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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24 16:40:12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0화 - 준비된 1se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0
40. 준비된 1set
시간이 흘러 드디어 결승전 당일 아침.
라데온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아나이스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대부분 찰과상에서 회복되었다. 건호는 아나이스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해나갔다.
그러나 건호의 코치인 아마트라나 아나이스 모두 오직 승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세일즈맨테란과의 관계, 헬게이트 시티의 운명,
갑자기 본색을 드러낸 라데온 등등 앞으로 일어날 여러 가지 일들의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에도 오직 건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연습에 임했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라데온은 그런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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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의 사무실
라데온은 모니터를 통해서 건호를 잠깐 감시하다가 말고 건호에게서 빼앗은 목걸이 아이템 <마인드 오브 파워>를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무생물인 그 목걸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넌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어. 뭔가 변수가 될 수 없지. 비밀은 풀렸다.”
하지만 역시 무생물인 목걸이가 대답을 하거나 화를 낼 리 없다.
그러자 라데온은 한손에 <마인드 오브 파워>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빛나라.”
우우우우웅...
라데온의 말에 맞춰서 <마인드 오브 파워>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다시 라데온은 조용히 말했다.
“꺼져라.”
라데온이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마인드 오브 파워>는 순식간에 빛을 잃어버렸다.
라데온은 그 모습을 보고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극적인 순간에 빛났기 때문에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현상....”
그러면서 라데온은 여러 가지 생각이 빠져들다가 또 다시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건 인간이 만든 것일까? 이런 알량한 희망에 감격하고 싶어서.... 인간이 이것을 만들어낸 것일까? 정말 우습군.”
라데온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 승부에 대해서도 역시 자신의 그런 예상이 전혀 빛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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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의 감옥
건호, 아나이스, 아마트라가 경기장으로 출발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부터 새로운 것을 연습할 수도 없고 뭔가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도 없는 상태.
하지만 이 시점에서 건호는 아마트라와 아나이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자리를 비켜줘.”
항상 연습을 함에 있어서 주위의 환경 같은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건호였는데 이번만은 좀 달랐다.
“그래.”
아마트라와 아나이스는 감옥 밖으로 나가서 건호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가서 기다렸다.
아나이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마트라는 뭐든지 건호에게 맡겨 보자고 하는 표정으로 아나이스를 감옥 밖으로 인도한 것이다.
건호는 아나이스와 아마트라가 감옥의 방에서 나가자 컴퓨터 앞에 앉지 않고 벽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건호는 그대로 가부좌 자세로 눈을 감았다.
10분.... 20분... 30분...
아나이스와 아마트라가 있는 자리는 간수자리의 뒤쪽이었다.
그들은 간수자리에 있는 소형 모니터를 통해서 건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연습’ 그러나 건호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대로 건호가 가부좌 자세로 1시간 반을 보냈다.
‘대체 뭘 하는 걸까?’
더더 말고 덜도 말고 건호의 모습은 도를 닦는 수도승과 같았다.
아나이스 아마트라 둘 다 대화를 주고받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건호의 모습이 수도승 같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으며
또한 자신들이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었다.
건호가 가부좌를 푼 건 대략 2시간정도가 지나서였고 건호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게임을 시작했다.
타각 타각 타각......
빠른 손놀림에 따른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소리 등이 들려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건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어.”
아나이스와 아마트라는 이상했다. 게임은 겨우 초 단기전 한게임을 채울까 말까한 시간.
겨우 시간을 연습하기 위해서 건호는 게속 해서 눈을 감고 준비를 했었고
지금 겨우 그 짧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자신의 마지막 연습이 끝났다는 것을 말한 것이었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아마트라가 먼저 건호에게 답답한 얼굴로 물었다.
“뭔가 전략을 준비한 거야?”
“......”
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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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결승전은 이미 성공했다.
이미 수많은 관중이 게이트 아일랜드로 집결하고 있었다. 사상최초로 인간의 결승진출.
그리고 이번 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 그것들 모두가 이번 대회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주었다.
그 외의 미디어인 헬네트워크. TV. 등은 더욱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다른 도시에서의 최다 중계권 요청에 최다 중계권 가격경쟁. 그리고 접속자 수의 폭주.
