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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06 01:51:41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2) THE GAME |
* 이 칼럼은 2010년 12월 31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스포츠 종목이 되는 게임의 흥행 여부와 인기는 e스포츠의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스포츠 10년 동안,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이라 부를 수 있는 게임들의 면면을 - 즉,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 두루 살펴보면 그 게임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팔리고 흥행하고 있는 게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방송경기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거듭나기 전의 역사를 보면, 스타크래프트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며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고, 그 흥행 이후 PC방 대회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때맞춰 블리자드의 래더토너먼트에서 신주영 선수가 우승하며 프로게이머 1호로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생겨난 PC방 대회는 넷클럽이나 KPGL 등의 오프라인 대회로 규모가 커졌으며, 그런 토대를 바탕으로 99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이 있을 수 있었지요.
반대로 게임의 열기나 인기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e스포츠화를 시도했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게임들의 예는 우리 나라에도 숱하게 존재하며, 설령 흥행 중인 게임을 e스포츠화했다 해도 게임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거나 이해관계에 의해 급조된 리그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되며 e스포츠 팬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얻거나 오래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있기에, 저는 e스포츠와 게임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상호 보완적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게임, 흥행 잘 되는 게임이 먼저 있어야 좋은 e스포츠가 있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약간은 게임 쪽에 무게를 기울여서 말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게임, 흥행 잘 되는 게임이어야 e스포츠가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이 '게임 그 자체만이 잘 만들어지면 된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의 게임 세상은 혼자 즐기는 세상이 아닙니다. PC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콘솔 게임도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할 뿐더러, PC 패키지 게임 역시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게임은 엄연히 사유재이며 상품입니다. 잘 팔려야 하고, 잘 팔리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이 접근하기 쉬워야 합니다. 그래야 저변이 늘어나고 온, 오프라인의 움직임이 발생하며 e스포츠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의 두 번째로 'THE GAME'. 즉, 게임 그 자체를 - 여기에서는 스타크래프트 2일 것입니다 - 꼽은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블리자드 코리아의 판매 정책이나 스타크래프트 2 내에서 e스포츠와 관련된 시스템이 덜 갖춰진 부분 등이 게임 흥행은 물론이고,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만드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프로게이머들이 민감해하는 전략 노출과 관련된 부분부터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번 나온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2에는 전작보다 훨씬 발전된 다시보기 기능 및 경기 관련 각종 통계가 제공됩니다. 이런 통계는 해설 및 경기 분석을 매우 쉽게 만들지만,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실제로 오픈 시즌 때의 인터뷰를 보면 여러 선수들이 다시보기나 초반 유닛생산 기록이나 다시보기 등으로 전략이 쉽게 노출되는 점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이런 불만은 단순히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비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게임사가 살피고 지원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협의회 분들께서는 e스포츠가 직업이신 분들이니, 스타크래프트 1 시절 선수의 리플레이 파일들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면서 생긴 변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기존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고루 갖춘 대신 고유의 컬러는 부족한 이른바 '양산형' 기반의 선수들이 다수 태어나며 그들이 프로게이머의 대다수를 차지했고, 그로 인해 고유한 전략들을 가진 게이머들과 그들이 내놓은 전략의 생명력은 상대적으로 짧아졌으며, 경기 양상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렇잖아도 전략의 발전 속도와 완성도가 전작에 비해 비약적으로 빠른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경우, 지금처럼 선수의 경기와 관련된 상세정보가 계속 공개된다면 게임의 컨셉이 아무리 다르고 상성관계가 전보다 명확하다 한들 경기가 더욱 빠르게 획일화되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요.
듣기로 1.2 패치 이후 프로게이머 등을 위한 최상위 리그가 생기고 여러 편의 기능도 갖춰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보기나 유닛생산 기록 등의 정보가 무차별 공개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 역시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실명확인된 배틀넷 ID 하나로 플레이하게 되어 있지만, 보호장치가 없는 탓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차명 계정을 생성해 연습하는 것은 선수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물론 보호장치가 있다 해도 다수 ID로 연습할 사람은 하겠지만, e스포츠 관련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면 선수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는 것 역시 게임사의 과제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상위리그자가 아니라 해도 자기의 빌드가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있을 수 있습니다.)
