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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08 07:16:23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29화 - 공포의 스킬 |
[소설] 불멸의 게이머 29
29 공포의 스킬
새로운 패턴
건호와 아나이스 아마트라 3인은 갑작스럽게 혼란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2set 경기 후 시종일관 자신만만해 하던 건호의 태도가 급변한 것이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람이란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그것에 대해서 먼저 저항을 하기 마련이다.
아나이스가 그랬다.
“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건호는 한손엔 미간에 다른 한손은 메모지를 들고 천천히 말했다.
“이건 내가 정한 기호가 아냐. 난 이전 히로스의 비쥬얼체인지 패턴을 3가지로 분류했고
공격유닛이나 일꾼을 3마리까지 묶음 단위로 흔드는 것으로 표시하기로 했어.
이건 뭔가 예상 밖의 상황인거야. 내가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면 4로 표시하기로 했어.
근데 달라.... 이건 5야.”
건호는 미간을 집은 손을 때서 아나이스의 팔을 잡더니 물었다.
“내가 4번을 표시하고 5번으로 넘어간 거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떨림을 느끼며 대답했다.
“아냐... 4마리 흔들기는 없었어.”
“그러니까. 패턴 4를 규정하지도 않고 그 다음인 패턴 5를 표시한 거야. 이건 뭐가 다른 위상을 얘기하는 거야.”
아마트라는 침착하게 다른 의견을 말했다.
“혹시 텔레파시를 발견하고 그런 건 아닐까?”
건호는 그다지 오래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 판단이라면 그걸 표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게임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거든.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아마트라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게임 내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것으로 일부러 자신을 혼란에 빠뜨릴 이유가 없을 테니...
그래서 아마트라는 탄식처럼 내뱉었다.
“그럼 대체...”
아마트라의 그런 탄식이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건호는 조금 고민하다가 털어놓듯이 얘기했다.
“사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있어.
지난 히로스와 4강전 3경기에서 내가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자해를 한 것. 아직 그 이유는 몰라....
왜 그랬는지. 뭔가 생각할 여지가 없었던 건. 그 징후 직전에도 내가 상대 유닛을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여전히 상대유닛이 보이는 대로 플레이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꺾여서 흘러가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선수 서포터로서 또 선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설령 좋지 못한 것일지라도
“건호야. 너 방금 2세트 경기. 뭔가에 쫓기듯이 무리하게 러시했어.
이기긴 했지만 상당히 불안해 보였어. 네 표정도 그랬고...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시 한 번 3인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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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은 운영진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히로스를 본다.
경기석에서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게임을 기다리는 히로스의 모습은 마치 전사와 같이 보였다. 라데온은 생각했다.
‘히로스. 철저하다. 대진표 방식 규정 일정 모든 것을 숙지하고 대회에 임한다.
천적은 절묘하게 피하고 언제나 연구한다.
그는 그런 게이머이다. 하지만 히로스가 최고의 선수라는 건 게임 실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라데온은 리그 운영진으로서 히로스에 대한 감상을 떠올렸다.
‘최고의 엔터테이너.... 그러니까 흥행카드가 될 수 있는 거다.
그는... 항시 최강의 카드를 일부러 남겨둔다. 지금까지 보여준 건 모두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라데온은 어떤 계획의 입안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되짚는다.
‘내 예상을 벗어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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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아마트라는 손뼉을 쳐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모두가 이상한 암시에 걸리기 전에 그것을 깨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냉정해. 지금 건호는 2대0으로 리드하고 있어. 모두 차분하게 생각해.”
아마트라는 건호를 보면서 말했다.
“건호. 넌 후반에 조합유닛을 갖추면 지지 않아. 마혼과 싸울 때 넌 증명했어.
강화형 스킬 능력자를 상대로도 무난한 초반을 보내고도 운영과 물량으로 상대를 압살했어.
지금 넌 능력치 측정기의 수치보다 훨씬 강해.”
아마트라는 확신을 하며 말했다.
“상대가 일반 악마들을 상대로 그 레벨의 수준을 정했다고 해도
넌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자야. 당황하지 마. 무엇보다 이상 징후가 있었어도 넌 게임을 이겼어.”
아마트라는 확인된 사실만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아나이스도 거들었다.
“맞아. 넌 정말 열심히 했어. 잠을 줄이고 게임해서 결국 졸다가도 정신이 나면
즉시 그 게임화면에서 정신을 차리고 컨트롤 했어. 그런 너를 이길 기본기는 악마 중에선 존재하지 않아.”
