳐 그리고 마린 한부대 SCV 한부대로 센터의 구아리오의 병력을 압박해 들어갔다.
‘퍼펑 퍼펑.... 퍼펑....’
“임건호 엄청난 전진 속도 구아리오 선수 시즈 포격에 먼저 맞고... 드라군 터지고...!!!”
“아아 밀립니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임건호 선수 마지막까지 완벽한 집중력. 컨트롤 놀랍습니다. ”
그대로 건호의 대규모 병력은 상대의 템플러가 부재한 순간.
프로토스의 메인 병력을 몰살시켰다.
그리고 5시 멀티에서 센터 방어를 위해 달려오던 질럿과 소수 탬플러는
“모두 마인에 폭사!!!”
“구아리오 선수 당황했습니다.”
건호는 그대로 구아리오의 본진 게이트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연했다.
구아리오가 아무리 스킬을 통해서 자신의 게임능력치를 높인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손댈 수 없는 것은 게임에 대한 능력 그 자체다.
게임에 대한 능력 중에서도 집중력과 장기전 게임에 대한 지구력.
그것은 그 어떤 스킬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게임의 고수와 중수 그리고 하수 레벨의 차이는 후반에서 크게 차이난다.
APM에 있어서도 하수와 중수는 초중반에 그 수치가 급락하는 반면
고수 그리고 초고수로 갈수록 후반에도 그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프로게이머의 경우는 완벽히 그 수치가 보전된다.
따라서 스킬을 통해서 게임능력을 보충했지만, 본질적으로 구아리오는 게임에 있어서는 하수였다.
어쩌면 1시간의 게임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버틴 것은로 [기적]이었다.
그러나 끝없는 건호의 견제와 장기전의 집중력은 구아리오의 [기적]마저 바닥나게 했다.
“구아리오 선수 미네랄이 무려 1200이나 있는데... 쓸 수가 없습니다.
자원이 제로인 임건호 선수 구아리오의 모든 기지를 초토화시키고 이제 5시 멀티를 목전에 두고 최후의 포격을 가합니다.”
‘퍼퍼퍼퍼퍼펑’
Gurario : GG
Gurario left the game
"구아리오 선수 GG!!!!!!!!!!!!!!!!!!!!!!!!!!!!!!!!!!!!!!!!!!!!!!!"
"임건호 선수....승리했습니다. 임건호 선수 16강 첫 승입니다!!!!!!!!!!!!!“
“이게 첫 승이예요..... 이게 첫 승입니다!!!!!!!!!”
그리고 관객들도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
건호는 게임 부스에 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조명과 환호가 밝았다.
건호는 관객을 위한 세리모니 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바로 이 승리의 감격을 충분히 맛보는 것 말이다.
“대박 장기전....의 승자 임건호”
“정말 이선수의 승리가 일꾼2마리를 버리고 시작한 것이라니요!!!”
“대단합니다.”
첫 승의 기쁨 첫승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구아리오 선수로서는 정말 아쉬웠겠네요.”
건호가 승리를 만끽하며 대기실로 돌아간 것과 달리 구아리오는 쓸쓸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자신의 장비를 챙겨서 밝은 조명에 그만큼 깊은 그림자를 안고 돌아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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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트라와 마르두크도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이겼군.”
<이겼어.>
둘다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번 1승을 위해서 건호가 치러했던 노력과 눈물 그리고 여러 가지 비화를 알고 있는 둘이기에.
이들에게도 건호의 1승은 단순한 1승의 의미를 넘어선 무엇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마트라는 냉정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얼른 얼굴을 바꾸고 말했다.
“자아~ 난 구아리오가 계약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러 가야겠군.”
아마트라는 가방에서 꺼낸 아나이스와 구아리오의 피의 계약서를 들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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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에선 건호의 승리 인터뷰가 진행 중이었다.
건호는 아직 첫 승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소감을 말해주세요.”
“1승이 이렇게 값지고 기쁜 것인지 절대로 몰랐습니다.
1승을 이렇게 하기 힘든 것인가 절대로 몰랐고요.”
“오늘 경기 어땠나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구아리오 선수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선수였습니다.
그 선수의 프로마인드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초반에 일꾼 2마리를 빼고 한 거죠?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기자의 그 질문엔 건호도 잠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말했다.
“그냥 1승이어선 안됐습니다. 이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를 더 부각시켜줘야 했습니다. 저를 스폰해 주고 있는 헬게이트 토탈 트레디셔널의 이름도 알려야 하고요.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스폰서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제 1승을 위해서 정말 노력해준
아나이스.... 코치님께 정말 고맙다고 진심으로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나이스 코치님이 없었으면 제 1승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도와준 마르두크... 신경써준 아마트라...”
그렇게 건호의 감격의 인터뷰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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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과 기자실을 잇는 통로.
건호는 인터뷰가 끝나고 나왔다. 마르두크와 아마트라가 건호를 맞이했다.
아마트라는 건호의 물건을 이것저것 챙겨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거짓말이 늘었는데 아주 청산유수야.”
