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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08 07:41:38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30화 - 공포의 스킬 2
[소설] 불멸의 게이머 30



30  공포의 스킬 2


“지금 알고 있는 히로스의 약점을 노려 여기서 끝낸다.”

건호는 단호하게 말하고 아나이스 아마트라와 더 얘기하지 않고 게임부스로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아나이스는 절박하게 건호의 팔을 잡았다.

“건호야. 이 메모는...”

건호는 아나이스를 한 번 돌아보고는 간단하게 말했다.

“그냥 가지고 있어줘.”

건호는 다시 급하게 돌아서려 했고 아마트라도 건호를 다시 불렀다.

“이봐. 전략 구상이나 공유는 안할 거냐? 왜 그렇게 갑자기 서두르지?”

아마트라는 다소 꾸짖듯이 얘기했다. 건호는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지는 않은 체 그리고 뭔가를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앞서 자신의 말투와는 달리 자신감이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상대에게 아무것도 줘선 안 되는 거야. 우리의 의도나...
우리가 오랫동안 생각했다는 사실도 알려선 안 돼. 그리고 생각할 시간도.
그러니까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무조건 빨리 게임을 해야 하는 거야. 날 믿어줘.”

건호는 그대로 더 설명하지 않고 대기실의 통로를 나가 부스로 들어갔다.

----

“임건호 선수는 이미 조인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오히려 건호가 먼저 게임에 대기하며 먼저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히로스가 손을 풀고 있는 동안에 그 표정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앞서와 달리 히로스가 시간을 끌고 있었다. 결국 게임을 기다리며 건호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졌다.

“.......”

건호는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세히 보면 내부에서 뭔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건호는 조금 전 게임을 끝내겠다고 말한 때와 완전히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 시간이 임박할수록 그런 건호의 어떤 숨길 수 없는 심리가 점점 드러나는 것도 같았다.

“......”

----

대기실에서 게임을 준비하는 건호의 모습을 보며 아나이스는 정말 불안해졌다.
오늘 건호는 이전의 건호와 다르다. 뭔가 논리의 일관성이 결여된 상태가 보였다.
방금 전 3인이 서 얘기를 할 때도 앞에서는 뭔가 확신한 듯 얘기했지만, 뒤에서는 그렇지 못한 듯이 말했다.
방금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건호는 처음에 무표정하게 기다렸지만 차츰 뭔가 걱정하는 듯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적어도 아나이스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때 아마트라는 아나이스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말하고 있었다.

“속단하지 마”
아마트라는 아나이스를 보면서 얘기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구아리오와 게임할 때 건호는 모두를 철저히 속인 적이 있었다....
승리를 위한 전략을 건호는 게임 내에 한정짓지 않아. 그러니까 아무리 불안해도 속단하지 말고. 그리고... ”

그리고 아마트라는 건호가 남긴 메모지를 쥐고 있는 아나이스의 손을 보면서 말했다.

“건호가 남겨둔 그 전략을 우리가 열어 보는 것도 그 시점을 우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건호가 시킨 대로 하자. 지금은 그냥 건호를 철저히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아나이스는 그 쪽지를 열어보려고 했던 속마음을 아마트라에게 간파당한 것은 기분 나빴지만,
아마트라의 말이 모두 옳았으므로 그 말에 무언으로 긍정하고 있었다.

‘건호야.’

그러면서도 아나이스는 게임을 준비하는 건호의 표정이나 눈빛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의 과거의 모습을 토대로 그가 생각하는 것을 유추하고자 노력했다.

----

“드디어 준비가 끝났습니다.”
“두 선수 모두 조인.”
“임건호 선수는 이번엔 랜덤이 아닌 저그 선택. 히로스 선수는 프로토스.”
“경기 시작합니다.”

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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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set 루나
임건호 저그 1시, 히로스 프로토스 11시

  “......!”

아나이스는 게임이 시작되며 잠깐 놀랐다. 게임 시작 직후 건호가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아나이스는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건호가 잘못해서 일꾼드론 몇 마리를 잠깐 뭉쳤던 것이다.
아마 드래그를 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건호는 즉시 일꾼을 각 미네랄에 붙이더니
이내 적당히 안정을 찾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건호는 12드론 앞마당, 히로스는 포지 더블넥서스를 하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나?’

