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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6/17 19:20:08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23화 - 자기를 믿을 수 없는 |
[소설] 불멸의 게이머 23
23 자기를 믿을 수 없는
건호와 히로스의 1set 경기가 건호의 패배로 끝났다.
라데온은 대회 운영진 룸에서 그 경기를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자신의 계획이 과연 제대로 들어맞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그 경기를 보고서 가늠해 보고자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아직까지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다.’
처음 건호를 아수라의 고성에서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건호가 처음부터 시원스럽게 승리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상대를 분석해야 하는 건호의 숙명이며 한계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에도 건호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왔다.
‘자 건호. 뭔가 알아냈는가?’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것이 가능한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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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set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그러면서 아나이스는 자기 자신을 탓했다.
선수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아나이스는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나이스는 가까스로 한마디를 건넸다.
“건호야. 약점 없는 스킬은 절대 없어.”
“그래”
건호는 아나이스의 말에 응대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말하면서도 자신 말의 허술함을 스스로 꾸짖었다.
‘약점이 있다고 해도. 그걸 알아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
아나이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건호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나이스는 자신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게임 부스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2set 게임이 시작되었다.
맵은 블루스톰 건호 7시 테란 히로스 1시 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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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set가 시작됐지만. 건호는 이번이 두 번째 게임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원래 자신이 1set를 준비했던 대로의 마음가짐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호는 어쩔 수 없이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건호는 알 수 없었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일단은 정찰이다.’
건호는 SCV를 조금 빨리 빼서 정찰을 했고 상대의 본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SCV를 돌리면서 건호는 자신의 본진은 배럭과 서플로 틀어막고 본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건호는 잠시 후 히로스의 빌드오더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1게이트.... 그리고 2게이트....’
건호는 히로스의 빌드오더가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프로토스가 테란 상대로 2게이트... 그것도 입구를 막은 테란을 상대로. 건호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격유닛은 전혀 생산되고 있지 않았다.
‘... 3게이트.... 그리고 겨우 2번째 파일런?’
건호는 완전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건호는 그동안 히로스의 경기를 분석하며 히로스의 빌드오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건 도저히 초보만도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건호는 자신이 입구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플라이 체력이...!!!’
서플라이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는 입구에서 마린이 총을 난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뭐야 내 마린이 내 건물을 때리는 건 아냐.’
건호는 다시 보니 분명히 소리가 들렸다.
‘다크템플러!!!!’
다크템플러가 서플라이를 칼로 써는 소리와 그 특유의 일그러짐이 보였다.
자신의 서플라이 바깥쪽에 분명히 일렁이는 형체가 보였다.
‘대체 어떻게?!!!’
절대로... 절대로 이 타이밍에 타크템플러는 불가능하다. 상대 본진엔 게이트만 3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
‘마린이 쏘고 있어.’
마린은 무엇인가를 향해서 총을 난사하고 있다. 건호는 일단 수리 SCV를 붙였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악!’
서플 뒤에서 방어하는 건호의 마린은 서플을 넘어선 어떤 공격에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건호는 거기서 상대 유닛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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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보았다.
게임을 빠져나오는 화면. 똑같았다. 앞전 게임의 상황과 같이 건호는 방금 게임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부스의 방음시스템이 꺼지자. 이전의 상황과 같이 중계진의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아아... 임건호 선수 두 번째set에서도 완전히 무력한 모습.”
“정말 히로스 선수... 대체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까?”
“임건호 선수 처참합니다.”
그리고 부스의 문이 열리고 아나이스의 얼굴이 보였다. 아나이스는 격양된 표정이었다.
“거.... 건호야. 괜찮아.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괜찮지?”
아나이스는 확실히 동요하고 있었다.
건호는 오히려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아나이스와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다.
건호는 우선 자신이 정말 졌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감정을 죽이고 현실적으로 질문했다.
“난 어떻게 진거야?”
아나이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털어놨다.
“초반부터 공격당하면서 밀리더니 결국은 마인드 컨트롤로 일꾼을 뺏기고 ... 핵까지 맞았어.”
역시 졌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건호는 전 게임보다 상황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절망했다.
건호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어.”
건호는 자신의 게임을 믿을 수 없었다.
게임에서 어이없이 진 것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더 믿을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다.
‘난 그 지경이 되도록 왜 게임에서 나가지 못한 걸까? 그것도 스킬인가?’
