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불멸의 게이머 21
21 어떤 이별
마르두크는 비록 게으름을 피우며 시작했지만.
정작 연습을 시작하자 마르두크의 집중력은 날카롭게 서있었다.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호는 게임의 내용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와앗...”
건호는 입이 벌어졌다. 건호 역시 한동안 정상적인 스타일로 연습을 하지 못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마르두크는 초반 컨트롤부터 중후반 물량까지 모든 것이 상향된 상태로 건호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날 대회 연습을 시작하며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한 때 7할의 승률을 가져간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마르두크 5승 임건호 4승
9게임동안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더 많이 패배했고 특히 마지막은 2패로 마무리하며 기세에서 밀리고 있었다.
특히 마르두크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었고
특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찰을 해가며 유연하게 체제를 바꾸는 능력이 좋아졌다.
그러니 건호로서는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두크 이 자식 몰래 연습해서 피곤했던 거구나...”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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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게임을 해도 마르두크의 근소 우위는 지켜졌다.
건호는 마르두크의 게임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놀라고. 그리고 좋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아쉬운 것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 4강에서 만나겠다.”
아무래도 현재 상태로 두 사람이 뛰어난 게임 능력을 보여주고 상대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을 하게 된다면
피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서로 연습해주긴 힘들 것이다.
건호는 지금 마르두크의 기세를 보니 그것도 솔직히 그런 점이 미리 걱정이 되었다.
그 때가 되면 어떻게 준비하고 게임을 해야 할 것인가? 마르두크는 물었다.
<너 8강 이길 수 있어? 볼데카란 녀석>
건호는 대답했다.
“아마도... 그 녀석 스킬은 이전 <미러이미지>와 차이가 없어.
하지만 나 방심하지 않아. 이전 방식과 다른 확실한 필살기도 준비했다고”
건호는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다.>
“넌 어때?”
건호는 히로스와 대전하게 된 마르두크에 묻긴 했지만 솔직히 걱정하지 않았다.
이전 히로스가 이긴 허접한 상대들과 마르두크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난 자신 없어.>
마르두크는 나직한 표정을 지으며 예상과는 다른 말을 했다.
건호는 그 의외의 대답에 갑자기 자신이 안달이 나서 물었다.
“대체 왜?”
<난 상대의 강력함을 보여주면서 패배하는 조역인 것 같아.>
“왜?”
<그냥....>
건호는 늑대의 얼굴에도 다양한 감정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고
지금 마르두크의 얼굴에 들어있는 감정은 불안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건호는 마르두크의 그 표정에 동의할 수 없었다.
“너 전에도 그러고 나서 이겼잖아. 지금 나한테 심리전 거는 거야?”
<맞아. 이건 네가 하던 거지?>
“뭐 상관없어... 난 꼭 우승을 할 거니까.”
<귀생을 위해서?>
“그래... ”
건호는 이 험난한 지옥에 왔던 자신의 목표를 다시 떠올렸다. 벌써 시간이 좀 지났다면 지났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생생했다. 생의 마지막 기억이었기 때문에.
“세일즈맨 테란. 난 그 형의 이름도 몰라. 베넷에 몇 번 만났을 뿐이고... 그 형이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왜 나 같은 놈한테 살라고 말했는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다시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
마르두크는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건호는 뭔가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분명히 두 사람 다 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엔 승리를 위해서 상대를 패배시켜야 할 시간이 올 것이다. 건호는 말했다.
“꼭... 너와 나 한사람만 이기게 되면 꼭 우승하자.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엿같은 테러단이 소원을 비는 걸 막자고... 그러면 어쨌든 다음 기회가 생기잖아.”