그 모든 것들이 대회 운영진들과 관계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다.
인파들의 숫자가 보이는 게이트 아일랜드 컨트롤룸.
그 안에서 라데온은 HTTC의 라라루와 대면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대회로 인해서 많은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라라루가 라데온에게 임건호에 대한 몸값의 잔금을 받으러 오는 날이었던 것이다.
라라루는 이미 돈을 받았고 예의상 질문을 했다.
“쿼크 반응로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재수없게 회로코드가 입력된다고 해도. 그게 실제로 폭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최소 48시간. 돈 있는 사람들이 탈출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
라데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라라루는 그 말에 맞장구치듯이 말했다.
“역시 그렇군요.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상류층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죠.
돈의 힘 앞에는 혁명이란 건 일어날 수 없으니까요.”
라데온도 게이트 아일랜드로 입장하는 많은 관중을 보면서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말콤이라는 놈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쿼크반응로가 파괴되면 죽는 건 불쌍한 인간들 뿐이지.
이미 나를 포함한 상류층은 충분한 이득을 얻었다.”
“혹시... 말콤이라는 작자는 그런 게 아닐까요?
지옥에 와서 죽길 바라는 수많은 인간들에게 영원한 안식이라도 주려고 하는 것 말이죠.”
라데온은 라라루의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불가능하다. 인간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죽게 된다는 걸 아는 순간 모두 살고 싶어할 거다.”
“......”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지.”
라데온은 개미떼처럼 많은 관중들을 보면서 그 모두가 하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많은 인파들 중에는 진짜 인간들도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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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아일랜드 지하주차장.
건호는 아마트라의 운전으로 아나이스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관계자 차량은 따로 지하 통로가 있었으므로 진입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건호는 예상보다 맣은 인파에 놀랐지만 이곳 지하주자창은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했다.
철컥
건호의 손에 채워진 수갑이 풀렸다.
건호의 감옥을 지키던 간수는 만일의 수를 대비해서 건호의 손에 수갑을 채워두었고 지금 그것을 풀러준 것이다.
그리고 감옥의 간수는 건호에게 한 가지 물건은 건네면서 말했다.
“라데온님이 너에게 이것을 돌려주라고 하셨다. 아마 너에겐 의미가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면서...”
그것은 바로 <마인드 오브 파워>였다. 건호는 다시 그 목걸이를 받아서 자신의 목에 걸고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이다.”
그러면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부하들이 건호들을 철저히 감시하며
그들을 대기실로 안내했다. 마치 죄수를 호송하는 분위기였다. 건호의 입장에선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제대로 처량하군.’
아마트라가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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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게이트 아일랜드 정문 쪽.
“지옥테란이다!!”
“어디어디?!!!”
말콤박사. 덩치. 지옥테란. 3인 역시 현장에 도착했다. 조용히 관계자용 지하통로를 통해서
진입한 건호들과 달리 그들은 사람이 많은 일부러 보이는 곳에서 나타났다.
수많은 인파가 지켜보았고 바로 의자 모양으로 된 지옥테란이 밴에서 내리는 장면이 보였다.
그 3인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이 있었다.
“버러지 같은 지옥테란 져서 완전히 망가져 버려라!”
“지옥테란 열사 오늘 꼭 이겨서 여길 날려버리시오!”
“네가 이기면 네 의자의 등받이를 내가 부셔주마!”
“지옥테란 반드시 멸망을 가져오십시오!!!”
안티와 팬의 비율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센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러나 말콤박사와 덩치는 보디가드들이 약간 뒤늦게 달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쫄지 않고 인파를 뚫고 나갔다.
그러면서 말콤박사는 지옥테란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다.”
3인은 당당히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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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아일랜드. 임건호 쪽 대기실
건호는 대기실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을 마쳤다.
시간을 정해두고 기자들의 간단한 사진촬영이 끝나고
선수의 경기력을 보전하기 위한 명목으로 대기실을 최대한 비워두었다.
대기실엔 직접적인 관계자인 건호. 아마트라. 아나이스 3인이 남게 되었다.