건호는 정말 자신이 게임을 한 것인지 조차도 의심스러웠지만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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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도 경기를 보면서 몇 번이나 쓴웃음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찾아낸 인재가 이렇게 무력하고 그리고 처참하게 패배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치 어떤 말해야 하는 어떤 의무라도 지닌 것처럼 말했다.
“히로스에겐 못 이기나?”
라데온은 다시 한 번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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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관중석 구석에서 게임을 보던 말콤박사와 부하인 덩치도 있었다.
말콤박사도 라데온과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뭔지 모르지만 정말 지독한 스킬이군.”
말콤 박사는 표정은 라데온 보다 더 화나고 분통터져 보였다. 그러자 덩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형님 말을 들으니 진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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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 역시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에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었지만,
중계진은 계속해서 히로스 추켜세우기로 방향을 잡고 몰입하고 있었다.
“히로스 선수 HST가 시작된 이래 이 선수가 최강자인 것이 분명합니다.”
“네 항상 2개 이상의 스킬을 사용하고 그리고 그 스킬을 대회마다 바꾸죠.
이번 대회엔 밝혀진 <기억소거>외에도 2개의 미지의 스킬이 존재합니다. 대단합니다.”
“히로스 선수 정말 대적할 자가 없군요.”
“오늘 히로스 선수와 지난 주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준 엑스투스 선수와 대결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런 중계진의 멘트는 건호에게도 아나이스에게도 너무 잘들렸다.
이번엔 아마트라까지 왔다.
아나이스도 건호도 서로에게 뭔가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찰라 아마트라가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너는 너를 믿는 수밖에 없다. 너는 최선을 다했을 거다. 그걸 믿어라...”
아마트라는 딱 그렇게만 말하고 나서 아나이스와 함께 부스에서 빠져나갔다.
부스의 문이 닫히고 건호는 다시 혼자 남았다. 그리고 건호는 생각해냈다.
‘마르두크...’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실력을 끝까지 키워서 자신과 연습을 해준 마르두크.
건호는 그 마르두크를 떠올렸다. 건호는 마르두크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마지막 순간까지 건호를 위해서 게임을 해주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절대로 건호는 헛되이 패배할 수 없었다.
건호는 다시 모니터를 노려봤다.
“자 두 선수 게임준비 끝났습니다.
“자 어쩌면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되는데요.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중계진의 멘트가 끝나며 카운트가 시작했다.
5...4...3...2...1
파이썬 임건호 8시 프토 히로스 2시 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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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전히 건호에겐 이번 게임이 첫게임이다.
하지만 현실은 0대2로 패배. 따라서 앞서 자신이 어떤 게임을 했는지 건호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바꿔야 한다. 똑같이 했기 때문에 졌을 것이다.
상대의 스킬의 정체를 파악하기보다 일단 무조건 공격. 잘될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파일런 러시. 그리고 전진 게이트’
건호는 센터에 파일런을 짓고 정찰을 시작했고 두 번째 프로브가 나가 게이트를 지으면서 상대의 본진을 찾았다.
건호는 상대 본진 2시를 찾고 나서 일단 파일런 러시부터 시작했다. 파일런 러시는 잘 먹혔고 그리고 첫질럿을 들여보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를 준다.’
건호는 컨트롤하고 또 컨트롤 했고 히로스는 마이크로 컨트롤은 부족했는지 건호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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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뭔가 되나봐.”
아나이스가 말했다.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도 이번엔 건호가 상당히 유리하게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설자들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듯 했다.
“전진게이트를 빨리 발견한 히로스 선수 어찌어찌 막았지만 상당한 피해입니다.”
“그래도 역시 임건호 선수군요.”
“임건호 선수가 앞마당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아마트라는 게임을 보면서 뭔가 아직도 안심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뭔가 ‘이렇게 쉬울 리가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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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아나이스의 말에 따르면 이전 set에선 초반부터 불리하게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대에게 분명히 피해를 주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건호는 멀티를 훨씬 빨리 가져갔다.
프로브로 정찰해보니 상대는 멀티를 따라오고 있지 않았다. 그때 히로스의 셔틀이 본진으로 들어왔다.
‘드랍이군. 뭘까?’
그러나 건호가 본 것은 셔틀에서 내린 것은 질럿 3마리였다.