하지만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건호의 표정을 살피며 뭔가 건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나이스도 건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마트라가 말한 구아리오와의 일꾼 2마리 심리전

‘정말 건호는 모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건가?’

아나이스는 대 구아리오 경기의 준비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없었으므로
건호가 모두를 속였다는 그 표정과 그 눈빛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도 알 수 없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지금 표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나이스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지금 건호가 속이는 것이 아니라면...’

----

건호는 굉장히 고전을 치르고 있었다.

“임건호 선수 완전히 당황하고 있는 표정입니다.”
“이전 경기보다 훨씬 고생하는 느낌이네요.”
“네에. 맥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공포에 떠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최소 아나이스 입장에서 건호의 표정의 진실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게임 내용적으로 훨씬 더 고전하는 것.
그것은 확실했다. 랜덤이 아니라 프로토스에게 좋은 상성을 가지고 있는 저그를 선택해서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쥬얼체인지와 다중기억소거를 함께 사용하는 히로스에게는 아무런 흠집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임건호 선수 완전히 희망을 잃은 듯한 얼굴.”
“히로스라는 상대가 너무 강력한 건가요? 그래도 스코어에서 아직 앞서고 있는데 저런 표정이라니요.”
“아무튼 히로스 선수 또다시 다크드랍... 드론 잡힙니다.”

----

‘건호야......’

이내 게임을 지켜보며 아나이스는 건호의 지금 표정이 진실이건 진실이 아니건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라면 말할 것도 없고 일부러 그 표정을 짓고 있더라도 건호는 분명히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임 내용상 건호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고 처절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임건호 선수의 멀티 해처리 또다시 파괴됩니다.”
“임건호 선수 스톰에 병력 피해....”
“남은 러커를 끝까지 태워서 도망가려고 하지만... 잡힙니다.”

건호가 플레이하는 유닛, 건물이 깨져나가면 아나이스도 그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
건호의 유닛이 파괴되면 아나이스 자신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건호, 너 정말 이길 수 있는 거니? 그동안 네가 이기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
그래서 언젠가 네가 져도... 그걸 받아들이고... 그걸 인정할 수도 있을 거라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혼자 건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단 한번만 단 한번만.... 지금 네가 이기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무도 모르게 그녀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난.... 너무 비겁하고 너무 약해서 .......이대로 패배하는 널.... 지켜볼 자신이 없어.’

그녀는 자신의 스스로 뭘 원하는지 알았지만,
그동안 그녀가 바래왔던 것과 지금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 그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다.

‘대체 난........ 난..... 난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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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의 건호.
본진이 밀리고 다른 멀티에서 근근히 버티던 건호였다. 그 곳으로 상대 병력이 들이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

‘졌다.’

건호 스스로도 게임에 대해서 거의 가망이 없다고 생각될 무렵이었다.
버티기도 힘들만큼 완전히 게임이 기울어져서 GG를 쳐야 하는 상태. 그 때 히로스의 <텔레파시>가 들어 왔다.

<너를 보니 짐작컨대... 네가 내 스킬에 대해서 파악한 건 아주 최근이군...>

그러나 건호는 그 질문에 대해서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히로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역시 네가 가장 잘해. 너를 인정하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넌 이 칭찬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만 끝내자.>

그리고 히로스는 건호의 최후의 건물을 파괴함과 동시에 게임 내 마지막이며 특별한 <기억소거>를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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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히로스 압도적입니다. 시간 절대로 끌지 않습니다.”
“3set와 4set를 연달아 잡아내는 괴력.”
“스코어는 어느덧 2대2 동점. 이대로라면 히로스 선수의 역스윕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군중들은 마구 웅성거렸다.
해설자의 해설에 따라서 히로스의 기억소거가 게임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게임을 보자
히로스가 얼마나 두려운 선수인지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소거를 보조하는 뭔가 알 수 없는 게임내 마법 2가지(관객의 입장).
오늘 경기가 끝나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므로 그것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역시 히로스...”

마법을 사용하는 악마들이었으므로 히로스의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서 악마들은 피부로 느끼며 감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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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대회장의 분위기도 모두 히로스를 승자로 인정해 가고 있는 무렵.
대기실의 아마트라와 아나이스는 건호를 부스에서 꺼내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
아마트라가 먼저 일어서서 대기실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아마트라는 아나이스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트라는 말했다.

