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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24 15:48:56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37화 - 희망과는 다른 것 |
[소설] 불멸의 게이머 37
37 희망과는 다른 것
건호는 더 이상 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가질 수 없었다.
무엇이 자신의 정신인지 무엇이 자신의 정신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
건호는 저주했다. 인간인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은 악마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왜 자신은 악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그 모든 분노와 원망은 자신이 믿었던 그 희망이라는 것에게 쏟아졌다.
“으...... 으........으으.......으....... ”
건호의 눈에서 입에서 코에서...
그리고 심지어 귀에서 흐르는 타액은 이제 물리적으로도 다른 성분을 보였다.
그것은 바로 붉은 색의 액체. 그것은 바로 피, 혈액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호의 모습을 보고도 말콤박사는 눈빛으로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말콤은 말했다.
“나도 이번 결승전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그러니까. 결승전은 치러진다. 넌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이뤄지지 않은 소원을 카르마에 빌거나.
아니면 죽을 수 있는지 운명을 시험해 보거나. 마음대로 해라.”
지금 건호는 희망을 저주한다.
그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절망을 떠안았고 빛의 존재를 믿었기에 지금은 끝없는 어둠속이다.
이 순간 건호는 가장 약한 인간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그는 눈이 먼 장님이며 일어설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한 앉은뱅이이며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운명도 모르는 바보였다. 그 바보 인간이 물었다.
“난...... 난...... 어떻게 해야 해?”
바보가 된 소년은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다.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대상도 불분명했지만 적어도 그의 앞에 서 있는 말콤박사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건호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 <사슬>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
몸이 땅바닥을 향해서 더 구부러졌다. 좌절의 형상을 띤 인간 상형 문자는 무릎과 팔꿈치가 무너지며 이마가 땅에 닿았다.
그때였다. 건호의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이기면 된다. 지금까지처럼 ”
라데온이었다. 어느새 여러 명의 부하들과 서 있는 라데온은 말콤 박사와 건호의 주위를 둘러쌓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 전부터 이 공원 근처에서 몰래 숨어서 건호와 말콤박사를 주시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한 듯이 아주 적절하게 말을 자르고 끼어든 것이다.
라데온은 계속해서 말했다.
“게임을 하고 이겨야 된다는 것에 지금까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라데온은 힘주어 다음 말을 강조했다.
“넌 절대로 죽지 않는 불멸의 게이머니까.”
라데온이 손짓하자 부하들은 건호를 잡아끌었다.
부하들은 건호를 뒤로 옮기고 난 후 몸으로 벽을 쌓아 건호를 보호했다.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숫자는 라데온과 그의 부하들 쪽이 압도적이었지만
왠지 기세에선 그렇지 못했던 것인지 그들은 말콤박사를 크게 경계하면서 어느 선 이상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라데온도 마찬가지. 라데온은 거리를 유지하며 말했다.
“저 소년은 이제 내가 직접 보호한다. 그리고 당신... 혹시 지옥테란과 함께 있었다면 지옥테란을 파괴하려고 했었는데 실패군.”
라데온의 그 말에 말콤박사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뻔한 거짓말을 하다니 돈이 되는 최고의 흥행매치를 이대로 너 같은 악마가 포기할 리가 없지.”
라데온은 그 지적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 이번 대회에서 이 소년이 우승하고 귀생에 성공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지.”
라데온은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듯 이어간다.
“이 녀석의 소원은 지옥테란과 함께 인생을 사는 거다. 그건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소원이지.
따라서 절대 그것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 소년이 게임에서 우승하고 귀생하며
그 지옥테란이 죽는다면 그로서 모든 것은 맞아떨어진다.”
“......”
“그리고 지옥의 바보 같은 인간들은 희망을 가지겠지.
이 소년의 속사정은 전혀 모르고 어쨌든 인간이 카르마에 올라서 소원을 빌었고 귀생에 성공하는 것이니,
따라서 자신도 이 소년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지옥에 갇혔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그게 바로 더 많은 노예를 양산하려는 우리의 계획인 것은 모르고....”
“멋지군.”