<훗...>
마르두크는 피식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러다 둘 다 탈락하면 반전이네.>
그 말을 들은 건호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났다.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항상 이길 거라고 방심했을 때 대패를 했으니 이번만은 그런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건호는 다시 연습하자고 마르두크에게 졸랐다. 그래서 두 사람은 또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
아나이스는 두 사람이 연습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아나이스는 자신이 어떤 표정으로 두 사람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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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하고 잠깐 쉬는 시간. 건호는 화장실에 갔고 그 사이 마르두크는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왜 그래? 안색이 별로군>
적어도 마르두크 보기에 아나이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아나이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야 심심해서 그러지. 이거 뭐 피시방 여자알바도 아니고...”
마르두크는 늑대의 송곳니를 보이며 씩 웃어 보이고
<건호가 나한테 지니까 싫어?>
“그래! 이 늑대야.”
<역시 넌 건호와 보통사이가 아니군. 너희 둘은 아마...>
라면서 마르두크는 아나이스를 장난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히려 아나이스는 꼬이면서 기분이 더 나빠졌다.
“너 뭐?! 내가 건호를 덮치기라도 했다는 거야?”
<허허허>
마르두크는 장난스러운 얼굴을 거두고 글을 이어졌었다.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아. 너희 둘은... >
아나이스는 의외의 대사 전개에 잠깐 놀랐다.
그녀는 곧바로 입장을 정리할 수 없었기에 일단 무시하고 적당히 얼버무리기로 했다.
“늑대가 이상한 말을 하네.”
마르두크는 다시 한 번 늑대의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은 후에 마무리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건호를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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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건호와 마르두크는 계속해서 연습을 했다.
그리고 건호는 이상하게 점점 강해지는 듯한 마르두크의 경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간신히 5할 평균의 승률은 맞춰 나가고 있었지만 이기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었다.
건호는 왜 이렇게 갑자기 마르두크가 강해지는 것인지 그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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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8강 2회차
ToDay Match
8강 C조 볼데카 vs 임건호
8강 D조 마르두크 vs 히로스
건호는 먼저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경기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미리부터 경기석에 앉아서 손을 풀어 놓고 있었다.
건호는 간밤에 마르두크에게 3연패 후 간신히 1승을 하면서 연습게임을 끝냈던 것을 기억해냈다.
어쨌든 오늘 경기를 이겨야 마르두크와 만나게 될 터이지만,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었다. 아나이스가 음료수를 사서 가져왔다.
“규정상 부스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서 먹어.”
아나이스는 어느덧 훌륭한 코치가 되어 건호를 보좌하고 있었다.
필기구 등 부스에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규정을 알고 있었다.
건호는 부스에서 한걸음 나와서 음료수를 마시며 물었다.
“마르두크는 아직 안 왔어?”
“응.”
“요즘 그 녀석 특히 자주 없어지는 것 같지 않아?”
“좀 그러네.”
아나이스는 건호가 다 마신 음료수 병을 회수하고는 건호를 보고 얘기했다.
“마르두크와 혹시 싸우게 된다고 미리 신경 쓰지 마. 오늘은 오늘 것만 생각해. 알았지?”
“네 코치님...”
“자 기합 넣고 ...”
“화이팅.”
건호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고 게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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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마트라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건호의 서포트는 아나이스에게 맡긴 체 자신은 조용히 노트북으로 조직의 회계장부를 처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마르두크가 왔다. 마르두크는 이유 없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마르두크가 오자 아마트라가 물었다.
“어디 갔었어? 늦을 뻔 했군.”
마르두크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냥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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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강C조 볼데카 vs 임건호 1set
해설자들은 볼데카와 건호의 경기에 대해서 사전 설명을 하고 있었다.
“볼데카 선수 강력한 스킬인 <미러이미지> 오늘은 과연 어떨까요?”
“하지만 임건호 선수는 예선에서 이미 <미러이미지>를 격파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1set 맵은 블루스톰입니다.
로스트템플과 같은 비대칭성이 있는 맵도 아니고 그렇다고 블리츠 같이 대칭경계라인에 건물을 지을 수 곳이 있는 맵도 아닙니다.”
