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불멸의 게이머 31
31 최후의 반전
“내 생각에 이건 이미 썼지만 실패한 전략이야.”
아나이스가 하는 말은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건호가 남겨둔 마지막 전략은 심리적인 면의 허점이나 상대의 스킬의 범위도 운 좋게 피해가며
살아남은 최후의 기록이며 행운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아나이스가 하는 말은 아주 쉽게 부정된다.
“무슨 소리야. 이건 사용한 적이 없다고....”
실제로 건호가 4세트에 선택한 전략은 저그로 12드론 앞마당이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냐 그게 아냐.... 우리는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아나이스가 그냥 억지를 쓰는 표정도 아니고
방금까지 건호를 위해서 자기감정도 충실히 억눌러 온 그녀가 갑자기 뭔가를 간절히 얘기하니
그것 또한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나이스도 최대한 침착 하려고 노력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봐. 건호는 과거형이지만, 이 전략을 이미 알고 있었어. 왜냐면 당연해 건호의 머릿속에서 나온 전략이니까.
그리고 이전판 건호는 저그를 선택했어. 랜덤이 아니었다고.....”
아나이스로 인해서 건호와 아마트라는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아직 그녀가 말하려는 핵심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아나이스는 스스로 정리를 하고자 노력하며 말했다.
“건호는 오늘 1세트 2세트 3세트 모두 랜덤을 했었어.
그런데 4세트는 달라 선택해서 저그를 골랐다고. 역시 상대의 종족은 프로토스였고...”
아직도 아나이스는 스스로 자신의 말에 핵심을 잘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상해. 건호가 구태여 이 전략을 4세트가 아니라 5세트에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아무리 5세트 맵이 좋아도. 세트를 넘기는 건 결국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주는 거잖아.”
아마트라가 반대했다.
“그러니까 그건 일부러 그런 것 아닐까?. 아무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
그래서 게임에서는 더 처참히 패배해서 방심을 유도하고... 일부러 더 좋은 조건에 맞추도록...”
아나이스는 조금 더 안정을 찾으며 말했다.
“그 철저한 히로스가 자신의 약점을 모르고 있을까?”
“그건....”
“그렇게 생각하니까. 건호도 4세트에 빨리 경기하길 바랬을 거야. 생각할 시간이 없도록...”
아마트라가 주춤하자. 건호도 한마디 했다.
“그래도 실제의 히로스는 4세트에서 저그의 초반 플레이에 대비하지 않았어. 대체 뭘 믿고 그러는 진 모르지만,
내 초반을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게 분명해. 아니면 그런 빌드를 선택할 수 없어.”
아나이스는 건호의 말에 재빨리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 미안해. 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건호는 4세트 처음에 말했었어.
승부한다고... 그건 진짜였어. 건호는 그때 모든 걸 다 걸려고 했던 게 맞아”
아마트라가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아나이스가 대답했다.
“.... 난 건호를 항상 봤었어.... 아수라 백작성부터... 건호는 항상 승부할 때 눈빛이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난 알아.. 건호가 하려던 건... 진짜 승부였다고.... 뭔가 뒤를 보는 표정이 아니었다고.”
그게 아나이스의 설명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설명이 끝나자. 다시 간절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이미 실패한 전략이야. 이유는 모르지만 넌 이걸 쓰지 못했어. 다시 생각해봐.... 그 이유를!!”
지금 그 누구도 아나이스의 말이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 말에는 논리를 초월하는 진실성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미 건호에게 그런 존재였다. 건호는 아마트라에게 물었다.
“4세트 때 내 경기는 어땠어? 앞 경기와 차이가 있었어?”
아마트라는 다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4세트는 훨씬 더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어. 오늘 경기 중에서 가장 못했다.
네가 일부러 그런 건지 진짜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게임초반엔 이유 없이 당황하는 모습도 있었고...”
건호는 다시 대기실 자리에 앉았다.