선수들 이야기에서 게이머의 저변 문제로 넘어가, 배틀넷 계정 생성 과정의 까다로움이 저변 확대를 저해하는 부분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PC방에 스타크래프트 2의 흥행이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이유 중 하나는 -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이유는 - 배틀넷 통합계정 때문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접근성'만으로 따지자면, 싱글 플레이는 계정 없이 즐길 수 있고 간단한 절차로 배틀넷 ID 생성이 가능한 스타크래프트 1이나 워크래프트 3은, 싱글 플레이든 멀티 플레이든 무조건 배틀넷 계정을 만들어 로그인해야 하는 스타크래프트 2보다 월등히 접근성이 좋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LAN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반드시 배틀넷 계정으로 로그인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 달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게임사의 고유 권한이니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문제는 배틀넷 계정 생성 이후의 '인증절차'가 게이머들에게, 특히 청소년 게이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배틀넷 계정 생성 시 거치는 인증절차를 보면 일단 개인정보를 인증하고, 2단계로 e메일 인증을 거친 후 휴대폰 인증, 범용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인증(과거에는 신용카드 대신 I-Pin 인증이었습니다)중 하나로 세 번째의 최종 인증을 거쳐야만 배틀넷 계정의 정상적 이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절차에 익숙하신 분들께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미성년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범용 공인인증서, 신용카드는 미성년자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증수단이며(성인도 범용 인증서를 쓰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지요) 학생들이 그나마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역시 부모명의 등으로 차명 개통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아 완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설령 휴대폰이 모두에게 유효한 인증 수단이라고 해도, 게임은 12세 이상이면 이용 가능하고 리그도 12세 이상이면 참가 가능한데, 12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정작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이 휴대폰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진입장벽이며 불평등합니다. 이렇게 12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인에 비해 게임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면,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 역시 계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지요. 청소년 게이머들을 위한 인증 수단이 더 마련되지 않거나 배틀넷 계정인증이 간소화되는 방식 등으로 가입 편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스타크래프트 2를 비롯한 블리자드 게임의 열기는 가입 및 인증시의 진입장벽 때문에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다른 게임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게임 흥행 뿐만 아니라 GSL을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흥행에도 분명한 악재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스타크래프트 2의 패키지 판매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초반에 스타크래프트 2 패키지를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상당 수의 마니아들이 불매선언까지 할 만큼 국내 흥행에 악영향을 끼쳤으니, 나중에 패키지를 팔기로 했지만 이 문제는 정책상으로 블리자드 코리아의 잘못이 맞지요. 하지만 지금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는 12세 이용가와 18세 이용가의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지금 블리자드 스토어 등에서 판매되는 스타크래프트 2의 패키지는 모두 18세 이상 이용가 버전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이 건에 대해서는 도대체 블리자드 코리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식으로 패키지를 판매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패키지 시장이 기능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그래서 패키지를 낼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엄연히 12세 이상 이용가 버전이 존재하는 게임을 패키지로는 18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요?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온라인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게이머들에게 선택권은 동등하게 주어져야죠. 그리고 설령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해도 18세 이용가 심의 딱지가 붙은 스타크래프트 2 패키지만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고 누가 스타크래프트 2를 12세 이상 이용가 게임이나 12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 e스포츠 대회가 있는 게임이라 인식하겠습니까? 무엇보다 대회 참여는 12세부터 가능하고, 게임 이용도 12세부터 가능한데 정작 패키지로는 18세 이상만 구매가 가능한 것은 게이머들이 가진 기본적 상식과도 어긋납니다. 블리자드는 패키지 때문에 손해를 본다 해도 12세 이상 이용가 패키지를 출시해야 합니다.
GSL이 아무리 12세 이상의 모든 배틀넷 게이머들에게 문호를 여는 열린 리그를 표방한다 한들, 블리자드 코리아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직된 인증수단과 게임 판매 정책으로 12세 이상의 청소년 게이머들의 발걸음을 오히려 내쫓고 있고, e스포츠와 관련된 지원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선수들이 전략노출을 염려하여 계속 차명계정을 만들어 플레이해야 한다면, 이것은 12세 이상의 게이머들 중 상당 수에게 문호를 닫아 걸고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며, 그로 인해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GSL을 위시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 역시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되는 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봅니다.
사실, 다른 회사의 게임 판매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게임업계인인지라 좁은 게임업계 안에서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은 제가 제 스스로 적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제 개인의 이득을 생각하자면 그런 부분은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게임업계인이지만 블리자드 게임의 고객이기도 합니다. 또한 e스포츠의 팬이며 GSL을 기대하는 관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비판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는 게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금처럼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는 데에 되레 걸림돌을 주는 정책이 존재하거나 e스포츠와 게임의 흥행에 있어 상식에 어긋나는 괴리감을 주는 행동이 있다면 설령 블리자드라 해도 지금처럼 비판할 것은 할 것입니다.
블리자드 코리아와 블리자드는 자신들의 게임을 더 좋은 게임, 그리고 더 흥행하는 게임으로 만들고 나아가 GSL을 위시한 스타크래프트 2의 흥행을 위해 더 많은 지원과 열린 방향성을 추구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의무를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기를 바랍니다.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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