“이 친구는 노예들의 영웅이 된다. 비록 자기 자신의 불행해지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훌륭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그게 비록 거짓된 희망이라도 말이다. 바로 이것이 이번 대회를 기획한 내 시나리오다.”
라데온은 자랑스럽게 얘기했고 말콤박사는 호기심 있게 들어주는 척하더니 말했다.
“하지만 그 소년이 이번 결승전에서 4대0으로 지면서 헬게이트가 통째로 날아가는 게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야.
역시 인과율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지.”
하지만 라데온도 전혀 밀리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이 소년과 지금껏 싸웠던 상대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지.
바로 그래서 더 설득력과 극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라데온은 다시 한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말했다.
“네 정체가 뭔지 모르지만 결국 패배하는 건 너다.”
말콤박사는 그 말에 웃는 얼굴로 반대하며 말했다.
“내 정체가 뭔지 모른다고?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난 너 같은 놈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지.”
“그래 짐작대로라면 서로 보기 싫어하는 게 확실하니 꼭 필요한 결승전 때만 보자고.”
라데온이 뒤로 물러서자. 부하들도 건호를 부축하여 뒤로 물러섰다.
말콤박사는 그 모습을 보고 미묘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라데온과 부하들이 사라지자. 말콤박사 옆에서 부하 덩치가 나타났다.
덩치는 반투명한 상태였다가 바로 불투명 상태가 되며 모습을 보였다.
익숙한 듯이 클로킹이 해제되며 나타는 모습이었다.
아마 덩치는 말콤박사의 옆에서 계속 그를 호위했던 것 같다. 덩치는 말했다.
“이제 마지막의 마지막이군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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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과 부하들은 건호를 헬스테이션 지하로 끌고 왔다.
헬스테이션 지하에 그런 공간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를 억제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
사실 화장실, 책상, 컴퓨터. 침대 등 견해에 따라서 편의를 위한 원룸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 공간을 외부의 공간과 구분 짓는 것은 쇠창살이었다.
따라서 그것을 통해서 이 공간을 감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HTTC(헬게이트 토털트래디셔널 크럽) 조직에게서 너에 관한 모든 권리를 이양 받았다.
너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모두 내 마음대로다. 뭔가 엇갈린 부분이 있어서 아쉽지만 말이다.”
철컹
감옥의 문이 열리고 건호는 그 안으로 던져졌다.
털썩
그러자 건호는 좌절의 모습대로 팔꿈치, 무릎,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라데온은 그 모습을 보고 부하가 문을 잠그려는 것을 제지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라데온은 건호의 턱을 자신의 손으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건호는 억지로 자신의 시선을 라데온에게 맞춰야 했다.
“괴로워하고 있군. 그래 힘든 일이 많을 거야.”
라데온은 건호의 멱살을 잡고 서서히 들어올렸다.
“하지만 알아둬. 난 항상 최선의 수단을 모색한다.”
건호는 지금 라데온이 자신에게 하는 말의 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라데온은 계속해서 말했다.
“말콤과 지옥테란이 패러독스의 무덤을 테러했을 때
난 이미 지옥테란의 스킬이 안티매지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
그리고 그게 우리를 향한 소리 없는 선전포고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찾아야했지.
그러면서 나는 스킬이 없이도 게임을 이길 수 있는 너를 발견했던 것이고.
너에게 특별한 감시와 조력을 붙였다. 그래서 너를 이번 대회의 결승까지 꾸준하게 인도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내가 너를 우승자로 선택한 것이다.”
“......”
“합당했다. 너는 지옥테란에게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일 뿐 아니라.
우승을 한다면 인간들의 영웅이 될 자격이 충분했으니까.
그래서 네가 16강에서 3패를 하기직전에도 너를 위해서 최후의 카드를 준비했고...
네가 4강에서 히로스에게 패배하기 직전에도 최후의 카드를 준비했다.
히로스 녀석이 너를 이겼다고 해도 결국 히로스가 아니라 네가 결승전에 진출했을 거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되길 바랐으니까.”