이것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증거였다. 건호는 잠깐 생각했다. 용케 건호는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다.
건호는 모두를 오랫동안 속여 왔던 <기억소거>의 VER1의 특징을 잠시 접어두고,
게임내 다중기억소거인 <기억소거> VER2와 게임 외부 기억을 삭제시키는 VER3의 <기억소거>를 연결시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
건호는 담담하고 그리고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패턴에 길들여져서 또 속았던 거야.”
그리고 건호는 다음에는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이 모두 맞는다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건호도 그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살짝 목소리가 떨렸다.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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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룸에서 혼자 도청하고 있던 라데온에게도 건호의 그런 말은 충격이었다.
오랫동안 심사숙고하여 생각한 건호가 이길 수 없다고 이렇게 담담하고 침착하게 말했던 것을 라데온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라데온은 핸드폰에 단축번호를 누르고 말했다.
“작전 준비한다. 모두 제 위치에... 그리고 한명 와라. 주의사항을 전달할 테니...”
전화를 끊고 라데온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
그는 오늘 1세트 시작전 게임부스에 앉은 이후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은 히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로스 멋지군. 너를 너무 만만히 본 건 사과하지. 그러나... 나 역시 성격을 나빠서 최후의 카드정도는 들고 있다.”
한동안 불편한 얼굴로 일관했던 라데온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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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아마트라에 대해서 계속해서 묻고 있었다.
건호가 묻는 것은 게임부스내 부정행위의 규정에 관한 것이었다. 건호는 물었다.
“어떤 메모가 마법진이나 마법주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판명되면 그걸 게임부스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
“안 돼. 규정이란 건 그렇게 예외사항을 두게 되면 끝이 없다. 안 된다.”
건호는 또다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메모지가 불가능하면. 자신의 몸에 메모를 하는 건 안 돼? 나 같은 경우는 인간이라서 마법력도 없는데.”
“그것도 안 된다.”
“컴퓨터엔 메모장 프로그램이 있어?”
“오직 스타크래프트를 돌릴 수 있는 프로그램만 깔려 있다. 글자를 적을 수 있는 무엇도 없고 혹시 뭔가 하면 몰수패다.”
건호는 ‘후유...’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필기구가 아니라 뭔가 뾰족한 거라면 긁어서 글자를 적어도 돼?”
“뭔가 쓰는 행위는 뭐든지 금지되어 있어. 게임부스내엔 키보드 마우스에 지정아이템만 가져들어갈 수 있고
게임 전 할 수 있는 행위는 장비세팅과 손풀기 뿐이다...”
이제는 아마트라가 의아한 얼굴이 되어 건호에게 물었다.
“대체 왜 그래? 뭐 때문에 갑자기 규정을 물어보는 건데? 이게 히로스의 스킬과...어떤 관계가?”
건호는 담담하게 절망한 얼굴로 말했다.
“못 이겨.”
“대체 왜.....?”
“히로스의 스킬이 궁극적으로 발전하면 패러독스의 스킬은 비교도 안되는 사기 스킬이 될거야.
지금은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 난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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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스는 여전히 게임부스에 앉아서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방심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옥테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남긴 지옥테란을 잊지 않고 있었다.
‘힘들겠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내 생명을 걸고서라도 완성을 해서... 지옥테란과는 궁극의 스킬로 맞선다...’
히로스는 자신의 지독한 승부욕이 완전히 자신을 통제하도록 허락했다.
그는 다시 건호와의 경기에 집중하고 오늘이 지나면 지옥테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면 곧 승부욕이라는 것은 히로스 그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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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트라는 역정을 내기 일보직전이었다.
“제발 설명 좀 해봐. 아직 시간은 있어.”
건호는 사실 조금 전부터 좌절한 얼굴이었다.
아나이스는 그런 건호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호는 결심한 듯이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몇 가지 높은 가능성의 명제를 나열할게,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 인정해줘.”