물론 간수를 비롯하여 다른 감시자들은 대기실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
잠시 3인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아마트라가 먼저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며 얘기를 꺼냈다.
“이건 네가 내 차에 두고 내린 말콤박사의 명함이다. 필요하니?”
“아니.”
건호는 간단하게 말했다. 그러자 아마트라는 예상했다는 듯이 명함을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말했다.
“아나이스와 잠깐 얘기할게 있으면 해라. 자리를 비워줄게. 오늘 입장동선이나 기타 미리 준비하고 있으마.”
라고 아마트라가 말하고 대기실에서 나갔다.
철컥
하고 대기실의 문이 닫히자. 대기실엔 건호와 아나이스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완전한 정적이어야 했지만 대지를 진동하는 게이트 아일랜드의 인파에 의해서 간헐적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호야.”
아나이스가 먼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지옥의 발전된 의술로 인해서 상처는 이미 상당부분 아물었지만
그녀는 라데온에게 구타당한 이후의 표정 그대로였다. 아나이스는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사실 이 질문은 건호가 가장 듣기 싫어할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답이 존재해서라기보다는 이제는 답을 정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아나이스는 그것을 물었다.
그런데 그런 무거운 질문에 건호는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까지처럼 날 응원해줘.”
아나이스는 놀랐다. 그러면서 다시 물었다.
“내가 널 응원하면 넌 질지도 몰라. 그리고... 널 응원하는 건 세일즈맨테란이 죽기를 바라는 거라고....”
그 말에 건호는 지금까지의 어조보다는 조금 단호하게 말했다.
“아냐. 마지막 경기에서 최후의 순간. 아나이스가 응원해줘야 해.”
“대체 어떻게?”
건호는 아나이스의 손을 잡았다.
“내 승리를 기원해줘.”
건호는 확신에 찬 얼굴로 아나이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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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테란의 대기실
임건호 쪽 대기실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분위기가 되었다.
애초에 메이크업 같은 것은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지옥테란이었기에 시간이 남아돌았다.
덩치. 말콤박사. 지옥테란 역시 아무런 말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었다. 그때 말콤박사에게 전화가 왔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말콤박사는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사람아.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야지... 아 맞아... 그래 그게 안 되는군. 자꾸 내가 까먹으니 말이야.”
말콤박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통화를 했다.
“아무튼 듣기만 하시게. 오늘 경기는 절대로 상대방의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야.
이미 준비를 철저하게 해두었으니... 당신 역시 오래 기다린 만큼 재미있을 거라는 건 보장하지.”
말콤박사는 간단히 통화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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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의 대기실
어느덧 건호가 잡은 손위로 아나이스의 손이 하나 더 포개졌다. 건호는 만족한 표정으로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그렇게 모든 건 나에게 달렸어. 이겨야해. 그러니까 아나이스도 도와줘.”
건호의 손을 붙잡은 아나이스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오늘은 오늘은 경기만... 이후의 일은 신에게 맡기자.”
그러면서 아나이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신기해.”
“뭐가?”
“너 말고도 이렇게 기도를 하라고 누군가 말했었어... 예전에...”
“누가?”
“글쎄 그건 기억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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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승전 시작 직전
관중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결승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주경기장에 양쪽으로 바라보는 거대한 메인 화면은 현재 검은 색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시선이란 시선은 모두 가득 메운 거대한 관중. 그러나 그들은 지금 모두 암묵적으로 열광의 시간을 늦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수많은 관중의 침묵은 그것만으로 더 큰 흥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건호와 지옥테란은 대형 리프트를 타고 등장하게 되어 있었다.
그 리프트 장치 아래에서 건호와 그리고 그 옆에는 아마트라가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아마트라는 근처에 쓸데 없는 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건호에게 말했다.
“뭐 긴장했냐고 물을 필요는 없겠구나. 워낙 험한 일을 많이 당해서”
“.......”
“오늘 경기 이길 건가?”
아마트라는 진지하게 물었다. 건호는 대답했다.
“그 누구도 지기 위해서 게임하지 않아.”
아마트라는 다소 씁슬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래 오늘 게임 어떻게 진행될 것 같니?”