평소엔 누가 캐스터고 누가 해설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들이지만 오늘은 역할을 나눠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캐스터 브리타이가 문제를 제기하고 비루라는 건호의 우세를 예상 엑세돌은 볼데카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네 그 점은 임건호 선수라도 확실히 문제네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2set 경기맵인 신백두대간도 역시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2인용 대칭 맵이지만 역시 경계라인에 건물을 지을 곳이 없습니다.”
사실이 그랬다. 건호는 예선전에서 로스트템플과 같은 비대칭 맵은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승리했고
블리츠와 같은 완전 대칭맵에서는 대칭이 시작되는 경계라인에 건물을 선점해서 지음으로써 승리를 쟁취했었다.
그러나 블루스톰이나 신백두대간은 달랐다. 분명히 완전 대칭성이 있는 맵이지만 대칭경계라인 그 어디에도 블리츠의 섬같이 건물을 지을 곳은 없다. 특히 두 맵다 중앙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대칭 라인은 언덕과 언덕이 만나는 협로나 폐허지형으로서 건물을 지을 곳이 없다.
그러므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게임에 적용할 순 없었다.
“사실 예선에서 이미 파해 되어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 <미러이미지>이지만,
본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대적할 수 없었던 것은
이와 같이 블루스톰 신백두대간의 2인용 맵이 대회맵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 임건호 선수는 <미러이미지> 파해의 원조답게 뭔가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 줄까요?”
“자 기대해 보겠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5...4...3...2...1.
건호 7시 테란, 볼데카 1시 테란
건호가 생각하는 한 1set 블루스톰에서 <미러이미지>를 파해하는 데에는 2가지 유효한 방법이 있었다.
둘 다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우선 건호는 위치의 편의성을 파악하고
오직 블루스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사용하기로 했다.
“자 임건호 선수 공격유닛 생산 없이 배럭을 지은 SCV로 바로 이어 가스 건설합니다.”
“볼데카 선수도 똑같이 배럭 건설한 SCV가 가스를 건설합니다.”
우선 이 전략은 가스를 지어야 한다. 그래야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건호는 가스를 건설하고 가스 100을 채취하자
가스를 채취하고 나오는 SCV 한 마리를 그대로 잡아 가스 옆에 바로 붙여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임건호 선수 가스 옆에 바로 붙여서 팩토리 건설... 자 팩토리 테크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팩토리가 완성되고 나서 건호는 드디어 필승 전략을 실행했다.
“자 임건호 선수 팩토리를 띄웠습니다. 그리고 상향 9시 방향으로 이동 ”
“볼데카 선수의 팩토리는 하향 3시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건호는 이 대목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블루스톰은 완벽한 좌우/남북 대칭의 맵이다.
맵의 우상단과 좌하단을 잇는 가상선을 대칭라인으로 하여 좌우/남북의 대칭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대칭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다.
그것은 맵의 자원채취와 관련된 부분이다. 바로 미네랄의 위치와 가스의 위치.
먼저 미네랄의 위치는 미네랄 하나하나 덩이의 세밀한 위치의 차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지형적 차이로까지 연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스의 위치는 사정이 다르다.
“아... 이것은 ”
“팩토리가 내리는 위치가....”
7시의 가스는 본진 센터를 기준으로 ‘위쪽’에 붙어있다. 그리고 1시의 가스는 대칭을 기준으로 한다면 센터 ‘아래쪽’에 붙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1시의 가스도 역시 ‘위쪽’에 붙어 있다.
이것이 바로 대칭이 깨져 있는 부분이며 이것은 자원채취율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한 제작자의 배려 때문이다.
가스의 경우는 위쪽 가스와 아래쪽 가스는 너무나 많은 자원채취량의 차이를 보이니 미네랄이 좌우로 붙어 있는 모든 공식맵의 스타팅 지역은 가스는 무조건 ‘위쪽’에 붙어 있게 된다. 블루스톰 역시 마찬가지다.