“알았다.”
“첫번째 똑똑한 히로스는 자신의 약점을 모르지 않는다. 인정?”
“그래.”
건호가 묻고 아마트라가 그것을 검증하는 방식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나는 네 번째 경기 4set에서 승부하려고 했어. 그건 5드론이었고”
“그래 그렇다고 쳐.”
“하지만 실제 경기에선 5드론을 하지 않았고 초반부터 무척 당황하더니...
오늘 경기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졌어.”
“그래.”
“그리고 마지막 게임이 끝난 나는 게임 전 2일치의 기억이 모두 날아갔어.”
“그랬지.”
“이제 좀 알겠어?”
“......”
아마트라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뭐가 정리가 될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건호는 아직 약간 부족한 것인가 싶어서 부연설명을 했다.
“자 히로스 입장에서 상대가 뭔가 필살전략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그걸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히로스 자신의 스킬을 통해서 말이야.”
“.......”
“힌트는 지금 내 현재 모습이야...”
“설마....”
아마트라는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아나이스도 놀랐다.
“그래 히로스는 게임이 시작하면서 전략이 포함된 상대의 기억을 제거하고 게임을 하는 거야.”
명쾌한 결론이었다. 건호는 이었다.
“안 그래도 히로스는 철저한 계획으로 자신의 스킬을 감추고 감춰.
하지만 누군가 결국 히로스의 스킬을 알아내고 그에게 맞는 필살기를 중요한 순간에 떠올렸다고 해.
하지만 히로스가 그것에 대한 기억을 지우면... 상대는 그 필살기를 기억 못하고 사용할 수 없게 되지. 이전 경기의 나처럼.”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는 그제야. 4세트 시작하며 건호가 갑자기 당황한 이유와 4세트에서 특히 더 고전하며 게임을 했던 이유를 알았다.
건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메모를 남길 방법이 없는 거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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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오늘 말했던 것. 히로스는 ‘대체 뭘 믿기 때문에’
4세트에서 혹시 모를 상대의 초반 전략에 ‘대응하지 않은 것이냐’에 대한 해답.
히로스는 믿는 것이 있었고 충분한 대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히로스는 게임을 시작하며 건호의 2일치 기억을 깔끔하게 날렸고 게임의 추이를 보아
추가 삭제가 필요하면 그것을 실행했을 것이다. 왜 히로스는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나?
그것은 방심인가? 히로스는 1set 외에 방심한 적이 없다.
단지 히로스의 <기억소거>에도 그 스킬을 끝까지 구동하는데 있어서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2set와 3set에서 모든 것을 다 펼치지 못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상대보다 언제나 한걸음씩 앞서나가며
스킬의 진면목을 보이고 지금의 스코어가 발생했던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아무튼 건호는 4세트에선 <비쥬얼체인지>의 정체도 모르는 체
현재의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도 모르는 체 경기에 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건호가 Pause등을 걸며 현재 게임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거나 멋모르고 항의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히로스가 방지했다. 건호가 그런 행위를 하더라도 히로스가 불리할 것은 없고 건호는 오히려 몰수패를 받게 되지만...
히로스는 자신의 최대한 스킬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에 게임 초반 건호에게 <텔레파시>를 통해서
건호에게 현재 게임에 대한 정보를 친절히 설명했던 것이다.
‘지금 게임은 4강 최종전이지 이게 현실이야. 못 믿겠으면 몇 가지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마...’
당연히. 건호는 히로스를 믿게 되고, 자신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이후 게임을 이길 확률이 낮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매우 고전을 치르면서..
4세트에서 건호는 굉장한 고전을 했으며 그런 건호의 고전을 통해서
히로스는 건호가 자신의 스킬에 대해서 짐작한 시기가 극히 최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게임 후반 건호를 엘리시키기 직전에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너를 보니 짐작컨대... 네가 내 스킬에 대해서 파악한 건 아주 최근이군...>
자신이 건호의 기억을 날린 것이 2일치인데,
그 안에는 자신의 스킬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이토록 고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그건 단순한 추측이 아닌 <기억소거> 범위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말한 것이었다.