아마트라는 다시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하지만 방금 경기 네가 이겼다는 게 중요해. 상대의 추가 스킬이 있다고 해도
그게 순식간에 역전을 부르는 강력한 스킬은 아냐. 네가 아주 조금 유리한 타이밍에 러시를 했을 뿐인데
상대는 결국 그걸 뒤집지 못했어.”
아마트라의 그 말엔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이 일어났건 건호는 게임에서 지지 않았다.
이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건호도 다시 침착성을 찾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조심하면서 플레이할게. 반드시 파악해 낼 거고 이번에 끝내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만일을 위해 새로운 신호를 정하자.”
건호는 새로운 신호를 준비했다. 앞전의 신호보다 체계가 약간 복잡했지만 건호는 빠른 시간내에 그것을 정리했다.
우선 상대의 제3스킬이 <텔레파시>인 것을 파악하면 신호하고
그 이외에 스킬에 대한 예상답안을 만들어 표시하기로 한 것이다. 건호는 정리한 것을 아나이스에게 내밀었다.
“아나이스 부탁해.”
아마트라는 시계를 보고 정리가 끝난 것을 보더니 말했다.
“가자. 시간됐다.”
라면서 아마트라는 앞장섰다. 아나이스와 건호가 그 뒤를 따라 복도로 나아갔다.
복도로 가면서 건호는 뭔가 생각하더니 메모지 하나를 더 얻어서 아나이스에게 뭔가 적어주었다.
“아나이스. 지금 생각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가지고 있다가 스코어에서 몰리거나 하면 펴줘. 혹시 내가 깜빡 잊더라도 마지막게임 5set가 되면 이걸 펴서 확인해줘.”
아주 간단한 메모였고 아나이스는 그것을 받았다. 건호는 아까보다 더 안정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괜찮아.”
건호는 아나이스의 손을 쥐어주면서 말했다.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그 말에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긴다.’는 말이 아니라 ‘지지 않는다.’는 말이 주는 어감의 차이가 왠지 크게 다가왔다.
오늘 아나이스에겐 직감이 곤두서 있었고 그것은 모두 불길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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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부스에 들어가는 건호에게 아마트라는 각성제를 복용시켰다.
최면스킬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물론 후반 건호가 제대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낸 것을 보면 분명 최면 스킬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모두 감안해야 했다.
“회식자리 잡아 놓을 테니 빨리 끝내고 나와.”
아마트라는 다소 장난스럽게 말했다.
문이 닫히고 건호는 착석. 그리고 상대의 종족이 저그인 것을 확인한다.
“......”
건호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자신의 종족을 랜덤으로 선택했다.
“......”
여기에선 건호의 망설임과 그 이후에 선택이 있었다. 무엇보다 숨겨진 상대의 스킬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냉정하게 말해 방금 경기에서 이상 징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이겼던 것도 최종 선택을 미루는 이유가 되었다.
‘히로스는 종족을 뭘 기준으로 하는 건가....?’
건호는 의아했다.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무엇보다 건호가 생각하는 마지막 카드를 던지는 데 있어서 상대의 종족 선택이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건호는 상대의 그 매치업의 경기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쓸 수 없다. 그 카드는 공개되면 다시 쓰지 못하는 성질의 것이다. 지금은 확실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숨겨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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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스 선수 이번 종족 선택은 저그입니다.”
“프로토스 중심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옥테란의 경기도 그렇고 하루에 한경기 저그를 섞는군요.”
“오늘은 3세트 저그를 하고 4세트 5세트에서는 여전히 프로토스를 한다고 합니다.”
“임건호 선수는 여전히 랜덤.”
캐스터 브리타이는 경기 준비상태를 보고 말했다.
“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세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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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은 파이썬
임건호 8시 랜덤 테란 히로스 2시 저그
드디어 3set 경기 시작. 건호는 시작하면서 기분 좋은 것을 경험했다. 상대의 제3스킬을 즉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트라의 정보가 맞았다. <텔레파시>. 히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건호는 그것을 즉시 표시했다. 히로스는 말했다.
<아쉽군. 내 스킬의 구동엔 약간의 과정이 필요해서... 이번에는 끝까지 보여주진 못한다. 그러나 널 이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히로스의 텔레파시가 아주 똑똑하게 들려왔다. 건호는 자신이 컨디션을 체크하며 모든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 정찰도 빨리 했다.