건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 아마... 초반엔 일방적으로 밀릴 거야. 아마 0:2.... 거기서 0:3이 된다면 난 지는 거고 그게 아니면 이길 수도 있겠지.”
“뭐?!”
그동안 지옥테란의 플레이 유형을 파악하며 열심히 연습했던 아마트라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말이었다.
비록 완벽하다곤 할 수 없어도 이미 라데온은 플레이 패턴이 일정한 지옥테란을 상대로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을 준비했고
그것을 건호와 공유했었다. 그 과정을 아마트라도 모두 알고 있기에 지금 건호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대체 왜? 그렇게 예상하지?”
아마트라가 그렇게 묻자. 건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왜라니. 우리는 아직 지옥테란의 약점을 모르잖아.”
아마트라는 그 말을 하면서 비로소 건호의 얼굴에 묻어 있는 약간의 긴장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트라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아마트라가 알고 있는 지금 건호는 승부에 100% 집중한 상태다.
그러므로 이러한 건호의 분석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건호의 분석은 지금까지 함께 연구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건호의 마지막 연습이 의미하는 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트라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드디어 중계진의 리드 멘트가 들려왔다.
“최고의 E스포츠 대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대망의 결승전 그 대단원의 막을 엽니다.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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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브리타이의 마그마 같은 멘트. 그리고 예정된 효과들이 오고갔다. 불꽃놀이 레이져.
기타 특수효과 그리고 순간 음악이 끊어지며 정적.
기이이이잉
거대한 리프트를 통해서 건호와 지옥테란이 동시에 등장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마치 판화로 찍어낸 듯이 강렬한 음영을 보여주는 조명.
두 사람은 필요 없는 인터뷰 없이 그대로 선수석으로 이동했다.
“최강의 선수는 누구일까요? 모든 저주를 받고 지옥의 밑바닥에서 살아 올라온 지옥테란!!!!!
아니면 지옥의 노예인 인간의 대표로서 믿기 힘든 기적을 일으키며 이 자리까지 온 최후의 인간 임건호입니까?”
“지옥테란 선수가 승리하면 전대미문 최강의 힘을 재확인. 임건호 선수가 이기면 그야말로 기적의 탄생!!!”
“어떤 것이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착실하게 준비된 효과들에 의해서 관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열광 속에서도 건호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긴장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더 긴장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건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결과에 따라. 난 이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건호의 눈에 마치 백만대군처럼 보이는 관중들이 응원과 함성이 순간적으로 흉폭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지금 라데온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간의 영웅 건호를 응원하고 있었지만.
건호는 지금 결코 그들이 원하는 인간의 영웅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호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무기는 오직 마음뿐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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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에 들어서자 진행요원이 건호에게 말했다.
“지금 카르마에 업로드하는 소원을 입력하십시오.”
자신의 경기용 컴퓨터를 통해서 카르마에 소원을 업로드할 수 있었다.
건호는 이미 소원입력에 대한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한글자 한글자 소원을 입력해 들어갔다.
소원의 입력 형식은 일반 문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타닥.....타닥.....타닥....’
건호는 소원을 입력한 후 마우스로
OK버튼을 클릭했다.
지옥에서 아무것도 소원을 가질 수 없는 인간 임건호는 자신의 소원을 정했다.
‘......’
이게 건호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게임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오직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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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된 PV영상이 나오면서 건호와 지옥테란은 서로 손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PV영상이 끝나자. 중계진은 차분한 마음으로 오늘 경기를 분석적으로 예상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드리는 말씀이지만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캐스터 브리타이는 정중하게 물었다. 먼저 해설위원 비루라가 대답했다.
“지옥테란 선수의 우위를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노스킬 플레이를 하는 임건호 선수에게는 최대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안티매지컬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만.
완벽한 컨트롤과 운영. 저는 이 선수가 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지옥테란 선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습니다.
경기를 단 3개 본 것 뿐입니다. 이 선수의 끝없는 저력을 모두 짐작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캐스터 브리타이가 원하는 대답을 모두 이끌어 냈다고 생각하자. 이번엔 엑세돌을 바라보았다.