그렇게 게임이 끝나며 히로스는 건호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삭제했고 자신은 게임을 승리로 가져갔던 것이다.
그리고 히로스는 지금 확신하고 있다. 대회의 규정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히로스는 게이머의 속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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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게임 시작시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체 현재 게임상황도 모르는 체
무턱대고 5드론을 러시를 감행하는 게이머는 세상에 없어. 건호도 실제로 하지 않았고.”
아마트라가 다시 한 번 일어난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어.”
그러면서 아마트라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분석했다.
“정말 운이 좋아서 몰래 자그마한 메모를 어딘가에 남긴다고 쳐.
운영요원의 눈을 피하니 그건 눈에 잘 띄는 자리가 아니지.
그런데 그 상태로 기억이 삭제되며 게임이 시작된다면
5드론을 해야하는 게임 초반에 그 비밀스러운 메모를 발견한다는 보장이 없어.
아마 건호는 게임이 시작되면 일단 화면에 집중해.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겠지.
일부러 어딘가 수고스럽게 고개를 돌려서 다른 것을 보지 않아.
결국 기억을 잃으면 그 메모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건 게이머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어.”
아마트라는 목소리에서 힘을 빼고 얘기했다.
“모니터에 피로 글자를 써서 붙여 놓으면 모를까....”
아마트라의 그 말은 지난 4강전 3set 경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면서 일동을 절망에 빠뜨리는 그런 말이 된다.
“......”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아나이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지금 건호의 패배를 인정하는 마음의 단계로 자신을 이끌어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 전 슬픔을 억누르며 건호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던 것보다 더 괴로운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잠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말을 멈췄던 건호가 말했다.
그것은 이번 게임과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한탄 같은 것이었다.
“인과율은... 악마의 한계를.... 규정하는 게 아니었나?”
건호의 그 한탄 속에도 결국 분노 같은 것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기억소거>에 그런.... 이렇게 한계가 없다니... 아니면 그 한계라는 것이 인간의 상상이상인 거야? 대체 인과율이 뭔데.....”
아나이스도 아마트라도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특히 그 말을 듣는 아나이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건호의 이번 패배가 모든 것을 순리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건호의 운명... 그 모두를 순리대로 돌려주기를....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건호야. 미안해.’
그녀는 이제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힘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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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 룸에서 여전히 도청을 진행하고 있는 라데온은 우선 히로스를 떠올렸다.
“그래 겨우 인과율 따위가 미친 악마인 히로스를 제어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때 운영진 룸에 라데온의 부하가 들어왔다. 부하는 몸을 떨고 있었다. 라데온은 그에게 물었다.
“준비됐나?”
“정말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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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건호가 말한 히로스의 스킬이 지향하는 궁극점을 잠깐 살펴보자.
그것이 가능해지면 패러독스의 <교환> 스킬을 능가한다는 점.
히로스는 지금 지옥테란과의 경기를 시뮬레이션 하면서 그것을 상상하고 있다.
‘그 누구라도 스타크래프트를 배운 기억을 모두 삭제하면 내가 승리한다.’
히로스는 상상한다. 아무리 강력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그건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알고 있을 때의 문제다.
상대가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삭제당하게 된다면
그 누구도 히로스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히로스는 그것을 지옥테란에게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상상에 상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테란의 원래 정체를 알아낸다면 가능하다.’
히로스가 지옥테란의 원래 정체를 알아낸다면.
모든 마나량을 모아 그 시점의 기억을 통째로 날리면 가능하다.
물론 <안티매지컬스킬>을 더 강력한 마냐랑으로 찍어누르고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면서도 히로스는 절대로 건호를 상대로 방심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5set에서 현재 자신의 <기억소거>의 한계에 도전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 이미 마나를 많이 사용했지만... 그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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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도 떠올라주지 않았다.