‘......’
히로스의 저그는 랜덤을 상대로도 너무 가난하게 스포닝을 당겨짓지는 않았다.
물론 상대는 건물의 종류를 속이고 있지만, 그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대략 무난한 12스포닝풀 정도를 실행하고 있었다. 이건 예상에 들어있는 패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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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트라와 아나이스는 건호의 표시를 보고 일단 안심했다.
3제 스킬이 텔레파시가 아니면 문제가 정말 복잡해지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었다. 아마트라는 읊조렸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아. 과연....”
아나이스는 건호의 새로운 신호가 나오면 즉시 표시할 수 있도록 언제나 메모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도 약간은 안심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어서 빨리 게임이 끝나주길 바라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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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의 테란과 히로스의 저그가 조금 더 발전한 상태가 되었다. 그때 히로스의 <텔레파시>가 다시 한 번 들어왔다.
<사실 난 비쥬얼체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예외지만.>
히로스는 상당히 친절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은 안 믿겠지만 이제부터 보면 알거야. 난 바빠서 이만...>
히로스의 통신은 끊어졌다. 건호는 히로스가 자신에게 성의 있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을 때 약간은 비겁하게 시야를 피해 히로스의 본진 안으로 SCV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
‘SCV 난입 성공’
겉모습을 보면 아직도 스포닝풀이 없이 2해처리에 2챔버를 하는 저그.
그리고 새로운 건물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건호는 그 새로운 건물을 찍어보고 SCV로 어택시켜 보았다.
‘이 타이밍에 체력 600.... 건물‘
비쥬얼체인지는 분명히 멋진 기술이다. 하지만 건물이나 유닛의 본래속성의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
건호는 현재 게임시간과 상대의 전략 패턴을 살펴보면서 그 건물의 정체를 아주 쉽게 예상했다.
‘...아직 타이밍은 충분해.’
곧 드론의 모습을 한 저글링이 SCV를 파괴했고 전장의 암흑 속에 히로스의 본진 건물은 덮혀 버렸지만.
건호는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었다. 건호는 상대의 체제에 맞춰 건물을 새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건호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
<기억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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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의 아마트라와 아나이스는 동시에 놀랐다.
“......”
“......”
아마트라는 능력치 측정기의 수치가 급변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아나이스는 대기실 모니터에 계속 비춰지는 건호의 표정을 보고 놀랐다.
아나이스가 보는 건호의 표정은 분명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 2set 경기의 후반과 너무나 똑같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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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호는 정신을 차렸다. 건호가 시각이 본 마지막 기억은 3set 경기의 시작카운트가 0으로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이 모습이 바로 지금.
‘표시....’
건호는 놀랐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면서 즉시 자신의 상황을 표시했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 예상을 했던 것 중에 하나였지만
그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은?’
건호는 자신의 건물과 유닛을 재빨리 확인한다. 그것으로 게임의 시간을 추정한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에 테크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이 시간 쯤 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그인 상대의 테크를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어야 했지만,
건호에겐 지금 그 기억이 없다. 워포그 묻힌 저그의 건물이 보인다.
건물의 겉모습을 바꾸는 비쥬얼체인지로 본 건물이므로 정보의 신빙성이 없다. 무엇보다 건호는 자신이 언제 그것을 정찰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기억 안나...’
그리고 저그 본진의 워포그에는 막지어지기 시작하는 건물이 있다.
뭔가 중요한 건물인 것 같은데 그 기억이 없는 것이다.
‘.. 안나네’
이제야 건호는 이전 판에서 왜 그렇게 쫓기듯이 러시를 해서 게임을 끝냈는지... 알았다.
무조건 러시를 시작해서 기억이 사라져도 유닛을 뺄 수 없는 올인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다.
<비쥬얼체인지>와 <게임 내 기억소거>는 시간을 끌면 변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건호는 승부했던 것이다. 2set의 승리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간신히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건호는 긴장하지 않기로 했다. ... 분명히 회수 제한이 존재할 것이다. 아니면 범위제한이나...
그걸 무한정 쓴다면 비쥬얼체인지나 다른 스킬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과율이 무색해질 것이다.
‘차분히’
건호는 1차 마린메딕 병력을 진출시키며 상대 앞마당의 성큰 개수를 확인한다.
실제 마린을 던져서 클립콜로니와 실제 성큰의 숫자를 파악한다.