“임건호 선수의 팩토리는 9시 언덕에 안착... 그러나 볼데카 선수의 팩토리는...”
“아직 3시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블로스톰의 3시와 9시 각 언덕은 동일하다.
따라서 1시 스타팅에서 3시로 공중 이동하는 것과 7시 스타팅에서 9시로 공중이동 하는 것은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1시 가스와 7시 가스에서 각 3시 9시로 이동하는 것은 그 의미는 같을지언정 실제로는 시간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것은 바로 가스의 위치가 똑같이 센터를 기준으로 위로 붙어 있는 이유 때문이다.
“아 임건호 선수는 자신의 팩토리가 내린 후 볼데카 선수의 팩토리가 내리는 자리에 서플라이를 짓습니다...”
“아... 블루스톰의 <미러이미지> 성립조건이 깨져버립니다.”
이후 건호는 벌쳐를 먼저 생산하여 볼데카를 공격하였고 볼데카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볼데카는 뒤늦게 <미러이미지>를 해제했지만, 그때부터는 더 큰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건호는 1set를 먼저 선취하여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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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et 먼저 승리한 임건호 선수 유리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임건호 선수 두 번째 경기맵 신백두대간에선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신백두는 가스위치까지 서로 완전대칭으로 좌우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임건호 선수입장에선 2set를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5...4...3...2...1.
임건호 1시 테란 볼데카 7시 테란
이해를 돕기 위해서 공식맵 신백두대간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붙여본다.
다른 대칭형맵도 마찬가지만, 신백두대간은 맵제작 유틸리티인 scmdraft 2.0의 mirror축 옵션의 사용으로 거의 완벽한 대칭을 구현하였다.
블루스톰의 경우는 자원 채취율 문제로 가스가 모두 위쪽에 붙어 있어 대칭을 파괴하고 있지만,
신백두대간의 경우는 가스가 1시엔 우측으로 7시엔 좌측으로 위치해 있다.
이런 디자인을 통해서 본진 가스 자원채취율을 보전하면서 대칭을 맞추었다.
그렇다고 앞마당의 가스가 대칭이 다른 것도 아니다. 1시 앞마당은 위쪽, 7시 앞마당은 아래쪽 가스다.
이런 규칙은 8시 10시 멀티와 2시 4시의 멀티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대칭의 중심인 중앙은 건물 불가지형으로 장식용 doodad가 깔려 있다.
따라서 이전 블루스톰에서 사용한 가스 위치 차이를 통한 건물 날리기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맵의 대칭이 만나는 점에 건물을 내리는 블리츠 맵의 방식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건호는 새로운 방식으로 <미러이미지>를 파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번 게임을 포기하거나...
하지만 건호는 이번 게임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1시 임건호 선수 이번에도 배럭 건설 후 가스를 채취합니다. 또다시 팩토리 테크까지 올려 놓을 생각인가요?”
“볼데카 선수 역시 같습니다. 배럭 건설 후 가스를 채취합니다.”
“절대로 이번 맵에선 건물 날리기 전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때 임건호 선수의 일꾼 2마리가 밖으로 나갑니다.”
“동시에 볼데카 선수의 일꾼도 2마리 밖으로 나갑니다.”
건호는 가스 채취가 시작되자 자신의 SCV를 2를 볼데카의 본진으로 들여보냈다.
양측의 일꾼은 맵의 중심에서 절묘하게 교차하고 상대 본진으로 향했다. 건호는 SCV2마리가 상대 본진에 들어가자 거기서 작전을 시작했다. 필승의 작전을...
“임건호 선수 상대 본진 안에 팩토리를 짓기 시작합니다.”
“볼데카 선수도 상대 본진 안에 팩토리를 짓기 시작합니다.”
“전진팩토리? 이건 의미가 없는데요. 전진 건물로 <미러이미지>를 이긴 역사가 없습니다. ”
건호의 전략은 보통 전진팩토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전진팩토리가 아니었다.