건호는 라데온이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 하는 얘기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라데온은 건호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라고 하는 표정이군. 별로 대단할 것도 없어.”
라데온은 여전히 품위 있는 어조와 단어를 선택하여 얘기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야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리그 조지명식에서는 멍청한 녀석 하나가 폭사하면서
리그가 크게 홍보되었고 대중적인 관심과 스토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중을 향한 말콤박사의 선전포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 폭사사건은 뛰어난 엔터테인먼트이며 계산된 연출이다.
시시하게 성명서 같은 것을 보내는 것보다는 화끈하게 죽이는 게 더 멋져서 그게 선택된 것이다.
물론 말콤박사 일당들이 그 일을 직접 해주는 게 더 좋았겠지만. 상관없었다.
말콤박사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했던 것이다.
내가 조지명식에서 분위기를 띄울만한 인물을 골라서 산산조각을 만들어 버렸다.
그것은 2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첫 번째로는 리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도 상승.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런 일이 한 번 더 일어난다고 해도 그 혐의는 무조건 말콤박사에게 돌아간다는 것.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자 이제 알겠나?”
“......아”
“히로스가 만약 너를 이기는 상황이 된다면, 그런 폭사사건은 히로스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예정이었다.
아마 히로스는 테러조직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승후보였기 때문에 처리된 것이다라고 대서특필될 예정이었지. 어떤가?”
“.......”
건호는 모든 것이 섬광처럼 지나갔다.
사실 따지고 보면 헬게이트시티의 위기에 대해서 건호에게 맨처음 말한 것도 라데온이었다.
그리고 그런 위기를 처음 체험하게 된 것도 라데온이 운영진으로 있는 HST의 조지명식에서였다.
사실 테러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말콤박사가 따로 자신들의 의지를 천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조지명식의 폭사사건이 말콤박사일당의 짓이라는 증거도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을 뿐. 라데온은 웃으며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나는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모두가 공포에 떨 때 난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을 한다.
그건 최선의 수단을 모색하는 내 자세 때문이지.
지옥테란의 등장직후엔 HST의 주가가 잠깐 떨어졌지만
난 그때 내 지분을 최대한 높혔고 점점 지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네가 히로스를 이겼을 때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
“그러니 앞으로 날 실망시키지 말아라. 네가 진다면,
난 역시 최선의 수단을 모색할 거다. 다른 간접적인 단어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난 너를 밟아 죽일 것이다.”
라데온은 건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건호를 들어올렸다. 놀라운 힘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라데온의 팔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법과도 다른 것이었다. 라데온은 계속해서 말했다.
“난 악마이고 모든 악마가 그렇지만, 내 눈엔 네 몸을 감고 있는 인과율의 족쇄가 보인다.
이건 문학적인 표현이 아냐. 실제로 모든 악마는 인간의 몸을 감고 있는 인과율의 족쇄를 볼 수 있지.... 어때 한번 보고 싶은가?”
쉬이이익
라데온이 다른 손을 움직이자. 쉬이이익 소리가 나며 건호는 자신의 몸 주위에 반투명으로 보이는 수많은 ‘그것’보였다.
건호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거대하고 많은....
<사슬>
“......!”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수많은 쇠사슬.
건호는 라데온 앞에서 갑자기 몸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거나
지금 라데온이 건호를 가볍게 들어 올린 것 등 등등 모든 것이 바로 이 <사슬>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건호는 갑자기 숨이 막혀 왔다.
“너를 처음 봤을 때 신기했지. 보통 인간과 비교해 엄청난 량의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을 봤으니까.
그것은 보통인간보다 더 괴롭고 불행한 지옥의 삶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째서 그런 네가 바로 노예가 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까?
왜 인과율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난 호기심을 가졌고 그 호기심은 해답에 도달했다.
바로 넌 은인을 죽이기 위해서 이 지옥에 온 거지”
라데온은 건호의 멱살을 더 거세게 잡고 말했다
“참고로 말해주마.
네 몸을 감고 있는 수 많은 인과의 족쇄와 <사슬>을 통해서 얼마든지 널 죽이거나 다양한 고통을 줄 수 있다....