‘겨우?’
질럿은 발업도 되어있지 않았다. 건호는 조금 실망했다. 상대가 이정도로 허접하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질럿 3마리는 프로브를 좀 잡더니 넥서스를 강제어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질럿은 건호는 질럿과 드라군을 보내 3질럿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건호는 다음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건호는 분명히 상대가 드랍한 질럿3마리를 두 눈 똑바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처리할 수 없었다.
‘공격이 안 돼!!!’
건호는 자신의 질럿과 드라군으로 게릴라 병력인 3질럿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전혀 공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 어택도 강제어택도 모두 되지 않았다.
‘왜... 보이는데 공격이 안 돼!!!? 유닛에 타겟도 찍히지가 않아!!!’
믿을 수 없었다. 건호는 그게 상대의 마법이 만들어낸 환각인가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니었다. 건호의 넥서스는 체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떤 스킬이야?!!!’
그리고 건호는 넥서스의 파괴되는 순간 머릿속으로 뭔가 번쩍 하고 지나갔다.
“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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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 선수 본진 넥서스 깨졌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내리는 것을 봤는데 이렇게 당한다는 건...”
중계진은 또다시 시작된 건호의 삽질 플레이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아나이스와 마르두크도 마찬가지였다.
“건호... 제발.”
아나이스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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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가 날아가면서 건호는 드디어 무엇인가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냈다.
‘그래... 난 이 전판에도... 그리고 이 전전판에도... 알았던 거야!!!. 이 스킬의 정체를 ....’
상대 스킬의 정체를 깨닫게 된 건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난... 난 잘못되지 않았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건호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플레이 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져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 져야 한다.
최대한 끝까지 처참하게 남더라도 져야 한다... 나에게 가르쳐 줘야해... 다음에... 다음에...’
그리고 그때. 건호의 목걸이 <마인드 오프 파워>가 빛나기 시작했다.
‘...다음에 이 바보 같은 스킬에 지지 않기 위해서...!!!’
건호의 <마인드 오브 파워>는 ‘우우우웅’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고
건호는 그런 것을 느낄 틈도 없이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건호는 새롭게 설정된 게임의 목표를 위해서 계속해서 플레이 했다.
다시 자기 자신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반드시 단서를 찾아 주길 바라면서... 그리고 그때 건호에게 하나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매우 열심히 하고 있군. 역시 해보니 네가 가장 잘하네.>
내용을 보아 히로스였다. 히로스는 텔레파시를 통해서 게임 저편에서 이쪽으로 말을 보내고 있었다.
건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분명히 상대에게 들릴 리는 없겠지만 건호는 상대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별것도 아닌 녀석.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이긴다.’
건호는 입술을 꽈악 깨물고 있었다. 건호는 계속해서 상대에게 말하듯 스스로 되뇌었다.
‘기다려... 너는 내가 꼭 이긴다.’
건호는 계속해서 게임했다. 게임은 당연히 불리했다. 건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건호는 지금 질 것을 알고 플레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게임을 했다.
<마인드 오프 파워>는 더더욱 빛나며 건호를 응원하듯이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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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한참이 지났다.
건호는 아직도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끌어 나가고 있었으며 히로스로부터 또 한 번의 텔레파시가 들어왔다.
<귀찮아. 역시 넌 좀 특별하게 대해줘야 할 것 같군.>
그리고 무슨 현상인가가 잠시 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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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였다. 그때 건호는 다시 놀랐다.
‘대.... 대체 뭐야?!!!’
건호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건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뜨고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리고 다시 시간이 약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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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달랐다.
게임에서 빠져 나온 화면이 아니었다. 게임이 Pause로 정지된 화면이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건호는 아팠다. 온몸이 쇠망치로 여기저기 얻어맞은 것 같은 고통이 있었다.
몸엔 힘이 없었고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분명히 찢는 듯한 고통이 함께 하고 있었다.
“아파....”
방음 시스템이 꺼지고 건호는 믿을 수 없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경기는 임건호 선수 몰수패입니다.!!!! ”
“규정 파괴... 이런 일까지 일어나는군요.”
"히로스 선수 이로서 3:0으로 4강 승자전에 진출합니다!!!“
부스의 문이 황급하게 열렸다. 그리고 건호가 맨 처음 본 것은 아나이스의 우는 얼굴이었다.