<인터뷰 하니까 좋으냐?>
아마트라와 구아리오는 건호를 반갑게 맞았고 마르두크는 건호의 어깨를 꽉 잡아 주었다.
마르두크의 그 손길에서 건호는 아직도 자신의 1승의 감격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건호를 맞이한 또 한사람이 있었다. 구아리오였다.
“......”
통로의 끝에서 구아리오는 건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건호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구아리오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이봐.... 분명히 난 계약의 조건을 지켰어.”
“꼬마야.”
구아리오가 손을 들어 건호의 말을 끊었다.
“1승 축하한다 하지만. 다음엔 내가 이긴다. 두고 봐라.”
그렇게 말하고 구아리오는 뒤돌아서서 나갔다.
그렇게 퇴장하는 모습이었지만 구아리오의 뒷모습에선 어떤 비겁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트라가 말했다.
“구아리오는 생각보다 깔끔한 녀석이더군. 계약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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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리오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건호와 마르두크 아마트라는 경기장에서 빠져 나와 헬스테이션 건물의 1층 뒷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건호는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아나이스!”
건호가 한참 동안 보지 못했던 아나이스의 얼굴이 보였다.
아나이스는 구아리오가 타는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약간은 수척한 얼굴이지만 아나이스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들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건호는 저절로 뛰어가게 되었다.
“아나이스!”
아나이스에게 그대로 돌진할 기세로 달려가던 건호는 그러나 정작 아나이스의 앞에선 급정거를 하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왠지 아직은 감격을 표현하는 게 서툰 건호였기 때문이다.
아나이스도 약간 어색한 얼굴이다가 말했다.
“이겼구나?”
“응 이겼어.”
그때 아나이스가 건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다른 손을 건호의 손등에 포개었다. 그렇게 잠깐 시간이 흘렀다.
“바보야.”
말과 동시에 아나이스는 건호를 꽉 껴안았다.
건호는 아나이스가 정말 힘주어 자신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호는 자신이 정말 그리워하는 사람의 만났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 바보야!!! 하마터면 질 뻔 했잖아!!!”
아나이스의 격렬한 포옹은 어느샌가 킬로틴 쵸크로 바뀌어 있었다.
제대로 들어간 킬로틴 쵸크의 기술에 건호는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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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집에 왔다.
건호, 아나이스. 마르두크. 아마트라 4인은 오늘 회식을 할 수 있었다.
건호가 인터뷰에서 아마트라의 조직에 대해서 홍보성 멘트를 날렸기 때문에
아마트라의 상관인 라라루의 기분이 좋아졌고 그래서 특별 회식비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4인은 오랜만에 질 좋은 음식과 함께 한껏 떠들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르두크 글을 적었다.
<아나이스는 건호한테 뭔가 있어.
건호는 아나이스를 걸고 하면 지질 않아. 아나이스만 걸리면 이겨.>
“뭐야 날 걸고 한다고? 내가 무슨 상품이야?”
<사실이잖아. 니들은 대체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어.>
“늑대야 조용히 밥 먹어.”
아나이스가 기분 나쁘다는 투로 대꾸했다. 그러나 아마트라가 말했다.
“설마 그러면 .... 아나이스는 행운의 여신?”
마르두크가 말했다.
<아니지... 승리의 여신>
아마트라와 마르두크의 말에 건호들이 식사하는 테이블에 순식간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음순간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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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재경기가 치러졌다.
건호. 구아리오. 고로 3인은 그중에 1인을 뽑는 3인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너무나 싱거운 이야기지만, 그 재경기에서 건호는 가볍게 승리할 수 있었다.
맵을 노가스 반섬맵으로 만들어 버리는 고로의 스킬도 분석이 끝난 건호에겐 이제 큰 핸디캡이 될 수 없었다.
건호는 고로에겐 자신이 받았던 5부대 레이쓰 선물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고로 선수 자신도 레이쓰 5부대의 희생량이 되는군요.”
그리고 바로 이어 구아리오와의 경기도 큰 어려움 없이 치러낼 수 있었다.
구아리오는 16강 경기보다 더 파이팅하며 건호와 게임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건호도 초반부터 구아리오를 열심히 몰아치며 게임을 리드했으므로
구아리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건호가 깔끔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시간 끌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승리. 임건호 선수 8강 진출했습니다.”
“16강에서 2패를 먼저 했지만 최후에 1승에 성공하고 재경기를 통해서 기사회생!”
건호와 아나이스는 8강 진출이 결정되며 다시 한 번 제대로 기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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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강 대진표가 작성되었다.
8강
A조 베로나 vs 마혼
B조 카츠 vs 엑스투스
C조 볼데카 vs 임건호
D조 마크두크 vs 히로스
(*각 경기는 원데이 3전2선승제로 치러짐)
건호는 볼데카의 스킬이 변화가 없는 <미러이미지>임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4강 진출에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볼데카는 리플렉션에게 돈을 주고 스킬을 산 것으로 판명되었다.
A조에선 무난하게 마혼이 이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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