그 인과율의 <사슬>은 그러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이니까.
아무튼 패배하는 너에겐 죽음 혹은 고통이라는 최선의 카드를 준비해두고 있다.”
건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라데온의 눈에서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싸워 이겨라. 노예야. 네 운명대로...”
그렇게 말하고 라데온은 건호를 바닥에 동댕이쳤다.
털썩....
라데온은 감옥에서 나왔으며 부하중 하나가 쇠창살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일반적인 간수가 하듯이
그 옆의 책상에 앉아 시간을 뭉개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옥에 갇힌 힘없는 노예는 자신을 옭아맨 <사슬>에 고통을 느끼며 아주 작은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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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박사의 잠수함.
말콤박사의 서재. 마치 말콤박사는 지옥테란을 옆에 두고 지옥테란에게 뭔가 최면이라도 걸듯이 계속해서 말을 붙이고 있었다.
지옥테란의 몸에 연결된 선이 여러 장치에 연결되어 있었고 지옥테란의 상태는 여러 가지 기계에 기록되고 있었다.
치익치익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짓말 탐지기가 그래프를 그려내듯이 복잡한 궤적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다.
파밧파밧
그리고 다른 쪽의 모니터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영상들이 언듯 언듯 지나가고 있었다.
그 영상엔 헬게이트 시티의 모습. 벌레와 구더기. 그리고 용암같은 것도 보였다.
말콤박사는 다소 안타까운 얼굴로 지옥테란을 바라보다가
그래프와 모니터 화면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기분이 좋아진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더 원망하고 원망해라. 네가 아직 인간이던 시절의 그 분노와 저주를 모두 풀어내라...
기억해내라. 인간으로서 받았던 그 절망에 대한 저주를....
이번에 다 풀어내는 거다. 그게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지옥테란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두운 서재에서 그런 모습은 확실히 기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말콤박사의 얼굴도 광기에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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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다.
헬스테이션의 지하감옥.
건호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호는 자신의 핸드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는 울었고 다시 시간을 보내면서 천정을 바라보고 울었다.
건호는 아무도 얘기할 사람이 없었으며 그 자신이 입장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
건호는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마르두크가 자신에게 보냈던 문자들을 하나하나 실펴보기 시작했다.
본 것을 또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자신이 휴지통에 버렸던 문자도 다시 살펴보고 있었다.
“......”
그러나 그러다가 건호는 다시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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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C. 헬게이트 토털 트래디셔널 크럽.
조직의 사무실에선 입사 5년 만에 최초로 아마트라가 상관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아마트라는 자신의 상관인 라라루에게 얘기했다.
“임건호의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닙니까?"
라라루는 아마트라가 이런 이의를 제기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나
어쨌든 업무에 관한 문제이므로 관리자로서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다.
“우리는 이미 최대의 이익을 뽑아냈다.”
라라루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했으니 이성적인 아마트라가 더 이상 불만을 가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마트라는 계속해서 불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라라루는 자신이 단지 기분이 나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마트라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말했다.
“넌 악마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군. 그 인간에게 정이라도 든 건가?”
“아닙니다. 그 꼬마에겐 아직도 많은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어도 우리가 그걸 컨트롤할 수 없다. 그 정도는 알 텐데...”
그래도 아마트라는 표정으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라라루는 다시 얘기했다.
“정말 이곳이 날아갈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야.
나 역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라라루는 빈틍 없는 표정으로 아마트라에게 말했다.
“한 가지 조언하겠는데 넌 악마로서의 소질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그만큼 더 냉정하고 잔인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도 역시 누군가에게 먹히게 된다.”
라라루는 그렇게만 말하고 손짓으로 아마트라를 내보냈다.
솔직히 라라루는 아마트라의 이런 반발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악마라도 정이 들 수도 있고 돈 앞에서 잘 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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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이션 지하의 감옥.
그것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조금 지나면 또다시 하루가 지나간다.
아직도 결승전까지는 10일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많다면 많지만 지옥테란과 건호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많아도 모자를 시간.
그러나 무력한 인간이 되어버린 건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적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런데 그런 건호에게 면회를 요청한 인물이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 감옥을 찾아왔다.