“저 역시 전체적인 예상은 비루라 해설위원과 같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지옥테란 선수의 너무나 고정된 플레이 패턴에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아무리 정확하게 컨트롤하고 많이 생산하는 게임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전략게임입니다.
그 고정된 플레이 패턴에는 분명히 약점이 존재합니다.”
엑세돌 역시 많은 얘기를 했지만, 캐스터 브리타이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지옥테란 선수는 항상 15분대 러시를 합니다.
그 이전에는 확장과 테크 항상 똑같은 빌드와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히로스 선수와의 경기를 되짚어 보면 상대가 무한 멀티를 하는데도 그것을 모두 좌시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15분 이전엔 치명적인 러시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완벽한 타이밍에 한방러시 테란의 미덕입니다.
하지만 그 15분 동안 상대가 강력한 테크를 준비하여 맞춤 대응을 하면
그 어떤 컨트롤과 그 어떤 운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태가 분명히 옵니다.
항상 두뇌플레이를 지향하며 게임을 했던 임건호 선수라면 그 약점을 절대로 놓칠 리가 없습니다.”
엑셀돌의 부연설명에 비로소 브리타이는 만족을 했다. 그리고 간단히 자기식대로 요약을 했다.
“이번 대결은 스타크래프트가 가진 힘과 스타크래프트가 가진 지략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힘의 지옥테란 그리고 지략의 임건호. 정말 캐릭터가 분명합니다.”
브리타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중계석에 설치된 옵저버 화면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
“드디어 양선수가 모두 조인을 마쳤습니다.”
브리타이는 호흡을 고르고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냈다.
“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지옥의 최강자의 대결!!!!!
저주의 지옥테란과 희망의 인간 임건호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대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5....4....3....2...1
관중석으로부터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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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은 파이썬.
12시 임건호 선택 저그, 6시 지옥테란. 테란.
건호는 숨이 멈추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마법에 의해서 외부의 소리와 빛이 모두 차단되었다.
그것의 신기한 광경에 감탄할 틈도 없이 건호는 일꾼을 나누고 오버로드를 보냈다.
그리고 라데온과 준비한 전략의 제1번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건호와 라데온이 준비한 1전략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컨트롤과 운영을 압도하는 테크트리를 준비한다.’
분명히 지옥테란의 컨트롤과 정면 대결을 한다는 것은 무모하다.
예를들어 센터배럭을 준비한다고 해도 지옥테란의 SCV와 마린 소수컨트롤이 상상을 넘어선다면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건호가 지옥테란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 끝내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후속 생산량의 차이에 의해서 시나브로 게임이 뒤집힐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옥테란에게 2번 3번의 러시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1차로 큰타격을 주고 2차에도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말도 안 되는 멀티테스킹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기회는 모두 지옥테란의 것이다. 따라서 건호는 1격 필살로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키워드는 압도적인 물량이 되어야 하나? 그것도 역시 부족하다.
테란이라는 종족은 방어에 능하고 컨트롤 여하에 따라 말도 안되는 상상을 넘어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히로스가 지난 3set게임에서 지옥테란을 상대했던 것이 바로 물량에 의한 해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착실히 준비한 지옥테란의 대규모 한방 병력에 거짓말처럼 녹아버리고 끝이 나버렸다.
오히려 소규모 컨트롤보다 대규모 컨트롤에서의 기량차이가 더 두드려지게 드러나게 된다.
지옥테란의 물량은 그 컨트롤의 버프를 받아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 병력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답은 테크트리가 되어야 한다. 테란의 컨트롤을 절대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저그의 마법유닛. 바로 디파일러의 존재다.
과거 초고수들간의 경기에서도 저그가 3가스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방에 테란을 끝내버린 사례가 있었다.
저그가 사용한 전략은 패스트 디파일러였고 테란은 저그의 테크가 그렇게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다.
테란은 앞마당을 차분히 돌리고 있었고 많은 병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글링 러커 디파일러 3종 유닛의 러시로 테란이 저그의 3가스 멀티를 저지하려는 동안
한방의 빈집털이로 테란의 본진 배력스를 점령하고 게임을 끝내버렸다.
최근 스타크래프트에 유닛간 상성이 사라졌다는 말이 많지만
그런 거대한 톱니바퀴로 표현되는 빌드오더와 유닛간의 상성은 아직도 크게 존재한다.