“건호야!!! 왜??!!!! 왜??? 대체... 왜???”
건호는 놀랄 틈도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곧이어 아마트라가 달려 부스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마트라는 소리쳤다.
“임건호! 손 이리내!”
건호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건호는 자신의 손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피?!”
건호의 손. 특히 손가락엔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건호는 그제야 게임 부스내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고 자신의 키보드에도 피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체 어떤 일이.... 대체...?”
건호는 잠시 후 자신이 입으로 손의 살점을 물어 뜯어 피를 냈고
그것을 손에 묻혀서 키보드와 부스 여기저기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자해를?!!!..”
건호는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게임에서 진 것보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었다.
0대3으로 게임에 져서 서글픈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패배한 것보다 자신이 게임을 하다가 그 안에서 미쳐 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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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몰수패를 당한 것은 게임 부스내에 혈서를 쓰는 것과 유사한 행동을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건호가 실제로 한 행동은 혈서를 쓴 것이라기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 여기저기에 피를 묻힌 것이었지만, 규정 외 마법에 대해서 엄격한 통제를 하는 HST는 건호가 일부러 몸을 자해하여 피를 낸 시점에서 바로 게임을 멈추고 몰수패를 준 것이었다. 이것은 부스내에 필기구나 기타 허락받지 않은 아이템이나 마법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를 지참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규정이었다.
약 5분 전 상황이었다.
“임건호 선수 지금 뭐하는 것입니까?!!”
“아니 저건!!”
건호가 그 행동을 한 것은 게임 시간이 대략 50여분이 되었을 때였다.
히로스는 이미 프프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상황이었다.
히로스가 한 행동은 200을 채운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건호의 유닛을 마인드 컨트롤로 뺏어가며
인구수를 거의 270 가까이 만든 상태로 건호를 실컷 농락하고 있는 때였다.
건호는 갑자기 게임에서 완전히 손을 놓았다. 그렇다고 GG를 친 것도 아니지만 건호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임건호 선수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아니 대체 ....”
“그리고 임건호 선수 여기저기 피를 묻힙니다... 혹시 스킬에 의해서 미친 것입니까?”
“이건 규정위반입니다!”
“임건호 선수 침착성 수치가 매우 낮지만 비정상적으로 미쳤다고 할 수치는 아닙니다...만”
“대회 운영진이 즉시 Pause를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기실에 있던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는 건호에게 즉시 달려갔다.
이미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냐 지는 것이냐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가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나이스는 부스의 문을 열면서 소리쳤다.
“건호야!!! 왜??!!!! 왜??? 대체... 왜???”
건호는 여기저기 피를 묻혀놓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나이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나이스는 슬퍼졌다.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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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 아나이스 아마트라는 대회장 밖으로 나왔다. 관객들이나 대회 관계자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더욱 기가 죽기 전에 어서 빨리 그곳을 떠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나 건호들에게 그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대회장 건물 밖으로 나오자 불량스런 무리가 건호가 분명히 듣도록 조롱을 보내고 있었다.
“후후후 인간 꼬마가 게임을 하다가 드디어 미쳤군... 그래서 인간 따위는 안 돼.”
“닥쳐!!!”
아나이스가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 불량배는 오히려 아나이스 먼저 밀치면서 말했다.
“이 기집애가 죽고 싶냐?”
불량배는 한걸음 더 걸어나왔다. 이미 마력이 완전히 사라진 아나이스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자 아직 혼자서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는 아마트라가 말했다.
“그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맘대로 하시게. 난 마력은 하나도 없지만 소송전문가야. 건수 잡게 하지 마.”
아마트라가 조용히 제지하자 불량배는 떨어졌다. 하지만 불량배들은 본분을 잊지 않았다.
“꼴사납군. 못 이기면서 발악하고... 다음에 탈락이나 해버려!”
불량배들이 마지막 멘트를 뱉어내고 떠나자. 건호들은 허탈해졌다.
아나이스도 완전히 힘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역시 아마트라만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일단 식사하고 오늘 VOD를 보자. 패자전도 있고 최종전도 있어 그때까지 분석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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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대회장의 다른쪽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말콤 박사와 덩치도 경기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덩치가 먼저 물었다.
“형님 히로스의 스킬은 대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르겠다.”
“우리가 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어쨌든 히로스 때문에... 계획대로 될 지 자신이 없군.”