다 크립처럼 보이지만 모두 성큰...건호는 일단 마린메딕을 뒤로 빼면서 저그의 본진에 첫 스캔을 뿌린다.
찌리리리링
눈으로 보이는 저그는 아직도 레어가 없는 상태. 그러나 그것은 말도 안 되고.
챔버로 보이는 건물이 거의 완성되는 타이밍 그리고 본진에선 그 건물의 완성 타이밍에 맞춰서 라바를 모으고 있다.
‘알았어... 이건 100% 뮤탈리스크.’
건호는 마린메딕을 돌리며 터렛으로 방어를 시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억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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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기억이 끊겼다. 건호는 서플라이가 막히는 현상을 경험했다.
당연했다. 돈도 남고 있었다. 게임의 흐름이 끊기고 있었다. <기억소거> 후 게임 내에서 또다시 건호의 과정은 반복된다.
‘저그의 테크는?’
건호는 컴셋을 잡고 스캔을 뿌리려고 한다. 그러나 본진 스캔의 마나가 없다. 앞마당 스캔의 마나도 없다. 건호는 당황했다.
‘난 이미 스캔을 여러 번 사용한 것인가? 뭘 보기 위해.... 뭔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냐.
러커 올인 러시 인가? 하지만 앞마당 방어 벙커도 없다. .... 대체 지금은...?’
그때 저그의 뮤탈리스크가 앞마당을 덥치며 SCV를 잡는다.
투학투학투학...
타타타타
건호는 재빨리 대응한다. 하지만 지금의 건호로서는 이것이 도데체 몇 번째 뮤탈리스크 공습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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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전경기들과 뭔가 양상이 다르다. 확실히
“임건호 선수 뭔가 둔합니다. 당황한 얼굴.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대체... SCV와 스캔으로 몇 번을 정찰하고도 왜 당하는 것입니까?”
“알 수 없네요.”
중계진은 건호의 경기력이 떨어진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경기가 히로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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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의 화면에 또다시 뮤탈리스크에 끊어 먹히는 건호의 SCV와 마린의 모습이 보였다.
컨트롤은 살아 있으나 상대의 테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
아마트라는 능력치 측정기를 벗었다. 상대 스킬에 대한 정체는 이미 알았으므로 그것을 궁금해 할 필요는 더는 없었다.
“.....”
아나이스가 기록하는 메모지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여러 번의 회수가 표시되어 있다.
더 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였으나 아나이스는 여전히 펜을 놓지 않고 있었다.
손을 약하게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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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그야말로 본능대로 게임하고 있었다. 뭔가 보이면 때리고 피하고 다시 싸우고 있었다.
초반처럼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이 손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도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항상 게임화면에 집중한 결과로 상황이나 상대 스킬에 대한 의문도 접어두고 공수에 대한 자세를 취한다.
‘뮤탈리스크!’
건호는 순간적으로 일점사하고 본진 쪽으로 빠지는 뮤탈리스크의 꼬리를 확인한다.
시야의 아슬아슬한 끝에 걸린 허공을 마우스로 긁어서 확인한 것이었다.
‘본진 뒤에서 온다. 기다리자..’
그러나 <기억소거>
건호는 다음 화면에서 본진을 급습하는 뮤탈리스크의 모습을 ‘멍하니’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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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중계하는 중계진의 입장은 정말 답답했다.
오늘 1set와 2set 그들은 정상적인 경기를 중계하며 나름대로 신도 냈지만,
이번 경기에서 경기 해설의 실마리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다.
“임건호 선수 왜 계속 당하나요? 대체 어찌된 일인가요?”
경기가 0대3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서 좋았지만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그저 답답함만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예리한 분석해설가인 엑세돌이 뭔가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히로스 선수의 <기억소거>가 게임 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네?”
“예전에 있던 패턴과는 뭔가 다르지만 확실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지금 보세요. 임건호 선수가 기억이 있다면 이걸 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근데...”
그때 캐스터 브리타이는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아아.... 임건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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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파악하는 현재.
그는 워포그에서 보이는 저그의 추가 멀티를 향해 마린메딕을 전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자신의 본진 상태로 보아 저그의 2번째 아니면 3번째 멀티라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건호는 그것을 저지하게 위해서 달리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어디에도 저그의 방어 병력이 안보였다.
저글링도 없었다. 건호는 직감적으로 멈추었고 마린메딕 병력을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촤촤촤촤촥
건호는 발아래 튀어나온 러커의 촉수를 보았고
으아아아악!