“왜 그래? 가자.”
“......”

아나이스는 몸을 약하게 떨면서 차마 다리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트라는 다시 말했다.

“왜 그래?”
“아...아냐...”

아나이스는 간신히 일어서서 대기실의 문쪽으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아마트라는 대기실의 문을 열어제끼는 대신 잠깐 기다리며 자신의 뒤에 선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뭔지 모르지만 고민하는 얼굴하지 마.”

아마트라의 단호하면서도 침착하고 한편으로는 인자한 말이었다.
”우리가 마음에서 흔들리면 건호는 정말 진다. 건호가 이기길 바란다면 마음 단단히 먹어...
이전판하고 달리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야... 이 악물고.... 지금은 우리가 응원을 해줘야 할 때야....
우리가 할 건 그것 밖에 없어. 그러니까 그거라도 잘 해야 해.“
“......”

아나이스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다시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아마트라는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준비됐나? 가자.”

----

덜컹
건호의 게임부스 문이 열린다.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는 동시에 게임부스 안에서 허공을 쳐다 보고 있는 건호를 발견하였다.
먼저 아나이스가 자신의 소임을 하듯이 건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건호야.”

건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그런 담담한 표정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지만
서포터로서 지금의 환경과 조건을 설명해야 했다.

“너 이번경기는 졌어. 하지만 지나간 경기 신경 쓰지 마. 이번 마지막세트라서 광고 시간이 좀 길어....
다시 작전 회의하고.... 방법을 모색하자.”

아나이스가 그 말을 하자 건호는 의아한 얼굴이 되어 되물었다.

“마지막 세트라서 광고 시간이 길다고?”
“그래 3세트 전에도 그랬잖아.”

아나이스는 건호가 뭔가 이상한 걸 묻는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마지막이라서 광고가 길게 들어갈 거야. 지금부터 다시 작전을 짜자.
네가 남겨둔 것도 함께 검토해야지. 어서 나가자.”

건호는 그 말을 들으니 잠깐 절망적인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

“저기 미안한데...... 나 잠깐만.”

건호는 머리를 만지더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아나이스가 보기에 그건 괴로워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
“건호야....?”
“지금 나”

건호는 이제 옆에 있는 아마트라 뿐 아니라 세상에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마치 몸 전체에 전류라도 흐르는 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건호는 약간 울먹이듯이 물었다.

“나 지금 무슨 경기 하고 있었어?”

건호가 정말 어이없는 것을 물어오자 아마트라도 끼어들 수 밖에 없었다.

“건호. 너.... 무슨 소리야?”

건호는 몸과 말로서 불안정함을 표시하며 말했다.

“어이가 없어. 마지막 세트라니... 이건 꿈인가? 말도 안 돼...
이건 뭐야? 대체? 미치겠어.... 뭐야.... 이건 꿈이어야해 악몽 같아..... 근데... 꿈이... 꿈이 아니야. 이건 정말 꿈이 아냐.”
“이봐 건호.... 지금 너 무슨?!....”

라고한 아마트라를 제지한 것은 아나이스였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앞으로 한걸음 더 다가갔다.
1set를 시작하기 전의 그 상황처럼 아나이스는 무릎을 굽히고 건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떨림을 진정시켜 주듯이... 누나가 남동생을 달래듯이...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했다.

“건호야. 괜찮아. 말해봐.... 그냥 말해 괜찮아..... 난 너 믿어... 천천히 말해봐.”

아나이스가 눈높이를 내려서 건호를 살짝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하자 건호는 용기를 내며 간신히 말을 시작했다.

“난 히로스와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었잖아.... 난 VOD를 보다가 결국...
아나이스가 자라고 힘을 남겨두라고... 말했잖아. 아직 히로스의 스킬이 뭔지.....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불안... 불안하며 누었잖아...
잠깐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잠이 오고 있었고... 근데 지금 뭐야?”

아나이스가 부드럽고 잡고 있었지만 건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마트라의 동공도 놀라고 있었다. 건호는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 지금 게임을 했나봐. 손에 땀도 나 있고 몸도 힘들어.... ”

아나이스도 지금 건호가 어떤 상태인지 서서히 짐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보다 확실한 대답을 원했다. 그래서 건호에게 물었다.
최대한 자신은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건호야. 내가 너한테 뭐라고 말했어? 네가 기억하는 마지막이 뭔데?”