아주 절묘한 위치에 지은 것이다.
“임건호 선수 2개의 팩토리 동시에 완성...”
“볼데카 선수도 2개의 팩토리 동시에 완성...”
“이제 유닛이 나오는 순간 2배수 유닛 생산으로 임건호 선수는 패배하게 됩니다. 대체 어쩌려고...”
그러나 다음 순간 건호는 유닛생산을 하지 않았다. 필승의 클릭을 해냈다.
그것은 바로 에드온 건물을 붙이는 것이었다.
“임건호 선수는 팩토리 에드온....”
“볼데카 선수는 팩토리.... ”
그제야 중계진들은 건호의 전략의 핵심을 파악하고 놀랐다.
“볼데카 선수 팩토리 에드온 못하고 있습니다!!”
건호가 볼데카의 본진인 7시 안에 들어와 팩토리를 지은 자리는 맵의 가장
[왼쪽] 끝이었다.
반대로 볼데카가 건호의 본진인 1시 안에 들어와 팩토리를 지은 자리는 맵의 가장
[오른쪽] 끝 이었다.
“볼데카 선수... 많이 당황한 듯합니다...”
모든 테란건물의 에드온은
[오른쪽]으로만 붙는다.
따라서 볼데카는 <미러이미지>를 통해서 건호가 팩토리를 지은 맵의
[왼쪽] 끝에 대응하는
맵의 맨
[오른쪽] 끝자리에 팩토리를 지었으므로 시점에서는 에드온을 붙일 수 없었다.
“아아 볼데카 선수 <미러이미지>를 포기합니다.... 그러자 임건호 선수 바로 민첩하게 대응...”
스타크래프트의 지형은 뛰어난 맵 유틸리티의 발전을 통해서 대칭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유닛과 건물은 그런 대칭성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그러나 한 가지 건물은 그 대칭성에 위배된다. 그것은 바로 테란 건물의 에드온이다.
이것은 완벽한 좌우대칭을 요구하는 <미러이미지>의 치명적인 약점인 것이었다.
이 좌우의 대칭을 부정하는 에드온의 존재가 있는 한 <미러이미지>는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임건호 선수의 전진팩토리에선 벌쳐가 조금 늦게 나왔지만 더 좋은 컨트롤 승리... 볼데카 선수 GG를 칩니다.”
“이 에드온 파해로 인해서 최초에 <미러이미지>를 그럴듯한 강력한 스킬로 생각한 것조차 부끄러워질 지경이군요....”
“네 <미러이미지>를 구상한 누구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임건호 선수 2승으로 4강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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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건호는 큰 위기 없이 <미러이미지>를 파해하며 4강에 진출하였다.
건호는 장비를 챙기고 나서 기자실로 가는 통로에서 마르두크를 만났다.
건호는 이 순간 마르두크가 이기면 자신과 4강에서 대결을 하거나 말거나 일단 마르두크의 승리를 기원하기로 했다.
“먼저 기다린다. 마르두크 꼭 이겨.”
건호는 마르두크의 어깨를 꽉 쥐며 말했다. 마르두크는 아무런 대답 없이 웃어 보이며 메인홀 게임 부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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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지만 아직 경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오늘은 히로스가 게임준비를 좀 더디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호는 아나이스와 아마트라가 기다리는 대기실로 갔다.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마르두크는 최면 대항용 각성제 복용했어?”
“응...”
“히로스의 스킬은 아무래도 최면일 거야 분명해. 이길 수 있어.”
건호들은 그동안 히로스의 상대들이 허접한 경기를 펼친 것이
모두 지속적인 최면스킬에 의해서 판단력에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플레이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면 대항용 각성제는 그런 지속적인 최면 스킬에 대해서 저항성을 준다.
실상 최면 스킬의 필수요소인 ‘지속성’에 저항을 주는 것이다.