병력을 몽땅 파괴당했다.
따지고 보면 히로스가 대단한 과정을 통해서 이 ‘스탑러커’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었다.
사실 방금 전 건호는 히로스의 러커가 땅에 박히는 모습을 보았었지만
<기억소거>로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위를 다시 지나간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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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 되자. 운영진 룸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라데온에게서도 악마답지 않은 인간적인 멘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히로스...... 이 자식”
라데온은 핸드폰을 즉시 꺼냈다. 재빨리 단축번호를 누르고 어디론가 연락했다. 연결이 되자 통성명도 생략하며 즉시 명령했다.
“이번 게임 끝나면 정보를 모아라. 조금 이르지만 준비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
라데온에게 침착함의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그 목소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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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상황
“젠장.”
또다시 병력을 짤라 먹힌 건호는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본능과 근성 게이머의 모든 직감과 분석을 통해서 여기저기로 SCV를 돌리며 스캔을 뿌리며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그리고 멀티를 정찰하러 보낸 SCV가 오버로드가 뭉쳐서 날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폭탄드랍.... 어서 본진 방어를...’
그러나 <기억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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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내에서도 말콤박사와 덩치가 위성으로 중계되는 그 경기를 감상하고 있었다. 말콤박사가 말했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로군. 히로스”
말콤박사에게서도 여유와 인자함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것이 얼마 전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자 덩치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님... 슬슬 불안해지시나요?”
“......”
그러나 그 말에 말콤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숙연해졌다. 그러자 덩치가 아까보다 더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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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콰쾅 푸학....
운이 좋았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우연이 상대의 폭탄드랍의 코스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
건호는 상대의 대규모 드랍을 자신의 병력피해 거의 없이 깔끔하게 막아냈다.
‘질까보냐...’
건호는 타이밍을 노렸다. 앞으로 진출하는 액션을 잠깐 보여주며 드랍쉽을 상대 멀티로 날리고 있었다.
투타타타
마린메딕 병력이 내리자. 일부의 드론은 도망가고 일부의 드론이 버로우하자 러커의 촉수 공격이 나왔다.
투타타타. 그래도 건호는 병력을 돌리며 결국 해처리를 파괴했다.
‘난 절대 쉽게 안 져. 방어한다.’
건호는 이미 가져간 7시 섬멀티를 방어하면서 기다리고 그 앞에 미네랄 멀티도 가져가는 선택을 했다.
마린의 공격력 방어력 업그레이드는 생각보다 충실했다. 막으며 할 만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방어하고 200을 모아서 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건호는 계속되는 <기억소거>로 인해서 현재 경기 시간과 상대의 자신의 격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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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은 소리 높혀 선언하고 있었다.
“히로스 선수의 결정병기 드디어 갑니다...”
“과연 임건호 선수... 혹시 막으면...!!!”
“자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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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의 눈에 보였다.
3멀티 미네랄 앞으로 저글링 8마리가 띄엄띄엄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미 벙커가 하나 있었던 건호는 병력을 나눠서 다른 저그 멀티에 타격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으아아악!
강력한 데미지와 공백으로 보이는 실질적 유닛크기를 보니 그것은 울트라였다.
‘울트라다... 병력추가...탱크와 함께...막을 수 있어.’
그러나 <기억소거>
건호의 눈에 보였다.
자신의 미네랄 멀티에서 마린메딕이 저글링에 당하고 있었다.
다른 병력이 지나간 후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상황을 보니...
‘이건 울트라다... 병력추가 탱크도 벙커도...’
그러나 <기억소거>
건호의 눈에 보였다.
저글링이 SCV를 파괴하고 벙커를 부수고 있었다. 마린메딕과 탱크가 도착했다.
아주 쉽게 막고 끝날거라고 생각했지만 추가 병력까지 잡아먹힌다. 깨달았다.
‘울트라다... 지금 안 막으면....제발 잊지 마 부탁이야... 제발.... 제발.....’
그러나 <기억소거>
건호의 눈에 보였다.
저글링이 벙커를 부수었고 SCV를 몰살시키고 있었다. 저글링이 마린메딕과 탱크도 부수고 있다.
그리고 인스네어가 저글링에 묻었다.
‘공격이 안 맞는다... 이건 사실 다크스웜.....? 그리고 이 저글링을 대체... 아....’