‘......’
건호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인간인 자신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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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은 갑자기 뭔가 두려워하는 자신의 부하를 보자 약간 의아했다.
라데온의 부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설명했다.
“히로스는 우리 리그의 스타고... 정말 지옥테란을 이겨줄지 모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부하는 완전히 죽어 들어가는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라데온은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건호가 16강에서 3패하기 직전에도... 준비했었다. 그리고 잊었나?
리그를 시작하면서 실제로 한 적도 있지 않았나? 왜 걱정을 하는 거지?”
부하는 인자한 표정을 짓는 라데온이 더 두려웠다. 라데온은 계속해서 말했다.
“확실한 방법으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히로스는 통제불능인 것이 확실해졌다. 그런 녀석은 필요 없다.”
부하는 그대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그만두고 라데온에게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걱정마라. 예전처럼 유력한 용의자는 따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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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건호와 아나이스 아마트라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때 진행요원이 그들을 찾아 게임부스 조인을 전달했다.
“지금 들어오세요. 안 오면 부전패입니다.”
아마트라는 일단 건호를 일으켜 세워서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건호와 아나이스 모두 허겁지겁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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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 게임 부스 착석.
건호가 게임부스에 착석하는 모습을 히로스는 확인하였다.
건호의 표정을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히로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을 하지 않고 자신의 마나량을 계산 하여
<기억소거>가 가능한 최대 기억 삭제시간을 계산해냈다.
‘대략 180시간...’
그것은 일주일하고 반나절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건호가 히로스에 대한 단서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건 D-5, 즉 게임전 5일에 해당한다.
180시간은 그 모든 것을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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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은 게임부스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건호를 보고 말했다.
“임건호 선수 완전히 좌절인가요?”
의문형으로 말했지만 그것이 꼭 의문형일 필요는 없었다. 그것이 확실했으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이 말 역시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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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부스 내
건호는 잠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지옥에 왔던 기억....
혹은 인간이었던 시절의 생의 마지막 기억. 혹은 미쳐서 자신을 해하고 피를 흘리던 모습....
여기저기 피를 묻히는 모습...
‘이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
건호는 절망적이었다. 모든 기적이 함께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여기까지 왔지만
그는 살아갈 힘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자신이 인간세상에서 살 때 마지막 죽음을 결심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난 지난 4강전 때... 죽으려 한 것일까?’
4강전 피를 묻히고 스스로를 자해한 자신을 떠올렸다.
자살과 자해.
두 가지는 자기파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건호의 의식 저편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죽어선 안 돼
라고 누군가 남자도 여자도 악마도 천사도 아닌 어떤 존재가 그에게 얘기를 했던 것을 생각해냈다.
그것이 기억인지 상상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누군가 말했다.
죽어선 안 돼. 죽는 건....
그때였다.
건호의 팬턴트가 빛나고 있었다..
‘우우우웅’
건호는 놀랐다.
“이.....이건....”
그는 빛나는 <마인드 오프 파워>를 보았다... 그리고
‘우우우웅’
건호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대 승부를 앞두고 있고 그 승부에서 <마인드 오브 파워>가 활약할 시기가 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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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회예고
인간적으로 그렇게 광고를 했으니
지금은 당연히 '특수한' 능력을 선보이며 대활약을 해줘야 하는
우리의 필살 아이템
이 목걸이에 대해
아주 믿을만한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아이템은 지옥에서 여러 명의 인간을 구출한 아이템이다.
그래서 패러독스의 무덤에 봉인되어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 가치가 잊혀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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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회예고2
다음편을 보실 땐 절대로 스크롤을 먼저 아래로 내리지 마세요!
다음편을 보실 땐 절대로 스크롤을 먼저 아래로 내리지 마세요!!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22 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