아마트라는 마르두크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건호에게 물었다.
“너는 마르두크가 올라오는 게 좋은가?”
“당연하지.”
“마르두크가 올라오면 두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요즘 마르두크에게 자주 진다는데 그건 마음에 걸리지 않나?”
“그건...”
아마트라는 사실 크게 생각하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심심해서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트라의 그런 말에,
건호는 순간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마음이 헛갈렸던 것 같다.
‘설마 난 마르두크가 지길 바라는 건가?’
건호가 자신에게 헛갈리는 동안 마르두크의 담담한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되었다.
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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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두크는 테란을 선택 히로스는 프로토스였다.
마르두크는 초반 일꾼 나누기도 완벽했다.
그리고 자신은 더블커맨드를 하면서 꾸준히 SCV를 돌려 상대를 정찰해주고 있었다.
상대가 첫 번째 SCV의 정찰을 커트 해낸 후에도 계속해서 추가 SCV를 던지면서 상대의 체제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
“마르두크 선수 추가 SCV를 몰래 던져 보낸 후 상대 체제가 빠른 템플러라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저렇게 정찰하면... 더블커맨드한 마르두크 선수는 터렛 짓고 막으면 끝납니다.”
경기를 보면서 건호는 히로스가 정말 별 볼일 없는 게이머라고 생각했다.
일꾼나누기나 컨트롤은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어딘가 빌드오더가 어설프고 상대의 정찰을 주기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확실히 노련하지 못한 면이라고 생각되었다.
건호는 논평했다.
“히로스의 다크템플러 빌드는 최적화가 아냐. 뭔가 빌드가 틀어져 있어.”
“그래? 어쨌든 마르두크가 다 봤으니 이겼네.”
아나이스는 말했다. 그러나 실제 게임은 좀 달랐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마르두크의 진영에서였다.
“그런데 마르두크 선수 이상합니다. 팩토리만 더 빨리 늘릴 뿐... 터렛을 생략합니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 왜 터렛을 안 짓지?... 특히 입구...”
그리고 다음 순간 더 이상한 것이 보였다. 마르두크는 걸어오는 히로스의 다크템플러를 보고 병력을 후퇴시키고 있었다.
“화면 일그러지는 거 봤어. 됐어........ 마르두크 터렛 지어... 터렛... 아니 마인을 심던가...”
그러나 마르두크는 뭔가 안절부절하는 표정으로 터렛을 짓지도 않았고 마인을 심지도 않앗다.
“대체... 왜? 뭐하는 거야?”
건호는 짜증을 냈고, 그때 히로스의 다크템플러는 아무런 저항 없이 입성.
마르두크의 앞마당을 썰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렇게 다크에 당하면서 안절부절하면서도
마르두크는 디텍팅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 않는 거였다.
중계진은 역시 그 부분을 지적했다.
“아 다크템플러 2기... 추가 2기 옵니다.
거의 온리 다크플레이에 마르두크 선수 속수무책... 지금이라도 왜 마인이나 터렛 컴셋 안하나요?
아무것도?!””이상하네요. 분명히 다 봤을 텐데요. 지금도 보고 있고...”
건호로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건호는 발견했다. 게임을 하는 마르두크의 얼굴에서 분명히 보았다.
마르두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크템플러에 앞마당이 날아가고 본진까지 입성.
마르두크는 GG를 치고 말았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바로 게임 부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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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부스에서 게임을 끝낸 마르두크는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게임 부스의 문을 열고 마르두크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마르두크!!! 어떻게 된 거야! 정찰로 다 봤잖아...
템플러 테크... 그리고 다크템플러 내려오는 거 보면서 병력도 뺀 거잖아. ...
왜?... 터렛 안 지었어?.... 지었으면 그냥 이겼는데...??!!”
마르두크의 믿을 수 없는 패배에 꾸짖듯이 말을 하는 건호였다.