건호도 급기야.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대체 뭐야!!!..... 뭐야? 지금 뭐야....!!! 뭐냐고? ”
사실은 건호가 여기까지 버틴 것도 놀라웠다. 연습으로 만들어낸 집중력. 게이머의 반사 신경.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의 상황파악. 그러나 그 무엇으로도 지금 상황을 넘을 수 없었다.
인간이란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도 특정 소프트웨어가 버그로 인해 3분마다 자료를 날린다면
그것은 자신의 기능을 수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비유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인간에게 기억이란 그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전략게임인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에 있어서도 기억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중계진은 소리쳤다.
“드디어 앞마당이 밀리는 임건호 선수....”
“히로스 이번엔 틈을 주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몰아붙입니다.”
“정말 강력하네요. 임건호 선수는 지금 지옥을 맛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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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호가 정신을 차렸다.
화면엔 불타는 커맨드 센터 한 개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맵은 어둠에 덥혀 있다.
자신의 다른 건물은 아무것도 없다. 사방이 아주 조용하다... 저그의 유닛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맞엘리전...?”
그러나 건호는 컨트롤 할 수 있는 유닛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 상황은....’
조용하다. 자신의 커맨드 센터는 7시섬에서 천천히 6시 스타팅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건호는 상대의 건물도 한 두개정도만 남았다면 적당한 곳에 내려두고 SCV를 생산해서 어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사방에서 스콜지가 날아온다. 마치 커맨드 센터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빨려들 듯이 스콜지 떼가 달려들고 있었다.
건호는 그제야 게임의 상황을 알았다.
그리고 그 스콜지가 커맨드 센터에 닿기 직전
<기억소거>
잠시 후
건호는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예의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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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와 아마트라는 부스로 달려갔다. 너무나 처참한 패배.
그들은 무엇보다 지금 게임을 한 건호의 상태가 궁금하다.
지금 어떤 상태로 어떤 마음으로 게임 후의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또한 스킬의 정체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스킬을 깰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건호가 가지고 있을 것인가?
덜컹
게임부스의 문을 열고 아나이스는 건호를 바라보았다. 아나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건호야 대체 어떻게.... ?”
“......”
아나이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안....”
“난 이번에 진건가?”
생각보다 건호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기억소거>를 자주 겪으며 자신의 승패에 재빨리 눈치 채기 시작했다.
게임전의 예상과 그 결과를 투영하는 지인들의 분위기를 매우 잘 읽어내게 된 것이었다.
3인은 또다시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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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내용을 본 건호의 표정이 충격적이지 않았기에 아나이스는 충격을 받았다.
“다중기억소거...”
건호는 중얼거렸고 아마트라가 덧붙였다.
“밖에서 우리가 보기에도 역시 그랬다.”
그들이 사전에 <다중 기억소거>를 예상한 것은 몇 가지 근거에서 그랬다.
우선 히로스의 스킬의 숫자가 3개라는 것.
그렇다면 3가지 중 어느 스킬의 능력치가 그들의 분석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그런 예상이 실제 경기 내용에서도 완전히 맞아 떨어졌으므로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 2set 경기에서 무리한 러시도 이해가 간다.
게임중 기억이 날아갔지만
건호 스스로 그 심각성을 깨닫고 재빨리 상대와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올인모드로 게임을 진행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승리는 정말 기적적인 것이었다.
“대단하네.... 겨우 초반인데 12회.... 이후엔... 도저히 나도 표시할 경황이 없었을 것이고.... 게임은 참 심했겠네.
건호는 게임에 대한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의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 자해의 원인이 이거였나?”
그러면서 건호는 히로스의 스킬에 대한 마지막 의문이 지금 풀렸음을 깨달았다.
4강 3set에서 왜 자신이 갑자기 게임을 멈추고 자해를 했는가? 왜 스스로 절망에 빠졌는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건호는 손톱이 갑자기 아프다.
4강전 그 이후에 안 일이지만, 건호는 손등을 물어뜯고 손을 물어뜯고 피를 묻힌 게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나 손톱에서 먼저 피가 났던 것이고 입으로 물어뜯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손톱이 아파서 그것을 입에 물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손등이나 손가락 자체에 외상은 없었다.
그 손톱의 상처는 사실 게이머에겐 심각한 것이었고 아마트라가 지옥의 발전된 마법 의술로 고쳐주지 않았다면
아마 이후에 게임을 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땐 그랬다.
손톱이 아프다. 아무튼 지금 건호는 손톱이 다 나은 상태지만, 마치 그 때처럼 다시 아파오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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