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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7/22 15:30:21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건강이 최고의 재산입니다 |
* 이 칼럼은 2011년 7월 11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이영호 선수가 손목 부상으로 인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프로게이머들의 손목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상 정도에 대해 여러 기사와 반응들이 나오고 일부 이야기에 대해서는 게임단 측에서 오보라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이번 일로 프로게이머들의 미래와 삶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프로게이머의 부상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손목 부상 등의 '직업병'에 해당하는 고통으로 곤란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이 이영호 선수만은 아닙니다. 최근에 은퇴한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손찬웅 선수는 허리 디스크로 선수 생활 내내 곤란을 겪었으며, 안홍욱 선수는 펩시 GSL 승자 인터뷰에서 손목부상 때문에 연습도 거의 못했고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한 의욕도 저조한 상태였다고 털어놓기도 했지요. 이런 경우는 인터뷰나 기사를 통해 밝혀진 비단 몇몇 선수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컴퓨터를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게 되면 손과 손가락 등의 일부 부분에는 상당한 무리가 가해지지만, 그 외의 신체 부위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몸의 무게 및 자세 유지에 필요한 압력을 받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오랜 동안 움직이지 않는 부위의 근육들은 전체적으로 서서히 약해집니다. 이런 일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면 몸은 서서히 쇠약해지게 되지요. 특별한 질병이 있지 않더라도 그런 상황이 오래 반복되면 질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목과 허리, 손목 등에 만성적인 통증 및 질환이 발생하는 일들은 PC가 업무 현장에서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위험 요소로 널리 알려졌고, IT 계열 직업군이나 일반 사무직 등의 전산 계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재해 요인으로 인식, 취급하고 있습니다. 즉, 엄연한 직업병이지요. 당연히 컴퓨터 앞에서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하는 프로게이머들 역시 이런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보통 매스 미디어에서 으레 이런 부분이 언급될 때마다 '바른 자세', '일정 시간마다 휴식시간 준수'등을 해결책으로 이야기하는 일이 많고 실제로 그것이 왕도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오랜 동안 컴퓨터를 사용한 자세 등의 습관이 그렇게 빨리 고쳐지지도 않을 뿐더러 목과 허리의 통증은 바른 자세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해도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수천, 수만 번의 키보드, 마우스 클릭을 하는 손목과 손가락의 피로는 - 잘 아시겠지만 -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시간 연습으로 인한 위험요소는 고통이 발생했을 때 참는다고 해결이 되는 일도 아닐뿐더러, 그저 으레 있는 일처럼 넘어가면 병을 키우게 됩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프로게임단들은 이런 부분들을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게임단 차원에서 일상적인 관리를 하지요. 피트니스 센터나 요가, 스트레칭 등의 방법으로 규칙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고 좋지 않은 선수는 병원에 보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개별 게임단의 관리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협의회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 등을 점검 및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게임단의 관리 체계를 넘어선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분명하고 간단한 이유 하나만 들겠습니다. 바로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는' 체제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알려지지 않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체제'가 앞으로의 e스포츠 지속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칼럼에서도 저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력이 발전된 만큼 경기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방지하고 프로다운 성품과 행동을 갖추기 위한 관리와 감독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e스포츠 초기였던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라면 단순히 '게임'만 잘 한다고 프로게이머라고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런 식의 발상은 통하지 않지요."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프로게임단에 소속된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이영호 선수의 손목 부상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실리자 '앉아서 게임만 하고 노는 주제에 무슨 부상이냐?'라는 식의 수준 낮은 악플을 통해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에 대한 가치를 조롱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악플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깊이가 없는 분야에 대해 주제넘은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을 추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더불어 e스포츠의 시작 이후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만일, e스포츠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분명한 위험 요소인 프로게이머 및 관계자들의 부상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늘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니까',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계속 주의하고 살피는 데에 소홀하게 되어, 그로 인해 어떤 이슈나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e스포츠가 소속 구성원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한다면, 그 때에는 e스포츠를 향해 행해지는 진부한 악담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져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게임단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e스포츠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간 대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모쪼록, e스포츠에 종사하는 이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부상 등의 위험요소를 방지하는 데에 스타크래프트 2 리그에 참여하는 모든 게임단 관계자분들께서 더욱 힘써 주시기 바라며 프로게이머 여러분들께서도 열심히 연습하는 것만큼이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를 바랍니다.
-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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