건호는 자신과 최근 호각이상의 실력으로 게임하는 친구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경기에 진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건호는 혼을 내듯이 말하고 있었다.
‘......’
하지만 마르두크는 바로 건호에게 뭔가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침착성을 되찾고 글을 적었다.
<기억이 안나>
건호와 아나이스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마르두크는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얼굴로 글을 적었다.
<난 시작 카운트를 봤고... 그 다음.... 게임에서 빠져 나오는 화면을 봤어.>
마르두크는 기억을 더듬는 듯이 글을 이어 적었다.
건호는 자신이 더 안타까운 얼굴이 되었다. 도데체 어떻게 된 일인가? 마르두크는 글을 적었다.
<내가 정말 게임에서 진 거야?>
건호와 아나이스는 이제야 마르두크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마르두크에게 전략에 대해서 왜 게임에 패배했냐고 묻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건호와 아나이스가 게임에 대해서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호는 마르두크를 잠시 게임부스 밖으로 불러내서 음료수를 주면서 안정을 시키고 게임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주었다.
“....넌 그렇게 해서 다크템플러에 졌어. 이해하기 힘든 진행의 경기였어”
<믿을 수 없어.>
마르두크의 말이 맞았다. 건호의 생각에도 마르두크가 그렇게 질 리가 없다.
따라서 마르두크 자신도 납득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건호와 아나이스는 마르두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마르두크가 그렇게 패배한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2set 경기 갑니다. 나오세요.”
진행 요원이 말했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마르두크를 게임석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 순간 건호와 아나이스는 마르두크에게 응원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마르두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건호와 아나이스가 뭔가를 발견해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마르두크에게 뭘 잘못했다고 말해줄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단서는 없었다.
그리고 2set 경기 역시 마르두크는 저그를 바꿔서 선택했지만 제대로 정찰을 하고도 리버드랍을 막지 못해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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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4강 일정.
4강 1경기 마혼 vs 엑스투스
4강 2경기 임건호 vs 히로스
4강 승자전 1경기 승자 vs 2경기 승자
4강 패자전 2경기 패자 vs 2경기 패자
4강 최종전 승자전 패자 vs 패자전 승자
4강전은 시리즈는 모두 5전3선승으로 진행
최종 결승전은 4강 승자전 승자vs 4강 최종전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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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두크는 히로스에게 0대2로 완패했다.
건호는 경기를 끝낸 마르두크에게 뭐라고 말을 걸기도 힘들었다.
건호가 해줄 말은 방금 전 ‘네가 탈락했다.’는 것을 선언해주는 것뿐이었다.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플레이에 이유를 물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위로도 불가능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히로스는.
마치 살인을 저지르고 모든 증거를 없애버리는 치밀한 살인자처럼 그동안의 게임을 진행해왔던 것이었다.
“대체 히로스의 게임 중 스킬은... 뭐지?”
아마트라의 분석에 따르면 게임 중 마르두크의 게임 능력치엔 변화가 없었다.
최면스킬이라면 게임 중 마르두크의 게임 능력치가 하향으로 곤두박질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임 중 분명히 마르두크는 자신의 게임 능력치를 그대로 보전한 채 게임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능력치 측정기를 통해서 밝혀진 히로스의 스킬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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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를 개운하지 못하게 패배하며 우울한 마르두크였지만,
건호는 그런 마르두크에게 연습을 부탁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두크는 건호가 연습을 부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피곤한 기색도,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게임에 응해주었다.
<연습하자.>
“너 괜찮아? 미안해”
<바보 녀석. 이런 건 미안해하는 거 아냐.>
마르두크는 언제 자신이 패배했느냐는 듯 얼굴을 바꾸고 건호와 연습게임을 해주었다.
비록 게임에서 패배했어도 마르두크는 성실하게 연습을 해주었다.
건호는 너무나 미안했다. 이렇게 게임을 부탁하는 것도 미안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