건호는 아나이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건호의 눈엔 투지나 용기를 찾아볼 수 없는 공포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아나이스가 그랬잖아... . “최소한 게임할 체력은 남겨둬야지.”라고 말했잖아.
이제... 겨우. 하루하고 조금 밖에 안 남았는데...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야...“

아나이스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나이스는 지난 일주일간의 기억을 빠르게 검색했다.
그리고 결론을 낼 수 있었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처럼 말했다.

“이럴 수가.”

D-2까지의 기억이 날아갔다.
건호가 아나이스의 충고를 들으며 힘들게 눈을 붙이던 그 시각.
건호는 지금 그 기억을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게임을 준비하며 아직 히로스에 대한 실마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그 시점. 시간으로는 대략
40시간 정도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상태였다.

게임부스에서 건호를 포함한 3인의 모습을 약간 떨어진 곳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소형 로봇을 세심하게 컨트롤 하고 있는 라데온의 부하였다.

----

운영진 룸에서 지금 건호3인의 대화를 엿들은 라데온은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

그리고 더 이상 라데온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라데온은 반대 쪽 게임 부스에서 가만히 앉아 게임을 준비하는 히로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

히로스는 건호와 2인이 게임부스에서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히로스는 그 처량한 모습을 비웃지도 않았으며 동정하지도 않았다.
히로스는 벌써부터 다음 목표에 대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옥테란이 안티매지컬 스킬은 쓴다고 해도. 난 그걸 마나량으로 억누르고 그걸 깨는 스킬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라데온에게 얘기하듯이 혼자서 생각했다.

‘이번에 제대로 깨우쳐주마. 날 네 말로 쓰려고 하지마라.
뒤에서 비열한 계략이나 꾸미는 놈에게 지배당할 만큼 난 성격이 좋지 않으니까.’

그리고 히로스는 잠깐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을 접고 임건호와 남은 마지막 남은 경기에 대해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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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와 아나이스 아마트라는 다시 밀폐된 대기실로 왔다.
그들은 잠깐 마음속으로 히로스의 스킬인 <기억소거>에 대한 정의를 다시 잡기 시작했다.

처음에 파악된 <기억소거>는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번만 기억을 빼앗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자신의 주력 스킬인 <비쥬얼체인지>를 감추기 위해서 사용되는 보조능력에 가까웠다. 이것은 VER1이다.
그리고 이후에 건호들은 2set 3set에서 기억소거가 게임내에서도 여러 번 사용이 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이 VER2다.
그것은 게임 내의 상황이나 조건을 모두 까먹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억소거>가 <비쥬얼체인지>의 일부 역할도 대체하며 더 큰 비중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기억소거>는 의미가 또 달랐다.
건호는 해당 ‘게임 내’ 기억 뿐 아니라 ‘게임 외’ 기억인 게임 이전의 기억까지 모두 건드리는 상태가 된 것이다.
건호가 연구하고 파악했던 히로스의 <비쥬얼 체인지>패턴이나
게임을 직접 준비한 자신만이 알고 있을 전략이나 운영 계획도 모두 함께 날아간 상태인 것이다.
지금의 건호는 2일전 히로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던 혼란상태의 그로 돌아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건호가 자신이 남겨둔 마지막 전략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순전히 미지수였다.

‘후우’

들키지 않도록 아마트라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한숨이기도 했지만
이제부터 건호를 과연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아마트라와 반대로 아나이스는 갑자기 초인적인 힘으로 자신을 통제하며 현재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정리하면 그동안 궁금해 하던 히로스의 스킬은
<비쥬얼체인지>의 타겟형.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되는 건 <기억소거>의 3번째 발전 형태야.”

아나이스는 차분하게 건호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건호도 약간씩 안정을 찾아가며 아나이스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 아나이스 그러면 내가 진게임에 대해서 좀 알려주겠어? 게임 상황 같은 것...”
“역시 건호구나. 2번째 게임부터 설명해줄게....”