“그건 그렇군요.”
그렇게 의미를 알듯 말 듯한, 듣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하는,
비밀스러운 말들을 주고받으며 말콤박사와 덩치는 도심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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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아나이스 아마트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아마트라가 마련해준 조직의 게임장 한구석에서 오늘 경기 VOD를 다시 보면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몸은 이미 너무 피곤한 상태였지만 궁금증이 그것을 잊게 했다. 그러나 건호가 지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모르겠어....’
그러나 건호는 그것을 입밖에 낼 수 없었다. 그의 옆에는 아나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마르두크가 연습해준 것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을 봐도 알 수 없었다.
‘난 뭘 한 거야?’
대답할 수 없었다. 건호는 오늘 게임에 대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었으며
지금 경기를 보는 VOD에서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단서를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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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밤이 되었다. 헬스테이션 504층
달빛이 촉촉하게 밤하늘을 적시는 모습을 여유롭게 관찰할 수 있는 이곳.
언제나처럼 라데온이 한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모습은 분명히 아니었다.
드물게 라데온으로서도 약간 흥분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라데온은 따지듯이 방에 있는 또다른 상대에게 말했다.
“이렇게 강하신 분이... 개막전에선 왜 그러셨나?”
언제나 말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히로스는 오늘도 변함없이 상대를 충분히 애태우면서 대답했다.
“재미를 위한 깜짝쇼였지. 몰랐나?”
히로스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답지 않게 라데온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 꼬마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인데 애석하게. 내가 먼저로군.”
그러나 히로스의 의도는 라데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라데온은 그다지 더 흥분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았던 것 같다.
라데온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 말했다.
“아쉽지만, 넌 못 이겨.”
“질투인가?”
“전혀.”
히로스는 라데온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히로스는 라데온에게 다소 억울한 말투로 질문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뭔가?”
“상상할 수 있나?”
“뭘?”
라데온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죽기 전 패러독스의 스킬은 일반적인 인과율의 한계를 벗어나 있었다.
승부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어버리는 <교환>, 복수의 시전 가능. 빠른 시전 시간. 그런데도 뭔가에 졌어.”
“......”
라데온의 설명에 히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라데온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패러독스를 간단히 이긴 그 능력... 상상할 수 있나?”
계속해서 수세에 몰린 히로스는 항의하듯 말했다.
“그럼 넌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라데온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은 전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확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넌 못 이겨.”
“......”
“반대로 임건호에겐 적은 확률이라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히로스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하는 라데온의 말에서 진실성이 느껴지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히로스는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말했다.
“라데온. 너와 재미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그만둬야겠군.”
“우리의 동맹도 여기까지인가?”
“동맹? 웃기지 말라고. 난 이기기 위해서 정보를 모은 것뿐이지. 네 계획에 동참한 게 아냐.”
히로스는 잠시 후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잔잔한 달빛을 맞으며 라데온은 혼잣말을 하듯이 얘기했다.
“그래 동맹이 아냐. 넌 미끼일 뿐.”
그리고 또다시 잠시 후 라데온도 그 방에서 나갔다.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은 체, 이렇게 둘의 대화는 끝났지만,
그러나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바로 이어지는 HST의 4강전 경기인 엑스투스와 히로스의 승자전 경기를 통해서 둘의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시간지체는 없다. 바로 이어지는 그 중요하고 또 중요한 경기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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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너무나 많은 단서로 인해
혹시 히로스의 스킬이 뭔지 확신하신 분이 있어도
가급적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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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설명
HST의 대회 규정엔 <채팅금지> 조항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전에 이것이 명시된 바 있습니다.
아예 대회용의 컴퓨터는
채팅 상태에서는 쓸 수 있는 글자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쓸데없는 구문을 혹시라도 입력하여 마법을 부릴 수도 있다는 운영진의 판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호가 게임 중 히로스 스킬의 정체를 알았더라도
벌금이나 경고를 각오하고 채팅을 날려서 그것을 자신에게 알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규정에 대한 것을 다시 숙지해본다면
그 외의 방법으로도 자신이 상대 스킬의 정체를 명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타 규정은 이글의 최종 결승전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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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회예고
이제부터 쓰는 이야기가 진짜 쓰고 싶었던 이야기.
숨겨져 왔던 것들의 문을 하나씩
열기 시작한다.
정말?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0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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