바로 지금 건호가 실행하려는 전략도 그것과 유사하다. 초패스트 디파일러.
지옥테란의 고정 러시타이밍인 15분대 이전에 저글링 러커와 디파일러를 모두 갖추고
지옥테란의 앞마당 앞으로 진격하는 것이다.
언제나 더블커맨드를 하고 안정적으로 테크와 물량을 확보하고 본진에 쳐 박혀 있는 지옥테란에게 진격.
디파일러의 다크스웜을 전개하고 러커를 전진시킨다.
아무리 지옥테란의 컨트롤이 뛰어나다고 한들, 다크 스웜 안의 러커를 저격하지는 못한다.
탱크의 스플래시효과를 노리는 것도 러커를 모두 분산시켜서 버로우 하면 끝이다.
그 타이밍의 싸이언스 베슬은 많아야 2대. 이레디에잇을 사용하여 러커를 모두 제거할 때
즈음엔 자원엔 타격을 받고 배럭은 모두 파괴하거나 뜬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아드레 날업 저글링과 다크스웜으로 끝낼 수 있다.
‘간다.’
건호는 본진에서 가스를 파기 시작하면서 앞마당에서도 가스 초고속으로 테크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옥테란의 SCV가 그 모습을 정찰했지만
지옥테란은 건호가 병력도 성큰도 없이 빠른 레어를 올리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이긴다.’
건호가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를 누르면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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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쪽 벤치
대기실과 달리 현장과 가까운 곳에 선수를 위한 공간이 있었다.
그것은 야구의 덕아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과도 비슷했다.
거기엔 게임 화면 모니터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선수의 상황도 육안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아마트라는 경기를 지켜보다가 놀랐다.
“뭐야...?!”
그것은 옆자리에서 모니터를 살펴보는 아나이스에게도 보였다.
아나이스는 아마트라와 같이 단발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건호에게 갑자기 위기가 닥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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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테란쪽 벤치
말콤박사는 조용히 웃음을 머금었다.
“걸렸군.”
옆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는 덩치도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모두 형님의 작전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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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브리아티는 흥분했다.
“지옥테란 선수 마린메딕을 이끌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병력은 맵의 절반인 센터를 진나고 있습니다. 위기입니다.”
해설위원 비루라 역시 놀랐다.
“속단할 수 없습니다. 통상적인 마린메딕의 겁주기식 러시일 수도 있습니다.
지옥테란은 아직까지 이 타이밍에 제대로된 러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니맵을 더욱 정확히 살피고 있는 엑세돌은 부연했다.
“하지만 지옥테란 선수 추가적인 테크를 올리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계속해서 쉴새 없이 마린메딕 병력을 생산합니다.”
엑세돌은 더욱 흥분해서 말했다.
“모든 것을 패스트 디파일러 체제에 맞춘 임건호 선수는 현재 병력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통상적인 병력이 있지만 지옥테란의 병력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 조합은 15분대 완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대비가 부족합니다!!! 상대는 지옥테란입니다!!!”
브리타이는 신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임건호 선수 부랴부랴 앞마당에 추가 성큰 건설합니다만....”
“아 러커도 수비위치로 갑니다만....!!!”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마린메딕 스팀팩!!!!”
그 순간 건호가 준비한 성큰과 몇 마리 저글링 그리고 소수의 러커는 모두 앞마당에서 파괴되었다.
분명히 건호가 아무런 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병력은 부족했지만 피해를 입더라도 1번은 막을 수 있는 병력이었다.
마린메딕의 한방에 쓸려버릴 병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옥테란의 마린메딕은 번개같이 일점사로 모두 러커를 처리하고 성큰을 격파. 딜레이 없이 그대로 본진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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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 시티 종합병원
회복실에서 경기를 감상하는 히로스는 역정이 묻어나는 웃음을 뿌리고 있었다.
“흐흐흐흐....”
라데온에게 여기저기 얻어맞은 체로 그 당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었지만,
천성적인 체력과 지옥의 의술로 지금은 대부분 회복된 상태였다.
하지만 전신을 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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