아나이스가 차분하고 자세하게 함께 공유했던 정보에 대해서 건호에게 설명한다.
아마트라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얼마나 큰 울분과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지.
적어도 아마트라가 알고 있는 아나이스의 모든 모습 중에서 지금의 아나이스가 가장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있다.
아마트라는 사실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상태에 대해서 지금껏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지만,
적어도 지금 아나이스가 건호의 현재 상황 때문에 느끼는 슬픔과
그 슬픔을 억누르는 위에 자신을 옭아매는 고통 2가지로 몸 안에서 지옥과 싸우고 있을 것이었다.  
아마트라는 생각했다. 지금 아나이스는 정말 건호에게 있어서 최고의 조력자다.

“그렇게 해서... 이번판에도 졌어.
우리는 아직 네가 남겨둔 마지막 전략을 보지 않은 상태야. 널 믿기로 했으니까.”

건호는 이제 생각보다 많이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의외로 자신이 히로스에게 2게임을 선취했다는 점과 자신이 마지막 전략을 남겨두었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기도 하면서 차분함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네가 남겨둔 메모를...”

아나이스가 드디어 약간 망설인 얼굴로 메모지를 들고 그것을 열려고 하자. 건호가 먼저 말했다.

“걱정마. 이건 너무 간단한 전략이라서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렇게 예상돼.”

어느덧 건호는 자신이 남겨둔 자신의 전략에 대해서도 예측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솔직히 아마트라는 지금 좀 두려웠다.
건호가 자신의 예상과 만약에 다른 전략이라면 가까스로 끌어올린 분위기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나이스는 메모를 펴 보았고 3인은 그 전략의 내용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5드론 러시>

아마트라와 아나이스는 동시에 놀라며 의문을 가졌다가 슬슬 그 전략의 활용도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2set의 상황 다중<기억소거>가 시작됐지만. 일단 러시를 시작한 건호는 계속해서 러시한다.
중간에 기억이 사라져도 계속해서 컨트롤하고 생산하길 멈추지 않는다.
이건 게이머로서 건호의 후천적인 본능이다. 건호는 많은 연습량 때문에 졸다가도 정신이 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생산하고 컨트롤했다. 3set다중기억소거의 뮤탈리스크에도 어느 정도 저항했던 건 건호의 이런 본능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비쥬얼체인지>에 대한 대처. <비쥬얼체인지>는 테크를 속이는 기술이다.
5드론 러시의 정도의 초반이라면 유닛이나 속일 테크도 없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머리 쓰지 않고 심플하게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패턴파악이나 뭐나 다 필요 없다.
그리고 마지막, 지난 4강전 시리즈를 통해서 밝혀진 결과 히로스는 생각보다 초반 유닛 컨트롤이 좋지 못하다.
물론 지옥테란과의 경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히로스는 지난 4강전 3set 경기에서 초반 전진게이트도 미리 발견하고서도 의외로 타격을 많이 입었다.
모두를 종합할 때 5드론 러시는 히로스의 <기억소거> <비쥬얼체인지>를 모두 무시하며 히로스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전략이다.
그리고 아직 건호는 오늘 극초반 전략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충분히 위험하다고 생각한 4세트에서 조차도. 건호는 이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패배했다.
그리고 그 세트에서 히로스의 전략은 더블넥서스였다. 아마트라가 다시 활기를 찾고 말하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혹시 몰라서 이런 걸 메모로 남겨두다니...
천만 다행이야. 히로스의 스킬의 정체를 파악한 지금은 이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 되겠군.”

건호가 부연했다.

“마지막 맵은 신백두대간. 오늘 경기맵 중에서 러시거리가 가장 짧아.
6파일런 7게이트를 해서 막더라도 드론 밀치기라도 할 수도 있어.
시야에 입구를 막는 소수 미네랄이 보일 수도 있고 오버로드도 곧바로 갈 거고.”
“혹시 이래서 일부러 4세트에서 안 쓰고 숨겨둔 건가...”

거기서부터는 누구도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아마트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넌 4세트 전에 전략을 조금 고민했던 것 같아.아마 4세트는 4인용맵 루나라서
스타팅의 선택에 의해서 러시거리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니까.
그래서 차라리 확실하게 지고 마지막세트로 끌고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그게 아니면 기억소거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먼저 사용해 봤다거나.”

건호도 약간 고민을 했지만, 결론을 내렸다.