먼저 들렸던 것은 예리한 구두굽 소리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 감옥을 지키는 사람과 무슨 얘기를 나누더니 이내 감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건호는 침대를 놔두고 업드린 체로 바닥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누가 온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쿵.
감옥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몇 걸음인가
또각 또각
소리가 들리고 나서 멈췄다. 이때까지 건호는 그 인물이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건호를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건호에게는 사실 지금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꼬마야 꼴좋구나. 설마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되다니...”
아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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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는 아주 분명한 발음으로 주저하는 것도 전혀 없이 건호를 향해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꼬마야 꼴좋구나. 설마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되다니...”
“......!”
건호도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건호는 벽에 등을 기대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만큼 건호에겐 지금 아무런 힘도 없었다.
아나이스는 마치 상복이라도 되듯이 검은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고 건호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런 검은 옷과 달리 얼굴엔 핏기가 없는 듯 하얗게 표백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표백된 얼굴은 마치 진짜 얼굴을 감추려는 듯한 진한 화장을 한 덕택이었고
입술은 피보다 더 붉은 색으로 칠했다. 아나이스는 그 붉은 입술을 움직여서 건호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도 좀 놀랐어. 하지만 너... 지옥에 온 참맛을 너무 뒤늦게 깨달은 게 안됐네...”
아나이스는 책상 앞에 의자에 앉았고 바닥에 앉은 건호를 편안한 자세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라데온에게 명령을 받아서 바보 같은 너를 속여먹는 게 좋았어.
너를 결승에 진출하도록 도와주고 인과율에 대해서 네가 알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하고 거짓말 하고 너를 응원했지...”
아나이스는 검은 마스카라의 눈을 꿈틀거리며 자신의 이야기에 취해서 또 말했다.
“그런데 정말 너는 그걸 믿어줬다니... 고맙다. 건호야. 네 덕분에 나는 이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탈출하게 됐으니까.”
아나이스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번 건호의 표정을 살폈다.
“......”
건호가 그래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나이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건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어 무릎을 포개고 바닥에 앉았다.
건호 정면에서 약간 빗겨 앉은 상태로 마치 건호를 희롱하듯 손을 건호에 가슴에 넌지시 얹더니 놀리듯이 말했다.
“지옥에서 단 하루, 망자의 역에서 기차가 오는 날 난 떠나.”
아나이스는 정말 일부러 건호를 화나게 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라데온이 내 프로필 스크롤을 찾아줬어. 그걸로 난 지옥에서 떠날 수 있지.
하필이면 결승전 전날.... 네가 죽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이곳에서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되지. 그래서 정말 고맙다.”
아나이스의 손은 어느덧 건호의 턱으로 올라갔다. 건호의 턱선을 매만지며 아나이스는 말했다.
“어때 부럽지?”
그래도 건호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그러자 아나이스는 더욱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자 꼬마야. 나를 미워해봐. 어서... 나를 미워하는 네 얼굴을 보고 싶어 그건 재미있을 거 같거든...”
아나이스의 손톱이 건호의 입술을 간지럽혔다.
“어서 나를 미워해봐. 바보 꼬마야....”
하지만 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아나이스는 건호의 표정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건호의 표정 어디에서도 분노는 없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아나이스도 건호에 대해서 놀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건호는 분노는 커녕 원망이나 노여움 등 아무런 감정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건호의 눈에 비친 감정은 다른 것이었다.
그 감정은 마치.....
그것이 그녀를 분노하게 했다. 아나이스는 소리쳤다.
“어서 나를 미워하라고.... 나를 저주하라고!!!”
아나이스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나이스는 건호의 눈에서 도저히 존재해선 안 되는 감정을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나이스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건호라면 그런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호의 눈에 비친 아나이스에 대한 감정은 그것이었다.
연민
아나이스는 그래서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안 미워? 내가 안 싫어? 네가 그 사람과 죽고 죽이게 된 건 다 나 때문이라고...
알잖아. 어서 나를 미워하라고.... 나를 저주하라고!!!”
어느덧 건호가 자신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자신은 그에게 애원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체 그녀는 소리쳤다.
“뭐라도 좋아 지금 네 원한이 풀리도록 나를 때리고 ... 나를 밟아... 넌 지금 그럴 수 있잖아...”
아나이스는 건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건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건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녀는 건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것이 더 억울했다.
“왜 안 그러는 거니? 왜 내 바램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
“그동안은 항상 내 말을 들어줬으면서 왜 지금은 안 그러는 거야?”
아나이스는 비통하게 말했다. 어느덧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베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왜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너는 나를 죽여도 시원치 않을 텐데 왜 나를 미워한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을 날 텐데 왜 날 미워하지 않는 거야?!!!”
“......”
“너를 속인 건 나야. 너한테 희망을 믿게 하고 널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건 모두 나라고....
너한테 희망을 가지라고 얘기하지만 않았어도.... 너한테 헛된 희망을 얘기히지만 않았어도....”
“.......”
“넌.....너 너 이렇게.... 불행해지지 않았을 거야...”
아나이스는 다시 건호의 멱살을 잡았다. 더 강하게 더 애처롭고 더 불쌍하게 그녀는 애원하고 있었다.
“소원이야!!!! 어서!!! 제발 날 미워해!!! 날 저주해!! 부탁이야!!! 건호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손을 잡고 건호의 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갔다.
아나이스는 이미 화장이 망가져서 얼굴에 얼룩이 번진 상태였다. 그녀는 건호의 두 손을 자신에 목에 모으며 말했다.
“죽여... 부탁이야. 제발....”
아나이스는 지옥의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자신의 소원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남겨진 죄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과거 그녀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타인의 소원이 단지 이루어지지 않는 소극적인 비극만을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극은 그녀의 생각을 넘어섰으며 그녀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자신을 죽여서 용서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을 풀고
그리고 인간을 살해하고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건호를 만들어 그를 악마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아나이스가 건호에 대해서 이런 행동과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것이 있고 아는 것이 있다. 우선 그녀는 건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자신이 건호에게 용서받지 못한 체로는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그녀의 솔찍한 감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소원을 말한다.
“죽여줘...”
다시 한 번 아나이스는 건호의 잡을 잡고 자신의 목을 눌렀다. 놀랍게도 건호이 손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일생을 마감할 수 있겠구나 안도했다.
하지만 건호이 손은 그녀의 목을 향해 움직인 것이 아니다. 아나이스의 볼로 향해 있었다.
건호의 손은 아나이스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알잖아. 여기서 인간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아.”
건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말은 아나이스를 포기시키기에 너무나 합리적인 말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 말 안에는 아나이스가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에 대한 꾸짖음도 있었다.
그래서 아나이스는 더 괴로웠다.
아나이스는 이제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한 체 절규했다.
“미안해 모두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내가 바랬어....
난 용서받지 못해... 내가 잘 못 된 바램을 가졌어!! 널... 널.. 응원하지 말았어야 했어...”
“.......”
“난 마지막에라도 널 응원하지 말았어야 했어... 모두 다.. !!!
나 때문이야. 그때 히로스에게 니가 졌으면.... 졌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어.”
그녀는 급기야 눈과 코에서 타액을 쏟아냈다.
“내가... 내가 이겨달라고 해서....... 이겨달라고 기도해서.... 그래서 니가 이긴 거야.”
아나이스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나이스도 무릅과 팔꿈치과 이마를 땅바닥에 대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난 용서받지 못해.... 미안해....”
그녀의 절규가 흘렀다. 실컷 얻어맞은 짐승처럼 그녀는 그렇게 울었다.
이제는 그 어떤 목적도 그녀의 그 어떤 행동을 정당화 시킬 수 없었다.
맹목적인 설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이제 그녀는 건호의 판단만을 기다린다. 건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거짓말도 못하고 이쁘지도 않아.”
건호는 자신이 벽에서 등을 떼고 자세를 낮추며 바닥에 붙어 울고 있는 아나이스를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거짓말도 못하고 울음범벅이 돼서 엉망...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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