“그 때의 내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쓰지 않았어.
그리고 상대는 오늘 경기를 포함해서 프로토스를 선택하거나 다른 종족을 선택해도 가난하게 시작하지 않아.
히로스는 대체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진 모르지만... 4세트 때에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다짐하듯 말했다.

“다른 방법은 없어. 지금 중요한 건...”

건호는 다짐하듯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에게 뭐라도 줘선 안 돼. 특히 생각할 시간을... 어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가자.”

건호는 4세트 시작 때와 비슷한 말을 했다. 건호는 먼저 앞장섰고 아마트라가 뒤따랐다.
아나이스도 그들의 뒤를 따르려 했지만 아나이스는 갑자기 어떤 ‘서늘함’을 느꼈다.
4set를 시작하던 건호와 지금의 건호가 겹쳐지는 것이었다.

대기실의 문 꼬리를 잡는 건호의 손.
마치 아나이스의 눈에 슬로우 모션처럼 건호가 대기실에 문꼬리를 잡는 순간... 아나이스가 소리쳤다.

“잠깐...!”

아나이스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건호와 아마트라는 아나이스를 돌아보았다. 건호는 재빨리 말했다.

“어서 가야해. 상대가 눈치 채면 못 이겨.”

아나이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지마.”
“왜?”
“가지 말란 말야!”

아나이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건호와 아마트라는 의아했다. 아나이스는 자신의 미간을 집었다.
아나이스는 상당한 두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 됐어.”

건호와 아마트라는 여전히 아나이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최후의 전략인 5드론에 대해서 함께 상의하고 동의했던 아나이스건만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여주며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트라가 물었다.

“뭐가?”
“설명할 수 없지만, 내 생각에 이건 이미 썼지만 실패한 전략이야.”

아나이스가 그렇게 말하자. 아마트라가 조금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이건 사용한 적이 없다고....”
“아냐....... 아냐.... 그게 아냐.”
“무슨 소리야 대체?”
“아냐... 그게 아냐.”

아나이스는 분명히 머리 속에서 뭔가를 정리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침착성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어.”




--------


뭐?! 사용하지도 않은 전략이 <이미> 실패했다고?!

대체 어떻게 그럴수 있나?

이것은 작가가 오타를 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100%라는 말을 수사적인 표현으로 말한 것은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

대략 28편으로부터 향후 이어지는 31 32편까지는
한번에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여러번 읽으실 필요가 없으시겠지만
이근처는 2번정도 읽으시면 더 재미있으실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2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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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망내
09/07/22 08:06
수정 아이콘
헐... 갑자기 나타난 3개의 글... 밥먹고 학교가야하는데..ㅠ
잘 보겠습니다~
후니저그
09/07/22 08:39
수정 아이콘
저 오늘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컴퓨터 키고 pgr21에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3개의 글 ^ ^;; 저녁에 김치에 밥먹을 생각으로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소갈비를 해줄때의 기분? ^ ^; 항상 볼때 아까워서 조금씩 봤는데 편하게 보게 되네요 우하하핫 감사합니다.
쟤시켜알바
09/07/22 08:43
수정 아이콘
후니저그님// 아까워서 조금씩 봤던...(2)
Humaneer
09/07/22 09:27
수정 아이콘
겜 시작하자 마자 이틀치 기억을 다 지우는건가?

그럼 5드론도 못할듯한데 -_-;

아무튼 3편이 주우우욱! 올라왔군요 .. 잘 보겠습니다.
감전주의
09/07/22 10:33
수정 아이콘
하루 쉬고 출근 했더니 한꺼번에 3개의 글이...
선리플 후감상 들어갑니다..^^;;
The Greatest Hits
09/07/22 10:59
수정 아이콘
폭탄드랍~~~!
꼽사리
09/07/23 00:02
수정 아이콘
근데 말그대로 5드론을 러쉬.. 낄낄대박인데 잘보고있습니다.
포포리
09/07/23 09:32
수정 아이콘
캬. 일주일동안 참았던 보람이 있네요. 아직도 2개나 남아있다니!
09/07/24 10:43
수정 아이콘
잘못본게 아니군요.
휴재안내가 왜 갑자기 사라졌나 하고 들어왔더니만...
가장 위의 글은 아직 읽지도 않았건만 댓글수가 후덜덜합니다.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꼽사리
09/08/09 15:28
수정 아이콘
보기 좋으라고 빨간색 +를 심어드리겠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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